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5G가 바꾸는 ‘일터’의 풍경

혼합현실을 활용해 회의하고, 매일 다른 자리에 앉고, 얼굴인식으로 출근 도장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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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ogle 번역번역에서 제공

ID카드가 없어도 괜찮다. 얼굴만 있으면 출입문이 열리니까. 짐은 사물함에 두고, 출근하면서 미리 예약해둔 창가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내 자리가 따로 없다. 어디 앉든 상관없다는 얘기다. 노트북도 필요없다. 클라우드로 연결된 내 컴퓨터 화면을 불러와 곧바로 일할 수 있다. 창밖 풍경이 가장 산뜻해 사람들이 탐을 내던 자리에는 어느새 여럿이서 앉을 수 있는 길쭉한 소파가 배치됐다. 직원들의 동선이 그쪽에 몰려 있다는 것을 파악한 회사에서 가구를 새로 내어준 것이다. 오후에는 다른 지역에 있는 직원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를 착용한 채로 원격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메일로 PPT 자료를 보내며 회의하던 때보다 효율적이고, 편리하다.

SK텔레콤(이하 SKT)이 보여준 5G 시대 일터의 모습이다. SKT는 2월13일 서울 종로구 소재 센트로폴리스 빌딩에 구축한 ‘5G 스마트오피스’를 공개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이날 신상규 SKT ER 그룹장은 “대부분 직장인이 하루를 보내는 곳은 오피스(직장)다. 기술, 산업, 일하는 방식은 바뀌고 있지만 공간은 그리 많이 변하지 않고 있었다”라며 “5G 시대는 많은 변화가 있을 거다. 스마트오피스는 구성원들이 스마트하게 일하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얼굴인식으로 출입하고 고정석 없이 일하고

얼굴이 곧 출근 도장이다. SKT가 선보인 ‘5G 워킹스루 시스템’은 카메라 기반 영상분석 및 딥러닝 기술을 통해 각 직원의 얼굴의 피부톤, 골격, 머리카락 등 약 3천개 특징을 찾아내고 구분한다. 이날 시연에서 워킹스루 시스템은 안경을 벗는 등의 변화에도 얼굴을 알아봤다. 인식 속도도 빨랐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던 직원이 출구 쪽으로 얼굴을 돌리자 곧바로 출입문이 열리기도 했다. 이 점은 좀 불편해 보이기도 했지만, 출입증을 굳이 챙기고 다니지 않아도 나 자신이 신분증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편리해 보였다. SKT는 “지금 기술력으로는 일란성 쌍둥이까지도 구별한다”라고 말했다.

SKT는 AI 카메라를 활용한 감성분석을 통해 직원 케어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표정이 안 좋은 직원에게는 “볕이 드는 좌석에 앉는 게 어떻겠냐”고 추천하거나, 휴식을 취하라고 권하는 식이다. SKT는 추후 영상분석 기술을 확대 적용해, 음료를 가져가면 얼굴을 식별해 요금을 청구하는 무인 AI 자판기를 사내에서 사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5G 스마트 오피스는 IoT를 통해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사무실 천장, 주차장, 복도, 지능형 CCTV, 화장실 문고리 등에 설치된 총 2300여개의 센서는 주변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서버에 전송한다. 회의실 예약 추천, 냉난방 가동 등 단순 업무도 AI 담당이다. 천장에 위치한 센서는 비식별 정보로 직원의 동선 데이터를 수집한다. SKT는 이를 활용해 사용 빈도가 낮은 공간의 인테리어를 재구성하며 공간만족도를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람들이 잘 안 가는 자리가 있으면 가구 배치도 바꿔보고 의자를 다른 제품으로 바꾼다거나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내부는 공유 오피스를 닮았다. 임원실이나 고정석, 케이블, 칸막이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대신 가상회의실, 라운지, 집중업무실 등 다수를 위한 협업 공간이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자리는 앱을 통해 예약하거나 회사에 도착해 남은 자리를 선택해 이용하면 된다. 개인 물품은 사물함에 넣어 보관한다. 자리를 예약하면 이름과 색상이 표시된다. 팀원이 어느 자리에 앉아 있는지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팀별로 색을 다르게 설정했다. 화장실 문고리의 센서 덕에 직원들은 화장실의 빈 칸 유무를 자리에서 확인할 수도 있다.

고정석이 없으면 일은 어떻게 할까. SKT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상 데스크톱 환경(VDI)을 구축했다. 어디서나 스마트폰과 연동하면 즉시 업무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SKT는 향후 5G VDI 도킹 시스템 도입이 늘어나면 5G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네트워크 슬라이싱(Network Slicing) 기술을 통해 물리적 네트워크를 데이터 수요에 따라 나눠서 사용할 수 있어 안정성과 운용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분리된 네트워크는 완전히 독립적인 형태로 운영되어 다른 네트워크에 간섭을 받지 않아 뛰어난 보안성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최낙훈 5GX IoT/데이터 그룹장은 “어디서 일을 하더라도 사무실에서 일하는 환경과 연속성을 갖고 일하면 좋겠다는 판단에 클라우드로 업무 환경을 만들게 됐다”라며 “출장을 가서도 모바일 연결을 통해 국내 클라우드에 접속해 그대로 업무를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직원 입장에서도 고정석 없는 업무 환경이 편리할까? SKT 관계자는 “개발자는 확실히 불편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개발자를 위한 업무 환경은 SK브로드밴드와 함께 세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정석이 없어 개인 업무 공간은 줄었는데 공용 공간을 잘 해놓으니까 일반 직원들은 공간을 더 넓게 쓰고 있다고 느끼고 좋아한다”라며 “실리콘밸리처럼 오가면서 내 부서가 아닌 사람과 소통할 수도 있다는 점도 새롭다”라고 말했다.

한편 5G가 구현되면 직원들은 대용량 데이터를 원거리에 있는 파트너에게 바로 전송하거나 실시간으로 협업이 가능해 업무를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날 SKT는 하나의 예시로 ‘홀로렌즈’를 착용하고 혼합현실(MR) 기술을 바탕으로 원격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T 리얼 텔레프리즌스

SKT는 5G스마트오피스에서 근무한 300여명의 직원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워라밸 만족도, 집중도 향상률, 협업·소통 증진 등 여러 항목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직원 80%가 워라밸 만족도가 나아졌다고 답했고 59%는 소통, 협업도 증가했다고 말했습니다. 68%가 집중도가 증가했다고 말했습니다. 출장 건은 28% 감소했고요, 종이사용량은 44% 줄었습니다.”

얼굴인식 출입, 고정석 없는 업무공간, MR 원격 회의 등. 사실 그리 새롭지는 않았다. SKT 관계자는 “오늘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림을 보여준 거라 보면 된다. SKT는 5G, AI로 미래 스마트 오피스가 이렇게 될 거라 보고 있고, 그걸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거다. 5G 생태계가 어느 정도 구축되면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방향은 앞으로 다듬어 나갈 계획이다. 5G스마트오피스에서 실제 직원들이 근무를 시작한 지 불과 한 달 남짓. SKT는 앞으로 직접 스마트오피스를 운영하며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비스 고도화에 나설 계획이다. 최낙훈 그룹장은 “부동산 관련 사업자, 건축 설계 디자인 사업자, 공유 오피스 사업자, 하드웨어 및 업무용 서비스 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파트너십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화할 수 있는 방향은 많을 거라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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