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 계곡서 태극기 꺼내들던 장면, 가슴이 뭉클해졌다

김봉건 입력 2019.08.1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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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항일 정신에 딴지 거는 이들이 봐야 할 영화 <봉오동 전투>

[오마이뉴스 김봉건 기자]

 
 영화 <봉오동 전투> 포스터
ⓒ (주)쇼박스
 1919년 3.1운동 이후 일본을 향한 우리 민족의 투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었다. 만주와 연해주 등지에서도 독립군이 속속 조직되는 등 항일 무장 투쟁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독립군의 공격이 끊임없이 이어지자 일본군은 이듬해 이들의 토벌 작전에 돌입한다. 신식무기로 중무장한 일본의 정규군 '월강추격대'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모든 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던 독립군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묘략을 짜낸다. 그들이 가장 잘 아는 봉오동 지형을 활용키로 한 것이다. 독립군을 진두지휘해온 황해철(유해진 분), 마병구(조우진 분), 이장하(류준열 분) 등 세 사람은 조직원들과 협업을 통해 일본군을 봉오동 골짜기로 유인하기로 결정한다.

엄청난 숫자와 첨단무기를 자랑하는 일본 정예군에 맞선 독립군, 이들의 규모는 비록 보잘 것 없는 데다 모든 면에서 힘에 부쳤다. 그러나 험준한 능선과 계곡을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유인작전을 펼치는 등 봉오동 지형을 적극 활용한 독립군의 게릴라 전술 덕분에 일본군은 곳곳에서 어려움에 놓이게 된다.

일본군에 맞서 싸우는 독립군의 모습, 저절로 숙연해졌다
 
 영화 <봉오동 전투> 스틸 컷
ⓒ (주)쇼박스
 나라 빼앗긴 설움이 평범한 조선 사람들을 북받치게 만들고, 쟁기 던지고 모여 군인이 되게 한 탓인지 밟고 밟아도 다시 살아나는 들풀과 같은 우리 독립군의 생명력에 일본군은 갈수록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일본군의 무차별적인 민간인 학살은 다름 아닌 이로 인한 두려움의 발로였다. 이에 맞선 독립군은 매복에 이은 기습공격 등 특유의 게릴라전을 펼치며 일본군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한편, 전략상 닿을 듯 말 듯한 거리를 유지한 채 이들을 이른바 봉오동 죽음의 골짜기로 유인한다.

곳곳에서 치고 빠지는 국지전이 펼쳐지고 그럴 때마다 독립군이 승리를 거두자 일본군은 마침내 월강추격대 본대를 봉오동 계곡으로 깊숙이 침투시키며 설욕을 벼른다. 독립군을 완전히 괴멸시키고 말겠노라며 목청을 높이던 일본군 대장의 표정에는 결기로 가득했다. 독이 오를 대로 오른 참이었다. 이대로 독립군을 몰아붙일 기세였다.

이런 상황에서 험준한 능선과 계곡을 맨몸으로 뛰어다니며 일본군을 현혹시키던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의 고군분투는 목숨을 내건 행위에 다름 아니었다. 그의 희생과 다른 이들의 협업으로 일본군은 애초 독립군이 정해놓은 목표 지점에 점차 다다르고 있었다. 마침내 대규모의 월강추격대 병력이 소수의 독립군을 향해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기 시작하는데...
 
 영화 <봉오동 전투> 스틸 컷
ⓒ (주)쇼박스
 영화 <봉오동 전투>는 독립군 연합부대가 일본의 월강추격대를 봉오동 계곡으로 유인하여 극적인 승리를 거뒀던, 1920년 6월의 봉오동전투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독립군이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맞선 전투에서 최초로 대규모 승리를 거둔 '봉오동 전투'의 역사적 순간들이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사는 곳이나 하는 일이 저마다 각기 달랐던 민초들이 나라 빼앗긴 설움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모여 오롯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일본군에 맞서 결연히 싸우는 모습은 이를 관람하는 관객으로 하여금 절로 숙연해지게 한다.

불매 운동에 딴지 거는 사람들이 봐야 할 영화

모든 면에서 열세인 독립군은 어렵사리 월강추격대 본대를 봉오동 계곡으로 유인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당장의 기세로 봐서는 일본군과의 격차가 너무 벌어져 곧 괴멸될 듯한 절체절명의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바로 그때였다. 매복해 있던 독립군 연합부대가 능선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봉오동전투의 큰 그림이 마침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순간이다. 일본군을 향해 겨눈 총구가 일제히 불을 내뿜기 시작한다. 이 영화의 절정이자 마음 졸이고 있던 순간을 단숨에 역전시키는 통쾌한 장면이다.

그뿐만 아니다. 봉오동 전투를 배후에서 진두지휘하고 있었으나 시종일관 베일에 감춰져 있던 인물 홍범도 장군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 즉 그만의 아우라가 스크린에 뿌려지는 순간 관객들은 놀라움과 반가움에 일제히 숨을 죽이고 만다. 아울러 홍범도 장군이 3.1운동 당시 투옥되었다가 죽임을 당한 이들의 뼛가루를 허공에 뿌린 뒤 태극기를 꺼내드는 장면은 가장 가슴 뭉클한 신이기도 하다.
 
 영화 <봉오동 전투> 스틸 컷
ⓒ (주)쇼박스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그 어느 때보다 항일 정신이 재조명받고 있다. 때마침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는 참여한다'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불매 운동도 전개되고 있다. 우리 시민들의 성숙한 대응은 매우 반겨할 만한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세력은 되레 일본을 찬양하거나 일본 총리에게 사죄하겠다는 발언을 하는 등 상식을 벗어난 행위를 일삼고 있다.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건 영화 <봉오동 전투>를 통해 묘사되었던 것처럼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무수한 독립 영웅들의 희생 덕분 아닐까? 이 영화는 이를 망각하고 있는 세력, 특히 일본을 상대로 한 범국민적인 불매 운동에 딴지를 거는 행위를 일삼는 이들이야말로 반드시 관람해야 할 작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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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새날이 올거야(https://newday21.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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