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적자라도1이상의 가치 만들 수 있는 벤처기업에 투자"

입력 : 2017.03.25 03:02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알토스벤처스 김한준 대표
한국 투자 펀드 운영, 1230억원짜리모건스탠리 등 투자자들이 참여
배달의민족·직방에 투자해외 큰손들도 뒤따라 2조원 넘게 넣어
실패한 기업에 폐업자금도12억원 날린 창업자에 아무 대가 없이 4억원 지원하기도

쿠팡·배달의민족(배민)·직방·미미박스·판도라TV·비바리퍼블리카. 최근 5~6년간 온라인쇼핑, 음식 배달, 부동산, 화장품, 동영상, 금융 등 국내 각 산업 분야에서 신()사업을 일으키고 있는 대표적인 기술 벤처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창업 초기에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알토스벤처스에서 투자를 받았다는 점이다. 알토스벤처스가 이렇게 투자한 국내 벤처기업이 30여 곳에 달한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은 현재 수익이 내는 기업보다는 지금은 적자라도 성공하면 1조원대 이상의 기업 가치를 만들 수 있는 벤처기업에 투자를 합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24/2017032402049.html

 

 

21일 서울 청담동에서 만난 알토스벤처스의 김한준 대표는 “적자를 내면서도 사업을 키워가는 큰 꿈을 꾸는 용감한 창업자에도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이 실리콘밸리의 투자 방식”이라고 말했다.
21일 서울 청담동에서 만난 알토스벤처스의 김한준 대표는 적자를 내면서도 사업을 키워가는 큰 꿈을 꾸는 용감한 창업자에도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이 실리콘밸리의 투자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21일 서울 청담동에서 만난 김한준(52)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국내 투자자들은 조금씩 이익을 내면서 매출을 늘려가는 기술 벤처들을 선호하지만, 해외 큰손들은 이런 회사는 쳐다보지도 않는다""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벤처기업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큰 도전을 하는 용감한 창업자를 찾아 그 꿈을 이루게 도와주고 투자자로서 홈런을 치는 게 이 업()의 본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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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한 킴'으로 불리는 김 대표는 실리콘밸리의 자금이 국내 기술 벤처기업에 들어오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가, 미국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와 스탠퍼드대 MBA를 졸업한 뒤 컨설팅회사 부즈앨런&해밀턴을 거쳐 1996년 실리콘밸리에 알토스벤처스를 설립했다. 10년 넘게 실리콘밸리 투자자로 활동하다가 2013년 한국 지사를 내면서 본격적으로 실리콘밸리 자금을 끌어와 한국 벤처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 모건스탠리 등 미국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11000만달러(1230억원)짜리 한국 투자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 등 국내 자본도 이 펀드에 일부 참여하고 있다.

◇배민·토스·쿠팡당장 적자 나도 크게 도전하는 벤처에 투자

김 대표는 "실리콘밸리와 한국 투자자 간 벤처 투자를 보는 관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5년 전 배달의민족에 투자했는데 다음해 곧바로 매출 100억원을 찍으면서 영업이익을 낸 것에 대해 창업자에 항의했다"고 말했다.

"적어도 매출 1000억원 이상 가야 하는데 지금은 공격적으로 더 키워야지, 흑자 낼 때가 아니라고 항의했어요. 창업자 김봉진 대표는 '차라리 경영자를 바꾸라. 그만큼 키울 자신 없다'고 하더군요." 그는 "다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돌아선 배민은 작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고 창업자는 지금 1조원 매출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의 자금으로 실리콘밸리식() 투자를 감행하는 알토스벤처스의 투자를 받은 벤처기업들은 의외의 효과를 보고 있다. 상당수가 알토스의 투자를 받은 1~2년 뒤 해외 투자 업체에서 수백억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배달의민족 570억원, 미미박스 730억원, 직방 380억원, 비바 550억원(이상 가장 최근 받은 투자금액, 누적 투자액은 아님)과 같은 식이다. 해외 큰손들이 이렇게 알토스가 선()투자한 벤처에 집어넣은 돈만 2조원이 넘는다.

김 대표는 "냉정하게 될성부른 기업을 찾아 해외 투자자에게 소개한다"고 했다. 그는 "해외 투자자는 매출이나 거래액, 이용자 수와 같은 숫자를 먼저 본다""더 중요한 건 성공했을 때 적어도 1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가 될 잠재력"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대표적인 투자 사례로 이달 초 미국 간편 결제 1위 업체 페이팔의 투자를 받은 비바리퍼블리카를 들었다. 비바는 스마트폰에 미리 은행 계좌만 등록해두면 수초 만에 송금이 완료되는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를 제공한다. 토스는 600만 다운로드와 누적 송금액 3조원을 돌파했다. 그는 "미국 페이팔은 20대 젊은이들 사이에 '토스해'라는 단어가 쓰이는 현상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토스가 모든 연령으로 퍼져 나가는 데 성공하면 기업 가치는 3조원 이상으로 뛸 것"이라고 말했다.

◇실패한 창업자에 폐업 자금 지원

택시호출서비스 리모택시, 디지털음원업체 비트 등은 알토스의 투자를 받았지만 사업 실패해 폐업한 기업이다. 김 대표는 리모택시의 청산 과정에서 임직원 체불 급여 등 4억원 정도를 지원했다. 알토스도 이 회사의 폐업으로 투자금 12억원을 고스란히 날렸지만 아무 대가 없이 추가 손해를 감수한 것이다. 벤처 업계에서는 망한 기업의 창업자가 임금 체불로 직원들에게 고소·고발당하는 사례가 흔한 게 현실이다.

김 대표는 "미담(美談)이 아니다""'장례식 날(Funeral date)'이라는 투자자가 지켜야 할 원칙을 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장례식 날은 적자를 내는 벤처 기업을 청산할 경우 기존 투자금으로 급여 체불과 같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딱 '제로'가 되는 날입니다. 이날을 넘으면 금전 문제가 생기지요. 투자자는 창업자와 장례식 날을 명확하게 공유하고 이날 청산 여부를 논의합니다."

그는 "리모택시 창업자는 장례식 날 폐업을 원했는데 오히려 우리 측에서 추가 투자 유치 가능성을 높게 봐, 청산 일이 늦어졌다""결국 장례식 날 이후 운영으로 생긴 손해는 알토스가 책임지는 게 맞는다"고 했다. 국내 투자자들 가운데는 창업자가 폐업한다고 하면
앞뒤 안 재고 무조건 반대하는 분위기가 있다. '폐업=투자 손실'이기 때문에 창업자가 빚을 지더라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는 벤처 생태계가 팽창하는 단계"라며 "서울대, 카이스트 등 주요 대학의 최고 인재들이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 대신에 창업에 도전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게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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