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치매 가족 77% "요양원엔 못 맡겨"… 믿고 맡길 곳 찾으려면

-좋은 요양원, 발품 팔아야 보인다

환자들 누워만 있는 곳은 금물

요양원 실제 소유주 찾아보고 치매 잘 아는 의료인인지 체크

 

-치매환자 가족이 꼭 지켜야할 것

추억 떠올릴 소품·이야기 준비

자주 방문하고 꾸준히 스킨십… 엉덩이·치아 상태 확인은 필수

10년 전 치매 증세가 시작된 시어머니를 부산의 한 요양원에 맡긴 주부 박모(50)씨는 얼마 전 몰래 요양원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미리 방문 신청을 하고 갔을 때는 다른 사람들과 즐겁게 어울리던 시어머니가 혼자 벽을 쳐다보며 멍하니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침대 옆에는 손을 대지 않은 점심 급식판이 그대로 놓여 있었고, 차고 있던 기저귀에는 대·소변이 바싹 말라 있었다.

 

박씨는 "요양원이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며 "집에서 간병하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요양원에 모신 건데 다시 집으로 모셔 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열악한 요양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취재팀이 인터뷰한 치매 환자 가족 30가구 중 23가구(약 77%)는 "(가족인 치매 환자를) 절대 요양원에 보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요양원을 꺼리는 치매 환자 가족은 열악한 요양원의 환경뿐 아니라 "치매를 앓는 부모님을 요양원에 보내려다가 형제간 분란이 생긴다"

 

"부모를 요양원에 보내면 마치 버리는 것과 같은 죄의식이 생긴다" 등의 이유를 꼽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집에서 치매 환자를 돌볼 여건이 되지 않는 가정이나 가족이 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매 증상이 악화됐을 경우에는 요양원 활용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지난 2008년 6월 1271개에 불과했던 요양 시설은 지난해 말 4326개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요양원이 양적으로 증가해 선택 폭은 넓어졌지만 요양 시설을 선택할 때뿐 아니라 환자를 요양원에 입원시킨 후에도 가족이 세밀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요양원을 선택할 때에는 '발품'을 많이 팔아 상황에 맞는 곳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양대 의대 김희진 교수는 "요양원 비용이 비싸다고 무작정 좋다고 할 수 없다"며 "여러 곳을 둘러보고 입소 환자 보호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요양원의 실제 소유주가 누구인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매 전문 지식을 갖춘 의료인이 운영하는 게 아니라 이른바 '바지 원장'을 앉혀 놓고 일반인이 운영하는 곳은 피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요양원은 환자들이 밤에 돌아다니거나 괴성을 지르면 무작정 수면제나 향정신성약물을 투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기웅(서울대 의대 교수) 국립중앙치매센터장은 "생기(生氣)가 있는 요양원을 택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요양 시설은 환자를 상자에 넣어놓고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야 하는 곳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설이 깨끗하고 조용하더라도 환자들이 누워서만 지내는 곳은 환자들이 서로 말도 걸고 왔다 갔다 하는 곳보다 훨씬 좋지 않다"며 "환자들이 편안히 누워 있기만 하는 곳은 걸어서 들어간 내 가족(환자)도 결국은 다른 환자들처럼 몇 개월 뒤 드러눕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요양원을 택했다고 해서 가족의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김희진 교수는 "환자를 요양원에 보낸 뒤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치매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가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세가 악화되는 가장 큰 원인은 환자가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환자가 적응해야 한다며 가족의 면회 등 접촉을 막는 요양원은 제대로 된 곳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김 교수는 "환자를 자주 찾아 엉덩이와 치아 위생을 점검하고 손을 잡는 등 스킨십을 가능한 한 많이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웅 센터장은 "환자가 지금껏 살아온 자신의 인생과 정체성을 떠올릴 수 있도록 바깥세상과 연결되는 고리를 제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요양원을 찾을 때마다 환자가 예전에 애용하던 옷 등 소품, 환자와 가족이 함께 찍은 사진 같은 걸 들고 가라고 권했다. 환자가 자신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보고 잊었던 추억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가족이 아무런 준비 없이 요양원을 찾으면 결국 '밥은 잘 드시느냐' '운동은 자주 하시느냐' 등의 뻔한 이야기만 하고 돌아오게 된다"며 "요양원을 찾기 전에 좀 더 구체적인 이야깃거리를 생각하고,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물품을 세심하게 고민해서 가지고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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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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