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소셜 큐레이션, SNS 뛰어넘을 차세대 IT 비즈니스로 뜬다
입력 : 2012.02.24 13:54
소셜 큐레이션이란-네티즌이 자기 취향대로, 사진·그림 등 정보 가공… 다른 사람들과 공유,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
인터넷의 개인 비서-정보의 쓰나미 속에서, 마음에 맞는 사용자가 골라준 다양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받아봐
해결해야 할 과제-정보 제공하는 사람의 전문성 검증할 기준 없어 뉴스 퍼가기 등… 저작권 침해 소지도 많아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 캐피털인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는 지난해 10월 인터넷 서비스기업인 '핀터레스트(Pinterest)'에 2700만달러(약 305억원)를 투자했다.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의 원조(元祖) 격인 '모자이크'와 '넷스케이프'를 만든 마크 안드레센(Andreessen)이 세운 IT 벤처 투자회사. 페이스북(Facebook)·징가(Zynga)·트위터(Twitter) 같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의 가치를 미리 알아보고 투자한 것으로 유명하다.당시 핀터레스트는 사용자가 300만명을 밑도는 소규모 서비스 기업이었다. 특별한 기술도 없고 창업자가 유명 인물도 아닌 회사가 거액의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던 비밀은 뭘까.
- ▲ 그래픽=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대답은 실리콘밸리에서 차세대 서비스로 최근 각광받는 '소셜 큐레이션(social curation)'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고 가장 유망한 기업이 바로 핀터레스트이기 때문이다.
소셜 큐레이션은 인터넷에서 다수 사용자가 자신의 취향대로 정보를 가공해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큐레이터가 박물관에서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유물을 전시해 새 의미를 부여하는 것처럼, 각 사용자가 자기 취향대로 인터넷에서 사진이나 그림, 동영상 등을 끌어모아 자기만의 전시회를 만드는 식이다. 여럿이 함께 콘텐츠를 전시하고 공유한다는 의미에서 '소셜' 큐레이션이라고 부른다.
핀터레스트의 매력은 이 큐레이션을 누구나 아주 쉽게 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서비스(pinterest.com)에 가입한 후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그림이나 사진이 있으면, 인터넷 접속프로그램에 달린 '핀(pin)'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사용자가 '핀'한 사진은 자동으로 가입자 개인의 스크랩 게시판(핀보드)에 저장된다. 종이로 된 잡지에서 패션 사진이나 요리 레시피를 오려서 메모판에 핀으로 붙여놓는 행동을 그대로 인터넷에 적용시킨 것이다.
이것까지는 기존 블로그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다른 곳에서 글 퍼오기'와 비슷하다. 핀터레스트는 여기에 다른 사람의 스크랩을 받아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소셜 큐레이션을 주력으로 한 핀터레스트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아직 시범 서비스 기간이지만 올 2월 중순 현재 사용자가 1200만명을 돌파해 한 달 전인 1월 초(500만여명) 대비 2배 넘게 늘었다. 이 중 200만명은 매일 1회 이상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열성적인 사용자다.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기존 인터넷 서비스에서 보기 힘든 '개인의 독특한 취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전에 인터넷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찾으려면 여러 쇼핑몰을 찾아다녀야 했다. 모양·색깔·길이·크기 등 객관적인 요소를 검색어로 넣는다 해도 내 취향에 맞는 디자인을 찾는 일은 힘들고 시간도 많이 소요됐다. 하지만 핀터레스트와 같은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에서는 나와 취향이 비슷한 동료를 찾기만 하면 된다. 그 사람이 고른 옷 중에 내 취향에 맞는 옷이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잡지 정기 구독·정보수집 개인비서 두는 효과
실리콘밸리에서는 핀터레스트 외에도 스토리파이(Storify)·폴리보어(Polyvore)·큐레이티드바이(Curated.by)·딜리셔스(del.icio.us)·페이퍼리(Paper.li)·비주얼리(visual.ly) 등 수십개의 소셜 큐레이션 전문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페이스북 등이 주도하는 SNS 시대를 넘어 차세대 IT분야로 소셜 큐레이션이 뜨고 있는 것이다.
소셜 큐레이션은 쓰나미처럼 폭주하는 정보를 필터링(filtering)하는 수단으로도 유용해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국 IT 전문가 로버트 스코블(Scoble)은 "나는 2억명의 트위터 사용자 중 겨우 2만명의 글만 구독하는데도 (글을 다 보지 못하고) 정보가 흘러가도록 내버려두고 있다. 끊임없는 정보의 흐름을 처리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소셜 큐레이션에 가입해 어떤 유형의 정보를 볼지 골라 놓으면, 여기에 일치하는 비슷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자동 배달돼 불필요한 품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다. 또 따끈따끈한 첨단 정보를 즉각 제공받을 수도 있다.
소셜 큐레이션은 인터넷상에서 잡지 정기 구독이나 정보 수집용 개인 비서를 두는 것과 비슷하다. 개인이 자기 취향에 맞는 잡지를 고르거나 비서에게 뉴스 스크랩 방침을 정해주면 지속적으로 입맛에 맞는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 것처럼, 인터넷상에서 마음에 맞는 사용자가 골라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받아본다는 이유에서다.
트위터에서 마음에 드는 사용자나 매체를 골라서 그가 전파하는 정보를 받아보는 것도 소셜 큐레이션의 한 형태다. 동영상 전문 소셜 큐레이션 기업인 매그니파이닷넷(magnify.net)의 스티븐 로젠바움 창업자는 "지금 시대에는 데이터 자체보다 그중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를 골라내는 개인의 관점이 훨씬 귀중하다"고 말했다.
◇아마추어리즘 극복, 저작권 이슈 해결이 관건
일각에선 소셜 큐레이션 비즈니스의 장래를 염려하는 시각도 있다. 검증되지 않은 익명의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골라 유통시키는 취약점이 첫 번째 이유이다. 과학저술가인 앤드루 킨(Keen)은 "소셜 큐레이션은 콘텐츠를 선택하는 이의 전문성을 판단할 만한 적절한 기준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상의 자칭 큐레이터들과 술집에 앉아서 '그 영화 꼭 봐라' '그 맥주 꼭 마셔봐'라고 말하는 사람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며 "큐레이터 역할은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의 중간에서 이를 전문적으로 중재해줄 수 있는 전문 편집자 또는 신문 발행인 등이 맡아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도 걸림돌이다. 핀터레스트의 경우, 최근까지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서 사진을 옮겨올 때 해당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 사용자들이 모니터 화면을 그대로 떠내는 방법으로 불법적으로 사진을 옮기더라도 이를 차단하지 못한다. 네이버·다음 같은 한국 포털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블로그 사용자들이 뉴스를 통째로 퍼가면서 해당 언론사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과 동일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셜 큐레이션이 독자적인 비즈니스로 성장하려면 원본 콘텐츠를 만들어낸 저작권자와 큐레이션 서비스 기업 간에 합리적인 상생 모델 정립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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