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을 넘어 지금은 '스토리두잉'의 시대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마케팅 업계의 핵심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우리 제품이 좋다'든지 '우리 회사는 좋은 회사'라고 말하는 일차원적 방식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재구성해 사람들에게 자주 들려줘 대놓고 말하지 않아도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스토리텔링이다.

하지만 스토리텔링만으로는 더 이상 복잡다단한 소비자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광고회사 중 하나인 JWT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최고창조책임자(CCO)를 지낸 타이 몬태그 '코:컬렉티브(CO:Collective)' 창업자는 스토리를 말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행해야 한다는 '스토리두잉(Storydoing)'을 주장한다. 20년 넘게 광고계에 종사하며 스토리를 만들던 광고인이 갑자기 광고를 넘어선 광고, 즉 스토리를 행하는 '스토리두어(Storydoer)'가 되겠다며 회사를 나간 것도 이 때문이다. 매경MBA팀은 몬태그 창업자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기존 광고가 스토리텔링에 머물러 있었다면 스토리두잉은 스토리, 즉 이야기를 광고뿐 아니라 제품, 직원에 대한 보상, 이벤트 등 모든 회사의 활동을 통해 직접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스토리두잉'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는데 어떻게 나왔나.

광고계에 20년 넘게 있었지만, 짧은 광고만으로 일관되고 논리정연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다. 소위 말하는 전통적인 광고를 하지 않고도 성공하는 몇몇 회사들의 사례도 눈에 띄었다. 이들 회사에 대해 연구를 하면서 이들에겐 명확한 스토리가 있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이를 보여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회사들의 아이덴티티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다가 '스토리두잉'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 스토리텔링과 스토리두잉은 어떻게 다른가.

기존의 광고는 아직도 그저 이야기를 들려주는 차원이다. 하지만 이제 기업은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한다. 핵심 스토리를 만들고, 이를 제품과 직원에 대한 보상, 이벤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사적인 차원에서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행동하게 하는 것이 스토리두잉이다.

- 두 가지의 가장 큰 차이를 쉽게 설명한다면.

스토리텔링에 머무르는 회사는 이야기를 마케팅 부서에서 만든다. 그리고 회사가 고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광고라는 '독점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전달된다. 결국 스토리를 개발하는 팀과 제품을 개발하는 팀은 각각 다르게 운영되고, 이 두 팀은 거의 만날 일이 없다. 하지만 스토리두잉을 하는 회사는 CEO를 포함한 전 직원이 다 함께 스토리를 만든다. 그 결과 회사 내 모든 부서의 리더들과 팀들은 스토리에 대해 확실히 이해하고 있고, 회사가 하는 모든 활동은 이 스토리를 기반으로 전개된다.
 
스토리두잉 기업
 
CEO와 전직원이 스토리 함께 만들고, 모든 회사 활동을 그 틀 속에서 전개
매출신장속도, 주가, SNS 노출횟수 등 모든 면에서 스토리텔링 기업에 앞서

- 자기 회사가 스토리텔링에 머무르는 회사인지, 스토리두어로 나아가는 회사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나.

나는 6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째,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둘째, 그 이야기가 상업적 목표를 뛰어넘는 회사의 장기적인 포부를 잘 나타내고 있나. 셋째, 직원 모두 이 스토리를 알고 이해하는가. 넷째, 이 이야기가 회사가 하는 모든 일의 기반이 되는가. 다섯째, 회사가 주력할 몇 가지 상징적인 활동을 규정해놨는가. 여섯째, 들려줄 이야기에 우리 회사뿐 아니라 지역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연결돼 있는가. 이 여섯 가지 질문에 모두 확실하게 '네'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그 회사는 스토리텔링을 넘어 '스토리두잉'을 하는 회사다. 하지만 대부분은 1~2가지만 `네`라고 대답한다.

- 스토리두잉을 통해 회사가 얻는 실질적인 이득은 어떤 것인가.

광고에 들이는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면서도 내부 비용관리는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그 결과 빠르게 주주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며, 고객들의 로열티 또한 높아진다. 코:컬렉티브에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이면서도 수치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조사를 했다. 유통,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전자결제, 소비자가전, 항공, IT 등 7개 분야에서 42개 상장기업을 골라 스토리텔링 기업과 스토리두잉 기업으로 나눠 비교했다. 그 결과 2007년부터 2011년까지의 매출신장률은 스토리두잉 기업이 10.4%로 6.1%인 스토리텔링 기업보다 훨씬 높았다. 소셜미디어에 언급된 횟수 증가율도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수치를 조사한 결과 스토리텔링 기업이 87%인 데 비해 스토리두잉 기업은 149%나 됐다. 주가의 경우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평균을 낸 결과 스토리텔링 기업은 4.4% 떨어졌으나 스토리두잉을 하는 회사는 5.6% 올랐다.

- 가장 대표적인 스토리두잉 기업의 사례를 이해하기 쉽게 제시해달라.

레드불이다. 레드불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구성하고, 펼쳐나간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레드불은 이 이야기를 여러 이벤트나 행사를 통해 실제로 행한다. 하늘의 F1으로 불리는 '에어레이스(Red Bull Air Race)'나 우주 낙하 프로젝트인 '스트라토스(Red Bull Stratos)', 자신이 만든 비행기계로 인간의 동력만을 사용해 비행하는 '풀루크타크(Flugtag)' 등이 대표적이다. 고객들은 이런 이벤트를 통해 레드불의 스토리를 직접 체험하고,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레드불은 스토리두잉 기업 중에서도 아주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자신들의 행동이 좋은 결과를 낳으면 이를 계속해서 발전시켜 잘 진행해 나간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미련없이 다음 것으로 넘어간다. 젊은 사람들은 레드불의 이 같은 '행동'에서 겁없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레드불의 스토리
 
'위험을 감수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에 우주낙하, 인간동력 비행기 프로젝트
언행일치 이미지로 고객 로열티 상승, 젊은층, 겁없는 자신 모습 발견하기도
 

- 스토리텔링이나 스토리두잉에서 모두 중요한 것은 얼마나 진정성 있는 스토리 있느냐가 아닐까.

진정성은 모든 브랜드와 기업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리고 진정성의 전제는 투명성이다. 고객들과의 진실된, 투명한 소통이 결국 스토리의 핵심이다. 그리고 진정성과 투명성은 말할 때보다 행동할 때 훨씬 더 빛난다. 스토리텔링 기업보다 스토리두잉 기업이 훨씬 더 이득을 볼 수 있는 이유다. 스토리두잉 기업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그저 스토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행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고객들은 이 같은 '언행일치'를 보고 감동을 받는다.

- 진정성 있는 흥미로운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은.

좋은 스토리의 세 가지 요소인 매력적인 주인공(기업)과 감동적인 목표, 뚜렷한 악당(경쟁사)을 다양한 질문과 진실된 답변을 통해 잘 정의해야 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기업은 자신의 강점과 약점, 변화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세상에서 잘못된 것 가운데 바로잡고 싶은 목표(quest)는 무엇인지, 이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경쟁사는 어디인지, 경쟁사 대비 주인공 기업이 극복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등의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내면을 파악해야 한다.
 
- 스토리를 만들고, 전파하고, 행하는 데 있어서 소셜미디어는 핵심적인 루트다.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나.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회사에 대해 자랑만 하고, 제품 홍보만 하는 기업들을 따분하고, 불쾌한 존재로 인식한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스토리두잉' 기업들의 경우 이 같은 방법을 쓰지 않는다. 미국의 제트블루는 자신들의 목표를 '비행을 할 때 형성되는 휴머니티를 다시 불러오는 것'으로 정했다. 패스트푸드점인 치폴레(Chipotle)는 현재 존재하는 북미 내 패스트푸드 시스템을 '건강식'으로 탈바꿈시키려는 목표를 세웠다. 기업의 이윤 차원을 넘어선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목표다. 이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고객과 함께 실현하려는 방안을 소셜미디어에서 제시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장을 만든다면 그것이 바로 스토리두잉 기업이 소셜미디어를 잘 활용하는 대표 사례가 될 것이다.
 

He is…
 

타이 몬태그는 세계 최대 광고회사 중 하나인 JWT에서 20여 년간 일하며 북미 전체 대표(CEO) 및 최고창조책임자(CCO)까지 지냈지만, '스토리텔링'에서 벗어나 '스토리두잉'을 실현하자는 생각으로 2010년 퇴사해 파트너였던 로즈마리 라이언과 함께 '코:컬렉티브'를 창업해 현재 CEO를 맡고 있다. 유튜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GE 등이 그의 고객이다. 최근 'True, Story : How to Combine Story and Action to Transform Your Business(진실한 이야기:당신의 비즈니스를 변화시키기 위해 스토리와 액션을 결합하는 방법)'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애드에이지와 패스트컴퍼니는 그를 크리에이티브 분야 '10대 구루(guru)'로 선정하기도 했다.
 

글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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