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도 없이 '6000억' 화장품 신화…나도 한 번?
머니투데이
- 2020.06.11 04:30
[MT리포트] "나도 1억이면 화장품 CEO" (上)
[편집자주] 아모레,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 뷰티 빅3가 대한민국 뷰티산업을 이끌던 시대는 끝났다. 누구나 자본금 1억원이면 자신만의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이 구축한 세계 최고의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방식) 생태계 덕분이다. 여기에 유통 디지털혁신과 인스타그램 세포마켓의 급성장이 맞물리면서 화장품 진입장벽은 완전히 붕괴됐다. ‘레드마켓’으로 꼽히는 뷰티시장에 신규진출이 잇따르는 이유다. 뷰티산업의 달라진 게임의 법칙을 분석해본다.
6000억에 팔린 그 화장품, 공장 안 짓고도 창업한 비결
자본금 단돈 1억원의 소자본으로 만드는 수 천 억원대 화장품 기업의 꿈, K-뷰티 '코리안 드림' 시장이 활짝 열렸다. 코로나19(COVID-19) 창궐이 초래한 디지털 유통 혁신과 굴지의 ODM 토종 기업이 성장하면서 K-뷰티 화장품 산업은 지금, 진입장벽이 붕괴되고 있다. ◇6000억 매각의 꿈…메이드 바이(Made by) '얼굴 없는 뷰티'=김소희 스타일난다 대표는 2009년 코스맥스와 계약을 맺고 화장품 브랜드 '3CE'를 론칭했다. 3CE는 국내를 넘어 중국, 동남아에서 대박을 내고 2018년 글로벌 1위 화장품 기업 로레알에 6000억원에 매각된다. 화장품 공장을 설립할 필요 없이 김소희 대표가 감각만으로 3CE를 론칭해 6000억원에 매각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메이드 바이 코스맥스'. 대규모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없어도 6000억원대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스타일난다의 성공은 보여줬다. 게다가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디지털 유통 혁신은 화장품 산업에 지각변동을 가져오고 있다. 온라인 유통채널이 성장하자 비용이 많이 드는 백화점이나 가두점에 입점할 필요가 없어졌다. 인플루언서들은 온라인 채널에서 쉽게 화장품을 팔고 중국 티몰을 통해 수출까지 온라인으로 해결하면서 '게임의 법칙'이 달라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비디비치, 연작 등 화장품 브랜드를 전개하던 신세계는 최근 스킨케어 브랜드 '오노마'를 선보였다. 현대백화점 그룹 한섬도 지분 인수를 통해 화장품 브랜드 출시에 나섰다. 유통 공룡의 등장에 기존 화장품 기업은 점유율 잠식에 대비한 수성 전략이 불가피해졌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화장품 산업은 진입장벽이 낮아지며 구조적 격변을 겪고 있는 중"이라며 "코로나19에도 불구, 양호한 수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화장품에 다양한 기업이 뛰어들면서 화장품이 대한민국의 중추적 산업이 될 가능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오정은 기자, 김은령 기자 "인플루언서는 다 폭리라구요?"…'아옳이' 김민영이 만드는 화장품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아옳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김민영씨(29)는 40만 구독자·팔로워를 지닌 '인플루언서'다. 김씨는 올해 2월 화장품 브랜드 '로아르(LOAR)'를 론칭했다. 요즘 인스타그램 세포마켓(온라인 1인 마켓)에서 흔하다는 화장품 브랜드 론칭이지만 소문만큼 실제로 브랜드를 내놓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김씨는 말한다. "유명해지니까 화장품 공동구매를 하자는 제안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공동구매를 하려고 받은 화장품을 써보면 100%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저를 믿고 팔로우(구독)해주는 분들은 다 제 팬인데 실망하시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직접 화장품을 만들고 브랜드를 론칭하기로 결심했죠. "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성장한 세포마켓에서 대부분의 인플루언서는 '공동구매' 형식으로 화장품을 판매한다. 공동구매는 구매 수량을 정확하게 예측해 주문 들어온 물량만 조달·판매하는 시스템으로 재고 부담을 안을 필요가 없어서다. 하지만 김씨는 공동구매 대신 스스로 화장품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비용과 재고가 부담스럽지만 직접 만들지 않고서는 제품을 신뢰할 수 없어서였다. 때문에 믿을 수 있는 사업 파트너를 찾는 것이 중요했다.
"보통 클렌징 제품은 저렴한 제품으로 아무거나 고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제대로 된 클렌징 제품을 쓰면 트러블도 개선되고 피부가 많이 좋아지는 걸 직접 경험해서, 다른 제품보다 클렌징 화장품을 먼저 만들게 됐어요. " 김씨는 코스메카코리아와 협업해 제품에 특허받은 보습 성분과 꿀, 로얄젤리, 병풀 추출물을 직접 골라 첨가했다. 약산성에 최대한 순한 '무자극' 제품으로 제작했고 제품 용기는 뚜껑 하나까지 본인이 선택했다. 깐깐한 고객처럼 스스로 묻고 따지며 출시한 첫 신제품이다. 40만 팔로워를 보유한 김씨지만 최대 고민은 '홍보·마케팅'이다. 본인의 인스타그램, 유튜브 외의 채널에서 제품을 어떻게 홍보하고 판매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는 것. 마케팅에 많은 비용을 쓰기보다는 제품력이 고객들에게 검증되길 기다리는 중이다.
아직 브랜드 초기 단계라 쉽지 않다는 김씨는 "예전에는 인플루언서가 판다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물건을 사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며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겸손한 화장품을 꾸준히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오정은 기자 '얼굴없는 뷰티' 맞수, 코스맥스 vs 한국콜마 불꽃 튀는 경쟁 대웅제약 선후배 사이인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과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은 각각 1990년, 1992년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를 창업하며 화장품 ODM(제조자 개발 생산) 시장에 뛰어들었다. 브랜드가 아닌 ODM으로 '얼굴 없는 뷰티' 업계서 총성 없는 전쟁을 하며 고속 성장한 두 기업은 2020년 2세 경영의 포문을 열며 화장품 진입장벽 붕괴 시대에 걸맞는 뷰티 플랫폼 경쟁에 돌입했다. ◇한국콜마의 플래닛147 "브랜딩에서 수출까지 온라인으로 지원 사격"=지난해 12월 한국콜마는 윤동한 회장의 장남 윤상현 총괄사장을 부회장에 선임하며 2세 경영의 포문을 열었다. 윤 총괄사장은 2009년 한국콜마에 합류,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 인수 등 공격적 투자를 지휘하며 지난해 8월 신축된 내곡동 종합기술원을 중심으로 콜마의 역량을 집중시켰다.
플래닛147을 준비하면서 한국콜마는 테스트베드로 뷰티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한 화장품을 미리 선보였다. 뷰티 크리에이터인 라뮤끄와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 '에크멀'의 논-섹션 립스틱 10종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인플루언서 블랑두부와 협업한 동키밀크 콜라겐 크림은 론칭 이틀 만에 1만3000개가 팔려나갔다. 또 헤이브릴랑에서 출시된 인텐시브 딥 모이스처 크림은 CJ오쇼핑에서 방송 30분 만에 매진됐다. 이들은 모두 플래닛147로 상담을 거쳐 출시된 화장품이다. 현재 플래닛147은 서울 내곡동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을 방문해야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곳에서 화장품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화장품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30분 만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콜마는 플래닛147을 내년 초까지 모든 고객이 온라인을 통해 접속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 형태로 전환할 계획이다. 전 세계 어디에서든 플래닛147에 접속만 하면 누구나 자신만의 화장품을 기획하고 제품 주문, 브랜드 기획에 대한 컨설팅까지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일찍부터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앞장섰던 코스맥스는 지난해 홈페이지를 개편, 상담 창구를 단일화했다. 인플루언서 같은 개인 사업자들은 5000개 또는 1만개 가량인 첫 주문수량을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점을 고려해 업계 최초로 최소 주문 수량을 철폐하고 상담 창구를 활짝 열어젖힌 것이다.
남중현 코스맥스 온라인마케팅팀 실장은 "올해는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 되고 다양화 되면서 댓글·후기를 보고 화장품을 사는 언택트(비대면) 구매가 많이 늘었다"며 "코스맥스는 좋은 아이디어와 역량을 갖춘 신규 고객사들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정은 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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