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풍’ 막후 기획자 법륜스님 급부상 안팎

정치 공식 다 바꿔! ‘상식의 역습’ 시작

일요신문 | 이수향 기자 | 입력 2011.11.23 15:45








법륜 스님과 안철수 원장(작은 사진).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역시 안철수였다. 적절한 시점마다 절묘하게 등장해 정치판을 뒤흔들어놨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이번엔 재산환원선언으로 정치권을 '올킬'시켜 버렸다. 박원순 후보캠프에 나타나 공개지원을 한 것을 끝으로 잠행에 들어간 지 20여 일 만이다. 1500억 원 상당의 안철수연구소 주식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폭탄선언의 후폭풍으로 '대선 시계'도 급속도로 빨라지는 분위기다. 안 원장의 재산환원을 대권행보를 위한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제 정치권 빅뱅이 예고되는 가운데 정계의 이목은 '안철수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의 실체에 쏠리고 있다. 그중 현재 정치권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인물은 무시할 수 없는 인맥과 경륜의 소유자로 알려진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스님이다. 청춘콘서트를 통해 오늘의 안철수 바람을 만들어낸 막후 실력자 법륜. 그를 통해 안철수 원장의 정치적 실체에 접근해보고자 한다.

법륜스님은 대한민국에 '안철수 쓰나미'를 몰고 왔던 '청춘콘서트'를 기획한 인물로, 안철수 원장의 핵심 멘토로 알려져 있다. 이미 정치권 안팎에서는 "법륜스님이 안 원장을 중심으로 한 신당창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청춘콘서트로 안 원장이 급부상했을 때부터 이미 내로라하는 전략가들 사이에서는 "두 사람의 결합이 심상치 않다"는 얘기가 있었다. 두 사람이 어떤 과정을 통해 정치적 공감대를 형성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그 핵심은 인생의 멘토-멘티 관계를 이미 넘어섰다는 것이었다.

법륜스님은 신당창당 막후설과 관련, "터무니없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지지만 그는 이미 정계개편의 핵심 인사로 부상한 상태다. 안풍의 파괴력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여권 일각에서는 "실체도 드러나지 않은 안철수 신당에 정치권이 병적인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안철수를 움직이는 사람 중에 법륜이라는 거물급 인사가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비정치적인 방식으로 순식간에 여론을 사로잡아버린 안 원장의 독특한 스타일이나 깜짝 행보도 법륜스님에 의해 만들어졌을 거라는 분석에 근거해서다.

그렇다면 안 원장의 측근들 중 왜 법륜스님이 그 첫 손가락으로 꼽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안 원장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비정치인 출신인 그가 정치판에 뛰어들 경우 부실한 인적 네트워크 및 전략적인 한계에 부딪혀 정치판의 불나방으로 사라질 위험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안 원장의 치명적 약점을 커버해줄 인물로 거론되는 사람이 바로 법륜스님이라는 것이다. 오랜 시민사회활동 경력이 있는 법륜스님은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맥파워뿐 아니라 민감한 정치현안에 대해서도 '즉문즉설'이 가능한 몇 안 되는 내공의 소유자로 알려지고 있다. 안철수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중적 지지를 받는 대선주자를 영입하는 것 외에도 그를 지원할 상품성 있는 인물들을 조직에 포진시키는 것이 관건인데 그런 '큰일'을 해낼 수 있는 인물이 바로 '숨은 전략가' 법륜스님이라는 얘기다.

미래경영연구소 황장수 소장은 법륜스님의 출현을 '거물급 커넥터의 등장'으로 설명했다. 황 소장은 "결코 만만하게 볼 인물이 아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법륜스님은 안철수 열풍을 몰고 온 '청춘콘서트'를 기획한 인물이다. 사실상 안 원장을 정치권에 입문시킨 주역인 셈이다. 법륜스님이 안철수라는 인물을 중심에 세우고 정치권의 책사와 소셜테이너, 내로라하는 경륜가들을 한번에 꿰어 '세력화'했다는 것은 우연히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념과 종교, 활동 분야를 뛰어넘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들을 자신을 축으로 결합시킬 수 있다는 것이 기성 정치인과 차별화되는 법륜스님만의 파워라는 얘기다. 이념과 정체성을 공유해야만 하는 정치의 기본 공식을 뒤집어 '상식의 역습'으로 승부를 보려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법륜스님이 만약 신당을 창당한다면 그동안 그가 활동해온 다양한 단체들이 그 베이스캠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법륜스님은 북한동포돕기 평화통일운동 자연환경보호운동 제3세계구호운동 등 활발한 시민사회활동을 해왔다. 이 가운데 법륜스님이 이사장으로 있는 평화재단이 신당 창당의 핵심 근거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백낙청 교수와 문규현 신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김홍신 소설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권영경 통일교육원 교수 등 쟁쟁한 인물들이 포진해있다.

흥미로운 것은 정치적 교집합을 갖고 있지 않은 이들이 보수와 진보, 좌와 우라는 이분법적 논리에서 벗어나 법륜스님을 축으로 모여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의 개혁모임인 '민본21' 내에서는 "얼마 전 강연 당시 법륜스님은 '보수는 중도·진보를, 진보는 중도·보수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그냥 넘겨들을 것은 아니었다"는 얘기도 나왔다고 한다. 특히 안철수 원장이 환원 재산을 새로운 공익 법인 설립에 출연할 뜻을 시사한 것과 관련, 평화재단의 성격을 일정부분 이어받을 거라는 관측까지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에 대해 "안 원장은 재산 환원 때 '뜻 있는 많은 분들의 동참을 기대한다'고 했다. 안 원장의 정치비전에 공감하는 인사들이 재단에 발을 들일 경우 이 법인이 사실상 안 원장의 정치적 모체가 될 가능성이 있다. 평화재단 이사장인 법륜스님은 정치기반이 약한 안 원장에게 단순히 인맥을 지원해주는 것을 넘어 평화재단 같은 체계적인 조직이 필요하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륜스님의 구상은 상상 이상으로 멀리 나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법륜스님이 속해 있는 '정토회'라는 단체도 주목을 받고 있다. 1988년 창립된 서원공동체인 정토회는 YMCA 이후 최대의 시민단체로 불릴 만큼 탄탄한 조직 결속력을 갖추고 있다. 불교환경교육원, 좋은 벗들, JTS(Join Together Society), 정토법당, 정토불교대학, 정토수련원 등의 산하기관과 함께 전 지구적 차원의 평화운동과 난민 구호, 통일, 환경 및 사회복지활동을 펼쳐온 정토회는 "종교단체와 비정부시민기구(NGO) 성격을 동시에 갖췄다"고 소개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토회'를 들여다보면 법륜이 주도할 신당의 성격을 추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법륜스님과 뜻을 같이하는 이들의 실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그리고 법륜스님과 연을 맺어온 이들이 모두 안 원장과 손을 잡는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법륜스님이 안 원장의 행보를 조정하는 '책사' 역할을 하는 것이 드러날 경우에는 문제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이 보여 온 조용하면서도 파격적인 행보 뒤에 법륜스님이 있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은데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선풍적인 전략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정치도 결국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이라고 정의할 때 오랜 수행생활과 풍부한 사회활동 경험에서 나오는 법륜스님의 내공이 안 원장을 국민이 원하는 지도자로 우뚝 세울 수 있을 뿐 아니라 바람막이 역할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신당창당과 관련된 일련의 '설'들에 대해 법륜스님 본인은 무척 언짢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평화재단 및 정토회 측은 보수 언론들이 법륜 스님을 정치적인 인물로 매도하고 있다며 성토하고 있는데 법륜스님 역시 "가급적 정치인들을 만나지 말아야겠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컨설턴트는 "스님 본인이 무척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고 들었다. 그래서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이긴 하지만 두 사람이 연을 끊지 않는 한 온갖 추측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막강한 인맥·조직 파워를 지니고 있는 데다가 정치적 내공까지 갖고 있는 법륜스님이 안 원장을 중심으로 이미 상당한 밑그림을 그려놨다고 확신한다. 법륜과 그를 축으로 모인 이들의 첫 작품은 '안철수 대통령 만들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를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기존 정치인들로 인해 화병이 난 국민들이 '안철수'라는 인물을 '정치인'으로 쓸 수 있는 기회를 법륜스님이 만들었다고 보면 되지 않겠나. 물론 법륜을 비롯한 안철수의 사람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새로운 정치라는 전제하에서…"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

법륜의 뿌리 깊은 인맥

'좌'에서 '우'까지 통한다





법륜스님이 '안풍'의 막후 실력자로 떠오르는 데 있어 가장 주목할 부분은 오랜 사회활동 과정에서 쌓아온 방대한 인맥이다. 그의 인맥 네트워크는 종교인을 비롯해 정치인 사회운동가 방송인 할 것 없이 폭넓게 분포돼 있다. 법륜스님은 김진홍 목사, 최일도 목사, 오수영 신부, 도법스님 등과는 2003년 '한국종교공동체연대'를 출범시킨 인연을 갖고 있다. 또 2005년 김진홍 목사가 중심이 된 '뉴라이트 전국연합 준비위' 발기인대회에서 그가 축사를 맡았는데 이 자리에는 한나라당 김애실 이재오 박계동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도 참석했다.

일각에서는 법륜스님이 70년대 남민련 사건 때 그의 친인척이 연루된 것을 계기로 당시 같이 활동했던 이재오 의원을 비롯해 상당수의 정치권 인사들과도 수십 년째 깊은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 한나라당의 소장파인 정두언 현기환 의원뿐 아니라 유시민 이정희 등 야권 인사들이나 시민사회운동가들과도 광범위한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다 탤런트 배종옥, 드라마작가 노희경, 영화배우 김여진 등 방송가 사람들이나 검찰 고위직 출신 인사들과도 상당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통해 보면 오랜 사회활동 과정에서 구축한 인맥과 평화재단 인맥, 정토회 인맥, 또 그들과 연계되어 있거나 유관한 조직들, 그 산하 네트워크, 20여개 지역에 포진해있는 해외조직까지 포함한다면 법륜스님의 인맥 네트워크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법륜은 여론지도층 인사들과의 교류에 많은 공을 들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정치권 인사는 "법륜스님은 오래전부터 오피니언 리더들이 참석하는 평화교육원 내 정치연수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정치권 갈아엎기를 치밀하게 구상해왔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법륜스님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또 다른 인사는 "법륜은 90년대부터 대북지원활동을 해온 인물이다. 기존의 대북 접촉 프레임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들도 법륜을 통하면 가능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의 인맥이 정·관·재계에 폭넓게 포진해 있다는 것은 알만한 이들은 다 아는 얘기다. 심지어 내가 미국에 갔을 때 '법륜의 인맥은 국내 정보기관은 물론 미국 싱크탱크, 북측 인맥까지 안 미치는 곳이 없다. 현 정부와도 긴밀한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는 상당히 구체적인 얘기까지 들었다. 안 원장이 100% 생짜배기 정당을 만들지는 못할 것으로 볼 때 법륜스님이 인물 영입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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