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4대공룡이 지배하는 암울한 세계

플랫폼 제국의 미래 / 스콧 갤러웨이 지음 / 이경식 옮김 / 비즈니스북스 펴냄 / 1만8000원

  • 김슬기 기자
  • 입력 : 2018.04.27 17:03:43   수정 : 2018.04.27 21:3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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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네 거인의 시대`를 산다. 전 세계를 지배하는 4대 정보기술(IT) 기업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은 역사상 어떤 기업보다 많은 가치와 영향력을 축적했다. 시가총액을 합하면 2조8000억달러(약 3000조원)가 넘는데 이는 인도, 영국,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보다 많다.

구글은 전 세계 검색 점유율 92%를 차지했고, 애플은 광신적인 추종자를 거느린 섹시한 명품이 됐다.
페이스북은 유저가 20억명이며, 아마존은 세상의 모든 것을 파는 거인이 됐다. 이들은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 기업 혁신이 기존 세계를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바꾸는 현상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마케팅 교수는 이들을 `재앙의 기사`라 부르며 이들이 이끄는 제국의 시대가 50년 안에 사라진다고 예언한다. 퍼블리셔스위클리가 선정한 올해의 경영서로 꼽힌 이 책을 통해 그는 "우리가 기꺼이 내주는 비밀스러운 정보가 이들에게는 돈벌이 수단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무엇보다 이들에겐 견제 장치가 없다. 기업계·사회·지구에 아무리 큰 충격을 가해도 정부, 법률, 작은 기업은 이들의 진군을 멈출 수 없다. 가공할 경쟁력으로 인해 네 거인과 경쟁할 수 있는 경쟁자는 네 거인뿐이며 이들은 서로를 증오한다. 구글의 광고시장을 잠식하는 건 페이스북밖에 없으며, 검색에서 구글을 위협하는 건 아마존이다. 스마트폰 운영 체제를 두고 구글과 애플이 다투며 인공지능 비서를 두고는 애플과 아마존이 대결하고 있다.

갤러웨이는 "거인 기업은 지금 우리 삶의 운영 체계가 되기 위해 서사적인 경주를 펼치고 있다"고 진단한다. 우승 상금은 무려 1조달러가 넘는다.

`웃는 얼굴의 파괴자` 아마존의 위협요소는 다른 경쟁자가 공략할 틈새시장을 단 하나도 남기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아마존은 10배나 많은 판돈을 들고 포커판에 앉아 있는 플레이어다. 모든 게임자가 포커판에서 쫓겨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더 절망적인 건 아마존에 좋은 것이 사회에 나쁜 것이 되는 순간의 도래다. 오프라인 매장 아마존 고는 계산원의 일자리를 위협한다. 계산원으로 일하는 미국인은 340만명에 달한다. 여기에 매장직원 280만명과 창고직원 120만명을 더해보라. 악몽이지 않은가.

`글로벌 명품` 애플은 전 세계 모든 기업이 부러워하는 기업이 됐다. 저비용으로 생산해 막대한 영업이익을 남기는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 덕분이다. 게다가 전 세계 500곳에 달하는 오프라인 매장은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는 깊은 해자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나머지 세 거인의 도전에 심각한 위협을 받지 않는 잠재력을 지니게 됐다. 애플은 실로 우주에 흔적을 남길 만한 현금, 브랜드, 수완, 시장을 확보했다는 진단이다.

`전 세계인의 친구` 페이스북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사람들 시간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용자 20억명은 하루에 페이스북과 와츠앱, 인스타그램을 약 1시간씩 사용한다. 이런 영향력이 지닌 잠재적 위험은 최근 청문회까지 열린 스캔들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페이스북은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닥치는 대로 데이터를 수집한다. 자발적으로 페이스북에 건넨 정보는 석유와 같은 가치를 지닌다. 이용자는 헐값에 개인정보를 판 대가로 취향에 따라 정교하게 분류된 광고와 가짜뉴스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된다.

미국인의 44%가 뉴스를 접하는 세계 최대 미디어가 됐지만 페이스북은 미디어로서 책임을 지는 대신 정보를 팔아넘기고 있다. 페이스북은 언론의 자유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사회적 책임을 회피한다. 미디어 회사로 규정되면 규제가 많아져 성장이 느려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류의 가장 큰 미디어가 사회적 위험을 조장하고 있다고 고발한다.

구글의 가장 무서운 점은 사람들 신뢰를 독식한다는 점이다. 구글은 우리 생각과 의도를 꿰뚫어본 것처럼 어떤 질문에도 답을 준다. 마치 우리 비밀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판 신`과 같다. 안타깝게도 1세기 이상 그 자리를 담당하던 뉴욕타임스가 자사 뉴스를 헐값에 팔아넘긴 대가로 구글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심지어 사람들은 구글을 공익 기업으로 인식한다. 저자는 사람들의 지식을 향한 갈망은 영원할 것이고, 구글은 이 갈망과 기도에 관한 독점권이 있다는 섬뜩한 주장을 편다.

네 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용인원을 모두 합쳐도 약 41만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들이 계속 승승장구한다면 세계가 번영으로 나아가는 대신 심각한 문제를 안게 될 것이라 경고한다. 미국이 영주 300만명과 농노 3억5000만명이 사는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이들에게 `나쁜 기업`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건 허망한 일인지 모른다면서도, 그는 이들을 알아야 비로소 우리가 사는 디지털 시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비범한 도둑질과 사기로 제국을 일궈낸 이들의 시대가 저문다면 그 원인은 기사들 간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예언한다. 이 책은 제5의 기사가 될 가능성이 큰 기업 후보도 예측한다. 전례가 없는 사업 모델을 보여주고 있는 알리바바, 색다른 고객 경험을 주는 테슬라, 이제 막 기운을 차린 마이크로소프트, 가장 가능성 높은 후보 에어비앤비 등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는 한국 기업이 이들에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 가지뿐이라는 조언도 건넨다. "한국 내 다른 기업들을 적이 아닌 전략적 협력자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원을 공유하는 컨소시엄을 만들 것이며 또 아마존이 미국에서 거머쥐게 된 독점력과 같은 것을 결코 거머쥘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컨소시엄을 만들 것이다." 소비자에게 좋은 기업이 사회에도 과연 좋은 것인지, 이 책은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원제는 `The Four`.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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