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발하는 자궁적출 후유증 심각


여성의 몸을 되찾자 ⑥

강아무개(55)씨는 7년 전 걸을 때마다 오른쪽 다리가 당기는 것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다가 ‘자궁 안에 물혹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3번의 조직검사를 걸쳐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양성근종으로 판정을 받았지만, 의사가 “아이도 다 낳은 데다 근종을 떼어내더라도 또 생길 수 있다”며 자궁적출 수술을 권유해 수술대에 올랐다. 자궁과 난소 하나를 들어낸 뒤, 평소 건강했던 그에게 이런저런 이상증세가 나타났다.

 

안구 건조증으로 늘 실핏줄이 터지고, 오른손이 저려 손을 쓸 수 없는 데다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됐다. 호르몬제 복용으로 이런 증상들이 나아지긴 했으나 하루만 호르몬제를 먹지 않아도 바로 이상증상이 나타나 “평생 약을 달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 하면 막막하다”고 말한다.

 

김아무개(53)씨 역시 자궁근종으로 자궁과 난소를 들어낸 뒤, 심한 골다공증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 7년째 호르몬제와 칼슘을 복용하고 있지만, 약하게 모서리에 부딪히거나 바닥에 앉을 때마다 뼈가 으스러지는 느낌 때문에 항상 조심스럽다.

해마다 얼마나 많은 여성이 자궁적출술을 받고 있는지 공식적인 통계는 없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 2000년 한해에만 자궁근종 환자 3만4978명, 자궁경부암 환자 1만1567명, 난소암 환자 1만366명, 자궁내막증 환자 6624명 등 10여종에 이르는 자궁 관련 질환으로 자궁을 들어낸 여성이 7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1995년도 같은 질환자가 5만명인 것에 비해 40%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한국여성민우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는 자궁적출술이 훨씬 더 광범위하게 시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민우회가 지난 7월15일부터 한달 동안 서울, 춘천, 광주 등 전국 8개 도시 30살 이상 여성 5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 여성 10명 중 1명이 자궁적출 수술을 권유받았고, 이 가운데 10명에 6명꼴로 자궁적출 수술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궁적출 수술을 받은 이유로는 자궁근종이 61.5%로 가장 많았고, 자궁내막증이 11.5%, 기능성 자궁출혈과 자궁내막암이 각각 3.8%를 차지했다. 또 자궁적출 수술을 받을 때 난소절제 수술도 함께 받은 여성이 43.5%였으며, ‘이쁜이 수술’로 불리는 질축소술 또는 맹장수술도 함께 받은 여성이 15%에 이르러 자궁적출술 때 한꺼번에 다른 장기도 떼어내거나 수술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설문조사 대상자의 53.8%가 ‘필요 이상으로 여성의 자궁을 들어내는 경향이 있다’고 답해 의료진과 여성들의 자궁적출술 남발을 우려했다.

 

자궁적출술 남발 이유에 대해 민우회 여성환경센터 이현경 간사는 “자궁에 대한 우리사회의 잘못된 인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궁을 들어내도 상관없는 아기집에 불과한 부속품쯤으로 여기는 인식과 생리통, 피임 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편이적 발상이 빚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또 “일부 산부인과 병·의원들이 자궁적출 수술과 병행되는 부가수술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부추기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자궁은 출산 기능과 상관없이 여성의 몸과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자궁적출은 심각하게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또다른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자궁적출과 난소절제 뒤, 난소에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이 현저히 감소하면서, 골다공증 안구건조증 심장질환 등의 위험에 노출되기 쉽고, 갱년기 등 노화가 빨리 진행된다. 또 여성의 중요 기관인 자궁 상실이 여성으로서의 자기정체성 상실도 가져와 우울증이나 신경증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지난해 성인간호학회지에 ‘자궁적출술을 경험한 여성의 통증과 내증완화를 위한 쑥뜸요법 효과의 예비연구’를 발표한 세계여성건강연맹 신경림 회장(이화여대 간호학과 교수)는 “자궁적출술 후에 나타난 후유증으로는 생산능력 상실, 여성성 상실, 성욕저하, 성적반응 감퇴, 우울, 불안감 증가, 몸무게의 증가 등이 있으며, 자궁적출술로 인한 인공적 폐경은 단순한 신체의 일부분의 상실 뿐 아니라 여성의 정체성과 인격기능의 장애를 유발하게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우회의 설문조사에서도 자궁적출술 이후 후유증을 겪고 있는 여성이 37.5%로 나타났다. 후유증의 종류로는 근육통이 36.4%, 안면홍조, 성생활장애, 소화장애, 우울증이 각각 9.1%를 차지했다. 반면 자궁적출 수술 이전 의료진으로부터 후유증에 대해 약 60%가 ‘듣지 못했다’고 답했고, 30.7%가 수술에 대해 만족하지 않거나 매우 불만스럽다고 답했다.

 

이는 불가피하게 자궁을 들어낼 수 밖에 없더라도 수술 이후 여성들이 겪을 다양한 후유증을 줄일 수 있는 사전·사후 상담과 도우미제도가 필요함을 반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여성계는 자궁적출술이 광범위하게 시행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접근이나 종합적인 연구가 부족한 것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민우회는 설문조사를 토대로 산부인과 전문가 간담회와 토론회를 통해 사회적 의제화를 시도하는 한편,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을 모색할 계획이다.

 

김아리 기자 ari@hani.co.kr

 

근종 있다고 자궁 다 들어내나

자궁적출 수술의 주된 이유는 중년 여성 4명 가운데 1명꼴로 발생하는 자궁근종이 생활에 큰 불편을 주거나 암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때문이다. 하지만 자궁근종으로 진단을 받았다고 할지라도 반드시 자궁적출을 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여성전문 미즈메디병원의 노성일 원장은 “자궁근종이 암으로 돌변할 가능성은 수천분의 1로 매우 희박하며 난소에서 여성호르몬 분비가 중단되는 폐경기에 들어서면 혹의 크기가 자연적으로 현저히 줄어들기도 한다”며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의료계에서는 자궁근종환자의 절반 정도가 혹이 생겼어도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를 통해 근종이 더 이상 자라지 않거나 일상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굳이 수술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한의학에서는 자궁을 원기의 근본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자궁적출에 대해 신중할 것을 주문한다. 의료 전문가들은 자궁근종 예방책으로 6개월에 한번씩 정기적인 검진을 할 것과 자궁근종으로 진단을 받았을 때 다음과 같은 조처를 취할 것을 조언한다.

 

△3~4군데 병원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인지 확인한다. △악성이 아닌 양성근종으로 판정났을 땐, 의사와 충분히 상의한 뒤 정기적 초음파 검사를 통해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자궁적출수술을 결정했을 때, 육체적·정서적 후유증에 대비해야 한다. 가족들이 정서적 후유증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며, 환자는 호르몬 요법과 함께 하복부의 혈액순환을 개선시키는 침·뜸 등 다양한 한의학적 대체요법을 시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아리 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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