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 이정도일줄… 강남 병원 `떠들썩`

환자골격과 똑같은 모형제작… 성형.양악수술 맞춤형 의료서비스

3차원 설계도를 입력하면 실제 물건을 출력해주는 3D프린터. 어떤 물건이든 직접 제작할 수 있다 보니 권총 같은 무기까지 만들 수 있어 최근 위험성 논란이 일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사람을 살리는 기술로 맹활약 중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3D프린터가 최근 의료 분야 다방면에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특히 환자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장치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개원한 압구정새얼굴치과는 양악수술과 안면윤곽수술에 3D프린터를 이용한다. 이 병원은 환자 얼굴을 3D CT(컴퓨터단층촬영)로 촬영한 뒤, 3D프린터로 환자 얼굴뼈 모형을 제작해 환자 상담과 수술 준비 등에 활용하고 있다. 보다 정확한 수술을 위한 보조틀 등을 미리 만들어 놓기도 한다.

서제덕 압구정새얼굴치과 원장은 "모니터에서는 느끼기 힘든 뼈의 두께와 굴곡 등을 3D 프린터로 제작한 얼굴 뼈 모형을 통해 확인하고 직접 절단해 보며 보다 상세하게 수술 준비를 할 수 있다"며 "사전 준비를 통해 수술 시간을 30% 정도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얼굴뼈에 발생한 구강암 재건 수술에서 사용하던 방법을 도입한 것이다.

구강암에 걸리면 턱 뼈와 암파선 등 전이 부위를 모두 절제해야 한다. 하지만 턱뼈는 하나로 이어져 있어야 제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금속이나 어깨뼈 등을 이용해 절제 부위를 연결하는 재건 수술이 필요하다. 이전에는 뼈를 잘라낸 후 수술실에서 직접 절제 부위에 맞춰 보철물을 만들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수술 시간만 12시간이 넘게 걸렸다. 하지만 3D프린터로 환자 얼굴 모형에 맞춰 미리 보철물을 만들어 놓으면서 수술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 해외에서는 아래턱뼈를 통째로 3D프린터로 제작해 이식한 사례도 있다.

치과 기공소도 3D프린터 이용이 활발하다. 기존에는 교정기 등 보철물을 만들기 위해 환자 치아의 본을 뜨고 틀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3D프린터를 활용하면서 이런 과정이 생략돼 제작 속도와 정확도가 크게 향상됐다. 데이터만 저장돼 있으면 언제든 같은 틀을 다시 만들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이 때문에 세계 3D프린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스트라타시스는 지난해 말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치과를 주요 시장으로 설정했다.

스트라타시스 국내 마케팅 담당자는 "3D프린터는 매우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될 수 있지만 특히 수요가 명확한 치과 분야를 최우선 공략하고 있다"며 "치과용 3D프린터는 보통 억대, 최근 출시한 데스크톱용 3D프린터는 수천만원대에 이르지만 반응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사람마다 천차만별인 귀 모양 역시 3D프린터를 통해 맞춤형으로 만들 수 있다. 보청기 제조업체 딜라이트는 일반적인 표준형 모델 외에 3D프린터로 제작한 맞춤형 보청기를 판매한다. 먼저 실리콘으로 귀 모양을 본 뜬 후, 3D스캐너로 스캔하고, 이 데이터를 3D프린터로 출력하면 귀 모양에 꼭 맞는 맞춤형 보청기가 만들어진다.

과거 맞춤 보청기는 숙련공이 일일이 깎고 다듬는 방식으로 제작해 최소 10년 이상의 경력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3D프린터를 활용하면서 기술자 3∼4명의 작업분을 한꺼번에 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딜라이트 관계자는 "3D프린터를 쓴 이후 불량률이 크게 낮아지고 정밀도가 높아져 소비자들의 착용감도 개선됐다"며 "최근에는 보청기, 치과 등 각 분야에 최적화된 전용 CAD 프로그램들이 나오는 등 소프트웨어가 많이 개선돼 3D프린터 활용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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