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대통령 향한 돌직구 시원스럽다”

등록 : 2014.05.03 15:26수정 : 2014.05.03 18:17

도올 김용옥 교수

도올 김용옥 ‘한겨레 기고’ 화제

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의 세월호 참사 특별기고가 <한겨레>를 통해 알려지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2만건 이상 인용되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고문이 인터넷에 공개된지 하루도 안돼 <한겨레> 누리집과 포털에선 댓글이 1만개 이상 달렸다.

등단 45주년을 맞아 최근 열세 번째 시집 <호야네 말>을 출간한 이시영 시인은 자신의 트위터(@ro_ro*********)를 통해 “도올이 한겨레에 울분을 토하셨다. 도올다운 글이라 좀 격앙되어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돌직구가 시원스럽다. 도올의 지적대로 그 분의 정치력과 통치력은 ‘허상’이었음이 증명되었다. 물러나기 싫으면 그냥 가만히 계시라. ‘규제와의 전쟁’ 따위 하지말고”라고 밝혔다.

트위터리언(wi*******)은 “중앙일보에서 세월호 사고 후 인문사회학자들의 릴레이 인터뷰라는 걸 계속 실었다. 공허한 현학 일색이었다. 도올 선생의 추상같은 발언이야말로, 지성의 목소리란 어떠해야 하는가를 웅변한다”고 밝혔다.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저자인 김동조씨(아이디 @hubris2015)는 트위터에서 “도올 선생의 말처럼 거리에서 정치적인 표현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선거를 통한 심판이 필요하고 야당의 쇄신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야구관련 서적을 쓴 김은식씨(아이디 @kimeunsik)는 트위터로 “‘일본 도호쿠지진 때 미야기농고의 학생들은 다급한 상황에서도 소, 돼지 축사의 문을 열어두고 피신했다. 하물며 인간이랴.’ 도올 선생의 글 중 이 대목이 이 새벽에 또 가슴을 찌른다”고 밝혔다. 한 누리꾼(트위터 아이디 ch***********)은 “맹자는 호선(好善)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천하를 다스리기에 넉넉함이 있다 했다. 호선이란 낙문고언(樂聞苦言)이다. 쓴 말을 듣기를 사랑한다는 뜻이다”고 말했고, 다른 누리꾼(트위터 아이디 gy***)은 “평범한 민중들은 늘 정의로웠다고, 죽어간 사람들도 그런 사람이었다고 (도올 선생이) 처음 말해주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도올의 기고문을 가리켜 “선동하고 있다”거나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의견이 엇갈렸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가족들을 추모·위로하는 촛불집회가 열린 4월30일 저녁 서울 중구 청계광장 들머리에서 참가자들이 ‘가만히 있으라’는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도올의 기고문을 보고 촛불집회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누리꾼들도 다수다. 시민단체들은 연휴 시작인 5월3일부터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촛불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서울시민 촛불 원탁협의회’는 주말인 이번달 3일과 10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추모 촛불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서울촛불시민들’ 역시 2일부터 6일가지 매일 저녁 희생자 추모와 실종자 무사생환을 기원하는 촛불집회를 열겠다고 했고, 3일 오후엔 청소년단체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의 회원들도 오후 5시부터 청계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다.

김용옥 교수는 <한겨레> 특별기고문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세월호의 이준석 선장을 비교하며 글을 시작했다. 김 교수는 1950년 6월 정부 각료, 국회의원, 육군본부에도 알리지 않고 몰래 대전으로 도망간 이승만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방송국을 통해 서울시민에게 “우리 국군이 용감하게 적을 물리치고 있습니다”, “나 대통령 본인도 서울을 떠나지 않고 국민과 함께 서울을 지키고 있습니다”는 거짓 방송을 했고 사전 통보없이 한강대교를 폭파해 시민 500여명이 폭사했다고 적었다. 그는 “우리는 이러한 이승만을 성스러운 통치자로 모시는 기나긴 정치사적 이념의 굴레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임진왜란 당시 대책없이 도망친 선조가 큰 전공을 세운 이순신 장군을 핍박하고, 오히려 도망갈 때 자신의 말을 몰았던 말단 관리를 우대했던 역사적 사례를 제시했다. 김 교수가 이런 실패한 리더십의 사례를 제시한 것은 세월호 침몰 당시 누구도 주체적인 결단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세월호가 침몰하기 전 충분히 구조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고, 이 황금시간에 누구도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시대의 역사가 총체적 부실 속에서 결정권자가 부재한 상태로 표류하고 있고, 그 총체적 부실의 주체는 다름아닌 박근혜 정부”라고 밝혔다. 그는 또 “통치의 정점은 국가의 안위에 막중한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도 박근혜는 진심어린 전면적인 사과의 한마디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과거 중국 한(漢)나라의 황제인 문제(文帝)조차 불상사가 발생할 때마다 신하를 탓하지 않고 자신이 국민 앞에 사죄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사건 초기 ‘남탓’이나 “엄벌하겠다”는 등 심판자 노릇에 일관했다는 것이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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