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코리아 상희정 전무가 말하는 한국 더마 화장품 시장

[중앙일보] 입력 2012.07.03 02:40 / 수정 2012.07.03 17:15

민감하고 발빠른 소비자들…안전성·효능 갖춘 화장품 알아봐

치열한 화장품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로 더마 화장품이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전문업체 칸타월드패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올해 백화점1층 화장품브랜드(럭셔리군) 매출은 1.4% 성장한데 반해 드럭스토어는 19.3%가 성장했다. 드럭스토어의 성장률은 이를 주요 유통채널로 삼고 있는 더마 화장품의 시장 잠재력을 의미한다. 로레알코리아 약국, 병?의원 사업부의 수장인 상희정 전무(사진)를 만나, 국내 더마 화장품 전망에 대해 들었다.

 국내 화장품 시장은 변화가 빠르고 민감하기로 유명하다. 유수 해외브랜드 대부분이 이미 진입해 자리잡고 있고, 토종 대형 브랜드 외에도 매해 새로운 화장품브랜드들이 우후죽순 론칭한다. 날이 갈수록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는 가운데, 더마 화장품이 새로운 ‘희망’으로 주목 받는 이유는 ‘합리적’이라는 점에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의사?약사가 제품개발과 유통에 관여해 미용만을 목적으로 한 화장품 대비 신뢰감을 주고, 가격 또한 저렴한 편이어서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지기만 하면 금세 인기를 얻을 것”이라 입을 모은다.

 이에대해 상희정 전무도 같은 신념을 보인다. 그는 “점점 스마트해지는 국내 소비자들은 이제 합리적인 화장품을 찾을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상 전무의 말처럼 최근 한국화장품 시장은 럭셔리군의 판매율이 떨어지고 저렴한 가격대의 화장품이 인기를 얻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화장품에 대해 많은 정보를 수집하기로 정평이 난 한국 소비자들이, 점점 화려한 광고나 마케팅보다는 직접적인 효능과 합리적인 가격을 선택 기준으로 삼아서다. 여기에 더마 화장품이 제격이라는 분석이다.

 그렇게 더마 화장품이 좋다면 왜 아직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지 못했을까. 상 전무는 이를 더마 화장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라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피부에 문제가 있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만 찾는 화장품이라고 인식하고 있어서다. 그는 “만약 콜레스테롤 지수가 높다면, 평소 식습관을 조절하고 약을 복용할 것이다. 피부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적절한 제품을 매일 사용해야 한다. 이 관리제품이 바로 더마 화장품이다”라고 설명했다.

 상 전무는 약국, 병?의원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비쉬’ ‘라로슈포제’ ‘스킨 수티컬즈’등 로레알코리아의 더마 브랜드들을 운영하고 있는 총괄매니저다. 그는 “우리는 더마 브랜드들을 아우르는 사업부를 ‘액티브 코스메틱 디비전’이라 칭하고 있다. 활발한 연구개발로 기존 시장에 없었던 혁신적인 화장품을 선보이고, 시장에서의 브랜드 움직임 또한 역동적이어서다”라고 말했다. 시장을 앞서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적절한 대상에게, 신뢰감 있게 유통시키는데 브랜드 활동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용자가 발랐을 때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만큼, 제품 효능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가 생각하는 더마 화장품의 가장 중요한 점이자 강점은 ‘안전성’과 ‘효능’, 그리고 ‘합리성’이다. “한국 시장에서 화장품 브랜드가 빨리 성공하는 길은 백화점에 매장을 열고 가격을 올리는 거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이미 소비자들은 스마트 바잉을 시작했다. 의사들과의 제품개발로 피부에 안전하면서 좋은 효능을 가진 화장품. 거기에 합당한 가격을 제시해, 사람들이 올바르게 선택하고 사용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더마 화장품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지난해 로레알코리아에 들어왔다. 로레알코리아의 4개의 사업부 매니저 중 유일한 여성이다. 40대 초반의 나이로 글로벌 화장품브랜드의 임원 자리에 오를 만큼, 그는 이미 마케팅?세일즈 분야에선 뛰어난 능력으로 우먼파워를 과시하고 있는 인물이다. 30세 중반에 클럽메드 바캉스 코리아의 대표로, 40세엔 삼성카드 라이프케어 사업본부 본부장으로 재직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가 일을 쉰 것은 단 한번. 지난해 로레알코리아에 입사하기 전뿐이다. 지난해 초 그 스스로가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다’ 회상하는 일이 찾아왔었다. 인생의 멘토였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이다. “어머닌 저에게 큰 산 같은 분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이름을 밝히지 않으며 기부 등 많은 자선활동을 하는 것을 봐왔고, 결혼과 출산 때에도 여자로서 살아가야 하는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곤 하셨죠.”

 ‘모든 것을 놓고 쉬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열적으로 일했던 회사도 그만뒀다. 그 동안 소홀했던 엄마?아내 역할을 하며 자신을 되돌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휴식을 가진지 몇 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로레알 측으로부터 액티브 코스메틱 디비전을 맡아 보지 않겠냐는 제의가 왔다. “그 당시까지도 일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은 많지 않았어요. 좋은 회사의 좋은 자리이니 인터뷰를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어 인터뷰에 응했죠. 그런데 그 자리에서 리차드 생베르 로레알코리아 사장의 이야기를 듣고는 다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군요. 바로 입사를 결정했죠.” 상 전무는 더마 화장품 시장에 대한 잠재력을 봤다. 어린 시절부터 활력 넘치는 일과 도전을 즐겼던 그에게, 새로운 도전거리가 생긴 셈이었다. 그는 “거대한 로레알 그룹 안에서 내가 맡고 있는 분야는, 지금은 어리지만 앞으로의 성장 잠재력이 큰 곳”이라며 “합리적인 화장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있는 한, 성공은 확실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더마 화장품=의사?약사 등 피부에 대한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가진 사람이 개발하거나 개발에 참여한 화장품을 말한다. 피부과, 피부과학을 뜻하는 ‘더마톨로지(dermatology)’에서 이름을 차용했다. 주로 약국, 병?의원, 드러그스토어에서 판매한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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