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잇몸질환이 암도 치매도 일으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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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몸질환과 암

건강한 사람의 구강에는 700종류의 세균 2억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미국 UCLA 대학이 건강한 사람과 췌장암 환자의 구강 세균을 유전자 검사로 비교해 봤는데 췌장암 환자는 건강한 사람에게 있는 두 종류의 균이 훨씬 적은 대신 잇몸을 감염시키는 다른 균이 월등히 많았습니다. 그러니까 췌장암 환자는 췌장암이 없는 사람보다 치주질환 원인 세균이 더 많은 겁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췌장암이 구강의 세균 분포를 변화시켜서 잇몸질환을 일으킨 건지 잇몸 질환이 췌장암의 발생에 악영향을 준건지 선후관계를 따지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미국 뉴욕대학이 구강 세균 변화가 암을 일으킨 건지 암이 구강 세균을 변화시킨 건지 실험해봤습니다. 1988년 건강상태가 비슷한 미국인 1만 2000명을 잇몸질환 여부에 따라 두 집단으로 분류했습니다. 그리고 18년 후인 2006년 두 집단의 암 사망률을 비교해봤더니 잇몸질환자의 암 사망률이 2.4배나 더 높았습니다. 이렇게 되면, 선후관계가 분명해 진겁니다. 잇몸질환이 암 발생에 관여한다는 것인데, 미국 뉴욕대 연구진들이 이를 밝혀낸 겁니다. 특히 잇몸질환자에게는 구강암, 위암, 췌장암 같은 소화기 계통의 암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치주질환이 있으면 인터루킨이나 티엔에프알파 같은 염증성 인자가 혈류에 높아지게 되는데 이런 염증성 물질은 암세포가 증식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겁니다. 잇몸이란 공간을 펼처보면 손바닥 크기보다 더 큽니다. 이 크기의 공간에서 수 십년 염증이 지속되는 게 잇몸 질환이라고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 지기도 합니다.

잇몸 질환과 치매

잇몸질환은 알츠하이머와 같은 치매 질환의 위험도도 높인다는 연구결과는 여러 번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전남대 병원에서도 국제 논문으로 발표한 적 있고 일본의 나라 대학에서도 같은 결과가 있었습니다. 잇몸 질환 때문에 치아 수가 적은 노인일수록 치매에 걸릴 위험도가 최고 1.7배까지 높았습니다. 최근 핀란드 연구에서는 잇몸 질환이 치매 위험도를 최대 12배나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입 안이나 잇몸이나 치아에 만성 염증이 있으면 그 염증 균이 뇌로 올라가 피를 걸러주는 막에 만성 염증을 일으켜서 그 막의 기능이 부실해지고 따라서 독성물질이 뇌로 많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게 잇몸질환과 치매에 관한 설명입니다. 하지만, 이건 논란이 있었습니다. 바로 잇몸 질환자가 치아 수가 적다는 것 때문인데요, 치아 수가 적으면 음식을 씹는 활동, 저작활동이 줄어들고 그러면 영양 분 섭취가 줄어들게 되는데, 영양 섭취가 줄면 뇌로 가는 영양분도 줄어서 뇌세포가 영양 부족으로 치매에 걸릴 수 있는 것이지, 잇몸질환이 직접 뇌에 작용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게 잇몸질환과 치매의 관련성을 반대하는 학자들의 논리였습니다. 이럴 경우 잇몸 질환이 있더라도 틀니나 다른 방법으로 영양 섭취를 잘하면 치매의 위험성을 피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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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몸 질환 원인 세균이 직접 뇌를 공격한다.

그런데 최근 영국의 센트럴 랭커셔 대한 연구팀이 이 논란에 칼을 댔습니다. 치매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 10명의 뇌와 치매 질환이 없이 사망한 사람 10명의 뇌를 부검을 통해 정밀 분석 비교 해본 겁니다. 치매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의 뇌 조직에서 포르피로모나스 긴기발리스라는 치주질환의 원인균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발견됐습니다.
이 세균은 구강에 살면서 잇몸 질환을 일으키는데 음식을 씹거나 치솟질 혹은 치아 치료를 받다가 혈관을 통해 뇌로 들어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뇌로 들어가면 제 버릇 남 못 주듯이 뇌 세포에서도 염증 반응을 일으켜 치매를 유발한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는 잇몸질환이 치아를 적게 만들어서 치매를 유발시킨다는 걸 배제하지는 못했지만, 잇몸질환 유발 세균이 직접 뇌 세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걸 입증한 겁니다.

칫솔질 잘해야 암, 치매 예방

칫솔질 잘 하는게 암도 막고, 치매도 막는 일입니다. 저도 술만 마시고 들어가면 칫솔질 하지 않고 자는 아주 미개한 습관이 있습니다만 잇몸질환은 바른 칫솔질로 치태를 잘 제거해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칫솔모를 치석이 잘 생기는 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경계부위에 45도 각도로 대고 치아 방향으로 털어내듯 닦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대충 여러 번 하는 것보다 한 번을 제대로 하는 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치태가 치석이 되는 데 보통 24시간 정도 걸립니다. 물론 제대로 여러 번 닦는 게 가장 좋습니다. 그리고 일단 치석이 생기면 치솔질로는 제거할 수 없습니다. 이 때는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받아야 하는데, 얼마만에 받아야 하느냐는 논란이 있지만 1년에 두번 정도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잇몸에서 피가 나는 증세가 있을 땐 그냥 방치 하면 안됩니다.

[조동찬 기자 dongchar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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