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자극하니…수학·과학 융합해 행성궤도 스스로 구해요
공부할 문학작품 알려주면 한 작품당 10개 질문 만들어…수업시간 토론통해 답 찾아
화학시간에 하천오염도 확인, 탐구보고서로 나만의 연구
◆ 4차 산업혁명 / 4부 교육혁명 ② / 경기외고 파격적 교육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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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외고 2학년인 이준석 군(18)은 중학교 때 국어수업이 싫었다. 교과서에 시가 있으면 시어의 뜻과 시 전체의 해석에 대해 프린트물이 교실에 배포됐다. 시험은 이 유인물을 외우면 됐다. 대신 스스로 해석하고 음미하고 토론하는 시간은 생략됐다.
이군은 "이상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 과정을 신청한 그는 국어 과정에 '유인물이 없다'는 것에 가장 크게 놀랐다. 교과과정 담당 교사가 공부할 작품의 범위를 정해주면 방학 동안 미리 다 읽고 와야 한다. 읽은 작품별로 10개씩 질문을 스스로 만들어 오는 것이 방학 숙제다. 수업시간에는 이렇게 취합된 질문들을 나눠준 뒤 학생들끼리 토론을 진행한다.
이군은 "질문을 하면서 생각해 봤던 주제이기 때문에 꽤 진지한 토론이 오간다"며 "서로의 주장을 이야기하면서 함께 답을 만들어 나간다"고 말했다. 두뇌끼리 대화하면서 답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창의성과 논리력이 향상된다.
이런 수업 방식이 만들어 낸 학생들의 능력 향상은 놀라울 정도다. 이 학교의 박예림 양(19·3학년)은 국내외 대학 정치외교학과를 지원한 문과 학생이지만 평소 그래픽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을 쓰다가 곡선을 만드는 툴을 발견하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 툴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원리를 스스로 탐구하게 됐고 벡터, 대수학 등으로 확장이 가능한 주제임을 알게 됐다. 나중에는 나이키의 곡선 로고를 계산기로 그려서 수학보고서로 제출하기도 했다. 화학 과제를 할 때는 분당에 있는 탄천으로 유입되는 4개 하천에 직접 가서 확인해 본 뒤 성남시가 어떻게 환경정책을 바꾸어야 수질오염을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갖고 있는 지식을 융합·활용하여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한 것이다.
이준석 군은 "수학 수업이지만 개인적으로 항공우주에 관심이 있으면 타원의 공식을 이용해서 행성의 궤도를 구하는 보고서를 작성해 볼 수 있다"며 "이런 형식으로 과목 간 융합이 된다"고 말했다. 현재 교과서 범위를 정해 객관식 위주의 문제를 내 암기력을 주로 측정하는 방식의 수업에서는 이 같은 창의력을 펼치기가 불가능하다. 백영옥 경기외고 한국문학 교사는 "IB 교육은 수동적으로 지식을 습득하기만 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평가 방식이 바뀌니 학생들의 두뇌도 180도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배워서 활용하고 싶은 지식을 스스로 찾아가게 된 것이다. IB 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는 김강은 군(18)은 "대학에 가서는 법학을 전공하고 싶은데 현재 교육과정에서는 배울 수가 없다"며 "그래서 IB 과정에 포함돼 있는 CAS(일종의 동아리 학습)를 통해 스스로 책을 읽고 각 법률적 사건들에 대한 케이스파일을 만든다"고 말했다.
IB 교육과정을 거친 학생들은 교육·평가 방식이 자신들의 두뇌에 잠재되어 있는 창의력과 융합능력을 배양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교육과정이 당장 모두에게 적용되기란 쉽지 않다. 이병호 경기외고 교장은 "2011년부터 IB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지만 교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파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용어 설명>
▷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 :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시험을 본떠 스위스의 한 비영리재단에서 만든 교육과정 및 시험으로, 융합능력과 사고력, 창의력을 기르고 평가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특별취재팀 = 신현규 차장(팀장) / 원호섭 기자 / 정슬기 기자 / 김윤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 과정을 신청한 그는 국어 과정에 '유인물이 없다'는 것에 가장 크게 놀랐다. 교과과정 담당 교사가 공부할 작품의 범위를 정해주면 방학 동안 미리 다 읽고 와야 한다. 읽은 작품별로 10개씩 질문을 스스로 만들어 오는 것이 방학 숙제다. 수업시간에는 이렇게 취합된 질문들을 나눠준 뒤 학생들끼리 토론을 진행한다.
이군은 "질문을 하면서 생각해 봤던 주제이기 때문에 꽤 진지한 토론이 오간다"며 "서로의 주장을 이야기하면서 함께 답을 만들어 나간다"고 말했다. 두뇌끼리 대화하면서 답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창의성과 논리력이 향상된다.
이런 수업 방식이 만들어 낸 학생들의 능력 향상은 놀라울 정도다. 이 학교의 박예림 양(19·3학년)은 국내외 대학 정치외교학과를 지원한 문과 학생이지만 평소 그래픽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을 쓰다가 곡선을 만드는 툴을 발견하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 툴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원리를 스스로 탐구하게 됐고 벡터, 대수학 등으로 확장이 가능한 주제임을 알게 됐다. 나중에는 나이키의 곡선 로고를 계산기로 그려서 수학보고서로 제출하기도 했다. 화학 과제를 할 때는 분당에 있는 탄천으로 유입되는 4개 하천에 직접 가서 확인해 본 뒤 성남시가 어떻게 환경정책을 바꾸어야 수질오염을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갖고 있는 지식을 융합·활용하여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한 것이다.
이준석 군은 "수학 수업이지만 개인적으로 항공우주에 관심이 있으면 타원의 공식을 이용해서 행성의 궤도를 구하는 보고서를 작성해 볼 수 있다"며 "이런 형식으로 과목 간 융합이 된다"고 말했다. 현재 교과서 범위를 정해 객관식 위주의 문제를 내 암기력을 주로 측정하는 방식의 수업에서는 이 같은 창의력을 펼치기가 불가능하다. 백영옥 경기외고 한국문학 교사는 "IB 교육은 수동적으로 지식을 습득하기만 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평가 방식이 바뀌니 학생들의 두뇌도 180도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배워서 활용하고 싶은 지식을 스스로 찾아가게 된 것이다. IB 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는 김강은 군(18)은 "대학에 가서는 법학을 전공하고 싶은데 현재 교육과정에서는 배울 수가 없다"며 "그래서 IB 과정에 포함돼 있는 CAS(일종의 동아리 학습)를 통해 스스로 책을 읽고 각 법률적 사건들에 대한 케이스파일을 만든다"고 말했다.
IB 교육과정을 거친 학생들은 교육·평가 방식이 자신들의 두뇌에 잠재되어 있는 창의력과 융합능력을 배양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교육과정이 당장 모두에게 적용되기란 쉽지 않다. 이병호 경기외고 교장은 "2011년부터 IB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지만 교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파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용어 설명>
▷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 :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시험을 본떠 스위스의 한 비영리재단에서 만든 교육과정 및 시험으로, 융합능력과 사고력, 창의력을 기르고 평가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특별취재팀 = 신현규 차장(팀장) / 원호섭 기자 / 정슬기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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