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CEO와 말단 직원이 격의 없이 소통하려면

  • 김성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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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4.29 08:00

    [On the Management]

    김성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김성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요즈음 4차 산업혁명 물결이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가운데 한국 기업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주목받고 있다. 미국 기업들, 특히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신기술과 새로운 삶의 방식에 익숙한 젊은 인력들이 창의성을 맘껏 발휘하도록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이루어 혁신의 주도 기업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연초에 필자가 방문한 구글에서는 매주 임직원이 모인 주간회의에 최고 경영진이 참석해 사원들과 직접 대화하고 격의 없는 소통을 한다. 사원들이 한국에서는 매우 불손하다고 평가받을 수준의 의견도 경영진에게 자유로이 발언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온라인쇼핑뿐 아니라 인공지능과 우주여행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아마존에서는 변화 선도를 기치로 임직원들이 상하 구별 없이 일과 관련한 비판적 토론을 맘껏 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한마디로 조직 내에서 구성원이 창의성과 자율성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수평적 조직문화가 꽃피게 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한국 대기업은 아직도 경직된 조직문화로 인해 구성원의 창의성이 마음껏 발휘되도록 하는 데 미흡하다. 4차 산업혁명 대응은 연구개발 인력만이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에 창의성과 자유로운 소통이 원활하게 흘러야 가능한 것이다. 국내 대기업 사원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조직문화상의 문제는 '상명하복의 위계적 조직문화'이다. 이런 문화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시대에는 순기능이 있었지만 창의성을 기반으로 경쟁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잘 맞지 않는다.

    삼성·아모레, 직급 호칭 '님'으로 통일

    한국 기업의 경직된 조직문화는 장유유서 문화와 직급제도가 맞물려 강화되어 왔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의 연구들을 종합한 메타분석 연구를 보면 임직원의 근속 연수와 창의성은 무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즉, 근속 연수가 늘어나도 창의성이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직급의 장벽으로 사내의 소통이 막히면 조직 내 창의성이 저해될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그래서 삼성은 올해부터 직급 호칭 대신 서로 '○○님'으로 부르게 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CJ도 2000년대 초반부터 '님'자 호칭을 사용해 왔는데, 모두 수평적 조직문화를 구축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네이버는 2014년부터 직급 제도를 폐지했다. 네이버는 신입 사원부터 임원까지 직급이 없이 대등한 위치에서 일한다. 직급에 따라 생기는 위계질서가 구성원 간의 소통을 저해하고 역량에 따른 업무 배치를 방해하여 조직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직급제가 없으니 승진제도 운용을 위해 인사 고과 시 무리하게 상대평가를 할 필요가 없다.

    상대적으로 대다수 한국 기업의 조직관리 방식은 서로 너무 닮았다.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조직관리 방식을 찾기 위해 치열한 고민을 하기보다 무난한 조직관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사원을 선발할 때에는 열정과 창의성을 강조하지만 막상 그런 사원이 입사하여 열정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할 조직문화는 미흡한 경우가 많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 기업이 살아남고 나아가 선도 기업이 되려면 경직된 조직문화를 먼저 개혁해야 한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28/2017042801676.html?main_hot#csidx50f450b662bfb468dd669f204717ef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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