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아마존화, 아마존 제국의 철학
- 기자명최재홍 강릉원주대학교 과학기술대학 교수
- 승인 2017.10.10 10:54

[테크M=최재홍 강릉원주대학교 과학기술대학 교수]
아마조니피케이션 의미와 그 변화
‘아마조니피케이션(Amazonification)’이란 용어는 지난 2013년 필자가 만든 조어다. 당시 ‘온라인에서 아마존닷컴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로 사용했다.
세상이 모두 아마존화 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이 말은 절반만 맞는 것 같다. 아마존이 온라인에서뿐 아니라 오프라인, 더 크게 우주까지를 포함해 모두 아마존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영향력 확대는 온·오프라인의 책방과 상점, 유통과 로봇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아마존고와 같은 무인 슈퍼에서 유기농 매장인 홀푸드마켓,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미디어인 워싱턴포스트까지 다양하다. 심지어는 블루오리진을 통해 우주여행으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스마트폰 혁명을 이어받아 스마트폰을 대체할 미래의 먹거리 소재를 가장 풍부하게 가진 기업이 아마존이 아닐까 한다.
향후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심장에 해당하는 음성인식 인공지능 에코와 인공지능의 기본이 되는 데이터의 보물창고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갖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1994년 ‘카다브라’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아마존닷컴은 인터넷으로 책을 파는 기업이었다. 첫해 고작 1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던 회사는 지금 1360억 달러의 매출(2016년 기준)을 일으키는 거대한 기업이 됐다. 또 단순히 온라인으로 책만 파는 기업이 아니라,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판다(I sell whatever I want)”는 제프 베조스의 말처럼, 원하면 무엇이든 A부터 Z까지 파는 1위 기업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4명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은 이제 34만 명이 넘는 공룡기업으로 성장했고 CEO인 제프 베조스를 자금에 허덕이는 창업자에서 세계 제 1의 갑부 위치에 올려 놓았다.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 하리라”라는 욥기의 구절을 연상시킨다. 중요한 것은 아마존닷컴의 끝이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
미국의 일부 CEO들은 아마존의 독주에 대해 심각하게 염려스러울 만큼 성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007년만 해도 아무도 사용하지 않던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때문에 HP, 델, 시스코, MS, 에릭슨, IBM, 오라클 등 세계적인 IT기업들이 생존 위협을 느낄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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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성공의 열쇠가 된 기업 철학 중 첫번째는 ‘최대한 빨리 키워라’다. 쇼핑몰이 그러했고, 클라우드 서비스가 그러했다.
성공의 키는 아마존의 기업철학
아마존이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위해서 기술적 장벽으로 내세운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탁월한 결제방법인 ‘원클릭’과 전자책 서비스 ‘킨들’, 아마존의 미래로 불리는 ‘AWS(아마존웹서비스)’, 홈 인공지능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를 점하고 있는 음성인식 알렉사가 탑재된 ‘에코’ 등이 있다. 또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 될 무인점포 ‘아마존 고’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오늘날 아마존이 세상에 우뚝 설 수 있게 해 준 기반이 되었음에 틀림없다.
기술이나 전략의 탁월함, 시장 선점 등 다양한 면에서 아마존은 우월한 면을 보여줬다. 그러나 기술이나 전략, 시장 선점의 결과로 오늘날의 아마존이 이렇게 성장한 것은 아니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앞에 열거한 요인들은 건강한 육체를 구성하는 세포와 뼈대, 피와 같은 역할을 할 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육체를 지탱하는 정신, 즉 아마존이라는 기업의 철학이다.
어떤 기업이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지만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려면 무엇인가 다른 요소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마존 성공의 열쇠가 된 기업 철학 중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아마존의 비즈니스의 첫 번째 원칙인 ‘Get Big Fast(최대한 빨리 키워라)’라고 할 수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트래픽을 올리는 것을 우선하는 것이다. 쇼핑몰이 그러했고, 클라우드 서비스가 그러했다.
또 다른 것으로는 어떠한 일을 할 때라도 ‘위대한 팀(Great Team)’을 강조하는 제프 베조스 식의 팀별 조직 운영 방식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유명한 ‘피자 2판의 원칙’이다.
회의를 할 때 피자 두 판으로 모두 충분히 먹을 수 없는 숫자라면 문제가 있다는 것. 큰 조직은 비효율적이라는 그의 의견에 동감한다.
아마존은 ‘후발자의 성공방정식’도 갖고 있다. 전자책, 킨들 파이어, 아마존 앱스토어, 에코 등은 모두 출발은 늦었지만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예이다. 물론 인터넷으로 책을 파는 첫 모델부터 이미 다른 기업들이 하던 비즈니스의 형태를 업그레이드하거나 방법을 달리해 성공한 것이다.
이외에 정말로 탁월하기도 하며 아마존의 제 1철학이라고 생각되는 ‘장기적 관점(A long term view)’은 누구에게나 강조하고 싶은 지침이다. 아마존은 창업이래 2000년까지 해마다 2배의 매출을 만들어냈다. 2000년 이후에는 두 해마다 2배의 매출을 만들었다.
그러나 매출 순이익은 다른 경쟁 기업들이 20~30%의 순이익을 만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바닥을 기고 있다. 그것도 창업이래 23년간 변함이 없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 같은 성과는 개인적으로 조절하지 않고는 나타나지 않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싸게 팔고 남으면 투자하는 것이다.
실제로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이 이익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회사라는 것을 강조한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회사가 있다. 더 많은 값을 받으려고 하는 회사와 더 적은 비용을 청구하려는 회사다. 우리는 두 번째가 될 것이다 (There are two kinds of companies, those that work to try to charge more and those that work to charge less. We will be the second).”
닷컴 버블이 꺼지자 아마존의 주가는 90% 이상 폭락했다. 그에 대응해 아마존은 과감한 구조 조정과 투자 철수, 경비 절감을 단행했다.
이와 함께 ‘숨은 제국(The Hidden Empire)’이라고 불리며 조용히 몸집을 키워나갔다.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떵떵거리며 세상을 호령할 때도 조용히 지내며 경쟁을 선언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된 것이다.
젊은 날에 100만달러의 연봉을 박차고 고뇌 끝에 창업을 한 제프 베조스도 아마존 성공의 중요한 요소다. 그는 “위대한 팀’을 만들고, 모든 비즈니스에서 ‘먼저 몸집을 키웠고(Get Big Fast)’ 어떤 경우에도 빠르게 ‘바로 지금 필요한 일을 하라(Do It, Right Now)’고 주장했다.
그의 생각과 행동은 ‘후회 최소의 법칙’이라는 그의 사업철학에 따라 이뤄진다. 그는 “80살이 되어 회상할 때, 혹시 실패했더라도 결코 후회하지 않으리란 걸 알 수 있다“며 오히려 행동하지 않았을 때만이 후회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가장 어려울 때 제일 먼저 결정하고, 가장 잘 나갈 때 조심하며, “주주가 오해를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생각하라”는 원칙을 지켰기에 이익이 가장 낮지만 주가는 제일 높은 회사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제프 베조스는 미국에서도 창업자가 계속 CEO를 하며 절대적인 신뢰를 받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다. 외형상으로도 나이가 들면 통상 근육이 빠지고 지방이 늘어나기 마련이지만 제프 베조스는 아직도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과시하는 비즈니스 계의 ‘마스터 키’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4호(2017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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