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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우려 속 유튜브·넷플릭스 급성장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 한국 시장 지배적 위치에 다가서며 토종 플랫폼 압박
- “위기이자 기회, 국내 미디어 생태계에 자극제 돼야”
- 경쟁 전략은 콘텐트의 질 높여 소비자 선택 받는 것
'콘텐트 홍수’ 시대다. 하지만 특정 플랫폼에만 해당하는 얘기다. 바로 유튜브(YouTube)와 넷플릭스(Netflix)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대표적 OTT(Over The Top)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다. 유튜브는 광고 기반 중심의 무료 OTT 서비스인 반면, 넷플릭스는 월정액 기반의 가입형 유료 서비스이다.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대량의 이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유연한 전략이 가능한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유튜브는 동영상이라는 운동장을 만들어 놓고 이용자들이 콘텐트를 생산, 소비, 전파하도록 하는 등 맘껏 뛰놀게 하고 있다. 덕분에 이용자들의 운동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방대한 콘텐트를 확보해 이용자들의 선택권을 넓히는 한편 독자 콘텐트로 이용자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두 플랫폼 공룡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내 미디어 콘텐트 산업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들이 한국 시장에서 메기로 클 것인지 미꾸라지로 작아질 것인지, 국내 업계는 초긴장 상태로 지켜보고 있다.
21세기 TV는 손 안의 유튜브
시장조사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2018년 8월 기준 유튜브 애플리케이션(앱)의 국내 월간 순이용자(MAU)는 3093만 명에 달했다. 같은 달 국내 이용자의 유튜브 앱 이용 시간은 총 333억 분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나 증가했다.
이용 연령층도 다양해졌다. 10대(112억 분)와 20대(65억 분)가 여전히 많이 본 가운데 50대(64억 분)의 이용 시간이 급증하면서 30대(50억 분)와 40대(42억 분)를 추월하는 뜻밖의 현상이 나타났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텍스트를 보기 불편했던 중·장년층에게 유튜브는 편리한 플랫폼이라는 뜻이다.
유튜브는 점점 시장 지배적 위치에 오르는 모습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2018년 4월 발표한 ‘온라인 동영상 제공 서비스(OTT) 이용 행태 분석’ 보고서에서 따르면 유튜브는 OTT 서비스별 이용률에서 33.7%를 차지하며 페이스북(10.7%)과 네이버TV(6.6%)를 압도적으로 제쳤다.
국내 업계 한 관계자는 “시청 행위가 공급자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이동했다. 기준과 규범을 떠나 이용자가 보고 싶은 콘텐트가 그들에게는 좋은 콘텐트이라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유튜브가 인기를 끄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 여기에 있다. 유튜브의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선호를 파악해 영상을 지속적으로 추천한다. 이용자는 자신의 취향을 알아주는 유튜브를 외면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모바일 광고업체 인크로스에 따르면 2018년 7월 기준으로 주요 모바일 앱 체류시간을 조사한 결과, 유튜브가 월 1019분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카카오톡(804분)과 네이버(700분), 페이스북(462분)이었다. 2년 전보다 유튜브 체류시간(504분)은 갑절로 증가했다. 반면 페이스북(686분)은 200분가량 감소했고, 카카오톡(809분)과 네이버(703분)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유튜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유튜브는 누구나 필터링 절차 없이 올리는 형식이라 편향된, 잘못된 정보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서도 “일반 사람들은 주류 미디어는 얼마나 편향되지 않고 좋은 정보를 제공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기존 매체가 외면받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임 센터장은 “미국은 이미 기민하게 유튜브 플랫폼에 올라탔다”며 “7~8년 전부터 ABC, NBC와 같은 방송사는 유튜브로 동시 방송을 하고 있고 방송 말미에는 꼭 구독(Subscription) 버튼을 눌러서 가입해 달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있다. 유튜브의 영향력을 인정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반면 우리 미디어는 이제야 유튜브 전략을 수립하고 있지만 이미 유튜브로 관심이 쏠린 상황이다. 1인 유튜버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엔 기존 미디어는 시장 지배적 위치에서 많은 콘텐트 제공자 가운데 하나(One of them)로 내려올 것”이라고 봤다.
유튜브는 현재의 자리에서 안주할 생각이 없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와 오리지널 콘텐트 제작에 뛰어든 것은 물론 2019년부터는 프리미엄 회원(월 11.99달러)만 볼 수 있던 오리지널 콘텐트를 일반 이용자에게도 무료 공개하겠다는 계획이다. 동영상 플랫폼 유지·확장을 위해 선제적인 결정으로 내린 것이다. 독자적인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한 유튜브의 아성에 도전할 새 플랫폼은 탄생할 수 있을까.
“본방사수는 이제 없다”
OTT 서비스의 최강자 넷플릭스의 기세도 맹렬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3분기 기준 넷플릭스의 글로벌 가입자 규모는 1억3710만 명이다. 이 가운데 해외 가입자 수는 7864만 명을 기록하며 전체 가입자의 57.4%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내 가입자 수는 5846만 명이다. 와이즈앱 통계에 따르면 2018년 9월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는 90만 명 수준이다. 전년 동월 대비 세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넷플릭스의 한국 공습은 2018년 들어 가속화됐다. 2018년 초까지만 해도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한국 TV쇼 작품 수는 60여 편에 불과했으나 2018년 7월에는 한국 TV쇼(드라마·예능·애니·다큐) 140편, 한국 영화 400여 편으로 증가했다.
단순히 콘텐트 확보에만 열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2018년 최고 화제작인 [미스터 션샤인]에 300억원 이상 투자했으며, 유재석이 출연한 예능 ‘범인은 바로 너!’, YG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제작한 ‘YG전자’ 등 한국 예능 콘텐트를 자체 제작해 세계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국내까지 미치면서 콘텐트 제작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황유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 콘텐트 구매 및 제작을 확대함에 따라 창작자, 제작자, 콘텐트 제공사업자 등에게는 글로벌 유통망 확보, 협상력 증대, 제작환경 개선이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넷플릭스의 유통망 독점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 또한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국내에도 푹(pooq)TV, 왓챠(Watcha), 티빙, 카카오페이지, 옥수수 등 한국형 OTT 사업자가 있다. 문제는 넷플릭스처럼 독자 콘텐트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국내 유료방송 시청 비용이 저렴하다는 게 넷플릭스의 확장 속도를 억제하고 있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월간 가입자당 평균매출액(ARPU)은 1만원대 초반으로 영국(40달러), 미국(80~100달러)보다 훨씬 적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그 근거 중 하나는 번역이었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 연구위원은 “해외 콘텐트 사업자가 우리나라 시장에 진출하는 데 한계점 중 하나가 언어 문제였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번역 수준과 번역된 콘텐트의 양은 해외 어떤 사업자보다 월등하다. 최근 번역 기술의 발전을 보면 언어적 한계로 인한 접근의 시차가 사라질 날이 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경우 국내 콘텐트 산업은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넷플릭스에 종속·의존하는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개인적 판단으로 세계에서 넷플릭스에 대항할 OTT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한국판 넷플릭스’ 출범 논의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사, 제작사마다 이해관계가 엇갈려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넷플릭스 대신 디즈니(Disney), 훌루(Hulu) 등 다른 해외 OTT 사업자와 손을 잡아 넷플릭스를 견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고 밝혔다. 디즈니는 2017년 8월 넷플릭스에 대해 콘텐트 공급을 중단하고 2019년 자체 OTT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황유선 부연구위원은 현 콘텐트 시장 상황에 대해 “기회이자 위협”이라며 “사업자는 창작자를 우대하고, 소비자 효용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고, 정부는 조세 형평성 확보 등 국내 사업자에게 역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 개선과 국제 협력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글로벌 OTT 사업자와의 경쟁이 국내 미디어 생태계에 건강한 자극제가 될 수 있도록 사업자 및 정부의 대응 노력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플랫폼 편승? 자구책 마련? 결국은 콘텐트 질(質)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블랙홀처럼 콘텐트를 빨아들이면서 기존 미디어의 대응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김위근 선임연구위원은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모든 언론사, 콘텐트 제작사는 페이스북 전략에 집중했다. 2018년부터는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고 있는 유튜브로 쏠리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보유한 콘텐트를 방송클립으로 재생산해 유튜브 생태계 속에 참여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국내 방송사들도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2018년 11월 지상파 3사(KBS, MBC, SBS)가 미주지역에 설립한 코리아 콘텐트 플랫폼(KCP)는 북미 최대 케이블TV 업체 컴캐스트(COMCAST)와 손을 잡았다. 해외 플랫폼을 통한 수익 구조의 다변화 시도로 보인다. KCP는 컴캐스트를 통해 미국 일반 가정에 지상파 3사의 드라마, 예능, K팝 프로그램을 VOD로 제공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자체 플랫폼을 만들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018년 초 2~4분 길이의 동영상을 한데 모아 제공하는 동영상 플랫폼 ‘BBC Ideas’를 출시했다. BBC 시청자들이 온라인에서 콘텐트를 찾아다니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지만 원하는 콘텐트를 얻지 못한 채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현황에서 착안했다. 동시에 콘텐트 선택지가 확대되면서 하나의 영상에 집중하는 시간이 급격히 짧아진 디지털 환경도 고려했다. 주요 타깃층은 22~44세로 철학, 윤리학, 심리학, 문화인류학 등 사색적인 내용을 주로 담는다. 양질의 사실적인 정보를 원하는 틈새를 겨냥한 실험이다.
출범 초기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반응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300개에 가까운 동영상의 평균 시청완료율은 65%로, 일부 동영상에서는 80%에 달하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2018년 8월 업로드된 5분42초 분량의 동영상인 ‘성 변경 딜레마에 대한 7가지 간단한 해법’은 단시간에 12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70%의 평균 시청완료율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유튜브 인기 동영상의 트래픽에 버금가는 킬러 콘텐트가 없다는 점에서 BBC의 시도는 실험으로 끝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플랫폼 대전에서 밀려난 인쇄 매체도 자구책 마련에 골몰이다. 그중 하나가 증강현실(AR)을 접목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려는 시도다. 독일 일간지 [디 벨트(Die Welt)]는 독자가 스마트폰으로 종이신문을 스캔하면 AR로 구현된 부가 콘텐트를 제공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가령, 지면에 게재된 그래프를 스캔하면 3D 도형으로 표현돼 독자의 직관적인 이해를 돕거나 사진을 스캔할 경우 관련 동영상을 등장시키는 형태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지면광고에도 적용할 수 있고 AR 기술이 적용된 어린이 독자 전용 페이지 등을 통한 구독자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독서 부족과 스마트폰 중독을 걱정하는 부모들에게 AR을 접목시킨 인쇄 매체가 흥미를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그림책, 만화책 등에도 AR 기술 적용 시도가 이어지며 위기를 타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결국은 콘텐트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택환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특임교수는 “미국과 중국처럼 시장 지배적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다양한 기술의 융·복합 역량을 따라가기 힘들다”며 “방법은 하나다. 우리의 콘텐트 제작 능력을 최대한 고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넷플릭스가 CJ에 투자해 [미스터 션샤인]을 제작했듯이 우리 콘텐트에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막대한 해외 자금을 유치해 콘텐트 제작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저변을 확대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태계를 만들 수 없다면 생태계 속의 포식자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김위근 선임연구위원은 더 냉정한 판단을 내린다. “미디어, 플랫폼 등의 구분은 어쩌면 관련 종사자에게 중요하다. 사람들은 그저 편안하게 콘텐트를 이용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미디어, 플랫폼, 서비스, 디바이스 등 구분은 그들에게 무의미하다. 이들의 구분이나 이들을 통해 이용한다는 개념이 사라지고 콘텐트만이 소비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유일한 잣대가 되고 있다. 최근 유튜브의 인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슷한 맥락에서 김택환 교수는 독일 미디어의 건재를 예로 들었다. 그는 “독일의 미디어 산업은 연평균 6~7%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독일의 신문과 방송은 양질의 지역 밀착형 콘텐트를 제공해 사람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며 “질 높은 콘텐트를 만들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노키아, 에릭슨처럼 몰락의 수순을 밟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지적했다.
- “위기이자 기회, 국내 미디어 생태계에 자극제 돼야”
- 경쟁 전략은 콘텐트의 질 높여 소비자 선택 받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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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와 넷플릭스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대량의 이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유연한 전략이 가능한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유튜브는 동영상이라는 운동장을 만들어 놓고 이용자들이 콘텐트를 생산, 소비, 전파하도록 하는 등 맘껏 뛰놀게 하고 있다. 덕분에 이용자들의 운동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방대한 콘텐트를 확보해 이용자들의 선택권을 넓히는 한편 독자 콘텐트로 이용자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두 플랫폼 공룡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내 미디어 콘텐트 산업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들이 한국 시장에서 메기로 클 것인지 미꾸라지로 작아질 것인지, 국내 업계는 초긴장 상태로 지켜보고 있다.
21세기 TV는 손 안의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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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연령층도 다양해졌다. 10대(112억 분)와 20대(65억 분)가 여전히 많이 본 가운데 50대(64억 분)의 이용 시간이 급증하면서 30대(50억 분)와 40대(42억 분)를 추월하는 뜻밖의 현상이 나타났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텍스트를 보기 불편했던 중·장년층에게 유튜브는 편리한 플랫폼이라는 뜻이다.
유튜브는 점점 시장 지배적 위치에 오르는 모습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2018년 4월 발표한 ‘온라인 동영상 제공 서비스(OTT) 이용 행태 분석’ 보고서에서 따르면 유튜브는 OTT 서비스별 이용률에서 33.7%를 차지하며 페이스북(10.7%)과 네이버TV(6.6%)를 압도적으로 제쳤다.
국내 업계 한 관계자는 “시청 행위가 공급자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이동했다. 기준과 규범을 떠나 이용자가 보고 싶은 콘텐트가 그들에게는 좋은 콘텐트이라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유튜브가 인기를 끄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 여기에 있다. 유튜브의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선호를 파악해 영상을 지속적으로 추천한다. 이용자는 자신의 취향을 알아주는 유튜브를 외면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모바일 광고업체 인크로스에 따르면 2018년 7월 기준으로 주요 모바일 앱 체류시간을 조사한 결과, 유튜브가 월 1019분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카카오톡(804분)과 네이버(700분), 페이스북(462분)이었다. 2년 전보다 유튜브 체류시간(504분)은 갑절로 증가했다. 반면 페이스북(686분)은 200분가량 감소했고, 카카오톡(809분)과 네이버(703분)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유튜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유튜브는 누구나 필터링 절차 없이 올리는 형식이라 편향된, 잘못된 정보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서도 “일반 사람들은 주류 미디어는 얼마나 편향되지 않고 좋은 정보를 제공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기존 매체가 외면받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임 센터장은 “미국은 이미 기민하게 유튜브 플랫폼에 올라탔다”며 “7~8년 전부터 ABC, NBC와 같은 방송사는 유튜브로 동시 방송을 하고 있고 방송 말미에는 꼭 구독(Subscription) 버튼을 눌러서 가입해 달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있다. 유튜브의 영향력을 인정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반면 우리 미디어는 이제야 유튜브 전략을 수립하고 있지만 이미 유튜브로 관심이 쏠린 상황이다. 1인 유튜버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엔 기존 미디어는 시장 지배적 위치에서 많은 콘텐트 제공자 가운데 하나(One of them)로 내려올 것”이라고 봤다.
유튜브는 현재의 자리에서 안주할 생각이 없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와 오리지널 콘텐트 제작에 뛰어든 것은 물론 2019년부터는 프리미엄 회원(월 11.99달러)만 볼 수 있던 오리지널 콘텐트를 일반 이용자에게도 무료 공개하겠다는 계획이다. 동영상 플랫폼 유지·확장을 위해 선제적인 결정으로 내린 것이다. 독자적인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한 유튜브의 아성에 도전할 새 플랫폼은 탄생할 수 있을까.
“본방사수는 이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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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한국 공습은 2018년 들어 가속화됐다. 2018년 초까지만 해도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한국 TV쇼 작품 수는 60여 편에 불과했으나 2018년 7월에는 한국 TV쇼(드라마·예능·애니·다큐) 140편, 한국 영화 400여 편으로 증가했다.
단순히 콘텐트 확보에만 열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2018년 최고 화제작인 [미스터 션샤인]에 300억원 이상 투자했으며, 유재석이 출연한 예능 ‘범인은 바로 너!’, YG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제작한 ‘YG전자’ 등 한국 예능 콘텐트를 자체 제작해 세계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국내까지 미치면서 콘텐트 제작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황유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 콘텐트 구매 및 제작을 확대함에 따라 창작자, 제작자, 콘텐트 제공사업자 등에게는 글로벌 유통망 확보, 협상력 증대, 제작환경 개선이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넷플릭스의 유통망 독점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 또한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국내에도 푹(pooq)TV, 왓챠(Watcha), 티빙, 카카오페이지, 옥수수 등 한국형 OTT 사업자가 있다. 문제는 넷플릭스처럼 독자 콘텐트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국내 유료방송 시청 비용이 저렴하다는 게 넷플릭스의 확장 속도를 억제하고 있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월간 가입자당 평균매출액(ARPU)은 1만원대 초반으로 영국(40달러), 미국(80~100달러)보다 훨씬 적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그 근거 중 하나는 번역이었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 연구위원은 “해외 콘텐트 사업자가 우리나라 시장에 진출하는 데 한계점 중 하나가 언어 문제였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번역 수준과 번역된 콘텐트의 양은 해외 어떤 사업자보다 월등하다. 최근 번역 기술의 발전을 보면 언어적 한계로 인한 접근의 시차가 사라질 날이 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경우 국내 콘텐트 산업은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넷플릭스에 종속·의존하는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개인적 판단으로 세계에서 넷플릭스에 대항할 OTT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한국판 넷플릭스’ 출범 논의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사, 제작사마다 이해관계가 엇갈려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넷플릭스 대신 디즈니(Disney), 훌루(Hulu) 등 다른 해외 OTT 사업자와 손을 잡아 넷플릭스를 견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고 밝혔다. 디즈니는 2017년 8월 넷플릭스에 대해 콘텐트 공급을 중단하고 2019년 자체 OTT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황유선 부연구위원은 현 콘텐트 시장 상황에 대해 “기회이자 위협”이라며 “사업자는 창작자를 우대하고, 소비자 효용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고, 정부는 조세 형평성 확보 등 국내 사업자에게 역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 개선과 국제 협력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글로벌 OTT 사업자와의 경쟁이 국내 미디어 생태계에 건강한 자극제가 될 수 있도록 사업자 및 정부의 대응 노력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플랫폼 편승? 자구책 마련? 결국은 콘텐트 질(質)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블랙홀처럼 콘텐트를 빨아들이면서 기존 미디어의 대응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김위근 선임연구위원은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모든 언론사, 콘텐트 제작사는 페이스북 전략에 집중했다. 2018년부터는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고 있는 유튜브로 쏠리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보유한 콘텐트를 방송클립으로 재생산해 유튜브 생태계 속에 참여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국내 방송사들도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2018년 11월 지상파 3사(KBS, MBC, SBS)가 미주지역에 설립한 코리아 콘텐트 플랫폼(KCP)는 북미 최대 케이블TV 업체 컴캐스트(COMCAST)와 손을 잡았다. 해외 플랫폼을 통한 수익 구조의 다변화 시도로 보인다. KCP는 컴캐스트를 통해 미국 일반 가정에 지상파 3사의 드라마, 예능, K팝 프로그램을 VOD로 제공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자체 플랫폼을 만들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018년 초 2~4분 길이의 동영상을 한데 모아 제공하는 동영상 플랫폼 ‘BBC Ideas’를 출시했다. BBC 시청자들이 온라인에서 콘텐트를 찾아다니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지만 원하는 콘텐트를 얻지 못한 채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현황에서 착안했다. 동시에 콘텐트 선택지가 확대되면서 하나의 영상에 집중하는 시간이 급격히 짧아진 디지털 환경도 고려했다. 주요 타깃층은 22~44세로 철학, 윤리학, 심리학, 문화인류학 등 사색적인 내용을 주로 담는다. 양질의 사실적인 정보를 원하는 틈새를 겨냥한 실험이다.
출범 초기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반응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300개에 가까운 동영상의 평균 시청완료율은 65%로, 일부 동영상에서는 80%에 달하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2018년 8월 업로드된 5분42초 분량의 동영상인 ‘성 변경 딜레마에 대한 7가지 간단한 해법’은 단시간에 12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70%의 평균 시청완료율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유튜브 인기 동영상의 트래픽에 버금가는 킬러 콘텐트가 없다는 점에서 BBC의 시도는 실험으로 끝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플랫폼 대전에서 밀려난 인쇄 매체도 자구책 마련에 골몰이다. 그중 하나가 증강현실(AR)을 접목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려는 시도다. 독일 일간지 [디 벨트(Die Welt)]는 독자가 스마트폰으로 종이신문을 스캔하면 AR로 구현된 부가 콘텐트를 제공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가령, 지면에 게재된 그래프를 스캔하면 3D 도형으로 표현돼 독자의 직관적인 이해를 돕거나 사진을 스캔할 경우 관련 동영상을 등장시키는 형태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지면광고에도 적용할 수 있고 AR 기술이 적용된 어린이 독자 전용 페이지 등을 통한 구독자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독서 부족과 스마트폰 중독을 걱정하는 부모들에게 AR을 접목시킨 인쇄 매체가 흥미를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그림책, 만화책 등에도 AR 기술 적용 시도가 이어지며 위기를 타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결국은 콘텐트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택환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특임교수는 “미국과 중국처럼 시장 지배적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다양한 기술의 융·복합 역량을 따라가기 힘들다”며 “방법은 하나다. 우리의 콘텐트 제작 능력을 최대한 고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넷플릭스가 CJ에 투자해 [미스터 션샤인]을 제작했듯이 우리 콘텐트에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막대한 해외 자금을 유치해 콘텐트 제작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저변을 확대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태계를 만들 수 없다면 생태계 속의 포식자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김위근 선임연구위원은 더 냉정한 판단을 내린다. “미디어, 플랫폼 등의 구분은 어쩌면 관련 종사자에게 중요하다. 사람들은 그저 편안하게 콘텐트를 이용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미디어, 플랫폼, 서비스, 디바이스 등 구분은 그들에게 무의미하다. 이들의 구분이나 이들을 통해 이용한다는 개념이 사라지고 콘텐트만이 소비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유일한 잣대가 되고 있다. 최근 유튜브의 인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슷한 맥락에서 김택환 교수는 독일 미디어의 건재를 예로 들었다. 그는 “독일의 미디어 산업은 연평균 6~7%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독일의 신문과 방송은 양질의 지역 밀착형 콘텐트를 제공해 사람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며 “질 높은 콘텐트를 만들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노키아, 에릭슨처럼 몰락의 수순을 밟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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