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형 칼럼] 참 놀라운 구글
기사입력 2014.08.26 17:12:33 | 최종수정 2014.08.27 16: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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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전 세계 비즈니스계에 구글 찬가가 울려퍼졌다. 불과 10년 전 워싱턴포스트 신문사의 매출(3조원)보다 적었던 회사가 어떻게 400조원(시가총액)짜리로 기적을 만들었느냐는 것이다. 구글의 매출액(66조원), 순익(14조원)은 삼성전자의 3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 그런데 주식가치는 배가 넘는다. 이 무슨 셈법인가?

그것은 종업원들의 천재적 두뇌, 기상천외한 신규 사업들이 빚어낸 가치 차이다. 무한한 가능성이다. 구글은 인간의 감정을 읽어 상품화했다. 유튜브, 안드로이드, 구글맵, 무인차, 크롬, 구글글라스 등은 세계를 바꾸는 장치들이다. 래리 페이지는 열두 살 때 니콜라 테슬라를 읽었다. 테슬라가 에디슨에게 속아 평생 가난하게 살다 죽은 사실에 충격을 받아 사업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세르게이 브린을 끌어들여 회사를 만들며 세운 비전은 1)쓸모 있게 2)큰 그림을 그리되 3)재미있게 4)악한 일은 하지 말고 5)공짜로 제공하라는 것이었다. 삼성과 LG전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공짜로 쓴다.

일은 즐겁게, 세상의 변화를 이끌면서, 똑똑한 직원을 유지하는 게 구글의 기업문화다. 초창기 직원을 뽑는 방식은 샌프란시스코 101번 도로 위에 간판을 세워 대수 e를 풀어 처음 발견하는 열 자리 소수.com에 접속하면 더 어려운 문제가 나오고 또 풀면 가고…그렇게 비로소 면접기회를 줬다. 재닛 로가 쓴 `구글파워`에 소개된 일화다.

구글은 기업공개 당시 "우리는 장기적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프로젝트라면 밀고 나갈 것이니 좀 무모해 보이거나 이해가 가지 않는 분야에 투자하더라도 놀라지 마십시오"라고 예비주주들에게 편지를 썼다.

구글은 편지에 쓴 대로 정말로 많은 회사를 사들였다. 유튜브, 이스라엘 보안솔루션업체 등 지난 10년간 130여 개사를 인수ㆍ합병(M&A)을 통해 끌어모았다. 올해도 32억달러를 들여 온도를 자동조절하는 네스트(nest)를 인수했다.

래리 페이지는 구글이 미션을 완수하는 시점은 완전한 인공지능(AI)이 실현될 때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로봇회사, 인공지능회사 15개를 사 모았다. 구글의 원래 목적은 정보를 빨리 찾아주는 일이다. 전 세계 검색시장 점유율이 67%로 단연 1위이며 유럽에서는 90%다. 구글이 1등이 아닌 나라는 한국 중국 러시아 3개국뿐이다.

인터넷, 정보세계를 구글이 완전히 석권할지 모른다는 위협을 느끼는 나라가 많다. 구글을 조지 오웰의 세계로 보는 것이다. 독일 프랑스 등에선 구글을 분할하라고 독촉한다.

요즘 구글의 행위들을 보면 "악해지지 말자"는 사훈이 겸연쩍다. 야동이나 음란만화가 범람하고 개인 사생활 관련 `잊힐 권리 문제`로 스페인에서 패소했다. 탈세 전문가라는 악평도 서서히 쌓여간다. 해외에서 번 돈을 유럽에서 법인세율이 12%로 가장 낮은 아일랜드를 경유해 조세천국 버뮤다로 보내 돈세탁을 한 다음 실리콘밸리 본사로 송금하는 수법으로 2011년 한 해만 2조원을 탈세했다고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바 있다. 영업적 측면에서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면서 PC 기반 광고수입은 작년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구글은 삼성전자보다 약간 많은 현금 612억달러를 들고 있는 슈퍼리치다. 기상천외한 회사니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 구글 내에는 비밀 프로젝트만 담당하는 구글X가 있는데 `베이스라인`이라는 인체지도 작성에 착수한 내용이 공개됐다. 달나라까지 에스컬레이터를 건설할 것이란 얘기도 나돈다. 구글만큼 배울 게 많은 회사는 역사상 없었다. 최근 들어 구글에 대한 여러 가지 비판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구글의 나이는 열여섯 살에 불과하지만 혁신, 인재, 개방성은 세계에서 따를 자가 없다. 삼성전자, 현대차를 포함한 한국 기업들은 구글의 창조정신을 배워야 한다.

[김세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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