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트렌드] 50대들도 이해할 수 있는 5G가 여는 세상
“부장님, 저 대신 홀로그램이 회의 갑니다!”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빅데이터·AI와 결합한 5G 통신망, 교통·환경·의료·치안 등 일상을 바꿔
유튜브를 넘어설 플랫폼과 콘텐트로 진화할까
수요일이었던 2019년 4월 3일 밤 11시. 을지로 SK T타워에 ‘피겨여왕’ 김연아와 아이돌 그룹 엑소 멤버 백현, 카이 등이 모였다. 같은 시간, 대구 동성로 KT 직영점은 독도와 울릉도에서 네트워크 구축을 담당하는 남편을 둔 주부 이지은씨를 불렀다. 그때 LG유플러스 종로직영점에서는 뷰티 유튜버 김민영씨가 호출됐다.
동시다발적인 ‘한밤의 소동’이 열린 광경들을 잇는 공통점은 5G였다. 한국의 통신 3사는 ‘세계 최초의 5G 개통’이라는 타이틀을 놓치지 않으려고 첩보작전처럼 이벤트를 기획했다. 실제로 불과 58분 차이로 미국 버라이즌을 앞섰다.
그러나 마라톤에 비유하면 한국은 스타트가 빨랐을 뿐이다. 실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월 12일(현지시간) “5G 경주는 반드시 미국이 이겨야만 한다. 다른 나라가 미국을 앞지르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연설했다.
도대체 4G LTE에 비해 5G는 무엇이, 얼마나 다른 것일까? 왜 저렇게 미국·중국·일본·한국 등, 전 세계 정보통신 강국들은 눈에 핏발을 세우는 것일까? 무엇보다 5G는 어떻게 우리의 미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일까?
5G 초기 단계인 4월 현재, ‘잘 터지지 않는다’, ‘요금이 비싸다’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아직 기지국 설치가 부족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시기가 문제일 뿐, 5G가 보편화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월간중앙은 고성능 컴퓨팅을 연구하는 강영민 부산 동명정보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게임공학과 교수, SK텔레콤 기업 PR팀의 설명과 뉴스위크 일본판 ‘5G의 세계, 5G시대는 이렇게 된다’를 참조해 ‘왜 우리가 5G를 알아야 하는지’에 관해 풀어봤다.
“버퍼링이 뭐예요?”
5G는 통신망이다. 점과 점을 연결해 주는 선(線)에 해당한다. 여기서 점들은 사람일 수도, 기계일 수도 있다. 선으로써 5G의 특성은 ▷초고속 ▷초연결성 ▷초저지연으로 집약된다. 이 3가지만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으면 5G를 이해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굉장히 빠르게’,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여러 사람과 기계들에게’, ‘끊기지 않고 동시에’ 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1G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음성통화가 가능한 휴대전화를 일컬었다. 숄더폰, 자동차전화가 해당된다. 2G부터 디지털 방식이 시작됐다. 문자를 보낼 수 있는 휴대전화다. 3G는 디지털 방식에서, 세계 표준으로 통일이 됐다. 그 효과로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고, 사진을 찍고 전송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3.9G, 즉 LTE의 시대가 열렸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어 더 진화된 4G(LTE-Advanced)에서 동영상 화질은 업그레이드됐다.
1979년 1세대 이동통신이 등장한 이래 10년 간격으로 기술의 진화가 이뤄지는 셈이다. 5G는 4G에 비해 데이터의 전송속도가 100배 빠르다. 아울러 보낼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은 1000배가 많다. 예를 들어 종전에는 2시간짜리 영화를 다운로드 받는 데 5분 정도 걸렸는데, 5G에서는 3초면 끝난다.
속도와 용량보다 더욱 주목해야 할, 5G 기술의 핵심 중의 핵심은 ‘초저지연(超低遲延)’에 있다. 풀어쓰면, 끊김이 거의 없어졌다는 뜻이다. 이것이 왜 그토록 굉장한 현상인지를 알기 위해선 미리 알아둬야 할 용어가 하나 있다. 클라우드(cloud)다. 구름을 의미한다.
가령 과거에 우리는 사진을 찍으면, 자신이 소유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컴퓨터라도 저장할 공간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넘치게 되면, 부득이하게 사진을 지우거나 외장 하드디스크를 새로 구입했다. 이메일도 마찬가지였다. 과거에 이메일은 편지상자와 같은 개념이었다. 편지가 너무 많이 오면 감당이 안 되니까 폐기해야 했다.
그러나 클라우드가 생기고 난 뒤 이런 고민은 사라졌다. 클라우드는 구름 위의 하늘이 한없이 펼쳐져 있듯이, 수용 공간이 무한대인 창고라고 생각하면 된다. 클라우드의 등장 이후 정보는 소유의 개념에서 공유 혹은 연결의 개념으로 변모했다.
근본적 문제는 클라우드에 방대한 정보가 저장돼 있어도, 지상의 인간과 기계가 끌어다 쓰는 데에는 그동안 한계가 명백한 점이었다. 난관은 큰 틀에서 두 가지로 압축됐다. 첫째, 클라우드의 데이터를 편집하는 능력의 결여였다. 둘째, 클라우드와 지상을 연결하는 선이 약했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 과제는 빅데이터·딥러닝·AI 등의 기술로 해결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데이터를 운송하는 ‘파이프라인’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숙제는 ‘초저지연’을 탑재한 5G의 출현으로 풀 수가 있게 됐다.
5G에서 통신 타임래그는 1000분의 1초에 불과하다. 클라우드에서 정보를 받는 데 거의 동타임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버퍼링이 사라진 것이다. 강영민 교수는 “지금 젊은 세대가 삐삐를 모르듯, 미래 세대는 ‘버퍼링이 뭐예요?’라고 물을 것”이라고 평했다. 또 1000분의 1초 만에 100만 대의 기기가 동시 접속할 수 있다.
“미래의 자동차는 달리는 스마트폰”
5G의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은 왜 저토록 으르렁거릴까.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그만큼 돈이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만큼 5G는 산업적 측면이 강하다. 인공지능·가상현실·자율주행·스마트홈 등,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5G는 인간보다 기계를 위한 통신에 가깝다. 우리가 활용하고 있는 각종 기기들이 5G와 결합하면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진화한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은 일상의 생활을 변화 시킬 것이다. 더 나아가 공동체의 가치관까지 뒤흔들 것이다.
[중앙일보]는 4월 8일자에 ‘중국의 미래차는 자동차 아닌 IT 빅3가 주도한다’고 썼다. 여기서의 빅3는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를 지칭한다. 한국의 통신기업 SK도 “차체만 빼고 SK 기술이 다 들어갈 수 있는 것이 모빌리티 사업”이라고 말한다. 이를 테면 SK이노베이션에서 전기차 배터리, SK하이닉스에서 데이터 처리용 반도체, SK텔레콤에서 T맵 등 콘텐트, SK네트웍스에서 차량 렌트나 공유 등에 관여할 수 있다. 자동차 안에 들어가는 기술과 콘텐트를 놓고, SK와 현대자동차가 보완 관계가 아니라 경쟁 관계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모든 전제는 5G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금까지 자동차는 완성차 업체의 전유물이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러나 SK는 미래 자동차를 달리는 스마트폰이라고 본다. 달리는 것은 부차적이고, 통신망의 연결을 통해 차 안에서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다.”
5G의 특장인 초저지연이 자율주행차의 안정성을 극한으로 올리는 것이다. 궁극적으론 자율주행의 최고 단계인 운전자가 잠을 자도 되는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다. 운전 중 도로 교통 상황, 날씨, 사고 유무 등에 관한 정보가 매 순간 모아져서 클라우드에 저장될 것이다. 그다음에 AI가 여기서 유의미한 패턴을 찾아낸 뒤, 최적화된 정보를 각각의 자율주행차들로 보낼 것이다.
이러면 출퇴근 경로가 최소화될 것이다. 교통체증으로 인한 에너지 낭비,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줄어들 것이다. 뉴스위크 일본판은 전 세계인 8명 중 1명은 대기오염이 원인인 질병으로 사망한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인의 92%는 위험한 대기오염 환경에서 생활한다는 것이다.
설령 회사 가는 시간이 길어도 별 상관이 없는 것이 차 안에서 책을 읽거나 잠을 자는 등 다른 일을 해도 된다. 나아가 출퇴근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세상이 올 수 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는 것이다. 가령 ‘회의가 있으니 모여’라고 해도 직접 나가는 대신에 영상 통화에서 진화한 홀로그램이 나를 대신해 회사 회의실에 앉아있을 수도 있다. 내가 집에서 어떤 말과 행동을 취하면, 회사에서 홀로그램이 똑같이 반응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의 가치 개념도 달라질 것이다. 교통이 편리한 서울 도심 역세권의 아파트가 대장 노릇을 할 필연성이 사라지게 된다. 자연히 과도한 서울 편중 현상도 완화 내지 해소될 수 있다. 강영민 교수는 “지금처럼 굳이 서울에 가지 않아도 된다면 인재의 서울 집중이 약화될 것”이라며 “이는 장기적으로 지역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방의 위기가 5G에 의해서 완화 내지는 새 활로를 찾을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5G가 1억 명 이상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의료 분야도 5G가 인도하는 신대륙과 직면할 것이다. 서울에 있는 의사가 부산에 있는 환자를 집도하는 원격의료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 역시 5G의 초저지연 덕분에 가능해진다. 부산에서 실제 수술을 집도하는 것은 AI 로봇이다. 그리고 이 로봇이 직면한 상황과 똑같은 영상이 서울의 의사 앞에 펼쳐진다. 서울에 있는 의사의 손놀림과 똑같이, 시차를 두지 않고, 부산의 로봇이 움직이는 것이다. 그만큼 수술 성공률은 높아진다.
물론 원격의료는 규제의 문제가 남아있긴 하다. 그러나 기술적으로는 가능한 영역이다. 뉴스위크 일본판(3월 26일자)에 따르면 ‘현재 전문 의사가 없어서 수술을 받지 못하는 케이스는 전 세계에 1억4300만 건에 달한다’고 한다. 5G가 구할 수 있는 생명의 숫자는 상상 이상일 수 있다.
수술 이전 진단 단계에서는 AI, 빅데이터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의사조차 잡아낼 수 없는 인과관계를 집어내는 것이다. 가령 A라는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면 자기도 모르게 목을 긁는다고 하자. 그런데 이 사람이 폐가 안 좋다고 치자. 그러면 AI는 둘 사이의 연관성을 추적한다. 아침에 목을 긁는 사람들 중 폐가 안 좋은 다른 케이스들을 찾아보는 것이다. 만약 그런 사람들이 꽤 많이 발견된다면 하나의 패턴이 성립되는 셈이다.
5G와 AI, 빅데이터가 결합한 예방 기능은 건강뿐 아니라 기상예보나 재해 방지까지 폭을 넓혀갈 수 있다.
도로공사가 알려주는 라디오 교통상황처럼 기상청 일기예보도 어쩔 수 없는 한계가 명백하다. 그 시점에선 예측이 타당할지 몰라도 이후 어떻게 변할지 감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데이터 해석의 문제일 수 있겠고, 데이터 자체가 충분치 않아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5G 시대에는 전 세계의 기상위성과 레이더, 센서의 정보가 클라우드에 취합될 수 있다. 또 여기서 유의미한 패턴을 포착할 수 있는 AI 기술이 있다. 가령 바람 방향과 구름의 모양만으로 쓰나미나 지진의 전조일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재해 방지에서도 5G 시대에는 로봇·드론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재난 현장에 자율주행 드론을 띄워서 실시간으로 그곳에 사람과 동물이 얼마나, 어디에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탄광 같은 밀폐된 공간이라면 열 감지를 통해 알아낼 수 있다. 인명을 구조할 때에도 사람 대신 로봇이 동원될 수 있다. SK텔레콤은 현재 소방관들에게 바디캠을 제공하고 있다. 소방복에 부착된 카메라다. 소방관들이 처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일종의 ‘블랙박스’ 기능이다.
더없이 안전하나 사생활이 노출되는 세상
뉴스위크 일본판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 3억5000만 개의 감시카메라가 존재한다. 이 영상을 인간은 모을 수도,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5G 시대에는 가능해진다. 5G는 AI나 빅데이터 등 기술과 결합할 때 시너지를 발산한다.
이를 테면 미래에는 얼굴 인식을 통해 집이나 회사에 출입이 가능할 수 있다. 만약 AI에 생소한 얼굴이 내 집 앞에 나타나면 센서가 반응한다. 그 정보는 동시에 인근 경찰서나 치안센터에 전달될 수 있다. 정확하게 사람의 안면을 기계가 인지하려면 그만큼 데이터가 많이 생성·축적돼야 하고, 운반돼야 한다. 5G가 그 기능의 극대화를 돕는 것이다.
5G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현실 세상으로 만들 수 있다. 필립 K. 딕의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범죄를 일으킬 사람을 미리 예측해 체포하는 세상을 묘사한다. 그 덕분에 세상의 범죄율은 0%로 떨어진다.
그런데 유토피아 같은 미래 세상에는 치명적 함정이 있었다. 범죄를 예측하는 시스템이 조작된다면 무고한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빅데이터와 AI가 장착된 세상에서 각종 범죄자의 범행 전, 패턴을 포착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가령 ‘강간 범죄자들은 사건을 벌이기 전에 이런 행동들을 하더라’ 같은 교집합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행동을 한다고 100% 강간 범죄를 저지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AI와 빅데이터는 잠재적 범죄자로 구획 짓는다.
더욱 근원적인 공포는 결국 AI와 빅데이터를 컨트롤하는 주체는 정부, 기업 등 특정세력이라는 대목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용어가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은 ‘데이터를 일정한 규칙에 따라 재배열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는 재배열의 규칙을 만들고 운영하는 쪽이 미래 세상의 정보를 장악할 수 있다는 뜻을 내재하고 있다. 실제 중국 정부는 개인정보에 관해 내밀한 곳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세상은 5G가 불러올 디스토피아적 측면이다.
‘개인정보의 공개를 어디까지 허용하느냐’는 5G 통신기술의 효율성과 윤리 사이를 오가는 철학적 화두이기도 하다. 빅데이터는 그 용어의 뉘앙스에서 묻어나듯 개인정보를 많이 입력할수록 실생활에 도움 될 가치 있는 정보가 추출될 수 있다. 그렇다고 개인의 신상을 전부 다 AI에 넘겨주는 것은 불안하다. 어떻게 악용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과 미국의 IT 기술이 발전하는 것은 개인정보 공개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정책이 자리한다. 반면 한국은 비교적 개인정보보호법이 강력한 편에 속한다. ‘감시사회’를 경계하는 관점이다. 그러나 통신업계 일각에선 이래선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AI와 빅데이터 기술이 있어봤자 거기 들어갈 자료(개인 정보)의 제약이 심하면, 무력화될 뿐이라는 논리다.
어쨌든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5G 세상에서 개인 프라이버시는 갈수록 지키기 어려운 가치가 될 것이 자명하다. 이에 대해 강영민 교수는 “개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되는 사회에서는 ‘나를 어떻게 숨길까’가 차별화된 상품이 될 수 있다”며 “미래의 고급 서비스는 연결형 서비스가 아니라 오히려 서비스를 끊는 것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를 들면 일체의 연결을 차단하는 호텔이 최고급으로 취급되는 것이다.
기술은 사회의 가치관을 어떻게 바꿀까?A
최근 통신 3사의 5G 관련 광고를 보면 공통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소재는 각각이지만 큰 안경(헤드셋)을 뒤집어쓰고 판타지 같은 장면들을 현실처럼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전문용어로 VR과 AR이라고 칭한다. VR(Virtual Reality)은 가상현실을 의미한다. 사람이 가상 세계를 실제처럼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그리고 AR(Augmented Reality)은 증강현실이다. 현실 세계를 바탕으로 하되, 거기에 가상의 정보를 더해서 보여주는 기술이다.
5G는 엔터테인먼트, 스포츠를 소비하는 방식을 바꿀 것이다. VR, AR, 게임, 초고화질 미디어, 새 커뮤니케이션 툴이 5G에서 향유 가능한 콘텐트로 꼽힌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이 분야에서부터 진보가 시작될 개연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규제의 벽이 낮기 때문이다.
강영민 교수는 “스트리밍 기술로 이미 넷플릭스처럼 비디오(동영상 시청)는 가능하다. 5G에서는 영상을 보는 차원이 아니라 영상과 내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환경이 구축된다는 뜻이다. 그것도 여러 사람이 동시에”라고 말했다. 일례로 5G 시대에는 굳이 체코 프라하까지 가지 않더라도, 헤드셋만 끼면 그곳의 거리와 사람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필라테스를 배운다고 하면 헤드셋을 착용하는 순간, 바로 옆에서 요가 강사가 가르치는 실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세상이 오면 책과 신문 같은 활자매체는 어떻게 될까? 미술품처럼 소수의 고상한 취미로 변형될지도 모른다. 아니면 읽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 될 수 있다. 자동 통·번역 시스템이 완성돼 더 이상 외국어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이미 근접해가고 있다.
5G의 본질은 이 통신망을 어떻게 4차산업 인프라로 활용할 것이냐다. 그 과정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어디까지 지킬지는 사회적 합의의 영역이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사이 어딘가에서 5G 세상이 여는 최종적인 변화는 사회 구성원의 가치관일 것이다. 꼰대문화는 시간을 두고 멸종될 것이 필연이다. 영화 [킹스맨]처럼 홀로그램이 대신 출근하는 세상에서 퇴근 후 회식, 휴일 등산, 상사의 부당지시 같은 행위는 원천 봉쇄된다. 더 깊이 들어가면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의 형태와 내용 자체가 변모할 것이다. 4G 세상에서 유튜브가 나타났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유튜브, 페이스북은 상상도 못한 영역이었다. 그래도 사회의 대세가 됐다. 5G에서 어떤 플랫폼과 콘텐트가 등장할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5G 세상에서 인구의 도시 집중, 부동산, 육아의 관점도 바뀔 것이다. 그 세상은 편리하고 안전할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 바둑계를 평정한 알파고의 무서움은 굳이 인간이 가르치지 않아도 무한대로 팽창하는 학습 능력에 있었다. 인간은 갈수록 진화할 AI의 편의성 앞에 눈멀지 않고, 존엄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
유튜브를 넘어설 플랫폼과 콘텐트로 진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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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다발적인 ‘한밤의 소동’이 열린 광경들을 잇는 공통점은 5G였다. 한국의 통신 3사는 ‘세계 최초의 5G 개통’이라는 타이틀을 놓치지 않으려고 첩보작전처럼 이벤트를 기획했다. 실제로 불과 58분 차이로 미국 버라이즌을 앞섰다.
그러나 마라톤에 비유하면 한국은 스타트가 빨랐을 뿐이다. 실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월 12일(현지시간) “5G 경주는 반드시 미국이 이겨야만 한다. 다른 나라가 미국을 앞지르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연설했다.
도대체 4G LTE에 비해 5G는 무엇이, 얼마나 다른 것일까? 왜 저렇게 미국·중국·일본·한국 등, 전 세계 정보통신 강국들은 눈에 핏발을 세우는 것일까? 무엇보다 5G는 어떻게 우리의 미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일까?
5G 초기 단계인 4월 현재, ‘잘 터지지 않는다’, ‘요금이 비싸다’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아직 기지국 설치가 부족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시기가 문제일 뿐, 5G가 보편화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월간중앙은 고성능 컴퓨팅을 연구하는 강영민 부산 동명정보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게임공학과 교수, SK텔레콤 기업 PR팀의 설명과 뉴스위크 일본판 ‘5G의 세계, 5G시대는 이렇게 된다’를 참조해 ‘왜 우리가 5G를 알아야 하는지’에 관해 풀어봤다.
“버퍼링이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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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G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음성통화가 가능한 휴대전화를 일컬었다. 숄더폰, 자동차전화가 해당된다. 2G부터 디지털 방식이 시작됐다. 문자를 보낼 수 있는 휴대전화다. 3G는 디지털 방식에서, 세계 표준으로 통일이 됐다. 그 효과로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고, 사진을 찍고 전송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3.9G, 즉 LTE의 시대가 열렸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어 더 진화된 4G(LTE-Advanced)에서 동영상 화질은 업그레이드됐다.
1979년 1세대 이동통신이 등장한 이래 10년 간격으로 기술의 진화가 이뤄지는 셈이다. 5G는 4G에 비해 데이터의 전송속도가 100배 빠르다. 아울러 보낼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은 1000배가 많다. 예를 들어 종전에는 2시간짜리 영화를 다운로드 받는 데 5분 정도 걸렸는데, 5G에서는 3초면 끝난다.
속도와 용량보다 더욱 주목해야 할, 5G 기술의 핵심 중의 핵심은 ‘초저지연(超低遲延)’에 있다. 풀어쓰면, 끊김이 거의 없어졌다는 뜻이다. 이것이 왜 그토록 굉장한 현상인지를 알기 위해선 미리 알아둬야 할 용어가 하나 있다. 클라우드(cloud)다. 구름을 의미한다.
가령 과거에 우리는 사진을 찍으면, 자신이 소유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컴퓨터라도 저장할 공간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넘치게 되면, 부득이하게 사진을 지우거나 외장 하드디스크를 새로 구입했다. 이메일도 마찬가지였다. 과거에 이메일은 편지상자와 같은 개념이었다. 편지가 너무 많이 오면 감당이 안 되니까 폐기해야 했다.
그러나 클라우드가 생기고 난 뒤 이런 고민은 사라졌다. 클라우드는 구름 위의 하늘이 한없이 펼쳐져 있듯이, 수용 공간이 무한대인 창고라고 생각하면 된다. 클라우드의 등장 이후 정보는 소유의 개념에서 공유 혹은 연결의 개념으로 변모했다.
근본적 문제는 클라우드에 방대한 정보가 저장돼 있어도, 지상의 인간과 기계가 끌어다 쓰는 데에는 그동안 한계가 명백한 점이었다. 난관은 큰 틀에서 두 가지로 압축됐다. 첫째, 클라우드의 데이터를 편집하는 능력의 결여였다. 둘째, 클라우드와 지상을 연결하는 선이 약했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 과제는 빅데이터·딥러닝·AI 등의 기술로 해결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데이터를 운송하는 ‘파이프라인’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숙제는 ‘초저지연’을 탑재한 5G의 출현으로 풀 수가 있게 됐다.
5G에서 통신 타임래그는 1000분의 1초에 불과하다. 클라우드에서 정보를 받는 데 거의 동타임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버퍼링이 사라진 것이다. 강영민 교수는 “지금 젊은 세대가 삐삐를 모르듯, 미래 세대는 ‘버퍼링이 뭐예요?’라고 물을 것”이라고 평했다. 또 1000분의 1초 만에 100만 대의 기기가 동시 접속할 수 있다.
“미래의 자동차는 달리는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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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는 인간보다 기계를 위한 통신에 가깝다. 우리가 활용하고 있는 각종 기기들이 5G와 결합하면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진화한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은 일상의 생활을 변화 시킬 것이다. 더 나아가 공동체의 가치관까지 뒤흔들 것이다.
[중앙일보]는 4월 8일자에 ‘중국의 미래차는 자동차 아닌 IT 빅3가 주도한다’고 썼다. 여기서의 빅3는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를 지칭한다. 한국의 통신기업 SK도 “차체만 빼고 SK 기술이 다 들어갈 수 있는 것이 모빌리티 사업”이라고 말한다. 이를 테면 SK이노베이션에서 전기차 배터리, SK하이닉스에서 데이터 처리용 반도체, SK텔레콤에서 T맵 등 콘텐트, SK네트웍스에서 차량 렌트나 공유 등에 관여할 수 있다. 자동차 안에 들어가는 기술과 콘텐트를 놓고, SK와 현대자동차가 보완 관계가 아니라 경쟁 관계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모든 전제는 5G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금까지 자동차는 완성차 업체의 전유물이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러나 SK는 미래 자동차를 달리는 스마트폰이라고 본다. 달리는 것은 부차적이고, 통신망의 연결을 통해 차 안에서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다.”
5G의 특장인 초저지연이 자율주행차의 안정성을 극한으로 올리는 것이다. 궁극적으론 자율주행의 최고 단계인 운전자가 잠을 자도 되는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다. 운전 중 도로 교통 상황, 날씨, 사고 유무 등에 관한 정보가 매 순간 모아져서 클라우드에 저장될 것이다. 그다음에 AI가 여기서 유의미한 패턴을 찾아낸 뒤, 최적화된 정보를 각각의 자율주행차들로 보낼 것이다.
이러면 출퇴근 경로가 최소화될 것이다. 교통체증으로 인한 에너지 낭비,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줄어들 것이다. 뉴스위크 일본판은 전 세계인 8명 중 1명은 대기오염이 원인인 질병으로 사망한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인의 92%는 위험한 대기오염 환경에서 생활한다는 것이다.
설령 회사 가는 시간이 길어도 별 상관이 없는 것이 차 안에서 책을 읽거나 잠을 자는 등 다른 일을 해도 된다. 나아가 출퇴근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세상이 올 수 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는 것이다. 가령 ‘회의가 있으니 모여’라고 해도 직접 나가는 대신에 영상 통화에서 진화한 홀로그램이 나를 대신해 회사 회의실에 앉아있을 수도 있다. 내가 집에서 어떤 말과 행동을 취하면, 회사에서 홀로그램이 똑같이 반응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의 가치 개념도 달라질 것이다. 교통이 편리한 서울 도심 역세권의 아파트가 대장 노릇을 할 필연성이 사라지게 된다. 자연히 과도한 서울 편중 현상도 완화 내지 해소될 수 있다. 강영민 교수는 “지금처럼 굳이 서울에 가지 않아도 된다면 인재의 서울 집중이 약화될 것”이라며 “이는 장기적으로 지역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방의 위기가 5G에 의해서 완화 내지는 새 활로를 찾을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5G가 1억 명 이상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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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원격의료는 규제의 문제가 남아있긴 하다. 그러나 기술적으로는 가능한 영역이다. 뉴스위크 일본판(3월 26일자)에 따르면 ‘현재 전문 의사가 없어서 수술을 받지 못하는 케이스는 전 세계에 1억4300만 건에 달한다’고 한다. 5G가 구할 수 있는 생명의 숫자는 상상 이상일 수 있다.
수술 이전 진단 단계에서는 AI, 빅데이터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의사조차 잡아낼 수 없는 인과관계를 집어내는 것이다. 가령 A라는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면 자기도 모르게 목을 긁는다고 하자. 그런데 이 사람이 폐가 안 좋다고 치자. 그러면 AI는 둘 사이의 연관성을 추적한다. 아침에 목을 긁는 사람들 중 폐가 안 좋은 다른 케이스들을 찾아보는 것이다. 만약 그런 사람들이 꽤 많이 발견된다면 하나의 패턴이 성립되는 셈이다.
5G와 AI, 빅데이터가 결합한 예방 기능은 건강뿐 아니라 기상예보나 재해 방지까지 폭을 넓혀갈 수 있다.
도로공사가 알려주는 라디오 교통상황처럼 기상청 일기예보도 어쩔 수 없는 한계가 명백하다. 그 시점에선 예측이 타당할지 몰라도 이후 어떻게 변할지 감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데이터 해석의 문제일 수 있겠고, 데이터 자체가 충분치 않아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5G 시대에는 전 세계의 기상위성과 레이더, 센서의 정보가 클라우드에 취합될 수 있다. 또 여기서 유의미한 패턴을 포착할 수 있는 AI 기술이 있다. 가령 바람 방향과 구름의 모양만으로 쓰나미나 지진의 전조일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재해 방지에서도 5G 시대에는 로봇·드론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재난 현장에 자율주행 드론을 띄워서 실시간으로 그곳에 사람과 동물이 얼마나, 어디에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탄광 같은 밀폐된 공간이라면 열 감지를 통해 알아낼 수 있다. 인명을 구조할 때에도 사람 대신 로봇이 동원될 수 있다. SK텔레콤은 현재 소방관들에게 바디캠을 제공하고 있다. 소방복에 부착된 카메라다. 소방관들이 처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일종의 ‘블랙박스’ 기능이다.
더없이 안전하나 사생활이 노출되는 세상
뉴스위크 일본판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 3억5000만 개의 감시카메라가 존재한다. 이 영상을 인간은 모을 수도,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5G 시대에는 가능해진다. 5G는 AI나 빅데이터 등 기술과 결합할 때 시너지를 발산한다.
이를 테면 미래에는 얼굴 인식을 통해 집이나 회사에 출입이 가능할 수 있다. 만약 AI에 생소한 얼굴이 내 집 앞에 나타나면 센서가 반응한다. 그 정보는 동시에 인근 경찰서나 치안센터에 전달될 수 있다. 정확하게 사람의 안면을 기계가 인지하려면 그만큼 데이터가 많이 생성·축적돼야 하고, 운반돼야 한다. 5G가 그 기능의 극대화를 돕는 것이다.
5G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현실 세상으로 만들 수 있다. 필립 K. 딕의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범죄를 일으킬 사람을 미리 예측해 체포하는 세상을 묘사한다. 그 덕분에 세상의 범죄율은 0%로 떨어진다.
그런데 유토피아 같은 미래 세상에는 치명적 함정이 있었다. 범죄를 예측하는 시스템이 조작된다면 무고한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빅데이터와 AI가 장착된 세상에서 각종 범죄자의 범행 전, 패턴을 포착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가령 ‘강간 범죄자들은 사건을 벌이기 전에 이런 행동들을 하더라’ 같은 교집합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행동을 한다고 100% 강간 범죄를 저지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AI와 빅데이터는 잠재적 범죄자로 구획 짓는다.
더욱 근원적인 공포는 결국 AI와 빅데이터를 컨트롤하는 주체는 정부, 기업 등 특정세력이라는 대목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용어가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은 ‘데이터를 일정한 규칙에 따라 재배열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는 재배열의 규칙을 만들고 운영하는 쪽이 미래 세상의 정보를 장악할 수 있다는 뜻을 내재하고 있다. 실제 중국 정부는 개인정보에 관해 내밀한 곳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세상은 5G가 불러올 디스토피아적 측면이다.
‘개인정보의 공개를 어디까지 허용하느냐’는 5G 통신기술의 효율성과 윤리 사이를 오가는 철학적 화두이기도 하다. 빅데이터는 그 용어의 뉘앙스에서 묻어나듯 개인정보를 많이 입력할수록 실생활에 도움 될 가치 있는 정보가 추출될 수 있다. 그렇다고 개인의 신상을 전부 다 AI에 넘겨주는 것은 불안하다. 어떻게 악용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과 미국의 IT 기술이 발전하는 것은 개인정보 공개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정책이 자리한다. 반면 한국은 비교적 개인정보보호법이 강력한 편에 속한다. ‘감시사회’를 경계하는 관점이다. 그러나 통신업계 일각에선 이래선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AI와 빅데이터 기술이 있어봤자 거기 들어갈 자료(개인 정보)의 제약이 심하면, 무력화될 뿐이라는 논리다.
어쨌든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5G 세상에서 개인 프라이버시는 갈수록 지키기 어려운 가치가 될 것이 자명하다. 이에 대해 강영민 교수는 “개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되는 사회에서는 ‘나를 어떻게 숨길까’가 차별화된 상품이 될 수 있다”며 “미래의 고급 서비스는 연결형 서비스가 아니라 오히려 서비스를 끊는 것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를 들면 일체의 연결을 차단하는 호텔이 최고급으로 취급되는 것이다.
기술은 사회의 가치관을 어떻게 바꿀까?A
최근 통신 3사의 5G 관련 광고를 보면 공통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소재는 각각이지만 큰 안경(헤드셋)을 뒤집어쓰고 판타지 같은 장면들을 현실처럼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전문용어로 VR과 AR이라고 칭한다. VR(Virtual Reality)은 가상현실을 의미한다. 사람이 가상 세계를 실제처럼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그리고 AR(Augmented Reality)은 증강현실이다. 현실 세계를 바탕으로 하되, 거기에 가상의 정보를 더해서 보여주는 기술이다.
5G는 엔터테인먼트, 스포츠를 소비하는 방식을 바꿀 것이다. VR, AR, 게임, 초고화질 미디어, 새 커뮤니케이션 툴이 5G에서 향유 가능한 콘텐트로 꼽힌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이 분야에서부터 진보가 시작될 개연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규제의 벽이 낮기 때문이다.
강영민 교수는 “스트리밍 기술로 이미 넷플릭스처럼 비디오(동영상 시청)는 가능하다. 5G에서는 영상을 보는 차원이 아니라 영상과 내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환경이 구축된다는 뜻이다. 그것도 여러 사람이 동시에”라고 말했다. 일례로 5G 시대에는 굳이 체코 프라하까지 가지 않더라도, 헤드셋만 끼면 그곳의 거리와 사람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필라테스를 배운다고 하면 헤드셋을 착용하는 순간, 바로 옆에서 요가 강사가 가르치는 실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세상이 오면 책과 신문 같은 활자매체는 어떻게 될까? 미술품처럼 소수의 고상한 취미로 변형될지도 모른다. 아니면 읽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 될 수 있다. 자동 통·번역 시스템이 완성돼 더 이상 외국어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이미 근접해가고 있다.
5G의 본질은 이 통신망을 어떻게 4차산업 인프라로 활용할 것이냐다. 그 과정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어디까지 지킬지는 사회적 합의의 영역이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사이 어딘가에서 5G 세상이 여는 최종적인 변화는 사회 구성원의 가치관일 것이다. 꼰대문화는 시간을 두고 멸종될 것이 필연이다. 영화 [킹스맨]처럼 홀로그램이 대신 출근하는 세상에서 퇴근 후 회식, 휴일 등산, 상사의 부당지시 같은 행위는 원천 봉쇄된다. 더 깊이 들어가면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의 형태와 내용 자체가 변모할 것이다. 4G 세상에서 유튜브가 나타났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유튜브, 페이스북은 상상도 못한 영역이었다. 그래도 사회의 대세가 됐다. 5G에서 어떤 플랫폼과 콘텐트가 등장할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5G 세상에서 인구의 도시 집중, 부동산, 육아의 관점도 바뀔 것이다. 그 세상은 편리하고 안전할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 바둑계를 평정한 알파고의 무서움은 굳이 인간이 가르치지 않아도 무한대로 팽창하는 학습 능력에 있었다. 인간은 갈수록 진화할 AI의 편의성 앞에 눈멀지 않고, 존엄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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