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 8월 2014, 16:51:00 KST
  • 특수부대가 쓰던 ‘열화상 카메라’ 스마트폰 속으로

    스마트폰 ‘열화상 이미징(thermal imaging)’ 시대가 열린다.

    군인이나 소방관들이 어두운 곳이나 연기 속에서도 물체를 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열화상 이미징 기술이 이제 스마트폰에도 적용된다는 소식이다. 수천달러가 아닌 수백달러의 비용으로 스마트폰에 장착할 수 있어 주류로 부상하는 것도 시간 문제다.

    ‘플리어 시스템즈(Flir Systems)’는 지난달 아이폰5나 5S에 장착해 사용할 수 있는 349달러짜리 열화상 케이스 ‘플리어 원’을 출시했다. 사람이나 동물 등 물체의 표면 온도를 측정해 실시간 영상으로 표시해준다.

    ‘시크 써멀(Seek Thermal)’이라는 스타트업은 올 가을 100달러 미만에 스마트폰용 열화상 카메라를 출시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바닥에 끼우는 소형 열화상 카메라다. 최근 시연에서는 시제품이 색색의 열화상 이미지를 표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크 써멀은 군수업체 ‘레이테온,’ 칩제조사 ‘프리스케일’ 등과 협업 중이다.

    신제품에는 센서와 제조공법 등 열화상 이미징을 소비자 제품의 내장 기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여러 개선점이 반영돼 있다.

    Flir Systems Inc.
    고가 장비였던 열화상 카메라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더 많은 배관공, 전기기사 같은 전문인력이 열화상 카메라를 사용하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에 대해 리서치업체 ‘맥시테크 인터내셔널’의 가버 풀럽 대표는 “상당히 고무적인 발전”이라며 “열화상 이미징 업계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고 평했다.

    열화상 이미징 기술은 이미 상업적 용도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건물 내 온수 파이프 누출을 감지하거나 전자기기 과열을 감지할 수도 있다. 일부 고급차에도 야간에 보행자나 다른 물체를 감지하기 위해 이 기술이 적용됐다.

    하지만 고가 장비였던 열화상 카메라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배관공, 전기기사 같은 전문인력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도 열화상 카메라를 사용하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 적용 사례는 잃어버린 애완동물을 찾을 때, 숨바꼭질 놀이를 할 때, 야생 생물을 관찰할 때, 상하수관 누출을 감지할 때, 침입자를 발견할 때 등 다양하다.

    빌 패리시 시크 써멀 공동설립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과연 어떤 것이 정말 획기적인 적용 사례가 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열화상 이미징은 빛이 전혀 없어도 열을 갖는 물체에서 방사되는 적외선을 측정한다. 눈에 보이는 소량의 빛을 증폭시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야간용 고글과는 작동 원리가 다르다.

    열화상 카메라는 세계 2차대전 후 공중 정찰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휴스에어크래프트’가 1950년대 R&D센터(지금은 레이테온 소유)를 지은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에서 개발됐다. 플리어 주요 사업부와 시크 써멀 본사도 산타바바라에 있다.

    Emily Prapuolenis/The Wall Street Journal
    ‘플리어 원’은 열화상 이미징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 화면에 열 신호를 표시해준다.

    초기 열화상 카메라는 열 신호(물체가 방출하는 열 에너지)의 미세한 차이도 감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감지 회로를 냉각시키는데 액체질소를 사용했다. 이같은 방식은 군용 및 항공우주용 고가 장비에 여전히 적용된다.

    최근 들어 제조사들은 보다 저렴한 이미징 센서인 비냉각식 ‘마이크로볼로미터’를 개발했다. 마이크로볼로미터는 작은 온도계처럼 작동하는 화소(pixel)배열을 갖고 있으며 진공상태로 포장돼 있다.

    1978년 창업한 플리어는 가격이 5만~100만 달러로 고가인 질소냉각 장비도 판매하지만 몇 천 달러 정도인 상업용 비냉각 제품도 취급한다.

    열화상 케이스 플리어 원은 다양한 색으로 열 패턴을 표시하며 주변이 어둡든 밝든 상관없이 이미지를 볼 수 있다. 단열벽은 푸른색, 사람이나 열 에너지가 유출되는 문 위쪽 공간은 오렌지색 등으로 표시된다.

    플리어 원은 일련의 혁신성을 요했다. 앤디 티크 CEO에 따르면 플리어는 열화상 센서를 실리콘 와퍼 위에 제작해 제조비용을 절감하고 적외선 이미지 처리에 사용되는 부품들을 단일 칩에 통합했다. 티크 CEO는 플리어 원의 열화상 카메라 ‘립톤’이 “아주 세밀한 이미지까지 표시해준다”고 강조했다.

    이런 카메라는 벽이나 유리를 투시하거나, 집 안을 들여다 볼 수는 없다. 각 표면이 서로 다른 열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질에 따라 표면 뒤 혹은 가까이 있는 열은 투시할 수도 있다.

    팀 핏츠기본스 시크 써멀 공동설립자는 “열화상 이미징 기기를 피하기란 매우 어렵다. 덤불 뒤에 숨어도 보인다”고 말했다.

    시크 써멀은 ‘타이리안 시스템즈’에서 사명을 바꿨다. 패리시와 핏츠기본스는 플리어가 2003년 인수한 ‘인디고 시스템즈’라는 회사를 이끌었다.

    핏츠기본스는 레이테온 덕분에 초소형 마이크로볼로미터 화소를 조작해 고해상도를 구현하고 센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크 써멀은 제조공정을 4~6시간씩 더 지연시키던 보정프로세스를 피할 수 있는 독특한 테크닉도 개발했다.

    이렇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프로세스를 간소화했기에 가격을 낮추고 해상도를 높이는데 주력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풀롭 대표는 비냉각식 열화상 기기 시장이 2019년 경에는 40억 달러 규모로 두 배 성장할 거라고 예상한다.

    레이테온은 프리스케일과의 협업 결과를 군용 및 상업용 제품에 적용할 계획이다.

    로날드 존 시어닉키 미국순직소방관협회(NFFA) 사무총장은 연기 속에서 사람을 찾고 불꽃이 완전히 꺼졌는지 확인하는데 열화상 이미징을 이용하는 소방서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나와있는 휴대용 열화상 기기는 6,000~1만 달러로 대부분의 소방서에서 여러대를 구비할 수 없는 형편이지만 혁신적인 기술 덕분에 “언젠가는 소방관 한 명당 한 대씩 소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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