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와 코드와 통신이여, 영원하라”
인간은 더이상 눈먼 진화의 산물이기를 거부하며,
스스로 진화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휴머니즘을 초월한 휴머니즘, 트랜스휴머니즘
― 우리는 포스트휴먼이 될 준비가 되었는가
트랜스휴머니즘은 감각, 지능, 수명 같은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첨단 과학기술 운동으로, 수십 년간 조용히 과학기술에 영향을 미쳐오다가 요 몇 년 사이에 임계점을 넘었으며 실리콘밸리 등의 거물들에게서 지지를 얻고 있다. 이 운동은 당신이 생각하기에 따라, 희망적일 수도 있고, 끔찍할 수도 있으며, 황당무계하게 보일 수도 있는 철학 운동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마크 오코널은 트랜스휴머니즘 운동을 취재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앞선 인체냉동보존 시설인 알코어 생명연장재단을 찾아 죽음을 막는 방법을 살펴보고, 전자 장치를 피부 밑에 이식해 감각 능력을 강화하는 언더그라운드 바이오해커 집단을 찾아가고, 인류가 초인공지능의 희생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탐구하는 기계지능연구소 연구원들을 만난다.
이 여정을 통해 오코널은 새롭게 떠오르는 트랜스휴머니즘을 논리적이면서도 유려하게 서술하며 동물로서의 인간 조건을 초월하려는 오래된 열망, 즉 최초의 종교만큼 시원적이고, 고대 신화만큼 근본적인 욕망을 들여다본다. 인간의 몸을 구닥다리 기계장치로 간주할 때 생겨나는 아찔하고도 섬찟한 가능성을 파헤치는 그의 탐구는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역설적이면서도 우아한 성찰로 이어진다.
타고난 인간 조건을 거스르는 반란. 이것은 내가 이 책을 쓰면서 알게 된 사람들의 동기를 한마디로 압축한 것이다. 이 사람들은 대체로 ‘트랜스휴머니즘’이라는 운동을 표방하는데, 이 운동은 우리가 기술을 이용하여 인류의 미래 진화를 좌우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확신을 근거로 삼는다. 이들은 우리가 노화를 사망 원인에서 배제할 수 있고 그래야 하며, 우리가 기술을 활용하여 몸과 마음을 향상시킬 수 있고 그래야 하며, 우리가 기계와 융합되어 궁극적으로 스스로를 더 이상적인 모습으로 개조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이들은 자신이라는 선물을 더 나은 것—인간이 만든 것—과 교환하고 싶어한다. _본문 15쪽
인간의 삶은 유한하기에 의미가 있다?
― 인간의 노화, 질병, 죽음은 극복의 대상일 뿐이다
옥스퍼드 출신의 철학자이자 트랜스휴머니스트인 맥스 모어는 미국 애리조나 주에 위치한 알코어 생명연장재단의 운영자다. 알코어 생명연장재단은 20만 달러를 내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시신을 ‘재생’할 수 있을 때까지 액체질소가 든 원통에 시신을 냉동보관해준다. 이곳은 현재 150여 명의 시신을 보관중이다. 급진적 자기변형을 추구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팀 캐넌은 자신의 팔에 기계장치를 이식해, 각종 생체 수치를 측정하고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에 자신의 몸에 대...
인간은 더이상 눈먼 진화의 산물이기를 거부하며,
스스로 진화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휴머니즘을 초월한 휴머니즘, 트랜스휴머니즘
― 우리는 포스트휴먼이 될 준비가 되었는가
트랜스휴머니즘은 감각, 지능, 수명 같은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첨단 과학기술 운동으로, 수십 년간 조용히 과학기술에 영향을 미쳐오다가 요 몇 년 사이에 임계점을 넘었으며 실리콘밸리 등의 거물들에게서 지지를 얻고 있다. 이 운동은 당신이 생각하기에 따라, 희망적일 수도 있고, 끔찍할 수도 있으며, 황당무계하게 보일 수도 있는 철학 운동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마크 오코널은 트랜스휴머니즘 운동을 취재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앞선 인체냉동보존 시설인 알코어 생명연장재단을 찾아 죽음을 막는 방법을 살펴보고, 전자 장치를 피부 밑에 이식해 감각 능력을 강화하는 언더그라운드 바이오해커 집단을 찾아가고, 인류가 초인공지능의 희생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탐구하는 기계지능연구소 연구원들을 만난다.
이 여정을 통해 오코널은 새롭게 떠오르는 트랜스휴머니즘을 논리적이면서도 유려하게 서술하며 동물로서의 인간 조건을 초월하려는 오래된 열망, 즉 최초의 종교만큼 시원적이고, 고대 신화만큼 근본적인 욕망을 들여다본다. 인간의 몸을 구닥다리 기계장치로 간주할 때 생겨나는 아찔하고도 섬찟한 가능성을 파헤치는 그의 탐구는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역설적이면서도 우아한 성찰로 이어진다.
타고난 인간 조건을 거스르는 반란. 이것은 내가 이 책을 쓰면서 알게 된 사람들의 동기를 한마디로 압축한 것이다. 이 사람들은 대체로 ‘트랜스휴머니즘’이라는 운동을 표방하는데, 이 운동은 우리가 기술을 이용하여 인류의 미래 진화를 좌우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확신을 근거로 삼는다. 이들은 우리가 노화를 사망 원인에서 배제할 수 있고 그래야 하며, 우리가 기술을 활용하여 몸과 마음을 향상시킬 수 있고 그래야 하며, 우리가 기계와 융합되어 궁극적으로 스스로를 더 이상적인 모습으로 개조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이들은 자신이라는 선물을 더 나은 것—인간이 만든 것—과 교환하고 싶어한다. _본문 15쪽
인간의 삶은 유한하기에 의미가 있다?
― 인간의 노화, 질병, 죽음은 극복의 대상일 뿐이다
옥스퍼드 출신의 철학자이자 트랜스휴머니스트인 맥스 모어는 미국 애리조나 주에 위치한 알코어 생명연장재단의 운영자다. 알코어 생명연장재단은 20만 달러를 내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시신을 ‘재생’할 수 있을 때까지 액체질소가 든 원통에 시신을 냉동보관해준다. 이곳은 현재 150여 명의 시신을 보관중이다. 급진적 자기변형을 추구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팀 캐넌은 자신의 팔에 기계장치를 이식해, 각종 생체 수치를 측정하고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에 자신의 몸에 대...
“데이터와 코드와 통신이여, 영원하라”
인간은 더이상 눈먼 진화의 산물이기를 거부하며,
스스로 진화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휴머니즘을 초월한 휴머니즘, 트랜스휴머니즘
― 우리는 포스트휴먼이 될 준비가 되었는가
트랜스휴머니즘은 감각, 지능, 수명 같은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첨단 과학기술 운동으로, 수십 년간 조용히 과학기술에 영향을 미쳐오다가 요 몇 년 사이에 임계점을 넘었으며 실리콘밸리 등의 거물들에게서 지지를 얻고 있다. 이 운동은 당신이 생각하기에 따라, 희망적일 수도 있고, 끔찍할 수도 있으며, 황당무계하게 보일 수도 있는 철학 운동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마크 오코널은 트랜스휴머니즘 운동을 취재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앞선 인체냉동보존 시설인 알코어 생명연장재단을 찾아 죽음을 막는 방법을 살펴보고, 전자 장치를 피부 밑에 이식해 감각 능력을 강화하는 언더그라운드 바이오해커 집단을 찾아가고, 인류가 초인공지능의 희생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탐구하는 기계지능연구소 연구원들을 만난다.
이 여정을 통해 오코널은 새롭게 떠오르는 트랜스휴머니즘을 논리적이면서도 유려하게 서술하며 동물로서의 인간 조건을 초월하려는 오래된 열망, 즉 최초의 종교만큼 시원적이고, 고대 신화만큼 근본적인 욕망을 들여다본다. 인간의 몸을 구닥다리 기계장치로 간주할 때 생겨나는 아찔하고도 섬찟한 가능성을 파헤치는 그의 탐구는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역설적이면서도 우아한 성찰로 이어진다.
타고난 인간 조건을 거스르는 반란. 이것은 내가 이 책을 쓰면서 알게 된 사람들의 동기를 한마디로 압축한 것이다. 이 사람들은 대체로 ‘트랜스휴머니즘’이라는 운동을 표방하는데, 이 운동은 우리가 기술을 이용하여 인류의 미래 진화를 좌우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확신을 근거로 삼는다. 이들은 우리가 노화를 사망 원인에서 배제할 수 있고 그래야 하며, 우리가 기술을 활용하여 몸과 마음을 향상시킬 수 있고 그래야 하며, 우리가 기계와 융합되어 궁극적으로 스스로를 더 이상적인 모습으로 개조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이들은 자신이라는 선물을 더 나은 것—인간이 만든 것—과 교환하고 싶어한다. _본문 15쪽
인간의 삶은 유한하기에 의미가 있다?
― 인간의 노화, 질병, 죽음은 극복의 대상일 뿐이다
옥스퍼드 출신의 철학자이자 트랜스휴머니스트인 맥스 모어는 미국 애리조나 주에 위치한 알코어 생명연장재단의 운영자다. 알코어 생명연장재단은 20만 달러를 내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시신을 ‘재생’할 수 있을 때까지 액체질소가 든 원통에 시신을 냉동보관해준다. 이곳은 현재 150여 명의 시신을 보관중이다. 급진적 자기변형을 추구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팀 캐넌은 자신의 팔에 기계장치를 이식해, 각종 생체 수치를 측정하고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에 자신의 몸에 대한 정보를 업로드한다. 졸탄 이슈트반이라는 미국 트랜스휴머니즘 운동가는 트랜스휴머니스트당을 창당하고 2016년에 미 대선에 제3후보로 출마했다. 졸탄은 대선 기간에 거대한 관 모양의 ‘불멸 버스’를 직접 몰고 다니며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해 설파했다. 과학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노화와 죽음을 막아줄 것이며, 정부가 이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저자 마크 오코널은 언뜻 보기에는 비현실적인 괴짜로 보이는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을 찾아다니며, 급진적 과학 운동인 트랜스휴머니즘을 밀착 취재한다. 영국의 노화학자이자 트랜스휴머니즘의 대표주자인 오브리 드 그레이는 ‘인체는 기본적으로 기계에 불과하며 손상을 정기적으로 수선하면 손상이 지나치게 퍼지는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는 수명연장 연구의 발전 속도가 시간을 앞지르면 사실상 죽음을 추월할 수 있다고 본다.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오브리는 인간이 1000살 이상 살 수 있을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말한다. 단, 연구비만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다면. 『특이점이 온다』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구글 기술이사 레이 커즈와일 역시 자신과 같은 중년 남자가 120세까지만 살 수 있다면 그 이후는 기술의 진보로 인해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가 인간을 기계와 융합한다거나 생명공학 기술로 수명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들의 주장이 SF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 우리는 여전히 ‘너무나 인간적’이기에 그 이상 혹은 그 이후를 상상하기 힘들다.
[오브리 드 그레이는] 처음에는 필멸성을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나의 양비론을 반박하려 들었다. 그는 사람들이 비약적 수명연장을 거부하면서 드는 이유—우리에게서 인간성을 앗아갈 것이다, 삶은 유한하기에 의미가 있다, 영원히 사는 것은 지옥 같은 일이다—가 “황당할 만큼 유치하고 어리석은” 합리화라고 말했다. 죽음은 우리를 사로잡고 고문하는 존재이며, 우리는 죽음에 대해 일종의 스톡홀름 증후군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경멸할 가치조차 없는 태도라고 말했다. _본문 257쪽
‘인간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실리콘밸리와 군산복합체의 만남
― 인간이라는 시스템의 치명적 오류는 해결할 수 있다
전 구글 최고경영자이자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의 회장을 맡고 있는 에릭 슈미트는 “결국은 사람들이 장치를 이식받을 것이며, 어떤 사실에 대해 생각하기만 하면 장치가 답을 알려줄 것이다”라고 했다. 트랜스휴머니즘이 가져올 인류 이후의 미래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는 자이든 열렬히 찬성하는 자이든,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와 기술자들은 공통적으로 기술자본주의가 자신의 발명가보다 오래 살아남아 스스로를 영속화하고 약속을 실현하는 미래를 전망한다. 미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다르파) 또한 미군 인체의 한계를 뛰어넘어 효율적인 전투를 치를 수 있는 로봇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기술자본주의와 군산복합체는 인간 신체의 결함을 넘어 자본주의 생산력 자체를 장악할 가능성, 막강한 군사력 증강의 가능성으로 행복하게 결합해 있다. 이는 엄연한 현재다. 영화에나 나오는 음모론적인 공상으로 치부하기에는 이들은 너무나도 공공연한 실체이며,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기술력과 군사력 또한 두 손에 쥐고 있다. 우리는 그저 속수무책으로 이들의 미래 계획을 받아들여야 할 뿐인지도 모른다.
로봇은 화장실에 갈 필요가 없고 드론은 지치지 않으며 둘 다 노조를 결성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기술자본주의 논리의 궁극적 완성, 즉 생산수단뿐 아니라 생산력 자체의 완전한 소유 아니겠는가. 공교롭게도 ‘로봇’의 어원은 ‘강제노동’을 뜻하는 체코어다. 우리는 기계를 생각할 때 늘 인체의 형상을 기준으로 삼았다. 인간은 다른 인간의 몸을 메커니즘으로, 즉 자체 설계 시스템의 구성요소로 환원하는 일에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 _본문 173쪽
인간의 마음을 소프트웨어로 변환하다
― “인간의 뇌는 고깃덩어리로 된 기계다”
일론 머스크, 스티브 워즈니악, 드미트리 이츠코프 같은 억만장자들은, 인간의 모든 난관을 넘어설 기술적 솔루션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것이 지구 위 인류의 미래라고 믿는다. 이들은 실리콘밸리의 ‘급진적 낙관주의’를 지지하는 파워 집단이다. 이들의 믿음 아래서는 질병이나 노화로 손상돼 육체를 더 사용할 수가 없게 되는 문제는 기술이 발전한 미래에는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오류다. 인간의 뇌는 웨트웨어wet-ware이고, 마음을 다른 몸이나 기계에 업로드하면 된다. 마음 업로드, 즉 마음을 소프트웨어로 변환한다는 개념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순수 지성이 되어 우주로 퍼져나간다는 트랜스휴머니즘적 이상의 핵심이다. 현재의 인간인 우리는, 포스트휴먼이 될 준비가 되었는가.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은 아직 명쾌한 답을 얻지 못했다.
레이 커즈와일은 마음 업로드 개념을 지지하는 대표적 인사다. 그는 『특이점이 온다』에서 이렇게 썼다. “인간 뇌를 모방한 체계를 전기적으로 움직이면 생물학적 뇌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뇌는 고도 병렬연결이라는 이점(100조 개 수준의 개재뉴런 연결들이 동시에 가동될 수 있다는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현대 전자회로들에 비하면 연결의 재정비 시간이 너무 길다.”
_본문 70쪽
우리가 “정신착란을 일으킨 동물”인 이유는 자신이 동물임을, 동물적 죽음을 맞을 것임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긴 왜 받아들여야 하겠는가? 그것은 견딜 수 없는 사실,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다. 여러분은 우리가 동물보다 나은 존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자연의 무정한 최종 명령에 굴복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실존과 그에 따르는 신경증은 (겉보기에) 해소할 수 없는 모순으로 정의된다. 우리는 반신반인처럼 자연을 넘어선 자연 바깥의 존재이면서도 무력하게 그 속에 갇혀 있으며 자연의 무자비한 권위에 의해 영원히 규정받고 제한받는다. _본문 99쪽
인간은 더이상 눈먼 진화의 산물이기를 거부하며,
스스로 진화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휴머니즘을 초월한 휴머니즘, 트랜스휴머니즘
― 우리는 포스트휴먼이 될 준비가 되었는가
트랜스휴머니즘은 감각, 지능, 수명 같은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첨단 과학기술 운동으로, 수십 년간 조용히 과학기술에 영향을 미쳐오다가 요 몇 년 사이에 임계점을 넘었으며 실리콘밸리 등의 거물들에게서 지지를 얻고 있다. 이 운동은 당신이 생각하기에 따라, 희망적일 수도 있고, 끔찍할 수도 있으며, 황당무계하게 보일 수도 있는 철학 운동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마크 오코널은 트랜스휴머니즘 운동을 취재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앞선 인체냉동보존 시설인 알코어 생명연장재단을 찾아 죽음을 막는 방법을 살펴보고, 전자 장치를 피부 밑에 이식해 감각 능력을 강화하는 언더그라운드 바이오해커 집단을 찾아가고, 인류가 초인공지능의 희생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탐구하는 기계지능연구소 연구원들을 만난다.
이 여정을 통해 오코널은 새롭게 떠오르는 트랜스휴머니즘을 논리적이면서도 유려하게 서술하며 동물로서의 인간 조건을 초월하려는 오래된 열망, 즉 최초의 종교만큼 시원적이고, 고대 신화만큼 근본적인 욕망을 들여다본다. 인간의 몸을 구닥다리 기계장치로 간주할 때 생겨나는 아찔하고도 섬찟한 가능성을 파헤치는 그의 탐구는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역설적이면서도 우아한 성찰로 이어진다.
타고난 인간 조건을 거스르는 반란. 이것은 내가 이 책을 쓰면서 알게 된 사람들의 동기를 한마디로 압축한 것이다. 이 사람들은 대체로 ‘트랜스휴머니즘’이라는 운동을 표방하는데, 이 운동은 우리가 기술을 이용하여 인류의 미래 진화를 좌우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확신을 근거로 삼는다. 이들은 우리가 노화를 사망 원인에서 배제할 수 있고 그래야 하며, 우리가 기술을 활용하여 몸과 마음을 향상시킬 수 있고 그래야 하며, 우리가 기계와 융합되어 궁극적으로 스스로를 더 이상적인 모습으로 개조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이들은 자신이라는 선물을 더 나은 것—인간이 만든 것—과 교환하고 싶어한다. _본문 15쪽
인간의 삶은 유한하기에 의미가 있다?
― 인간의 노화, 질병, 죽음은 극복의 대상일 뿐이다
옥스퍼드 출신의 철학자이자 트랜스휴머니스트인 맥스 모어는 미국 애리조나 주에 위치한 알코어 생명연장재단의 운영자다. 알코어 생명연장재단은 20만 달러를 내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시신을 ‘재생’할 수 있을 때까지 액체질소가 든 원통에 시신을 냉동보관해준다. 이곳은 현재 150여 명의 시신을 보관중이다. 급진적 자기변형을 추구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팀 캐넌은 자신의 팔에 기계장치를 이식해, 각종 생체 수치를 측정하고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에 자신의 몸에 대한 정보를 업로드한다. 졸탄 이슈트반이라는 미국 트랜스휴머니즘 운동가는 트랜스휴머니스트당을 창당하고 2016년에 미 대선에 제3후보로 출마했다. 졸탄은 대선 기간에 거대한 관 모양의 ‘불멸 버스’를 직접 몰고 다니며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해 설파했다. 과학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노화와 죽음을 막아줄 것이며, 정부가 이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저자 마크 오코널은 언뜻 보기에는 비현실적인 괴짜로 보이는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을 찾아다니며, 급진적 과학 운동인 트랜스휴머니즘을 밀착 취재한다. 영국의 노화학자이자 트랜스휴머니즘의 대표주자인 오브리 드 그레이는 ‘인체는 기본적으로 기계에 불과하며 손상을 정기적으로 수선하면 손상이 지나치게 퍼지는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는 수명연장 연구의 발전 속도가 시간을 앞지르면 사실상 죽음을 추월할 수 있다고 본다.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오브리는 인간이 1000살 이상 살 수 있을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말한다. 단, 연구비만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다면. 『특이점이 온다』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구글 기술이사 레이 커즈와일 역시 자신과 같은 중년 남자가 120세까지만 살 수 있다면 그 이후는 기술의 진보로 인해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가 인간을 기계와 융합한다거나 생명공학 기술로 수명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들의 주장이 SF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 우리는 여전히 ‘너무나 인간적’이기에 그 이상 혹은 그 이후를 상상하기 힘들다.
[오브리 드 그레이는] 처음에는 필멸성을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나의 양비론을 반박하려 들었다. 그는 사람들이 비약적 수명연장을 거부하면서 드는 이유—우리에게서 인간성을 앗아갈 것이다, 삶은 유한하기에 의미가 있다, 영원히 사는 것은 지옥 같은 일이다—가 “황당할 만큼 유치하고 어리석은” 합리화라고 말했다. 죽음은 우리를 사로잡고 고문하는 존재이며, 우리는 죽음에 대해 일종의 스톡홀름 증후군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경멸할 가치조차 없는 태도라고 말했다. _본문 257쪽
‘인간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실리콘밸리와 군산복합체의 만남
― 인간이라는 시스템의 치명적 오류는 해결할 수 있다
전 구글 최고경영자이자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의 회장을 맡고 있는 에릭 슈미트는 “결국은 사람들이 장치를 이식받을 것이며, 어떤 사실에 대해 생각하기만 하면 장치가 답을 알려줄 것이다”라고 했다. 트랜스휴머니즘이 가져올 인류 이후의 미래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는 자이든 열렬히 찬성하는 자이든,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와 기술자들은 공통적으로 기술자본주의가 자신의 발명가보다 오래 살아남아 스스로를 영속화하고 약속을 실현하는 미래를 전망한다. 미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다르파) 또한 미군 인체의 한계를 뛰어넘어 효율적인 전투를 치를 수 있는 로봇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기술자본주의와 군산복합체는 인간 신체의 결함을 넘어 자본주의 생산력 자체를 장악할 가능성, 막강한 군사력 증강의 가능성으로 행복하게 결합해 있다. 이는 엄연한 현재다. 영화에나 나오는 음모론적인 공상으로 치부하기에는 이들은 너무나도 공공연한 실체이며,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기술력과 군사력 또한 두 손에 쥐고 있다. 우리는 그저 속수무책으로 이들의 미래 계획을 받아들여야 할 뿐인지도 모른다.
로봇은 화장실에 갈 필요가 없고 드론은 지치지 않으며 둘 다 노조를 결성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기술자본주의 논리의 궁극적 완성, 즉 생산수단뿐 아니라 생산력 자체의 완전한 소유 아니겠는가. 공교롭게도 ‘로봇’의 어원은 ‘강제노동’을 뜻하는 체코어다. 우리는 기계를 생각할 때 늘 인체의 형상을 기준으로 삼았다. 인간은 다른 인간의 몸을 메커니즘으로, 즉 자체 설계 시스템의 구성요소로 환원하는 일에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 _본문 173쪽
인간의 마음을 소프트웨어로 변환하다
― “인간의 뇌는 고깃덩어리로 된 기계다”
일론 머스크, 스티브 워즈니악, 드미트리 이츠코프 같은 억만장자들은, 인간의 모든 난관을 넘어설 기술적 솔루션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것이 지구 위 인류의 미래라고 믿는다. 이들은 실리콘밸리의 ‘급진적 낙관주의’를 지지하는 파워 집단이다. 이들의 믿음 아래서는 질병이나 노화로 손상돼 육체를 더 사용할 수가 없게 되는 문제는 기술이 발전한 미래에는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오류다. 인간의 뇌는 웨트웨어wet-ware이고, 마음을 다른 몸이나 기계에 업로드하면 된다. 마음 업로드, 즉 마음을 소프트웨어로 변환한다는 개념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순수 지성이 되어 우주로 퍼져나간다는 트랜스휴머니즘적 이상의 핵심이다. 현재의 인간인 우리는, 포스트휴먼이 될 준비가 되었는가.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은 아직 명쾌한 답을 얻지 못했다.
레이 커즈와일은 마음 업로드 개념을 지지하는 대표적 인사다. 그는 『특이점이 온다』에서 이렇게 썼다. “인간 뇌를 모방한 체계를 전기적으로 움직이면 생물학적 뇌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뇌는 고도 병렬연결이라는 이점(100조 개 수준의 개재뉴런 연결들이 동시에 가동될 수 있다는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현대 전자회로들에 비하면 연결의 재정비 시간이 너무 길다.”
_본문 70쪽
우리가 “정신착란을 일으킨 동물”인 이유는 자신이 동물임을, 동물적 죽음을 맞을 것임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긴 왜 받아들여야 하겠는가? 그것은 견딜 수 없는 사실,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다. 여러분은 우리가 동물보다 나은 존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자연의 무정한 최종 명령에 굴복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실존과 그에 따르는 신경증은 (겉보기에) 해소할 수 없는 모순으로 정의된다. 우리는 반신반인처럼 자연을 넘어선 자연 바깥의 존재이면서도 무력하게 그 속에 갇혀 있으며 자연의 무자비한 권위에 의해 영원히 규정받고 제한받는다. _본문 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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