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다른 中기업과 다르다” 화웨이의 발전소, 둥관 공장을 가다

  • 선전(중국)=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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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4.06.28 09:30

    [르포] “다른 中기업과 다르다” 화웨이의 발전소, 둥관 공장을 가다

    지난 17일 중국 광둥성(廣東省) 둥관(東莞) 송산호(湖) 하이테크개발사업구. 둥관은 광둥성 성도인 광저우(廣州)시와 ‘개혁·개방 1번지’ 선전(深圳)시 중간에 있는 중국 남부 대표 공업도시다.

    특히 컴퓨터 부품에 있어선 전 세계 제1의 생산기지로 꼽힌다. 화웨이(華爲), 성화(勝華)과기, 정다(正大), 위룽통신(宇龍通信), TDK 등 300여개 IT기업의 생산 공장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 ‘선전·둥관 고속도로가 막히면 전 세계 IT 생산라인의 절반 이상이 마비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선전 시내에서 차로 1시간 20분 정도를 달려 화웨이 송산호 공장에 도착했다. 2010년 완공된 송산호 공장은 화웨이의 심장부다. 51만제곱미터 대지, 37만제곱미터 건평에 7개 공장 건물과 두 개의 사무동·식당과 생활관 등이 들어서 있다.

    “과거에는 데이터 스토리지나 전송장비 같은 다양한 제품군이 이 공장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상당 부분을 폭스콘(Foxconn) 같은 외주 제작업체들에 넘겼죠. 여기서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일부 첨단 제품들을 우선 만들고 있습니다.”

    기자를 인도한 첸 하이보(陳海波) 공급망 관리 매니저는 “화웨이가 직접 만드는 물량은 전체 제품 가운데 30% 정도”라며 “제조보다 연구개발(R&D) 중심의 기술 회사로 자리 잡길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의 공장’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싱크탱크’로 발돋움하려는 중국 기업들의 노력이 엿보였다.

    “단순한 작업, 전문가가 될 때까지 반복해라”

    정오 무렵부터 첸 매니저와 레이저와 EDFA 등 광학 부품(optical parts)을 만드는 공장 한 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제작된 부품들은 주로 클라우드 통신장비·서버에 쓰인다.

    예상과 달리 공장 바깥은 휑했다. 편한 옷을 입고 건물 사이를 종종걸음으로 걸어 다니는 개발자들만이 종종 눈에 띄었다.

    방진복과 위생모·위생신발을 착용하고 공장 안으로 들어섰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 제조사의 공장답지 않게 차분한 바깥 풍경에 의아하던 것도 잠시,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장비들과 바쁘게 일하는 직원들이 나타났다.

    “단순한 작업을 계속 반복해라. 언젠가는 전문가가 될 테니. (Repeat the simple work. You’ll be a expert)”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현수막에서 기술에 대한 엄격함이 느껴졌다. 푸른색 방진복을 입은 직원 40여명은 막 생산을 마친 새 광학 부품을 놓고 일렬로 서서 연방 불량률을 시험하고 있었다.

    첸 매니저는 “불량률 테스트가 언뜻 쉬워 보이지만, 화웨이가 개발한 자체 검수 기기를 사용하고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오차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들만이 할 수 있는 공정”이라고 말했다.

    화웨이의 최신형 클라우드 엔진 스위치. 이 제품은 초대형 클라우드 구축하고 빅데이터·가상화 서비스 등에 적합한 운용환경을 제공하는데 쓰인다./사진=유진우 기자
    화웨이의 최신형 클라우드 엔진 스위치. 이 제품은 초대형 클라우드 구축하고 빅데이터·가상화 서비스 등에 적합한 운용환경을 제공하는데 쓰인다./사진=유진우 기자
    인명사고는 남의 일

    갑자기 공장 내에서 흥겨운 가요가 울려 퍼졌다. 점심때를 알리는 신호였다. 직원들은 일제히 일손을 놓고 식사를 하러 떠났다. 자리에 남아 잔업을 하는 직원들은 없었다. 점심시간은 90분. 점심시간이 1시간 정도인 이웃 기업들보다 30분 더 긴 시간이다.

    화웨이 송산호공장 바로 옆에는 홍하이(鴻海)정밀이 운영하는 폭스콘 둥관 공장이 있다. 애플 제품을 외주 제작해 조립하는 중국 내 공장 가운데 한 곳이다. 이곳은 지난해 근로자들의 잇따른 자살 문제로 열악한 근로 조건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첸 매니저에게 화웨이는 직원 복지에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벽에 붙어 있는 직원 현황판을 보여주며 “우리는 지난해 비슷한 사고가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근로 조건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폭스콘과 다르다”고 자랑했다.

    화웨이는 일하는 직원들의 기분에 따라 매일 웃음·무표정·울음 스티커를 널찍한 직원 현황판에 붙이도록 한다. 출근 뒤 기분이 좋으면 자기 이름 옆에 웃음 스티커를 붙이고, 과로나 개인적인 이유로 컨디션이 안 좋을 경우 울음 스티커를 붙이는 식이다.

    직원이 울음 스티커를 붙이면 해당 직원의 상사는 반드시 그 직원과 당일 면담을 하고, 보고서를 올려야 한다. 상태가 안 좋다고 판단될 경우 상사 재량에 따라 휴가를 주거나, 조기 퇴근을 명령할 수도 있다.

    문제가 없는 직원들은 2시간마다 15분씩 휴식시간을 갖는다. 공장 한편에 마련된 휴게실에선 직원들이 휴식시간을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듣거나, 음악을 듣고 있었다.

    데릭 위 화웨이 매니저는 “화웨이는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꿈의 직장 가운데 한 곳”이라며 “보수가 높을 뿐 아니라, 기숙사 제공·동아리 활동 지원 등 다른 IT기업에 없는 복지 혜택이 많아 생산직에도 신규직원이 꾸준히 들어온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곳 화웨이 둥관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모두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웨이 엔지니어가 네트워크 장비들의 성능을 검사하고 있다./사진=블룸버그
    화웨이 엔지니어가 네트워크 장비들의 성능을 검사하고 있다./사진=블룸버그
    통신장비 전쟁의 최전선

    이 공장 위층에선 통신 장비 광학 부품을 메인보드 기판에 장착하는 공정이 이뤄진다. 공장 안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바깥과 달리 쾌적했다. 불량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정한 온도와 습도 유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장 위층은 1년 내내 23~26도의 온도와 40~60%의 습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여름 둥관의 온도가 30도를 쉽게 오르내리고, 습도가 80%를 넘어서는 것에 비하면 훨씬 낮은 수준이다. 첸 매니저는 “여기 있는 각종 장비만 합쳐도 수천억원에 이르는 만큼 철저하게 쾌적한 환경을 유지한다”고 했다.

    자리를 옆으로 옮기자 무균실(클린룸)에서 각종 부품이 기판에 제대로 장착됐는지 확인하는 테스트 공정이 한창이었다. 테스트 공정에서는 기판의 납땜 상태 등을 점검한다. 이 공장 내부에는 국제기준 100K와 10K에 맞는 클린룸이 따로 마련돼 있다. 100K는 1세제곱피트당 0.5μm의 먼지가 100개 미만이며, 5μm가 넘는 먼지가 없어야 한다는 의미다. 10K는 1세제곱피트 당 0.5μm의 먼지가 10개 미만으로 역시 5μm가 넘는 먼지 입자가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첸 매니저는 “중국 내 일부 영세한 제조업체들은 조립이 제대로 됐는지를 기계로만 대충 검사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합격 판정을 내린다. 하지만 이 과정은 아무리 정확한 기계로 하더라도 조금씩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 작업”이라며 “화웨이는 기계로 검수 후 조금이라도 제품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되면 사람이 무균실에서 직접 문제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차례에 걸쳐 품질 불량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스트를 마친 제품들은 아래층으로 옮겨져 자동 포장돼 차곡차곡 박스에 쌓였다. 공장 내에서 유일하게 완전 자동화가 이뤄진 곳이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들은 전 세계로 팔려나간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해 1분기 전 세계 서버 시장에서 HP·델·IBM에 이어 점유율 4위를 차지했다. 중국 업체 가운데는 가장 높은 점유율이다. 총 출하 대수는 8만5919대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출하량이 61% 늘었다. 출하 대수 기준으로는 전 세계에서 4번째, 중국에선 두 번째로 많았다.

    화웨이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네번째로 많은 서버 출하량을 기록했다. /사진=유진우 기자
    화웨이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네번째로 많은 서버 출하량을 기록했다. /사진=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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