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5.13 08:00
[실전 영어 학습법]
영어 구사 능력은 글로벌 시대 비즈니스맨에게 필수 조건이다. 영어력(英語力)에 따라 투자자와 투자 금액, 비즈니스 성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루 일과에서 5분도 제대로 내기 어려운 최고경영자(CEO)나 임원의 묘책(妙策)은 뭘까.- ▲ 지난해 12월 6일 대통령 당선인이던 도널드 트럼프(왼쪽)는 미국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과 만나 500억달러 투자를 약속받았다. 트럼프는 이날도 손 사장을 치켜세우면서 ‘great’란 단어를 썼다. / 블룸버그
미키 다케노부(三木武信) 전 소프트뱅크 사장실장은 영어 젬병인 상태에서 '잘리지 않기 위해' 입사 후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실무에 필요한 말하기·듣기에 전략적 노력을 쏟은 결과, 1년 만에 해외 투자자 앞에서 유창한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저서 '직장인 생존 영어, 1년 만에 끝낼 수 있다'에서 "영어 공부도 기업 경영처럼 필요한 부분에 집중하는 게 요체"라고 했다. '목적에 충실한' 영어 공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손정의 사장이 영어 연설에서 사용하는 어휘는 총 1480개 안팎으로 중학교 교과서 범위 안에서다. 그 때문에 비즈니스 현장 영어에서는 문장 구성에 필요한 기본 어휘를 맹목적으로 많이 외울 필요가 없다. 대신 해당 분야의 전문 용어를 하나라도 더 정확하게 익혀 활용하는 게 관건이다. 의미만 확실하다면 사소한 문법적 실수는 상대방도 충분히 이해해 준다. 일본 격주간지 '프레지던트(President)'는 손정의 사장의 영어 연설문을 분석한 특집 기사에서 "간혹 어휘나 구문(構文) 활용이 틀릴 때도 있고 접속사도 같은 것을 반복해 단조롭게 들리지만, 사업을 설명할 때 보여주는 비즈니스 전문 어휘가 대단히 풍부해 전문성과 열정을 확실하게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2. 승부처는 억양과 강세, 발성
의사소통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강세(accent)와 억양(intonation)이다. 윌리엄 반스 예일대 커뮤니케이션 센터장은 저서 '기적의 영어 코칭 30'에서 "상대방에게 명료한 영어를 구사하려면 강세에 따른 '단어 길이'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예컨대 'welcome'을 발음할 때는 'w~e~lcome'으로, 'market'은 'm~a~rket'으로 과장해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발성(發聲)도 중요하다. 영어권 사람들은 성대(聲帶)의 떨림을 활용한 발성에 익숙하고, 한국인이나 일본인은 성대를 닫고 말하는 발성에 익숙하다. 반스 센터장은 "상대에게 프로답다는 인상을 주려면 영어 발음은 가능한 한 저음으로, 복식호흡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3. 소리 내 말하기(speaking) 연습이 핵심
눈과 머리만 쓰는 영어 공부는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다. CNN 뉴스가 수면제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입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의 저자 김민식 PD는 "언어는 학문이 아니라 꾸준한 반복으로 익히는 습관"이라며 "무협 영화 속 무림 고수들이 수년 동안 물 긷고 장작 패기만 하듯, 머리가 아닌 몸으로 되풀이해서 익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문장을 말하면서 외우면 눈으로만 읽을 때보다 암기 효과가 탁월하게 향상된다. 미키 다케노부는 "표현을 무미건조하게 읽을 때보다 평소 '상대의 이야기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면 이렇게 말하자'고 감정이입을 해 연습하면, 같은 상황이 벌어질 때 조건반사적으로 그 표현이 나온다"고 했다.
4. 王道는 문장 통째로 암기!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영어 학습의 왕도(王道)는 있다. 바로 암기(暗記)다. 필요한 영어 표현이 적시(適時)에 나오려면 똑같은 문장을 외울 정도로 연습하면 된다. 따로 문법을 공부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회화 패턴이 몸에 붙는다. 김민식 PD는 "매일 10문장씩 외워나가며 책 한 권을 완전 암기하면 문법을 몰라도 말문이 트인다"고 말했다. 교재는 자신의 목적과 흥미에 가장 잘 맞는 하나만 고르면 된다. 비즈니스맨이라면 업무 상황과 비슷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영화를 교재로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미키 다케노부는 "금융인 간의 협상 장면이 많이 나오는 영화 '월 스트리트' 한 편을 골라 반년 넘게 음성 테이프와 대본을 외울 때까지 반복 청취했더니 비즈니스 현장에서 만난 원어민의 영어를 거의 다 알아들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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