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세월호 추모, “이제,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교사, 학생, 주부, 시민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추모 침묵 행진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며 희망을 염원했던 마음들이 분노가 돼 거리로 나왔다. 희망을 비탄으로 만든 미흡한 정부의 초동대응, 그리고 연이어 터져 나오는 사회 구조적 모순은 사람들을 움직이게 했다. 거리로 나온 사람들은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마음을 모았다. 속울음을 삼키던 추모의 시간들이 큰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이를 업은 주부들은 강남역으로, 대학생과 시민들은 홍대와 명동, 시청으로, 교사들은 광화문으로 모였다. 주부들은 ‘침묵이 이렇게 죄스러울 줄 몰랐습니다’라는 피켓을 들었다. 시민, 교사들도 ‘우리가 침묵하면 세월호는 계속됩니다’라는 피켓을 나눠가졌다. 학생들이 손에 든 피켓에는 ‘가만히 있으라’ 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주부, 학생 시민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추모 침묵 행진
“정부와 언론은 그저 가만히 있으라고만 한다. 그래서 거리로 나왔다”
30일 오후 2시,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는 40여 명의 대학생과 고등학생,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SNS에서 ‘세월호를 기억하고 가만히 있기 꺼림직 한 사람들, 4월 30일에 모여요’라는 제안을 보고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이 제안은 청와대 자유게시판에도 실렸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파됐다.
소수의 시민들은 홍대입구역에서부터 천천히 행진을 시작했다. 어떤 구호도, 어떤 퍼포먼스도 없는 침묵행진이었다. 참가자들은 모두 검은 옷을 입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한 손에는 노란리본을 묶은 국화꽃 한 송이가, 또 다른 손에는 ‘가만히 있으라’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이 들려 있었다.
최초 대학생 침묵행진을 제안한 용혜인 씨는 경기도 안산에서 20여년을 살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었다. 용 씨는 “세월호 참사로 200명이 넘게 사망하고 아직도 100여 명이 바다 속에 잠겨 있는데 이 나라 어디에도 책임지겠다며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며 “정부와 언론은 세월호 선장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에게 그저 가만히 있으라고만 한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가만히 있으란 말에 의문을 던지고 싶었다”며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홍대역 앞에서 시작된 발걸음은 한 시간 남짓 홍대 거리 곳곳에 머물렀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췄고, 속속 행진 대열에 참여했다.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노모 씨와 윤모 씨도 홍대에 놀러왔다 우연히 침묵 행진에 합류했다. 윤 씨는 “학교에서도 학생들과 교사들 모두가 슬퍼한다. 조회 전 추모시간을 가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SNS를 보고 행진에 참여한 20대 청년은 “부산외대 새터 건물 붕괴로 학생들이 죽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왜 우리는 계속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큰 배의 승객이다. 세월호 사태는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침묵 행진은 홍대에서 명동으로 이어졌다. 명동 밀리오레 쇼핑몰 앞에서 SNS를 보고 모여든 학생과 시민들이 행진 대열에 합류했다. 행진 참가자는 70여 명으로 늘어났다. 참가자들의 자유발언을 지켜보던 한 여고생은 “사고 당일 오전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수거해 갔기 때문에 야간자율학습를 시작하기 전에야 소식을 들었다”며 “오전에 사고소식을 듣고 큰 사고가 아닌 줄만 알았는데, 뒤늦게 뉴스를 확인하고 우는 친구들도 있었다”며 울먹였다.
참가자들은 명동 밀리오레에서부터 명동예술극장을 거쳐 명동성당까지 침묵 행진을 이어나갔다. 자신을 승은 어머니라고 밝힌 한 주부는 세 살 배기 아이를 안고 명동 행진에 참가했다. 그는 “세월호 사태에 대응하는 정부를 보며 정말 이 나라에서 못 살겠다는 생각까지 한다”며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 둘째 아이를 가질 엄두도 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행진 대열은 명동에서 서울시청, 광화문을 지나 보신각에 도착했고, 그 사이 1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속속 대열에 모여들었다. 성공회대 사회과학부에 재학 중인 류해민 씨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들은 학생들만 죽었다”며 “그동안 마음으로만 슬퍼하고 애도했지만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마포구에서 온 문배식 씨는 “국가가 책임지지 않을 때 국민은 분노할 권리가 있다. 기성세대로서 어린 친구들에게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추모’의 마음에서 ‘분노’의 마음으로
“이제,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교사들도 거리로 나왔다. 전교조는 이날 오후 7시, 광화문 파이낸셜 빌딩 앞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부조리한 사회와 정부에 분노하기 위한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150여 명의 교사들을 비롯해, 학생과 시민 등 400여 명이 모여들었다.
강명초등학교에서 온 한 교사는 “만약 세월호에 대해 물어오는 아이가 있다면 어떻게 대답을 해 줘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며 “침몰되기 전 영상으로 보면 학생들은 끝까지 청소년의 발랄함을 잃지 않고 구명조끼를 양보하고, 선생님을 걱정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교사는 “일각에서는 순응적인 아이들을 키운 교육의 문제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는 순응이나 권위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정상적인 구조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참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추모 발언에 나선 영남중학교 조남규 교사는 “학교에서는 그렇게 말을 안 듣던 아이들이 왜 이때만은 왜 이렇게 말을 잘 들었는지 너무 안타깝다. 아마도 밖으로 나가면 배가 더 기울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고 울먹였다.
이어서 조 교사는 “우리 학생들이 이제 곧 뛰쳐나올 거다. 그 때 뒤쳐지지 않도록 하겠다”며 “대통령 하나, 교육감 하나 바뀐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학생과 교사들이 세상을 바꾸는 불씨가 되겠다. 같이 노력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사들과 학생, 그리고 시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가만히 있으라’, ‘우리가 침묵하면 세월호는 계속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수 백 개의 손피켓이 흔들렸다. 참가자들은 이제 추모의 마음을 모아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오는 3일과 5일, 서울과 안산 등 전국 곳곳에서 촛불 집회 및 추모 행진이 진행된다. 1일에는 전국 5만 여 명의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대규모 집회 및 추모행진을 이어간다. 전교조도 오는 17일, 전국교사대회를 통해 거리로 나선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추모’가 ‘분노’로 점화된 촛불들이 켜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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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업은 주부들은 강남역으로, 대학생과 시민들은 홍대와 명동, 시청으로, 교사들은 광화문으로 모였다. 주부들은 ‘침묵이 이렇게 죄스러울 줄 몰랐습니다’라는 피켓을 들었다. 시민, 교사들도 ‘우리가 침묵하면 세월호는 계속됩니다’라는 피켓을 나눠가졌다. 학생들이 손에 든 피켓에는 ‘가만히 있으라’ 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주부, 학생 시민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추모 침묵 행진
“정부와 언론은 그저 가만히 있으라고만 한다. 그래서 거리로 나왔다”
30일 오후 2시,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는 40여 명의 대학생과 고등학생,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SNS에서 ‘세월호를 기억하고 가만히 있기 꺼림직 한 사람들, 4월 30일에 모여요’라는 제안을 보고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이 제안은 청와대 자유게시판에도 실렸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파됐다.
소수의 시민들은 홍대입구역에서부터 천천히 행진을 시작했다. 어떤 구호도, 어떤 퍼포먼스도 없는 침묵행진이었다. 참가자들은 모두 검은 옷을 입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한 손에는 노란리본을 묶은 국화꽃 한 송이가, 또 다른 손에는 ‘가만히 있으라’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이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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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대학생 침묵행진을 제안한 용혜인 씨는 경기도 안산에서 20여년을 살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었다. 용 씨는 “세월호 참사로 200명이 넘게 사망하고 아직도 100여 명이 바다 속에 잠겨 있는데 이 나라 어디에도 책임지겠다며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며 “정부와 언론은 세월호 선장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에게 그저 가만히 있으라고만 한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가만히 있으란 말에 의문을 던지고 싶었다”며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홍대역 앞에서 시작된 발걸음은 한 시간 남짓 홍대 거리 곳곳에 머물렀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췄고, 속속 행진 대열에 참여했다.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노모 씨와 윤모 씨도 홍대에 놀러왔다 우연히 침묵 행진에 합류했다. 윤 씨는 “학교에서도 학생들과 교사들 모두가 슬퍼한다. 조회 전 추모시간을 가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SNS를 보고 행진에 참여한 20대 청년은 “부산외대 새터 건물 붕괴로 학생들이 죽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왜 우리는 계속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큰 배의 승객이다. 세월호 사태는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침묵 행진은 홍대에서 명동으로 이어졌다. 명동 밀리오레 쇼핑몰 앞에서 SNS를 보고 모여든 학생과 시민들이 행진 대열에 합류했다. 행진 참가자는 70여 명으로 늘어났다. 참가자들의 자유발언을 지켜보던 한 여고생은 “사고 당일 오전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수거해 갔기 때문에 야간자율학습를 시작하기 전에야 소식을 들었다”며 “오전에 사고소식을 듣고 큰 사고가 아닌 줄만 알았는데, 뒤늦게 뉴스를 확인하고 우는 친구들도 있었다”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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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명동 밀리오레에서부터 명동예술극장을 거쳐 명동성당까지 침묵 행진을 이어나갔다. 자신을 승은 어머니라고 밝힌 한 주부는 세 살 배기 아이를 안고 명동 행진에 참가했다. 그는 “세월호 사태에 대응하는 정부를 보며 정말 이 나라에서 못 살겠다는 생각까지 한다”며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 둘째 아이를 가질 엄두도 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행진 대열은 명동에서 서울시청, 광화문을 지나 보신각에 도착했고, 그 사이 1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속속 대열에 모여들었다. 성공회대 사회과학부에 재학 중인 류해민 씨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들은 학생들만 죽었다”며 “그동안 마음으로만 슬퍼하고 애도했지만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마포구에서 온 문배식 씨는 “국가가 책임지지 않을 때 국민은 분노할 권리가 있다. 기성세대로서 어린 친구들에게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추모’의 마음에서 ‘분노’의 마음으로
“이제,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교사들도 거리로 나왔다. 전교조는 이날 오후 7시, 광화문 파이낸셜 빌딩 앞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부조리한 사회와 정부에 분노하기 위한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150여 명의 교사들을 비롯해, 학생과 시민 등 400여 명이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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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초등학교에서 온 한 교사는 “만약 세월호에 대해 물어오는 아이가 있다면 어떻게 대답을 해 줘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며 “침몰되기 전 영상으로 보면 학생들은 끝까지 청소년의 발랄함을 잃지 않고 구명조끼를 양보하고, 선생님을 걱정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교사는 “일각에서는 순응적인 아이들을 키운 교육의 문제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는 순응이나 권위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정상적인 구조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참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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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발언에 나선 영남중학교 조남규 교사는 “학교에서는 그렇게 말을 안 듣던 아이들이 왜 이때만은 왜 이렇게 말을 잘 들었는지 너무 안타깝다. 아마도 밖으로 나가면 배가 더 기울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고 울먹였다.
이어서 조 교사는 “우리 학생들이 이제 곧 뛰쳐나올 거다. 그 때 뒤쳐지지 않도록 하겠다”며 “대통령 하나, 교육감 하나 바뀐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학생과 교사들이 세상을 바꾸는 불씨가 되겠다. 같이 노력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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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과 학생, 그리고 시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가만히 있으라’, ‘우리가 침묵하면 세월호는 계속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수 백 개의 손피켓이 흔들렸다. 참가자들은 이제 추모의 마음을 모아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오는 3일과 5일, 서울과 안산 등 전국 곳곳에서 촛불 집회 및 추모 행진이 진행된다. 1일에는 전국 5만 여 명의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대규모 집회 및 추모행진을 이어간다. 전교조도 오는 17일, 전국교사대회를 통해 거리로 나선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추모’가 ‘분노’로 점화된 촛불들이 켜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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