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올해 1가구 1주택자여도 6억원 초과하는 주택을 보유했다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공시가격 15억원(시세 21억4000만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1가구 1주택자라면 보유세가 작년대비 44%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국토교통부가 올해 1월1일 기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적용해 보유세를 시뮬레이션 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 15억원 아파트를 보유한 1가구 1주택자가 부담해야 할 보유세는 745만4000원으로 전년대비 224만6000만원(44.1%) 증가한다.
지난해 정부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통해 공공주택 공시가격의 경우 5~10년에 걸쳐 평균 3%포인트씩 올려 시세 대비 90%까지 현실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종부세가 적용되면서 보유세는 가파르게 증가한다. 공시가격 9억원(시세 12억9000만원)의 경우 보유세는 237만5000원으로 전년대비 30%(53만6000원)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공시가격 12억원(시세 17억1000만원)의 경우 종부세 68만3000만원이 추가로 부과되면서 전체 보유세는 432만5000만원으로 전년대비 43.1%(130만2000원) 늘어날 예정이다.
반면, 공시가격 6억원(시세 8억6000만원) 이하의 경우 오히려 재산세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공시가격 6억원 이하 1주택자에 대해서는 재산세율을 0.05%포인트 낮추는 특례세율을 적용했다.
공시가격 6억원의 경우 보유세는 93만4000원으로 전년대비 8.2%(8만300원) 줄어든다. 이어 공시가격 5억원(시세 7억1000만원)의 경우에도 보유세는 73만원으로 전년대비 9.1%(7만3000원) 감소한다.
미얀마 시민의 저항은 예상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군부와 그 뒷배인 중국이 물러설지, 그 전에 저항이 사그라질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다.
ⓒAFP PHOTO3월2일 양곤. 군사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여하다 총상으로 숨진 니 니 아웅 뗏 나잉의 장례식에서 추모객들이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2월1일 쿠데타 이후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이 한 달을 넘겼다. 군부의 실탄 사격으로 최악의 유혈사태가 난 2월28일은 ‘피의 일요일’로 불린다. 유엔인권사무소는 이날 시위에서 적어도 1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미얀마 시민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2월 한 달 동안 군부의 시위 진압으로 30명이 사망하고 1132명이 체포됐다고 집계했다. 3월 들어서 상황은 더 나빠졌다. 3월3일 유엔 미얀마 특사인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는 이날 하루에만 군부의 시위 진압으로 3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최악의 기록은 계속 바뀌고 있다.
미얀마는 인도차이나반도 서북쪽에 있다(지도 참조). 북으로 중국, 서쪽으로 인도와 국경을 접했고, 벵골만을 통해 인도양으로 진출하는 길목에 있다. 인구는 5500만명으로 한국과 비슷하고, 1인당 GDP는 1325달러(2018년 세계은행)다. 인구 셋 중 두 명은 버마족이고, 그 외에 다양한 소수민족이 산다. 버마족이 사는 지역과 소수민족 지역은 행정구역 이름도 달리 쓰는 다민족 연방제 국가다. 연방은 불안정하다. 민족 간 내전이 그치지 않는다. 2010년대 들어서는 로힝야족 집단학살과 난민 문제가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이렇다 할 외부의 위협이 없는 미얀마에서, 군부는 ‘연방의 유지’를 내세워 군부정권을 정당화했다. 소수민족으로부터 버마족을 지키고 연방에서 버마족 우위를 보장한다는 게 군부의 명분이다.
2010년대는 미얀마의 부흥기였다. 저개발국가 미얀마는 2010년대에 연평균 7% 가까운 고도성장을 기록했다. 또 2010년부터 미얀마 군부는 민간으로 권력을 이양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2015년 총선에서는 NLD(민주주의를 위한 민족동맹·National League for Democracy)가 집권했다. NLD는 미얀마 군부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이끌어온 정당이다. 리더이자 상징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다. 미얀마의 2010년대는, 로힝야족 문제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지만, 국내 상황만 보면 민주화와 경제성장이 동시에 전진하는 희망찬 10년이었다.
2021년 미얀마에서는 10년의 전진을 지켜내려는 시민들이 집계하기도 쉽지 않을 만큼 대규모로, 한 달이 넘도록 식지 않고 꾸준히 쏟아져 나온다. 정치학에는 소득수준과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가 높아진다는 테제가 있다. 고학력 중산층이 민주주의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미얀마는 경이로운 예외다. 소득수준도 대학진학률도 낮은 편이지만 민주화의 열망은 세계가 놀랄 정도로 높고 꾸준하다. 하지만 군부는 강경 일변도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민들도 그걸 알고 있다.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시간축에 미얀마의 현대사를 놓고 공간축에 2020년대 국제질서를 놓아서, 지금 미얀마라는 좌표가 찍힌 시공간을 확인해야 한다.
시간축부터 보자. 미얀마는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여 민간 정권을 세웠으나, 1962년에 군부 쿠데타로 정권이 전복된다. 이후 1988년까지가 1차 군부 통치기다. 여기까지만 보면 독립과 민간 정권을 거쳐 박정희 군부독재로 이어진 한국 현대사와도 닮았다. 하지만 미얀마 군부는 한국처럼 경제개발과 수출주도 성장을 내걸지 않고 고립과 은둔을 택한다. 문을 걸어 잠근 미얀마는 1988년까지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잊힌 나라였다. 이 시기는 냉전기다. 미얀마는 냉전의 전략적 요충지는 아니었다. 미국과 소련은 대체로 무관심했다. 미얀마는 강대국 국제정치를 피해간 덕에 은둔의 국가로 남을 수 있었다.
ⓒAFP PHOTO3월3일 만달레이에서 무장한 군인이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여한 시민을 제압하고 있다.
1988년에 ‘8888 항쟁’(1988년 8월8일의 대규모 시위)으로 일단 군부정권이 무너졌지만 9월18일 쿠데타로 곧바로 재건됐다. 군부가 관리한 1990년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의 NLD가 압승했지만, 군부는 총선을 무효로 돌리고 집권을 이어간다. 시민 항쟁에 놀란 군부는 민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하지만 총선을 무효화한 군사정권은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강력한 무역 제재를 받았다. 고립과 은둔을 벗어던지려던 미얀마 군부는 거꾸로 서구에게 고립을 당했다. 군부의 대안은 북쪽으로 국경을 접한 중국이었다. 중국은 이 무렵 고도성장의 로켓에 올라타 있었다. 중국과의 국경무역은 미얀마 경제의 유일한 숨구멍인 동시에 군부의 자산을 불리는 원천이기도 했다. 이 숨구멍을 틀어쥔 중국은 미얀마에서 영향력을 갈수록 키워갔다. 미얀마에서 1990년대와 2000년대 20년은 중국의 시대였다. 하지만 곧 반전이 일어난다.
2008년에 집권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를 내걸고 미국 외교의 중심축을 아시아로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 세계 경제에 결합할 방법을 찾던 미얀마 군부에도 기회가 열렸다. 그러나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려면 민주화가 필요했다. 군부는 새로운 헌법을 준비하고 2010년에 총선을 치러서 권력을 민간에 이양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2010년 총선은 NLD가 불참한 가운데 군부가 ‘잘 관리된 결과’를 냈다. 문민정부가 출범했지만 군복을 벗은 퇴역 군인이 주축을 이뤄, 사실상 군부의 위성정권이었다.
2012년 12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얀마를 방문한다. 미국 대통령 중 최초였다. 이후 미얀마 민주화에는 가속이 붙었고, 2015년에 NLD도 참여하는 실질적인 첫 총선이 치러졌다. 여기서 압승한 NLD가 집권하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실권을 잡았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과정이 미국·군부·민주화 세력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덕에 굴러갈 수 있었다고 본다. 군부는 국내외의 압력을 완화하여 지배력을 유지하고 싶었고, 민주화 세력은 일단 군부독재를 종식하는 게 급했다. 미국의 관심사는 뒤에 다시 살펴볼 것이다.
ⓒAP Photo2014년 11월14일 미얀마를 방문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아웅산 수치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얀마 민주화는 군부의 ‘대리 통치’
미얀마의 새 헌법은 민주화 이후에도 군부의 권한을 보호했다. 미얀마 연구자인 장준영 교수(사이버한국외대)가 쓴 책 〈하프와 공작새〉는 미얀마 헌법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국가 지도자는 의회가 간접선거로 뽑는 대통령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군통수권이 없고 군 총사령관이 군통수권자다. 군 총사령관은 국방장관, 내무장관, 국경장관 임명권도 있다.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면 군 총사령관은 자동으로 대통령 권력을 이양받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헌법은 국가비상사태의 기준을 정하지 않았다. 군부가 마음만 먹으면 권력을 돌려받을 길이 열려 있는 셈이다.
대통령이 군 총사령관을 해고하면 되지 않을까. 그것도 안 된다. 군 총사령관은 국방안보평의회(NDSC)가 뽑으며 대통령은 임명만 한다. 그런데 국방안보평의회 멤버에는 군 총사령관, 부사령관, 국방장관, 내무장관, 국경장관이 포함된다. 전부 군부 몫이다. 국방안보평의회는 사실상 군부의 정부 출장소인데, 대통령도 국방안보평의회의 결정은 따라야 한다.
이쯤 되면 미얀마는 헌법을 바꾸지 않는 한 군부의 복귀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미얀마에서 헌법을 바꾸려면 의원 정족수의 75% 찬성이 필요하다. 마지막 안전장치가 여기에 있다. 미얀마 헌법은 의석의 25%를 군부 몫으로 자동 배분한다. 그러므로 군부가 동의하지 않는 한 미얀마 헌법은 바뀌지 않는다.
민주화는 원래 기존 권력과의 협상과 타협을 동반하는 과정이다. 그렇다고 해도 미얀마는 유난할 정도로 기존 권력인 군부의 권한이 잘 보장된 사례다. 군부는 국영기업들을 지배하여 미얀마 주요 기업을 수중에 넣고 있는데, 이런 이권도 민주화 이후에 고스란히 보장받았다. 그러다 보니 미얀마에서는 군부에 맞설 민간 영역이 잘 성장하지 못했다. 막강한 미얀마 군부는 민주화에 휩쓸렸다기보다는 ‘대리 통치’로 전략을 전환한 데 가까워 보인다. 대리인이 마음에 안 들면 권력은 언제고 회수할 셈이었고 2021년 2월에 그들은 그것을 실제로 보여주었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NLD도 이런 한계를 알면서 민주화라는 긴 승부에 베팅을 했다. 미국이 지켜보는 동안 여러 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민주화를 돌이킬 수 없이 공고화시킬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 오랜 군부독재에 지친 민주화 세력에게는 해볼 만한 도박이었다. 이 게임에서 군부는 퇴장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힘을 유지하면서 막후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2015년 이후 미얀마 정치는 전면의 아웅산 수치와 막후의 군부 사이 미묘한 경쟁으로 전개됐다.
로힝야 난민 문제가 상징적인 사례다.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유력한 행위자인 군부는 전통적인 ‘연방의 보호자’ 명분을 내세워 로힝야족 탄압을 주도했다. 2017년 로힝야족 학살 사건의 책임자가 민 아웅 흘라잉 군 총사령관이었다. 그가 이번 쿠데타의 주역이다. 이때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흘라잉 군 총사령관을 감싸다가 국제사회에서 돌이킬 수 없는 평판 추락을 겪었다. 군부가 로힝야족을 다룬 방법은 버마족에게 인기가 높아서 정당성 강화에 도움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은 군부에 밀려 국내 입지가 좁아진다고 느꼈을 수도 있고, 민주화를 공고히 다지려면 여론을 자기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여겼을 수도 있다. 그녀가 로힝야족을 실제로 어떻게 생각했든 결론은 같다. 로힝야족 탄압을 비판하는 국제사회를 무시하는 것이다.
ⓒEPA3월1일 양곤에서 교사들이 쿠데타 반대 시위 중 숨진 동료를 추모하고 있다.
‘군부로부터 주어진 민주화’라는 근본적 취약성은 얼버무릴 수 없었다. 2015년 총선과 2020년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의 NLD가 연이어 대승을 거두자 군부는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이것은 사실상 미국과의 암묵적 합의를 깨는 것인데, 지금은 그래도 된다는 계산이 선 것 같다. 대안은 중국이다. 흘라잉 군 총사령관은 1월11일 미얀마를 방문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났다. 분석가들은 쿠데타를 마음먹은 흘라잉 군 총사령관이 이 자리에서 중국에 후견자가 되어달라고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제 미얀마는 미·소 냉전 시절의 은둔 국가가 아니다. 21세기 미·중 관계에서 미얀마는 지정학적 요충지로 급부상했다. 시간축에다 공간축을 겹쳐 읽어야 미얀마 쿠데타의 맥락이 온전히 드러난다. 미뤄뒀던 질문으로 돌아가자. 미국은 왜 미얀마 군부와 민주화 세력을 중재하여 ‘애매한 민주화’라도 일단 발진시키려 했을까.
동남아시아 전문가인 이재현 박사(아산정책연구원)는 이렇게 말했다. “동남아에서 미국이 영향력을 확보 못한 나라가 미얀마 하나밖에 없었다. 중국은 미얀마를 1990년대부터 영향권에 뒀다. 중국 입장에서 바다를 놓고 생각해보자.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긴장관계다. 파키스탄을 거쳐 아라비아해로 진출하려 한다. 미얀마까지 확보하면 벵골만을 거쳐 인도양으로 나가는 길도 열린다. 미국의 바닷길 고리를 끊어놓을 여지가 그만큼 늘어난다.”
미국은 대서양 해안에서 출발해 태평양 해안으로(혹은 그 반대로) 지구 한 바퀴를 돌아오는 배가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을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항행의 자유’로 불리는, 사실상 미국의 제해권(바다를 통제할 권리)을 부르는 다른 이름이다. 미국 패권의 본질적 요소 중 하나다. 미국은 타국의 12해리 영해 안에서도 군함과 군용기가 무해통항(훈련이나 정찰 없이 단시간 단거리로 단순히 통과만 하는 것)할 권리까지 보장되어야 항행의 자유가 있다고 본다.
중국이 미얀마를 장악한다고 미국의 제해권 고리가 끊어지는 건 아니지만, 중국이 그런 시도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더 넓어지는 것만으로 전략적 가치가 있다. 이것은 자체로 미국의 패권에 위협이 된다. 남중국해가 21세기의 화약고로 떠오르는 이유 역시, 항행의 자유를 둘러싸고 미·중 양국의 긴장이 고조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 지역을 ‘중국의 호수’로 만들어 제해권을 주장하려 한다. 미국이 카리브해를 ‘미국의 호수’로 만든 선례도 만지작거린다. 미국은 항행의 자유가 미국의 핵심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중국의 호수’를 인정하기란 불가능하다.
커트 캠벨은 오바마 정권 1기 국무장관인 힐러리 클린턴의 팀에서 일했다.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였던 그는 ‘피벗 투 아시아’ 전략의 입안자로 유명하다. 그는 2009년부터 미얀마에 꾸준히 공을 들였고, 군부와 민주화 세력이 타협하는 데 막후에서 활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은 그 결과물이다.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아시아 정책을 총괄하는 인도·태평양 조정관을 신설하여 캠벨을 앉혔다.
캠벨은 차관보 직을 마친 후 책 〈피벗〉을 써서 그의 구상을 자세히 밝혀뒀다. 21세기는 인구로 보나 경제력으로 보나 아시아의 세기인데, 미국의 대외정책은 유럽과 중동으로 지나치게 기울어 아시아의 우선순위가 밀렸다는 게 기본 문제의식이다. 게다가 중국은 21세기 미국의 최대 라이벌이다. 중국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미국에게 이보다 중요한 질문은 없다. 냉전시대에 소련을 봉쇄하듯 21세기 중국을 봉쇄할 수 있을까. 캠벨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첫째, 아시아에는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국가가 너무 많다. 이들에게 중국 봉쇄에 동참하라고 요구해봤자 통하지 않는다. 둘째, 기후위기와 같은 새로운 안보 문제는 중국과의 협력이 필수다. 봉쇄와 세력균형으로 중국의 발을 묶는다고 지구가 식지는 않는다.
ⓒXinhua1월12일 미얀마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이 흘라잉 군 총사령관을 만나고 있다.
봉쇄가 아니라면? 캠벨의 답은 중국이 떠오르는 것을 막지 않되, 그 떠오르는 경로를 미국이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항행의 자유, 자유무역, 민주주의와 같은 국제규범을 중국은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중국이 그 경로로만 떠오를 수 있고 다른 길은 막히도록 게임의 틀을 설계해야 한다. 캠벨은 이렇게 쓴다. “현재 체제의 규범들을 지지하는 것이 중국에도 이익인 반면 이를 반대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따른다는 걸 명확히 할 것.” 물론 중국은 이 접근법이, 말만 바꾼 봉쇄정책에 가깝다고 인식한다.
미국은 아시아의 동맹국들과 함께 항행의 자유, 민주주의 등 국제규범을 아시아의 국제질서로 다져나간다. 그렇게 여러 국가가 진용을 짜야만 중국이 떠오르는 경로를 좁힐 수 있다고 캠벨은 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팽개쳤던 다자주의의 부활이다. 오바마 정부 시절 추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대표적이다. 바이든 정부 들어 G7에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인도를 초청해 D10(민주주의 10개국)으로 개편하려는 구상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이런 다자주의 구상을 캠벨은 ‘아시아 운영체제’라고 부른다. 선례는 유럽이다. 유럽은 2차 세계대전 이후 6개국이 모인 석탄철강공동체로 출발하여, 유럽 대부분을 포괄하는 유럽연합으로 반세기에 걸쳐서 운영체제를 진화시켜 나갔다.
‘과도기 국가’는 어디로 기울까
이제 캠벨이 미얀마에 왜 특히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첫째, 미얀마는 중국이 대양으로 진출하는 중요한 길목에 있다. 고전적인 세력균형의 관점에서 봐도 미얀마는 미·중 관계의 요충지다. 둘째, 미얀마는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 걸려 있는 국가다. 이런 과도기 국가들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가가 ‘아시아 운영체제’의 성패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아시아에는 이런 과도기 국가가 유난히 많다. 방글라데시, 미얀마,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네팔, 싱가포르, 스리랑카, 타이 등이 해당한다. 캠벨은 이렇게 쓴다. “아시아가 민주주의 공동체가 될지 아니면 고통스러운 후퇴의 지역이 될지, 이 과도기 국가들의 방향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미얀마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성공하고 이행기 국가들이 민주주의를 받아들인다면, 아시아는 유럽처럼 국제질서의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기둥으로 성장할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는 주위에 더 많은 민주주의 국가를 필요로 한다. 민주주의가 더 튼튼한 규범이 될수록, 한 나라의 민주주의가 위태로울 때 국제사회가 더 잘 개입할 수 있다. 과도기 국가 중의 하나인 미얀마가 어디로 기우는지는 다른 과도기 국가들의 군부와 시민들에게도 중요한 선례가 된다. 아시아가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대륙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은 이런 싸움들이 누적된 결과로만 답할 수 있다. 한국은 아시아에 더 많은 민주주의 국가가 있을 때 특히 더 이롭다. 강력한 권위주의 국가 중국의 턱밑에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 민주주의의 운명은 이런 식으로 한국의 민주주의와 이어져 있다.
마찬가지 원리로, 권위주의 체제인 중국은 민주주의 규범이 ‘아시아 운영체제’로 정착하는 미래를 반기지 않는다. 중국은 각국의 주권 보장과 내정 불간섭을 외교의 기본 원리로 내세우기 때문에, 중국이 강대국으로 떠오르면서 세계 각지의 독재국가들은 큰 친구를 얻게 됐다.
ⓒU.S. Navy2월9일 남중국해에서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이 합동훈련을 벌이고 있다.
미얀마의 운명은 어느 쪽으로 기울까. 정치학계의 석학인 아담 셰보르스키는, 민주화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는 집권 엘리트의 분열이라고 주장했다. 집권 엘리트는 더 버틸 방법이 없을 때 분열한다. 아무리 시위가 이어져도 미국이 주저하고 중국이 후견하는 한 미얀마 군부는 버틸 방법이 있으므로 쪼개지지 않는다. 총칼을 이기는 주먹은 없다. 이 점만 보면 피플파워는 무력하다. 홍콩은 오랜 자유주의 역사를 가졌고 시민의 저항도 거셌지만 중국공산당의 무력을 뛰어넘을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 미얀마 쿠데타 발발 초기 많은 전문가들이 결국 군부의 승리를 예상한 이유도 비슷하다.
하지만 지난 한 달 동안 진정으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강도와 지속성을, 군부의 폭력에도 굴하지 않는 의지를 보여줬다. 이들은 정치학의 오래된 테제를 여럿 깨부수고 있다. 미얀마는 중산층이 두껍지도 않고, 대학 교육을 받은 비율도 낮으며, 군부가 통제하지 않는 민간 영역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지도 않았다. 이것들은 모두 민주화에 중요하다고 평가받는 자산인데, 미얀마 시민들은 이런 자산 없이도 총칼에 맞서 목숨을 거는 기약 없는 싸움을 한 달 넘게 이어가고 있다. 이 이례적인 힘이 세계의 이목을 잡아끄는 데 성공했다. 이재현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미얀마는 홍콩과 달리 중국이 자국 국내문제라고 주장할 수 없는 외국이다. 중국이 쿠데타의 후견자처럼 비치는 게 국제사회에서 갈수록 부담스러워지는 국면으로 가고 있다. 중국이 물러설까? 그 전에 저항이 사그라질까? 아직은 알 수 없다. 어쨌든 현 상황 자체가 쿠데타 직후의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다.”
[헬스코리아뉴스 / 박수현 기자] 무릎 인공관절 수술 비용이 병원마다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수술을 하고도 2배의 격차를 보이는 곳도 있었다. 환자들이 수술 전에 충분한 정보를 알아보고 병원을 찾아야하는 이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현재 인공관절치환술(슬관절수술 또는 무릎관절수술)은 3개월 이상 보존적 요법에도 불구하고 통증이나 기능저하 등이 지속되는 경우, 중증도 무릎 골관절염(3단계) 이상인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만 60~64세의 경우도 중증도 무릎 골관절염 5단계 중 4단계에 해당하면 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심평원이 공개한 정보를 보면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시행되는데 수술비용은 2, 3차 의료기관이 대부분 1000만원 초반대로 형성돼 있다. 이 가운데 환자부담율은 20%이고 나머지 80%는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는 구조다. 따라서 수술비가 1000만원일 경우 환자는 20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같은 맥락에서 가령 환자가 수술비용으로 1000만원(20%)을 지불했다면 병원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건강보험에서 받는 4000만원(80%)을 포함, 최소 5000만원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수술과 관련한 각종 치료재료와 의료행위에 따라 만만치 않은 부대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경우 환자 1명이 부담하는 수술비용은 얼마나 될까. 병원마다 천차만별이어서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양쪽 무릎을 모두 인공관절로 대체했을 경우, 최소 600만원에서 1300만원까지 2배 이상의 격차가 발생한다.
수술비용 2배 격차 ... '엿장수 맘'
본지가 서울과 지방의 주요 병원을 대형과 중소형으로 구분해 취재한 결과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은 무릎 양쪽을 모두 인공관절로 대체했을 경우, 환자가 부담하는 수술비용만 1000만원이 훌쩍 넘었다. 이는 물론 단순한 수술비용만을 의미하며,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그 비용은 더욱 늘어난다. 다만,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병원간 수술비용(환자부담금)에는 큰 격차가 없었다.
하지만 2차병원은 달랐다.
양쪽 기준, 서울 강남의 K병원은 수술비용만 700만원~750만원에 달했으며, 서울 종로구 S병원은 650만원 정도였다. 또 서울 은평구의 C병원은 550만원이었다. 반면 서울 은평구 B병원은 양쪽 수술비용이 450만원에 그쳤다. 물론 한쪽만 수술할 경우에는 그 절반 수준이다.
지방의 경우는 대체로 서울보다는 저렴했으나 역시 비용차가 발생했다. 전라북도 전주시 소재 A병원은 양쪽 무릎을 인공관절로 대체할 경우 수술비용만 400만원이었으나 같은 전주시 소재 B병원은 350만원이라고 밝혔다.
시쳇말로 ‘부르는 게 값’이고 ‘엿장수 맘’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다.
무릎 인공관절수술은 수술 비용 외에도 의료 서비스 종류에 따라 막대한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고가의 수술을 받고도 통증 등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아, 단순히 병원측이 제시하는 초기 비용만을 보고 수술을 할 경우 수술비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가 수술받고도 부작용 호소하는 환자 많아”
그렇다면 특정 병원의 수술비가 유난히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특별히 고가의 재료를 사용한다거나 수술을 잘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의료계 관계자와 환자들의 설명이다. 고가의 수술을 받고도 통증 등 부작용에 시달리는 환자가 적지 않은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심평원 관계자는 “심평원이 공개한 진료비 부분은 재료비가 포함돼 있지 않은 순수 진료비(수술비)”라며 “비급여 대상이거나 환자 본인부담 항목은 제외된 금액이다. 환자부담금은 지역별, 자격별, 산정특례별 등 굉장히 세분화 돼있어 딱 20%라고 말하기 어렵다. 개인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환자부담금을 정확히 산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가격 차이가 나는 첫번째 이유는 행위별 수가제 때문”이라며 “포괄수가제라고 하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행위별 수가제는 수술하면서 일반실을 사용했는지, 녹는실을 사용했는지, 어떤 거즈를 썼는지 등 여러가지 의료행위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러한 의료행위가 환자부담금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며 “보험적용이 안되는 제품을 썼다면 몰라도 동일한 인공관절을 사용했거나 동일한 수술법을 시행하고도 가격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면 해당 병원이 그만큼 폭리를 취한다고 의심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10여년 전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다는 한 할머니(83)는 “동네병원에서 당시 300만원인가 주고 양쪽 무릎을 수술했는데 지금까지 문제없이 잘 쓰고 있다”며 “서울 강남에서 수술을 받으려다 비용이 너무 비싸 가까운 동네병원에서 수술을 하게 됐다. 싸게 했지만 만족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의 한 중소병원에서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인 또다른 할머니(78)는 “입원 전에 여러병원을 다녔는데, 어떤 병원은 양쪽 무릎을 수술하는데 수술비만 700만원, 어떤 대학병원은 1000만원 넘게 불러서 깜짝 놀랐다”며 “주변에 수술받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고가 수술을 받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고 해서 지금의 병원을 찾아왔다. 여기 있는 환자들이 이 병원 잘왔다고 하더라. 맘이 놓인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2차병원에서 최근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한 할머니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해야 후회 안해”
결국 고가의 수술을 받고도 통증 등으로 불편을 겪는 이중고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환자나 그 가족들이 꼼꼼히 따져보고 본인에게 적합한 병원을 찾아 수술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환자와 의료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시행하고 있는 서울 은평구의 한 병원은 미국산 오리지널 인공관절을 사용하면서도 인근 지역에서 가장 저렴한 환자부담금을 받고 있었다.
이 병원의 한 관계자(정형외과 의사)는 “한때 국산 제품을 사용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지금은 다시 미국에서 수입했던 오리지널 제품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어떤 제품을 쓰고 얼마의 수술비용을 받느냐는 해당 병원이나 의사가 결정할 문제여서 내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병원은 공동간병을 시행함으로써, 환자들이 부담하는 간병인 비용도 1일 3만5000원에 그치고 있다. 1인 간병인 서비스를 받을 경우 1일 8~9만원에 달하는 환자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을 경우, 수술비만을 생각해서는 안된다. 수술비용 외에도 입원기간, 병실의 종류, 간병비, 수술후 보조기 사용여부, 철분제 사용여부, 각종 치료재료 사용여부,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검사의 종류와 범위 등에 따라 막대한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단순히 병원측이 제시하는 초기 수술비용만을 믿고 덜컥 수술을 할 경우 예상에 없던 수술비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제2공항 추진 두고 강경 메시지 내는 원희룡 "도지사냐 제2공항 찬성 대표냐" 커지는 비판
원희룡 제주지사가 5일 제주시 관덕정 광장에서 열린 제주4·3 특별법 개정안 통과에 따른 도민 보고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제2공항 건설 추진을 두고 도내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원희룡 제주지사가 연일 강경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도민을 대상으로 한 제2공항 찬반 여론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높게 나왔지만, 도민의 반대와 상관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이를 두고 제주 지역에선 원 지사에 대한 비판 여론 역시 한층 강해지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원 지사가 차기 대선을 의식해 제2공항을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원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거론하며 제2공항 필요성을 역설했다. 제2공항 건설에 대한 결정권을 쥔 문 대통령에게 빠른 결단을 촉구했고, 제2공항을 반대하는 심 의원을 비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 이후 어업지도선을 타고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시찰하고 있다. 부산=왕태석 선임기자
원 지사는 12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제주공항을 죽이든 살리든 대통령과 국토교통부에서 결정하라"고 밝혔다.
이어 "제2공항은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며 "(공항 건설에 대한) 염려는 정부와 함께 대통령이 책임지고 풀겠다고 했다면 제주도 여론도 이렇게 찬반으로 갈려 도민끼리 싸울 일이 없다"고 비판했다.
원 지사는 또 문 대통령이 가덕도 신공항 추진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가덕도 신공항) 부지에 가서 공개적으로 국토부 장관에게 적극적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며 "5년 동안 국책사업 절차를 이렇게 해놓고 여론조사 뒤에서 숨었다. 국가 정책을 이렇게 하면, 지도자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의당 "대권 놀음에 눈먼 원희룡, 도민과 소통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0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를 방문해 남구준 본부장을 면담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은주·심상정·류호정 정의당 의원. 뉴스1
원 지사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주도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심 의원에게 "심 의원이 제주2공항 반대를 위해 제주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일부의 이야기만으로 도민을 선동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공항 예정지에서 일방적 입장만 듣고 가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며 "이제 편 가르고 국민을 선동하는 악습을 극복해야 하지 않겠냐"고 따졌다. 심 의원은 15일 제2공항 백지화를 요구하기 위해 제주도를 찾아 도민들과 만날 계획이다.
정의당 제주도당은 이에 "공당의 의원이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 도민 의견을 듣는 건 고유한 의정활동"이라며 "그것을 편 가르기, 선동, 악습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원색적으로 비판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원 지사를 지적했다.
이들은 또 "도민의 의견을 수렴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찬성 단체 대표만 만나고 반대 대책위원 면담을 거부한 도지사가 진정 제주지사인지, 제2공항 찬성 단체 대표인지 도민들은 의아스럽다"며 "대권 놀음에 눈이 멀어 틈만 나면 중앙정치에 기웃거리며 반짝 이벤트에 고심하지 마시고 도민과 먼저 소통하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시끄러운 제주 두고 TV 출연하는 원 지사 비판도
MBC '누가 누굴 인터뷰'에 출연한 원희룡 제주지사. MBC 홈페이지 캡처
제주 시민단체들은 원 지사가 제2공항 건설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원 지사는 17일 청소년들과 소통하는 형식의 MBC '누가 누굴 인터뷰'에 출연한다.
제주주민자치연대 관계자는 "원 지사가 대권에 바빠 예능이든 뭐든 전국 방송이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 같다"며 "도민을 배신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것이 더 예능스러운 현실이며, 10대들에게 뭘 가르치겠다는 것인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 지역 9개 언론사는 지난달 18일 여론조사 기관 두 곳에 의뢰해 실시한 제2공항 건설 도민 찬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엠브레인퍼블릭이 2월 15~17일 제주지역 만 19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2.19%포인트)에선 찬성과 반대가 각각 43.8%, 51.1% 나왔다.
한국갤럽이 같은 기간 제주지역 만 19세 이상 남녀 2,0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2.2%포인트)에선 44.1%, 47%로 나타났다. 두 기관 조사 모두 반대가 찬성보다 높았다.
반면 제2공항 건설 부지와 가까운 성산읍 주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선 찬성이 더 높았다.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성산읍 만 19세 이상 주민 50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38%포인트)에선 찬성과 반대가 각각 65.6%, 33%였고, 한국갤럽 조사(성산읍 만 19세 이상 주민 504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에선 찬성과 반대가 각각 64.9%, 31.4%로 나타났다.
난항을 겪어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체결됐다. 핵심적인 내용은 올해 분담금은 지난해보다 13.9% 인상된 1조 1833억 원을 지급하고,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분담금 인상률은 전년도 한국의 국방예산 증가율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합리적인 분담금"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나는 우리나라가 갈수록 미국의 현금자동지급기(ATM)로 전락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황당한 요구를 "갈취"라고 표현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점잖게 갈취를 계속하고 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현재 우리 국민 세금으로 미국에 준 방위비 분담금 가운데 9700억 원 가량의 '현금'이 남아 있다. 국가재정법이 따르면, 이는 국고로 귀속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돈은 미국 은행에 예치되어 있다. 국고 귀속이 어렵다면 새롭게 방위비 분담금을 정할 때 이 액수를 감안해 차감하는 게 상식적일 게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올해 방위비 분담금을 13.9%나 올렸다. 돈을 줄 때에는 용처를 정확히 따져보고 주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뭉칫돈을 먼저 주고 어디에 쓸지는 나중에 따져보는 식이다. 미국이 용처에 맞지 않게 다른 곳에 써도 그만이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률을 우리 국방비 인상률과 연동시킨 것도 큰 우려를 자아낸다. 우선 미국은 한국의 국방비 인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방위비 분담금도 더 많이 받아내고 미국산 무기와 장비도 더 많이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1일(현지 시각) 미국 방송 <CNN>이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 국방예산의 의무적인 확대와 한국이 일부 군사장비를 구매할 것임을 양측이 이해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한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미국으로선 돈도 많이 받고 무기도 더 파는 '일석이조'의 이익을 얻게 되는 셈이지만 우리로선 '설상가상'이 될 수 있다. 국방비를 인상할수록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하는 데에 사용되어야 할 소중한 예산은 줄어들게 된다.
또 대규모 군비증강을 지속할수록 수렁에 빠진 남북관계를 복원하기도 어려워진다. 더구나 그 적용기간을 2025년까지 정한 것은 차기 정부의 선택의 폭을 크게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청와대의 자화자찬이 거북하게 들리는 까닭이다.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로 구성된 방위비 분담금은 9000억 원 정도로도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 10조 원 이상 소요된 평택 미군기지 확장 사업이 완료되었기에 더욱 그러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핵심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미국이 남는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가 바로 그것이다. 주일미군 등 한반도 밖의 미군 지원용으로 사용되어왔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바이다.
복병은 또 있다. 바로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이다. 현재 임시배치 상태에 있는 사드는 일반환경영향평가가 마무리되면 정식 배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동맹 강화"를 다짐하고 있고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의 핵심으로 미사일 방어체제(MD) 강화를 삼고 있다는 점에서 정식 배치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미국은 정식 배치와 운용에 필요한 경비를 방위비 분담금을 전용해 사용하려고 할 것이다.
사드 배치 결정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이었던 빈센트 브룩스가 2017년 4월 미 의회 청문회에서 방위비 분담금이 "사드 기지 향상과 같은 점증하는 요구를 충족시킬 비용 전용을 가능케 한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해준다.
그는 또 방위비 분담금이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대응하는 데에 필요한 유연성을 제공"해줄 것이라고 말했었다. 알쏭달쏭했던 이 말은 최근 미군 정찰기인 U-2기의 행보를 보면 그 뜻을 알 수 있다. 오산공군기지에 배치되어 있는 U-2기의 대중 감시·정찰 비행이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한미 갈등의 주요 원인들 가운데 하나였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그것도 한국이 준 방위비 분담금으로 정비를 받으면서 말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마저 이와 같은 '비합리적인' 방위비 분담금 합의에 거수기 역할을 한다면, 한미동맹의 퇴행적인 변화를 막을 수 있는 길은 더더욱 요원해진다. 국회가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는 결기를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