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흐의 샤콘느(Bach, Chaconne)에 빠지다…

Bach Chaconne

 

가을이라는 계절은 왠지 모르게 사람의 마음을 감정적이게 만든다.

그래서 슬픈 음악,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 격정적인 감정이 묻어 있는 음악을 듣게 되면 나도 모르게 동화되어 버리는 계절이다. 비록 크게 가을을 타지는 않아도 커피 한잔에 그런 음악을 듣고 싶어지는 것을 보면 확실이 깊은 가을이긴 한 모양이다. 

 

그런 가을에 어울이는 음악이 있다. 

커피 한잔을 옆에 놓고 눈을 감고 작곡가의 마음을 느끼며 깊이 빠져들만한 곡. 오늘 꼭 내 기억 속에,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곡은 바로 “바흐”의 “샤콘느”이다. 

이 곡은 바흐의 비종교 음악 중에서 진정 빼놓을 수 없는 명곡이고 정말 세계의 많은 연주가들이 연주하는 레퍼토리 중 하나이다. 

 

마리아 바르바라

 

바흐의 아내의 이름은 마리아 바르바라.

13년 동안 그의 곁을 지켜주던 그녀는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지독한 슬픔과 아픔이 그에게 찾아온다. 

바흐가 비종교음악의 꽃을 피우던 쾌텐 시대, 그래서 그는 그 지독한 슬픔과 아픔을 음악으로 만들어내고 그 곡이 바로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이다. 그리고 그 곡 중 5번째, 마지막 악장의 절절한 곡이 바로 “샤콘느”이다. 

 

피아노 반주가 없는 무반주로 들려오는 바이올린.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내는 그 애절한 소리가 바흐의 마음을 들려주는 듯 하다. 

샤콘느는 본래 16세기 스페인에서 유래된 무곡, 즉 춤곡이다. 3박자의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2번째 박자에 강박이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짧은 저음부의 주제를 계속해서 반복하며 선율부를 계속해서 변주해 나가는 곡이다. 

이러한 춤곡이 애절한 바이올린 소리로 인해 마치 사람의 가슴을 찟는 듯한, 또는 비에 젖어 있는 땅을 슬피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 

또는 그의 절규가 보이고 가슴을 움켜쥐는 모습이 그려지며 무덤 앞에서 처절히 무너져가는 모습도 그려진다. 

그런 느낌의 음악. 

 

작곡자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연주자의 혼신을 다해야 하는 음악

14~17분 동안의 긴 시간 동안 반주도 없이 바이올린 하나 만으로 찢어지는 마음으로 걷고, 절규하고 통곡해야 하는 음악.

그래서 쉽지 않은 곡임에도 그 많은 바이올리니스트의 마음을 움직이며 꼭 연주하게 만드는 음악.

 

클라라 슈만

 

사랑의 마음을 담은 음악은 세월이 지나도 그 사랑이 변하지 않는 것일까?

평생 독신으로 한 여자를 사랑한 브람스

그 브람스가 사랑한 사람은 바로 슈만의 아내 클라라 슈만. 오래전 부터 사랑했지만 슈만의 아내이기에 다가가지 못했지만 슈만이 정신병으로 인해 죽은 뒤에도 클라라의 곁에서 끝까지 돌봐준 지고지순한 사랑을 한 음악가.

클라라가 고된 연주 일정 등으로 오른 손을 못쓰게 되자 그를 위해 브람스가 꺼내든 것은 바로 바흐의 샤콘느를 왼손으로만 연주할 수 있도록 만든 “왼손을 위한 바흐 샤콘느”.

정말이지 이 음악은 많은 사연을 가진 가을에 정말 어울리는 음악이 아닐까?

 

이 곡은 자주 연주되는 형태와 작곡가, 편곡자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는 원곡으로 바흐가 작곡한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나의 샤콘느이다. 유명한 연주로는 야샤 하이페츠의 연주, 요세프 시게티의 연주, 헨릭 세링의 연주가 명반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힐러리 한 등의 젊은 뮤지션들의 연주를 들을 수는 있지만 이 곡의 격정을 표현하는 데는 아직 원숙미나 파워가 모자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야샤 하이페츠의 연주가 가장 좋다.

 

 

두번째는 원곡을 피아노로 화려하면서 격정적인 편곡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곡인데 부조니가 편곡한 샤콘느이다. 유명한 연주로는 여류 피아니스트인 니콜라예바의 연주, 엘렌 그리모의 연주, 미켈란젤리의 연주, 그리고 예프게니 키신의 연주,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임동혁이 EMI를 통해 출반한 곡이 좋은 연주를 들려준다. 특히 임동혁의 연주는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곡의 해석이 남다름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미켈란젤리의 연주는 이 곡에 대한 최고의 명반 중 하나로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연주다.  

 

 

세번째는 브람스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편곡한 왼손을 위한 바흐의 샤콘느이다. 한손으로만 연주하기 때문에 단순해 보일 수는 있으나 원곡의 느낌과 편곡자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곡이라고 할 수 있다. 한손으로만 연주하는 것이기에 많은 음반이 나와 있지는 않다. 여기서는 크리스챤 짐머만의 연주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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