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융합촉진법’ 100% 활용 전략
융합 신제품 인증받아야 출시 빨라져
기사입력 2011.03.30 04:00:21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현대사회는 정보화시대를 지나 기술과 산업 간 결합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융합시대’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융합시대의 핵심 단어인 ‘융합(convergence)’은 용어적 측면에서 결합 진행의 정도에 따라 패키지·하이브리드·퓨전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를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기능적 측면에서 융합은 2개 이상의 상이한 요소들이 하나의 요소로 수렴되면서 시너지를 내는 경제·사회적 현상으로 정의된다. 현재 융합은 스마트폰과 같은 제품과 제품 간의 융합, e-book과 같은 제품과 서비스 간의 융합, u-health와 같은 서비스와 서비스 간의 융합과 같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발전하는 과정에 있다.

융합시대의 산업발전은 기존 기술 및 산업에 대한 창의적 재조합을 통해 신기술과 신산업을 발굴함으로써 산업발전을 지속가능하게 한다. 이미 글로벌 산업 트렌드로 떠오르는 산업융합은 기존 기술 및 산업발전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산업융합시대에는 과거 구분된 산업의 틀 속에서 만든 법령·제도를 융합 트렌드에 부응하도록 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산업저변에서 대두해왔다. 산업계는 우리나라가 높은 정보통신기술 수준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과 같은 제품을 선도하지 못한 원인으로 법과 제도적 기반의 미비를 지적해왔다. 지난 3월 10일 지식경제부가 제출한 산업융합촉진법이 국회를 통과하게 된 배경은 이와 같은 산업계의 요청에 따라 산업융합 촉진에 장애가 되는 기존 법령·제도상 한계를 극복하는 데에 있었다.

융합의 중요성을 이미 인지한 선진국들은 융합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정책과 함께 법·제도적 기반을 구축해 왔다. 미국은 2002년에 15개의 융합 신산업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2007년에는 국가경쟁력강화법을 제정했다. 일본은 산업융합을 통해 중소기업의 신산업 육성을 촉진할 목적으로 중소기업신사업활동촉진법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제정된 산업융합촉진법은 기존의 칸막이식 산업정책을 탈피해 산업융합을 통한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선진국의 법 정책을 충분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실질적인 융합시대의 도래를 선언하고 실천하는 기반이 됐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산업융합촉진법은 산업융합 촉진을 위한 기반 구축과 중소기업의 신산업 육성을 산업융합을 통해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정책과 제도가 포함돼 있다. 특히, 산업융합시대에 적합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산업융합특성화 전문대학을 지정해 지원할 수 있는 제도와 서로 다른 산업 간의 인력 교류를 통한 산업융합의 기반조성제도를 포함하고 있다.

산업융합촉진법은 융합 신제품 보급 활성화를 위해 시장 출시 전에 시장성을 검증하고 보완하는 기회를 주는 융합 신제품의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산업융합촉진법은 지식경제부 내에 산업융합옴부즈만사무소를 설치해 산업융합과 관련된 기업 애로를 수시로 접수·발굴할 수 있게 했다. 규제개혁위원회와 같은 다른 국가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해 산업융합시대에 걸맞지 않은 불합리한 규제 해소를 신속하게 추진하는 제도적 기반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융합촉진법에 포함된 산업융합 촉진을 위한 다양한 제도 중 백미는 바로 융합 신제품을 가능한 한 신속하게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하는 융합신제품적합성인증제도라고 할 수 있다.

산업융합촉진법의 백미는 융합신제품적합성인증제도

부분의 제품은 소비자안전과 환경위해성 예방을 위해 법령에 근거해 관할행정기관으로부터 허가나 인증 등을 받아야 제조하거나 판매될 수 있다. 기업이 신속하게 산업융합을 활용해 융합 신제품을 개발하더라도 관계 법령에 따른 허가, 인가, 승인, 인증 등을 받지 못하면 해당 제품은 생산이나 판매될 수 없다.

A중공업은 트럭과 지게차를 결합한 융합 신제품으로 트럭지게차를 개발했다. 그런데 트럭지게차는 트럭인지 지게차인지 관계 법령상 허가기준이 불분명해 제품 허가가 지연됐고, 결국 국내시장에서 판매할 수 없게 돼 수십억원의 개발비 손해를 감수하고 사업을 사실상 포기했다. L사는 LED 제품을 활용한 옥외 현수막을 개발했다.

그러나 해당 LED 옥외 현수막 제품은 옥외광고물법령상 지주를 이용한 간판에 대한 네온사인금지와 전광·점멸금지 규정으로 인해 LED를 활용한 신제품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W사는 지난해 말 위그선 상용화를 앞두고 있었으나 이와 관련된 해상교통안전법, 개항질서법, 선박법, 선박안전법, 선원법, 선박직원법 등 관련 법령 정비가 지연되면서 신속한 시장 출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의 허가나 인증을 관장하는 기존 법령은 원칙적으로 융합 신제품을 고려하지 않은 분야별 안전과 환경위해성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법령이다. 이로 인해 산업융합을 활용한 신제품 생산이나 판매에 대한 허가나 인증이 거부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나타났다. 이런 이유는 관련 법령에 허가나 인증을 할 수 있는 기준이나 규격이 없거나, 있더라도 융합 신제품에 적용이 적합하지 않는 데에 있다.

신청 뒤 6개월 후면 적합성인증 받는다

업융합촉진법에 따른 융합신제품적합성인증제도는 산업융합 신제품 제조자가 개발하거나 생산하고자 하는 융합 신제품에 대한 법령상의 기준 및 규격이 없는 경우나 법령상의 기준 및 규격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은 경우에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에 대해 산업융합 신제품의 적합성인증을 신청하도록 하고, 신청을 받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산업융합 신제품 적합성인증협의체의 심의를 거쳐 6개월 이내에 적합성인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와 같은 절차에 따라 적합성인증을 받은 산업융합 신제품은 해당 제품에 관한 다른 법령에 따른 허가나 인증 등을 받은 것으로 간주되도록 했다. 적합성인증을 한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해당 산업융합 신제품의 적합성인증 심사기준을 고시하도록 함으로써 장래에는 유사한 산업융합 신제품에 대해 고시된 기준으로 허가나 인증을 하도록 하고 있다.

융합신제품적합성인증제도는 허가나 인증을 관할하는 소관부처가 복수인 경우에 그중 한 부처에 적합성인증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신청받은 소관부처가 다른 소관부처와 협의해 일괄 처리하도록 함으로써 산업융합 신제품의 개발자와 제조자에 대한 행정적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개발된 제품에 대해 법령에서 허가나 인증 등을 받도록 하는 목적은 해당 제품에 의한 인체나 환경에 대한 위해성을 사전에 방지하는 데에 주된 목적이 있다. 산업융합 신제품의 개발자와 제조자에게 편의를 제공할 목적으로 실시하는 융합신제품적합성인증제도는 아주 특수한 경우에 소비자의 안전이나 환경에 대한 위해성을 유발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산업융합촉진법은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적합성인증을 하는 경우에 산업융합 신제품의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건을 붙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적합성인증을 받은 제조자에게 해당 산업융합 신제품으로 인해 소비자가 입을 수 있는 손해를 담보하기 위해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할 것을 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후보장에 관한 내용을 포함한 제도적 보완장치를 두고 있다.

그러나 산업융합촉진법의 실질적인 효과를 법률 제정만으로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기대다. 이제 남아 있는 과제는 산업융합촉진법에서 체계화된 개별 제도를 우리나라의 산업현실과 산업융합발전의 특성에 적합하게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제정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집행하는 데에 있다.

[이종영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jyyi@cau.ac.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99호(11.03.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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