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 돌’ 주목받는 시대
[정세현의 Management Column]
  • 1921년 미국의 과학자 윌리엄 비브라는 남미 가이아나 정글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한다. 한 무리의 병정개미들이 큰 원을 지어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 둘레가 400m나 됐고 개미 한 마리가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데 두 시간 넘게 걸렸다.

    개미들은 ‘앞에 가는 개미를 따르라’ 는 한 가지 규칙만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었다. 보통의 경우, 대부분의 개미들은 이 간단한 규칙을 따라서 무리 없이 집을 찾아간다. 그런데 비브라가 목격한 개미들은 이틀 동안 원을 반복해서 돌다가 대부분 죽고 말았다.

    앞선 개미가 흘린 화학물질을 따라 이동하는 습성 탓에 선두 개미가 경로설정을 잘못하면 무리 전체가 대열에서 이탈하지 못하고 ‘죽음의 행진’을 계속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원형선회(Circular Mill)’라고 이름 붙였다. 평소에 아주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개미 사회도 한 번 원형선회에 빠지면 떼죽음을 당하고 마는 것이다.

    세계적인 경영대가 게리 하멜은 저서 ‘꿀벌과 게릴라’ 에서 단순하게 주어진 일만을 성실히 해나가는 직원을 꿀벌로, 이와 대비해 과거 일 처리 방식과 단절, 새로운 혁신방안을 고민하는 직원을 게릴라로 표현했다. 비즈니스 전쟁에서는 점진적인 개선 만으로 부족하고 변화의 흐름에 혁명적으로 대처하라는 다소 과격한 주장까지 한다.

    그럼 성실의 모범으로 배워왔던 개미와 꿀벌의 위상이 왜 이렇게 추락한 것일까? 무엇보다 세상이 불확실해진 것을 이유로 들 수 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어제의 성공 공식이 더 이상 오늘 통용되지 않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가들의 조언들이 실제 사업에서는 큰 효용을 주지 못하는 이유다.

    경영학계 이단아로 자주 언급되는 고어(Gore & Associates)라는 회사가 있다. 등산복 등에 많이 활용되는 고어-텍스(Gore-Tex)를 주 상품으로 매년 10% 이상의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일반 기업들과 달리 직급, 직책, 작업지시가 일체 없다. 일면 혼란스러울 것 같지만 자율성과 다양성을 최고의 모토로 삼는 창업자, 빌 고어의 의지 반영이다.

    창업 전 듀퐁에서 일하던 시절, 빌 고어는 사람들이 조직의 위계적 질서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유일한 순간이 동료들끼리 카풀(Car Pool)을 할 때란 사실을 발견했다. 비록 상사와 부하관계라 하더라도 차에 동승해 출퇴근 할 때는 위계적인 관계를 떠나 재미있고 창의적인 대화를 한다는 것이었다.

    차 안에서의 대화 중 새로운 에너지와 아이디어는 넘쳐났다. 카풀 시간의 에너지와 아이디어를 근무 시간까지 확장하자는 생각에서 직급과 직책을 없애고 직원들에게 다양한 업무를 동시에 경험케 했다. 이러한 자율성과 다양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철학의 바탕 위에서 고어사는 매년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 가장 창의적인 직장 조사에서 선두권을 놓치지 않고 있다.

    과거 기업에서는 리더의 말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한 조직상이었다. 사회에서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튀지 말고 지켜보다가 앞에 사람 따라가라’ 가 우리가 배운 삶의 모범처신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난 돌에 대해서도 관대하게 지켜봐 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 모난 돌들이 개미와 꿀벌을 대신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놀라운 부(富)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아진 세상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정 세 현
    ·서울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영국 Nottingham Trent MBA (경영학 석사)
    ·삼일회계법인 Deal Advisory 팀 부장 : 기업전략, M&A 컨설턴트
    ·삼일아카데미 전임교수(현), 라이지움 정보시스템감사(CISA) 과정 전임강사
    ·삼성건설, 삼성테크윈, LG CNS 직원연수 전임강사
    ·자기계발서 ‘사파리’ 저자, 매일경제 출간

  • 기사입력 2011.07.27 (수)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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