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유빗', 해킹에 파산

  • 성호철 기자
    • 이메일
    • sunghochul@chosun.com

  • 임경업 기자

    • 크게
    • 작게

    입력 : 2017.12.20 03:12

    유빗, 4월 북한에 거래소 해킹 당하고 또 뚫려
    "가상화폐 투자금 75% 반환"… 투자자들 반발

    어제 새벽 거래자산 17% 털려 고객들 돈 170억원 정도 손실
    가상화폐 해킹 취약 또 드러나… 유빗, 지난번엔 55억 탈취 당해

    가상 화폐 거래소 '유빗' 파산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 한 곳이 해킹으로 전체 거래 자산(資産)의 상당량을 탈취당하고 결국 파산 절차에 들어가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거래소는 경찰 조사에서 170여억원 규모의 가상 화폐를 도난당했다고 진술했다. 국내에서 가상 화폐 거래소가 파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정확한 피해 규모와 해커의 정체에 대해 수사 중이다.

    19일 가상 화폐 거래소 '유빗(Youbit· 옛 야피존)'은 이날 새벽 4시 35분쯤 해킹으로 인해 전체 거래 자산의 17%를 탈취당했다고 밝혔다. 고객들이 이 거래소에서 개설한 가상 화폐 계좌에서 사고팔던 가상 화폐의 일부가 사라진 것이다. 유빗 측은 이어 "오후 2시 입출금을 정지하고, 거래소 파산 절차를 진행한다"며 "고객에게는 우선 잔고의 75%를 선출금해 지급하고, 나머지 미지급된 부분은 최종 정리가 완료된 후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본인의 자산 금액이 100만원이라면 75만원만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추후에 사이버종합보험(약 30억원)과 회사 자산 매각 등을 통해 고객의 손실을 보상한다는 입장이다.

    고객들은 회사의 지급액을 넘어 추가로 피해액을 보상받으려면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이 회사가 해킹으로 고객 자산을 탈취당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4월 북한 해커에 의해 전체 거래 자산의 37%인 비트코인 3800개를 탈취당했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을 감안하면 약 55억원 규모였다. 이 회사는 이때에도 고객들의 계좌에서 비트코인을 37%씩 일률적으로 감액해 해킹 피해를 고객에게 전가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재 이 회사는 당시 사건의 피해자에게 매달 일부 금액씩 보상하고 있지만 아직 이마저도 완료하지 못한 상태다. 이후 '야피존'이었던 거래소 이름을 '유빗'로 변경하고 영업을 계속해왔다.

    이날 서울 강서구에 있는 유빗 사무실에는 손실을 본 고객 10여명이 몰려와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들은 사무실에서 경찰 조사를 받던 유빗의 이진희 대표를 붙잡고 "내 돈을 떼어먹을 생각이냐" "지금 당장 출금하게 해달라" "해킹을 어떻게 두 번씩이나 당하느냐"며 항의했다. 유빗에서 1억2000만원어치 가상 화폐를 구입한 김모(71)씨는 "75%만 자산으로 인정되면 내 돈 3000만원이 사라지는 셈"이라며 "피해 금액을 받을 때까지 이곳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유빗의 이 대표는 "해킹을 당한 건 죄송하지만 시스템이 안정화돼야 출금과 거래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가상 화폐 거래소가 해킹에 취약한 이유는 겉으로는 개인과 개인 간 가상 화폐를 거래하는 형태이지만 실제로는 거래소가 자신의 대형 컴퓨터 안에 일정액의 가상 화폐를 보관해 놓고 구매자에게 파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해커들은 대형 컴퓨터(서버)에 침투한 뒤 사용자의 계좌 정보(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빼내는 방식을 주로 쓴다. 가상 화폐는 일반 화폐와 달리 추적이 어렵고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해커들은 가상 화폐를 몰래 빼낸 뒤 제3국의 가상 화폐 거래소에서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대표는 "이렇게 고객의 가상 화폐 자산을 제대로 못 지키는 거래소는 아예 영업을 못 하게 해야 한다"면서 "유빗은 외부에 가상 화폐 거래액을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폐쇄적으로 운영해왔고 한 차례 해킹 사고가 났는데도 정부가 강하게 제재하지 못해 추가 피해가 생겼다"고 말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20/2017122000164.html#csidxdd095ec5b94da048cfed77e70396e4e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