[7인의 석학에게 미래를 묻다]②제러미 리프킨 “코로나는 기후변화가 낳은 팬데믹…함께 해결 안 하면 같이 무너져”

7인의 석학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묻다…오늘부터의 세계

정부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을 발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의 원인에 대한 성찰은 빠져 있다. 그래서 ‘4차산업 혁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규제 해제를 주장하는 시장의 묵은 요구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것인가?’라는 의심의 눈길을 받는다. 경제위기 속에서 실직 위기에 놓인 하위 기술직의 문제, 2차산업 인프라 위에 올려질 4차산업 뉴딜의 효용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다. 시민단체와 지역사회는 그동안 그린뉴딜을 요구해왔다. 그린뉴딜은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중국과 캘리포니아, 미국 하원을 중심으로 세계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과연 우리의 선택은 어떠해야 할까? 경제전문가 제러미 리프킨과 코로나19 위기의 본질과 그린뉴딜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난 4월20일 미국 워싱턴DC 자택에서 이동제한령을 따르고 있는 그와 전화인터뷰를 했다.

미국 경제전문가 제러미 리프킨은 ‘7인의 석학에게 지속 가능한 미래를 묻다…오늘부터의 세계’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위기의 본질과 그린뉴딜에 대해 이야기했다. 2014년 1월6일 미국 워싱턴DC 자신의 사무실에서 ‘문명, 그 길을 묻다’기획 당시 재미저널리스트 안희경씨와 인터뷰하는 리프킨.  ⓒ오소영 사진작가

미국 경제전문가 제러미 리프킨은 ‘7인의 석학에게 지속 가능한 미래를 묻다…오늘부터의 세계’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위기의 본질과 그린뉴딜에 대해 이야기했다. 2014년 1월6일 미국 워싱턴DC 자신의 사무실에서 ‘문명, 그 길을 묻다’기획 당시 재미저널리스트 안희경씨와 인터뷰하는 리프킨. ⓒ오소영 사진작가

물 순환 바뀌며 생태계 무너지고
인간의 마구잡이식 야생 개발로
서식지 망가진 야생 생명 이주해
에볼라·사스·메르스 등 창궐

안희경(이하 안) = 코로나19 위기의 주요 원인을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제러미 리프킨(이하 리프킨) = 기후변화입니다.

안 =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자마자 서구 언론에서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야생동물을 식용하기 때문에 감염병이 발생했다고 비난했습니다.

리프킨 = 아니에요. 기후변화로 생긴 모든 결과가 이 팬데믹을 만든 겁니다.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물 순환 교란으로 인한 생태계 붕괴입니다. 우리는 물로 가득 찬 행성에 살고 있어요. 지구온난화로 지구의 물 순환이 바뀌고 있습니다. 지구가 1도씩 뜨거워질 때마다 대기는 7%씩 더 많은 강수량을 빨아들입니다. 열은 구름이 지표에서 강수를 더 빨리 취하도록 몰아칩니다. 그래서 통제가 어려운 물난리를 겪는 겁니다. 그 거칠고 극단적인 현상 속에 가뭄과 산불도 일어납니다. 미국은 작년에 캘리포니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이 산불에 휩싸였어요. 호주는 그 두 배였고요.

안 = 한국이 캘리포니아의 3분의 1 크기이니 남한 영토만큼 불에 타버렸고, 호주는 한반도 전체가 불길에 휩싸인 규모입니다.

리프킨 = 생태계가 변화하는 물 순환을 따라잡지 못하고 붕괴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인간이 지구에 남은 마지막 야생의 터를 침범하고 있어서예요. 1900년만 해도 인간이 사는 땅은 14% 정도였어요. 지금은 거의 77%입니다. 인간은 야생을 개발해 단일 경작지로 사용하고, 숲을 밀어버리고 소를 키워 소고기를 생산합니다. 이것도 기후변화를 유발합니다. 셋째, 야생 생명들의 이주가 시작됐습니다. 인간들이 재난을 피해 이주하듯 동물뿐 아니라 식물, 바이러스까지 기후재난을 피해 탈출하고 있어요. 서식지가 파괴됐기 때문에 인간 곁으로 왔고, 바이러스는 동물의 몸에 올라타서 이동했죠. 최근 몇 년 동안 에볼라, 사스, 메르스, 지카와 같은 팬데믹이 발생한 이유입니다. 세계보건기구, 미국의 질병통제센터, 세계은행 등에서 오랜 연구를 통해 지구의 공공보건이 위기임을 알고 있어요.

안 = 기후변화로 인해 야생동물이 바이러스의 중간 매개체가 된 것인데, 미개한 민족문화가 바이러스를 끌어들였다는 혐오가 오히려 본질을 호도하고 있군요.

리프킨 = 앞으로 더 많은 전염병이 창궐할 겁니다. 이제는 팬데믹이 올 때마다 1년반 정도 록다운될 것을 예상해야 해요. 초기 단계에서 록다운을 해도 약 6개월 뒤에는 두 번째 파고가 찾아옵니다. 초반에 완전히 봉쇄하지 않으면 두 번째 파고는 훨씬 심각합니다. 그다음에 백신이나 항체가 나오길 기다려야 하죠. 우리는 경제를 새로 조직하고 사람들과 만나는 사회생활 그리고 통치 방식까지 재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염병에 세계 경제 멈춘 까닭은
효율성에만 의존한 ‘세계화’ 때문
단기 이익에 의존한 산업혁명 이후
장기 탄력성 잃어 새 길 모색 필요

안 = 사스나 에볼라, 메르스는 세계 경제를 멈추는 단계로 번지지는 않았습니다. 왜 지금은 다를까요.

리프킨 = 이는 세계화에 답이 있습니다. 1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국가적인 시장과 국가라는 개념을 갖게 했고, 2차 산업혁명은 세계화를 가져왔습니다. 이 인프라는 적시 생산 절감 방식(JIT)으로 재고를 남기지 않습니다. 탄력성보다는 오로지 효율성에만 의존하죠. 지금의 신자유주의 경제는 단기이익만 추구합니다. 주식시장에서 분기별 보고서로 이익 현황을 보여줘야 하죠. 이익을 못 내면 주주의 주식이 평가절하되니 CEO에게 문제가 생깁니다. 분기마다 수익을 내려면 장기투자, 장기계획, 중복장치를 구비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지금처럼 팬데믹이 오면 전체가 타격받고 세계화된 인프라가 붕괴합니다. 전염병이 발생하는 순간 전 세계 인프라가 무너졌습니다. 마스크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인공호흡기는 어디에 있었나요? 우리의 음식을 실은 배는요?

안 = 작년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무역마찰을 일으킬 때 의료용품까지 관세를 매기는 바람에 미국의 의료 물량이 어이없을 정도로 부족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리프킨 = 그래서 우리는 전염병으로부터 몇 가지를 배우고 있습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하나의 망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 우리가 한 가족이라는 것, 우리가 함께하지 않으면 다 같이 무너진다는 사실입니다.

안 = 함께하지 않으면 다 같이 무너진다는 의미는 무엇이죠.

리프킨 = 1차와 2차 산업혁명은 3억1500만년 전에 살았던 식물과 동물을 채굴하며 자리 잡았습니다. 바로 화석연료 문명입니다. 이 문명은 비료, 살충제, 건축자재, 식품첨가물, 합성섬유, 포장재, 전력, 운송, 열, 빛 모두를 화석연료에 의존합니다. 지구온난화와 지금 벌어지는 대규모 전염병, 생태계 파괴를 초래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지구가 여섯 번째 멸종에 들어섰다고 본다고 유엔에서 발표했습니다. 인간이 출현하기 전 4억5000만년 동안 다섯 번의 멸종이 있었습니다. 때마다 빠르게 대규모로 진행됐어요. 새 생명들이 생기기까지 1000만년이 걸렸고요. 인간은 머지않아 멸종할 것이고, 10년 안에 지구의 생명종 반이 사라진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인프라는 비즈니스 모델의 종류와 통치 모델을 상당히 많이 결정합니다. 1차와 2차 산업혁명 인프라를 보면 중앙집중식과 하향식에다 지식재산권 보호로 설계됐어요. 화석연료 문명은 채굴하고 추출하여 정제해서 제품으로 생산하는 역사상 가장 비싼 에너지 체제이기 때문입니다. 전체를 관리할 투자자본을 가진 수직적으로 통합된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필요했습니다. 마침내 35억명의 노동자들 중 550만명만을 고용하고도 세계 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500대 글로벌 기업들이 나오게 됐죠. 그 결과로 우리는 불평등과 마주합니다. 산업화 때문에 인류의 반이 잘살게 되는 동안 나머지 반은 5달러 미만으로 하루를 버텨갑니다. 우리들이 창조해놓은 이 인프라 때문에 우리 모두와 미래세대까지 고통받아요.

안 = 그런 점에서 최근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들의 외침이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리프킨 = 그들은 1년반 전에 미래를 위한 대규모 행동을 했습니다. 140여개 나라에서 수백만의 밀레니얼과 Z세대들이 기후비상을 외쳤습니다. 그리고 그린뉴딜을 요구했어요. 이들은 스스로를 하나의 종으로 봅니다. 인간과 동물, 식물이라는 경계를 무너뜨리고 대기권까지 뻗어 있는 생물권 전체를 멸종위기에 놓인 하나의 공동체로 인식해요. 생물권 안에서 인간이 하는 모든 활동이 모든 생명체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지금 우리는 팬데믹으로 개인과 가족, 지역 공동체의 안녕이 인류가 하나의 종으로 함께하는 길에 달려 있음을 배웁니다. 지난 산업혁명과 세계화가 단기이익에 의존하여 장기적 탄력성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배워요. 이 두 가지 중요한 가르침이 우리를 3차 산업혁명으로 이끌고 있습니다.(리프킨은 최근의 급격한 자동화 등도 ‘4차 산업혁명’이 아닌 ‘3차 산업혁명’의 폭발적 진행으로 본다.)

글로컬 위한 인프라 ‘3차 산업혁명’
모두 참여하는 재생에너지·인터넷
공공재로서 지역사회가 규제해야

안 = 3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인가요.

리프킨 = 3차 산업혁명은 글로컬(Glocal)을 위한 인프라예요. 세계화가 아닙니다. 글로컬화(지역중심 세계화), 생물지역(bio-regional) 거버넌스(인간만이 아니라 지역 생태계 전체를 책임지는 통치)입니다. 3차 산업혁명 인프라는 분산되고 개방적이며 투명하고 수천만명에게 확장되는 인프라입니다. 여기서는 500개 기업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주역으로 활동합니다. 커뮤니케이션 혁명은 인터넷입니다. 45억 인구가 참여하고 있죠. 그중 많은 곳이 디지털화된 재생에너지 인터넷으로 통합되고 있어요. 수백만명이 협동조합을 이뤄 태양과 바람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기 시작했어요. 그들은 자신들이 사용하지 않는 여분의 에너지를 디지털화된 에너지 인터넷으로 대륙을 가로질러 다른 이들에게 보냅니다. 인터넷으로 같은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이용해 뉴스와 지식, 엔터테인먼트를 공유하듯 바람과 태양을 함께 누리는 겁니다. 여기에 전기 및 연료전지 차량으로 움직이는 디지털 이동 물류 인터넷이 통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차량은 자율적이 되고 있고요.

안 = 패러다임이 바뀌려면 세 가지 결정적 기술인 새로운 커뮤니케이션과 에너지 원천, 물류 이동성이 나타나야 하는데, 3차 산업혁명에서 커뮤니케이션 혁명은 인터넷이고, 에너지 혁명은 재생에너지, 이동 혁명은 전기 및 연료전지 차량이라는 거죠? 이 모두는 인터넷으로 다시 연결되고요.

리프킨 = 네, 그 모두를 아우르는 장치가 바로 사물인터넷(IoT)입니다. 건물마다 센서가 장착되는데, 공장, 창고, 집, 스마트 차량에도 장착돼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글로벌 사회는 센서를 장착한 사물인터넷과 연결될 겁니다. 3차 산업혁명은 세계를 수십억, 수조개의 센서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저는 유럽과 중국에서 이와 관련한 건설을 도왔어요. 20년 동안 유럽 계획의 핵심 설계자와 이를 배치했고, 중국의 3차 산업혁명 지도부와 함께 차이나 인터넷 플러스를 배치했습니다. 이 모두는 허구가 아닙니다. 한국으로도 확장할 필요가 있어요.

안 = 사물인터넷으로 취합할 정보는 엄청난데요. 지금도 정보가 기업 이윤을 만들고 있습니다. 고객이 쓰는 카드 정보만으로도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고요. 정부가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한다고 마냥 믿기도 어렵습니다.

리프킨 = 어떻게 정부가 사물인터넷을 지배하지 않고 사람들을 감시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요?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데이터 보안을 어떻게 보장할까요? 다크넷도 존재합니다. 규제를 통해 해결하는 겁니다. 인프라는 공공재입니다. 지역사회가 규제하고 통제해야 합니다. 기업도, 중앙정부도 아닙니다. 지난 40년 동안 신자유주의 속에서 우리는 규제 해제와 민영화를 강요받았어요. 레이건부터 오바마까지 줄곧 시도했습니다. 기업들은 정부가 너무 관료적이라고 말합니다. 경쟁이 없으면 게을러져 혁신을 못 하니 민영화해야 한다고요. 저는 반드시 이 말을 해야겠어요. 45년 동안 경제 분야에서 일해왔는데 정부가 철도를 정시에 운행하지 못하거나 우편 서비스를 제시간에 관리하지 못한 적은 없습니다. 텔레비전을 제시간에 송출할 수 없거나 상하수도 시스템을 관리할 수 없던 적이 없어요. 단지 자본가들이 시장에서 돈 벌 기회가 부족한 걸 깨닫고 정부 인프라를 수익성 좋은 다음 단계 목표로 설정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세계 도처에서 민영화된 교량, 상하수도, 전기 등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공공인프라가 민영화될 때, 인프라 자산은 뜯겨져 나갔습니다. 민영 교도소는 어떻게 하면 개선을 덜 할까 골몰합니다. 개인이 수도시설을 운영해도 그래요. 도로 시스템을 운영해도 그들은 보수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익 손실을 의미하니까요. 인프라는 반드시 지역 의회, 지역 시민사회,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공공재로 통제되고 공공의 뜻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안 = 당신이 강조하는 지역 공동체의 자치는 어떤 형식인가요. 이미 지방정부가 존재합니다.

리프킨 = 우리는 앞으로 더욱 우리의 일상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지역적이어야 합니다.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문제가 닥쳤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한 전염병과 홍수, 가뭄, 산불, 태풍 같은 기후재난이 올 때,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혼자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전체 공동체가 협력하는 더 수평적으로 분산된 새로운 통치가 요구됩니다. 저는 피어어셈블리(peer assembly·참여자가 동일한 자격을 갖는 동배(同輩)의회)를 꼽습니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그 지역에 있는 모든 사회 기관과 단체들이 정부와 손잡고 모이는 피어어셈블리가 표준화되어가고 있어요. 특히 유럽 그린뉴딜의 중심에 있습니다. 피어민주주의, 우리 모두의 의회입니다. 미국의 배심원 제도처럼 모든 성인이 일정 기간 잠깐씩 시간을 내어 봉사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정부가 관리하지만 정부의 확장이므로 전체 커뮤니티가 자신들의 미래에 관여할 수 있습니다.

안 = 한국도 기후변화에 대응할 방안으로 그린뉴딜이 지역에서부터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국가 정책으로는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상황은 어떻게 파악하고 있습니까.

제러미 리프킨은 코로나19 위기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면서 인류의 ‘탈화석연료 문명’과 ‘그린뉴딜’을 강하게 제안했다. 지난해 11월28일 중국 중부 산시성 허진의 한 석탄 가공공장에서 연기와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풍력발전기와 바이오매스 공장, 태양광 발전 등으로 100% 에너지 자립을 하는 독일 브란덴부르크주 트로이엔브리첸시에 있는 펠트하임 마을 전경. 지난달 24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 도중 연방의회 건물 앞에 기후위기에 항의하는 수천개의 플래카드가 놓여 있다(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AP연합뉴스·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제공

제러미 리프킨은 코로나19 위기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면서 인류의 ‘탈화석연료 문명’과 ‘그린뉴딜’을 강하게 제안했다. 지난해 11월28일 중국 중부 산시성 허진의 한 석탄 가공공장에서 연기와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풍력발전기와 바이오매스 공장, 태양광 발전 등으로 100% 에너지 자립을 하는 독일 브란덴부르크주 트로이엔브리첸시에 있는 펠트하임 마을 전경. 지난달 24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 도중 연방의회 건물 앞에 기후위기에 항의하는 수천개의 플래카드가 놓여 있다(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AP연합뉴스·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제공

■“한국도 연금기금 재투자 통한 그린뉴딜로 ‘탈화석연료’ 동참해야”

한국, 2차 산업혁명 성공했지만
전력의 68%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재생에너지 차지 비율은 7.6%뿐

리프킨 = 한국은 2차 산업혁명의 성공 사례로 떠올랐지만 바로 그 부분에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쓰는 전력의 68%는 화석연료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중 42%의 전력이 석탄과 천연가스로 돌아갑니다.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7.6%뿐입니다. 산업화 국가 중에서 매우 낮은 비율입니다. 게다가 한국은 98%의 화석연료를 수입합니다. 한국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두 개의 OECD 국가 중 하나입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예요. 에너지산업 싱크탱크인 카본트래커(Carbon Tracker Initiative)의 2019년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화석연료 자산은 좌초 상태입니다. 게다가 한국은 다섯 번째로 큰 원자력발전 국가입니다. 다행히 한국의 주요 선도 산업들은 제로탄소배출, 그린뉴딜, 3차 산업혁명으로 전환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전자제품, 가전제품, 전자통신제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것이죠. 여기에 한국은 최고의 이동성 물류를 갖고 있고, 세계적 수준의 건설회사들이 인프라 부문, 부동산 분야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당신들은 모든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이를 방해하는 것은 전력뿐입니다. 바로 한국전력공사입니다. 구시대적인 생각과 이를 고수하는 이들이 기후변화로 데려가고 있어요. 화석연료를 유지하려 하기에 한국이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팬데믹 전염병에 책임을 가지려는 전환을 훼방 놓고 있습니다. 이제 좋은 소식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첫째, 한국전력공사가 재생에너지를 발전시키기 위해 한국 전역에 고전압직류(HVDC) 에너지 인터넷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발표한 두 번째 나라입니다. 독일이 먼저 했는데, 태양광과 풍력으로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인터넷과 결합시켜 독일 전역에서 사용하도록 이끕니다. 둘째,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그린채권의 원천이 될 겁니다. 이 부분이 참으로 역설적인데요. 작년에 세계 녹색채권 투자의 60%가 한국에서 나왔어요. 그러니까 한국인들이 집 안팎에서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석탄화력발전소를 유지하는 데 반해 한국의 은행들은 세계 그린채권에 투자하는 가장 큰 단일 투자자라는 겁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교사들의 연금기금과 공무원 연금기금이 세계에서 가장 큰 투자자입니다. 그들은 석탄 투자를 금지했어요. 매우 반가운 소식이죠. 한국은 하이브리드전력 모델 도시계획이라고 해서 태양과 바람으로 생산한 전력을 수소연료를 통해 가정과 사무실에 공급하기로 발표했습니다. 수소경제로의 전환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현실 진행 속도는 매우 느려요.

안 = 문제는 재생에너지만으로 현재의 한국 내 전력 소비를 감당할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리프킨 = 스탠퍼드대와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모든 나라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연구했습니다. 한국은 내일 아침 한국 전역에서 사용할 에너지의 85%를 햇빛으로 충당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람으로 14%를 생산하고, 나머지 1%는 바이오매스로 메울 수 있어요. 게다가 바람과 태양은 공짜입니다. 2018년 10월 한국 대통령이 전환을 선언했어요. 새천년 재생에너지 역사를 선포하며 해상풍력단지, 태양광단지를 세워 재생에너지를 생산한다고 했고, 실제로 생산합니다. 목표를 설정했죠. 그러나 신속하게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저는 한국이 코로나19 위기에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대처했듯 새천년 재생에너지 역사를 빠르게 구비해가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안 = ILO는 이 위기 속에서 30% 넘는 노동자들이 실직할 것을 예상합니다. 당장 닥친 실업 위기 때문에라도 시장을 먼저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한국에 필요한 건 정치적 의지
그린은행 마련·그린공채 발행하면
그린뉴딜 인프라 구축 어렵지 않아

리프킨 = 글로벌 시장은 무너졌습니다. 우리가 알던 방식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2차 산업혁명은 끝났어요. 재작년에 태양광과 바람으로 생산하는 균등화 발전 원가가 천연가스보다 크게 떨어졌습니다. 미국 전역에 있는 천연가스 산업이 작년에 파산했어요. 지금 우리는 역사상 가장 큰 거품인 화석연료 좌초자산 위에 앉아 있습니다. 시티뱅크그룹이 계산하길 이 좌초자산이 적어도 40조달러라고 합니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60조달러라고도 하고요. 석유화학공장을 비롯하여 모든 복잡한 화석연료 관련 산업은 버려질 겁니다. 좌초자산으로 인해 한국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둘째, 모든 새로운 일자리는 3차 산업혁명 과정 속에 있습니다. 정보통신기술, 가전, 전력, 물류, 운송, 선진 제조업, 관광, 농업 모두가 포함됩니다. 모든 산업이 국가 인프라 구축에 관여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백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로봇은 분산된 국가전력망을 만드는 지하 케이블을 설치하지 못합니다. 로봇은 풍력 터빈과 태양광 패널을 조립하지 못합니다. 로봇과 인공지능(AI)은 기후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도록 건물을 개조하지 못합니다. 빌딩 인프라에 사물인터넷과 센서도 설치하지 못해요. 이 모든 것은 바로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질 변화입니다.

안 = 미래 산업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 등이 각축전을 벌이는데요. 차세대 산업 지형에 변동이 있을까요.

리프킨 = 두 거대 집단이 이를 이끌 것으로 생각합니다. 유럽연합은 스마트 유럽, 디지털 그린뉴딜이라고 부르는 국가계획을 했고, 중국은 차이나 인터넷 플러스라고 부르는 국가계획을 했습니다. 유럽은 그린뉴딜이라고 통칭하고 중국은 생태문명이라고 합니다. 둘은 거의 같은 계획이에요. 지금 유럽연합과 중국이 이 분야를 주도합니다. 둘은 함께하기 시작했어요. 비록 그들이 무역이나 다른 부분에서 갈등이 있을지라도 유럽이 중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중국은 유럽의 두 번째 큰 무역 파트너인데, 곧 첫 번째가 될 거예요. 곧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상하이에서 노트르담까지 거대한 땅덩어리를 공유합니다. 유라시아라고 하죠. 하나의 대륙입니다. 단기적인 문제와 상관없이 이들은 매우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유럽연합과 중국이라는 두 슈퍼 파워를 맞이했고, 중국과 유럽연합은 장기적으로 함께 움직입니다.

안 = 지금 우리는 금융자본주의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자본이 곧 열쇠입니다. 세계가 새로운 인프라로 바뀌는 데는 엄청난 돈이 드는데 재원을 어디서 가져올 수 있을까요.

리프킨 = 우리에게 돈은 충분합니다. 돈 있어요! 저는 한국이 이 말을 들었으면 좋겠는데요. 한국의 국민연금기금이 왜 석탄과 결별했을까요? 칼 마르크스도 연금기금에 대해서는 결코 이해 할 수 없을 거예요(웃음). 연금기금의 자본가들은 다름 아닌 전 세계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입니다. 우리 노동자들은 세계적으로 41조달러의 연금기금을 보유하고 있어요. 세계에서 가장 큰 자본 덩어리인 41조달러입니다. 바로 지금 일하고 있는 수억의 공무원들과 기업 노동자들의 돈입니다.

안 = 한국의 교직원 연금과 공무원 연금만으로도 모두 22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입니다.

‘좌초자산’ 화석연료 위의 우리는
기후 비상 대비한 새 로드맵 짜야

리프킨 = 모든 나라에서 추진할 그린뉴딜의 핵심은 연금기금입니다. 저는 이를 재투자하길 바랍니다. 한국이 한국 노동자들 기금의 투자처가 되어야 합니다. 당신네 은행들도 세계 그린채권에 투자하고 있어요. 한국 정부는 이 자금이 국내로 오도록 그린은행을 마련하고 그린공채를 발행하는 겁니다. 그러면 그린뉴딜 인프라를 만드는 데 막대한 정부 자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 화석연료에 있는 한국 노동자들의 자금이 휴지가 되기 전에 어서 나오세요. 노동자들은 새로운 인프라를 건설하는 현장에서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인프라에 투자된 자신들의 자금에서 나오는 수익을 자녀와 함께 누리도록 보장받아야 합니다. 이 자금은 그냥 돈이 아닙니다. 정치적인 의지입니다. 새로운 로드맵 작성을 거부하는 것은 정부입니다.

안 = 코로나19 위기는 오늘 우리의 문명이 갖는 취약점을 드러냈습니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당장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리프킨 = 세계의 청소년들이 시청을 찾아가고 정부를 찾아가 말했습니다. “기후비상이다. 우리는 멸종을 마주하고 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자 정부가 뭐라고 말했는지 아십니까? “우리도 여러분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글로벌 기후비상이에요. 우리가 멸종한다는 의견에도 동의합니다. 정부가 마주하는 주요 쟁점 중 하나이니까요.” 주요 쟁점 중 하나라는 말을 듣자마자 청소년과 청년들은 외칩니다. “멸종과 균형을 맞출 다른 쟁점들은 무엇인가? 무엇이 중요한데? 그 어떤 의제도 기후변화를 넘어 최우선을 차지할 수 없다.” 한국 청년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구세대 정치를 쓸어내야 합니다. 그들은 이 일을 하지 않을 거예요. 오래된 정당들은 동기부여를 받지도 못하고, 나태합니다. 우리는 젊은 세대로 정치를 다시 세워야 합니다. 시의회를 차지하세요. 교육위를 맡고 지역사업을 책임지는 겁니다. 우리에게는 이 일을 해낸 예가 있어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는 28세에 미국 하원의원이 됐습니다. 핀란드 총리 산나 마린도 34세 여성입니다. 우리에겐 이런 인물이 수백만명 필요합니다.

다음 석학은 마사 누스바움

한국의 청년들은 벌써 움직이고 있다. 국민 다수의 선택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오늘 이 위기가 어디에서 왔고, 당장 사회의 관성을 제어하지 않으면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다음 회는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과 코로나19 위기와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한다.


[7인의 석학에게 미래를 묻다]②제러미 리프킨 “코로나는 기후변화가 낳은 팬데믹…함께 해결 안 하면 같이 무너져”

▶제러미 리프킨은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1945년생)은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경영대학원 교수이다. 비영리 조직인 ‘경제동향연구재단(Economic Trends)’을 설립하여 새로운 기술에 의한 경제, 환경, 사회문화적 영향력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공공의 이익 수호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 문명이 맞닥뜨린 지구적 위기를 타개하고자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방정부 혹은 국가적인 산업구조 재편을 이끄는 작업이다. 리프킨은 지난 15년간 유럽연합의 자문으로 활동해왔으며 중국의 생태문명 자문과 사르코지 프랑스 전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 등의 공식 자문 역할을 했다. 영향력 있는 미래학자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러피언 드림> <노동의 종말> <한계비용 제로 사회> <글로벌 그린뉴딜> 등 저서가 있다.



[7인의 석학에게 미래를 묻다]②제러미 리프킨 “코로나는 기후변화가 낳은 팬데믹…함께 해결 안 하면 같이 무너져”

▶필자 안희경은

재미 저널리스트다. 2002년 미국으로 이주, 서구의 문명사적 성찰과 대안 모색 등을 소개하는 글을 쓰고 있다. 세계적 마음 전문가들의 인터뷰집 <사피엔스의 마음>, 리베카 솔닛 등 세계 여성 지성들과의 대화를 엮은 <어크로스 페미니즘>, 재러드 다이아몬드 등 세계 지성 11명과의 대담집 <문명 그 길을 묻다>, 놈 촘스키 등 세계 석학 7인과의 대담집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윌리엄 켄트리지 등을 인터뷰한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 등 저서와 다수의 번역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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