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나가는 안철수 신당설 … 법륜이 움직인다는데

[중앙일보]입력 2011.11.19 01:50 / 수정 2011.11.19 01:59

정치권 “곳곳서 움직임 감지”

법륜 스님
여의도 정가에 ‘안철수 신당설’이 등장한 건 9월 초부터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내비칠 당시 그의 ‘멘토’로 불리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처음 신당 가능성을 거론했다. 하지만 안 원장이 “제 3당 이야기 등은 자신(윤 전 장관)의 바람이지 제 생각이 아니다”고 부인하면서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그러나 신당설은 다른 곳에서 조금씩 수면 위로 재부상 하고 있다. 안 원장의 ‘멘토’라 불리는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58) 스님에게서다.


법륜 스님은 1969년 경주 분황사로 출가했지만 아직 ‘승적(僧籍)’이 없다. 출가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사회운동을 하며 보냈기 때문이다. 불교수행공동체인 ‘정토회’와 ‘평화재단’, 구호단체인 ‘한국JTS’, ‘좋은벗들’을 설립하며 불교 대중화 운동에 주력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엔 대북 식량지원을 요구하며 70일간 단식을 하기도 했다.

 사회운동의 일환으로 그는 지난 5월부터 안 원장과 ‘시골의사’ 박경철씨와 함께 ‘청춘콘서트’를 진행했다. “젊은이들과 고민을 함께 한다”는 게 행사의 취지였다. 법륜 스님의 한 지인은 18일 “안 원장이 청춘콘서트에서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것을 보고 안 원장과 함께 정치에 참여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법륜 스님 측은 정토회의 전국조직을 기반으로 할 경우 창당에 무리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법륜 스님을 만난 야권의 한 관계자는 “이미 (창당) 준비가 상당히 진척된 느낌이었다”고 귀띔했다. 실제 법륜 스님이 정치권 인사들과 교류하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지난 10일엔 한나라당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 소속 김성식·김세연·권영진·박민식·신성범·현기환 의원 등 6명의 초청에 응했다. 안 원장과 소원해진 윤여준 전 장관과도 다시 접촉했다.

 야권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측에 신당 참여 문제를 타진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문 이사장 측은 그러나 이를 고사하고 민주당과 야권 통합 운동에 나선 상태다.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측과의 물밑 교감 여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당초 보수신당을 추진하던 박 이사장은 최근 ‘중도신당’으로 궤도를 수정했다. 법륜 스님의 지향은 ‘중도신당’ 쪽이다. 지난 17일 대구보건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그는 “보수는 중도·진보를, 진보는 중도·보수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하고 그런 정치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며 “여와 야, 경상도와 전라도로 나뉘어 비정상적인 투표를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 측에선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안 원장, 김문수 경기지사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마침 박 이사장과 교감설이 나오는 김 지사 등은 안 원장에 대해 우호적 언급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야권 통합이 추진되는 와중에 법륜 스님이 추진하는 신당의 밑그림이 성공적으로 완성될지는 미지수다. 그 경우 안 원장이 선뜻 전면에 나서려 할지는 불투명하다. ‘안철수 신당’에 ‘안철수’가 없으면 ‘제2의 친박연대’가 될 수도 있다.

양원보 기자

◆청춘콘서트=법륜 스님이 청년들에게 비전을 주자는 취지에서 기획한 대담 형식의 강연회. 5월 22일 서울 경희대 콘서트(1회)로 시작해 9월 9일 대구 경북대 콘서트(27회)로 막을 내렸다. 법륜 스님과 안철수 원장, 박경철 안동 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방송인 김제동씨 등이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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