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 8월 2014, 10:44:33 KST
  • 구글은 어떻게 10년 만에 400조 원대 공룡이 됐나

    간단한 실험을 한 번 해보자. 펜을 들고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 써보는 것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내 삶을 지탱할 기본 원칙에서 시작해보자.

    2004년 봄, 구글은 IPO를 준비하면서 사업설명서를 제출했다. 구글이 사업설명서에 적은 내용이 앞 단락에서 여러분이 한 것과 똑같다. 구글은 장장 7만9,743 단어로 포부를 밝혔다.

    8월 19일(화), 구글이 IPO 10주년을 맞았다. 필자는 10년 전 사업설명서를 정독하면서 구글이 현재와 같이 거대한 공룡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저력이 무엇인지 실마리를 찾으려 애썼다. 이 사업설명서가 마그나카르타(영국 헌법의 기초가 된 대헌장)나 독립선언문처럼 구글의 건국을 기록한 문서라면, 구글이 애초에 약속한 설립 목적은 오늘날까지 지켜지고 있을까?

    구글을 공동 창업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사업설명서에 창업자 서신을 첨부했다. 이 서신에는 ‘악마는 되지 말자(don’t be evil)’는 유명한 구절이 등장한다. 이 구절만 살펴보더라도 충분히 흥미로울 것이다. 그런데 이 서신에는 그 구절 말고도 훨씬 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이 서신은 다른 기업들은 대충 얼버무리는 데 그치는 사업 목적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원대한 가치를 지향하는 자본주의적 프로젝트에 대해 예시를 들어가며 숨김없이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과대포장은 삼가려고 노력한 기색이 역력하다.

    서막을 알리는 징 소리처럼 서신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구글은 관습에 얽매인 평범한 기업이 아닙니다.” 서신은 “어떤 주제든 적절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구글의 미션이라고 정의 내린다.

    워렌 버핏에 영감을 받아 작성한 이 서신은 창업자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차등의결권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직설적으로 밝힌다. 이 서신 내용 대부분을 작성한 래리 페이지는 “경영진이 단기적 성과를 내느라 (정작 중요한 목표를 등한시하는 것은) 마치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 30분마다 체중을 재보는 것과 같다”고 일갈했다. 래리 페이지는 주로 단문을 구사했다. 단어 33개를 넘는 문장이 거의 없다.

    10년이 지난 후에 다시 읽어보니, 구글의 사업설명서에 적힌 단어가 현재의 구글 문화(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하며 유연한)를 형성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알겠다.

    이 서신이 나온 이후 구글에 일어난 일들을 염두에 두면서 다음 구절을 읽어보자.

    단기적 실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고위험 고수익 프로젝트를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이제껏 뛰어든 프로젝트 중에는 굉장히 성공적인 결과를 낳은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장기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데 꼭 필요한 프로젝트라는 판단이 선다면, 그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할 것입니다. 우리가 너무 무모해보이거나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 분야에 투자하더라도 놀라지 마십시오. 위험 대비 수익이 높아질수록 우리는 평범한 분야를 뛰어넘는 프로젝트에 기꺼이 도전할 것입니다. 특히 초기 투자비가 적다고 판단할 경우에 그럴 것입니다.

    당시 구글이 속한 세계가 얼마나 작았는지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흥미롭다. 구글 전직원은 2,000여 명이었다. 그때는 그저 검색엔진일뿐이었다. 유명 경쟁사라봐야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밖에 없었다.

    2004년에는 구글의 상품이 무척 제한적이어서 구글은 사업설명서에 평범하기 그지 없는, 맞춤법 검사 기능과 온라인 계산기를 중요한 사용자 편익이라고 소개해놨다.

    지메일은 갓 론칭된 상태였다. 스마트폰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터라 ‘모바일’이라는 단어는 고작 6번 등장한다. 게다가 ‘모바일 웹’이라는 표현은, 듣는 사람이 낯설게 느낄까봐 인용부호 안에 넣어뒀다.

    WSJ
    구글 검색 결과 페이지, 현재와 과거 비교: 검색 결과와 구글 자체 제작 콘텐츠, 광고 비율이 어떻게 달려졌는가에 주목하라. 크게 보기.

    안드로이드, 유튜브, 구글카, 크롬, 자동온도조절기, 위성 사업, 광섬유 사업도 없었다.

    2004년 매출액은 32억 달러(약 3조2,630억4,000만 원)에 못 미쳤다. 워싱턴포스트와 웨스턴유니온보다도 낮았다.

    현재 구글이 이룩한 성공은 수치만 봐도 알 수 있다. 매출액은 650억 달러(약 66조2,805억 원)를 넘는다. 미국 기업 40곳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순이익률은 20%를 상회한다. 미국 기업 3곳보다 높다. 시가총액은 4,000억 달러(약 407조8,800억 원)로 지구상 어느 기업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웹이 성장했기 때문에 구글이 성공을 거두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왜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만큼 폭풍 성장하지 못했을까?

    2004년에 아무리 진보적인 사고를 보였던들 구글이 2024년에 직면하게 될 도전에 완벽하게 준비가 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구글이라는 왕국을 위협하는 요소는 부지기수다.

    누구나 공평하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구글의 10년 목표는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 때문에 위협 받고 있다. 구글은 본사에서는 관료주의에, 전 세계에서는 법적 분쟁에 휘말려 있다. 지나치게 오만하고 과도하게 밀어붙이는 회사로 보일 수도 있다. 프라이버시와 자유, 감시라는 심오한 문제에도 답을 제시해야 한다.

    어쨌든 10년이 지난 지금도 구글은 우리의 중추신경계에 여전히 중요하게 각인돼있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지금 읽어도 그 의미가 와닿는 창업자 서신을 정독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런 다음 자문해보라. 앞으로 10년 후에 내 삶의 의미를 이렇게 간단한 문장으로 적을 수 있겠는가?

    아마 적을 수 없다면, 10년 후에 대단한 성취를 이루지 못할지도 모른다.

    기사 번역 관련 문의: jaeyeon.woo@ws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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