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완전 해부 10편] 텐센트, 애플의 자리를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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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는 텐센트만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모방’이란 키워드로 중국 인터넷 기업 1위 자리에 올랐고, 이후로 상승세를 타고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모방’이 가진 파괴력도 조금씩 상쇄되어가면서 텐센트에게는 무언가 새로운 대안이 필요해진다.

 

을에서 갑으로, 텐센트 투자자로 대변신

중국 인터넷 기업 1위인 텐센트는 2009년까지 텐센트 특유의 모방 장인정신(?)과 막대한 사용자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매년 80-100%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또한 게임과 SNS가 큰 성공을 거두며 든든한 수익모델까지 갖추게 되었다. 이 모든 노력의 결과로 중국 최고의 IT업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지만, 주변에서는 “텐센트가 할 줄 아는 건 오로지 모방뿐이다”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2009년전까지 텐센트는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80% 이상의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2009년, 이들 수치는 처음으로 73.9%,71.6%, 85.5%를 기록하며 80%를 하회했고, 2010년이 수치는 57.9%, 55.8%, 63.4%을 기록하며 성장세가 대폭 하락했다. 2011년 1분기에도 이러한 하락세는 멈추지 않았고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은 50%,43%, 57.6%를 기록하며 성장세가 크게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텐센트는 나날이 급감하는 성장세를 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그리고 텐센트는 성장속도 급감이 회사의 수입구조로부터 야기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수익의 절반이상이 온라인 게임과 SNS에서 창출되고 있는 텐센트의 수익구조는 유저 확보로 충분히 유지가 가능했다. 하지만 2009년에 접어들면서 런런왕(人人网), 시나웨이보(新浪微博), 카이신왕(开心网)등 Qzone의 경쟁자들이 잇달아 등장했고, 넷이즈(网易, Netease), 샨다(盛大, SNDA), 더나인(九城, The 9) 등 게임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자연스레 텐센트의 성장세는 하향곡선을 그릴 수 밖에 없었다.


텐센트의 리우츠핑(刘炽平) 전임이사는 성장률 하락에 대해 “초창기 텐센트의 사업규모는 작았지만, 사용자들이 꼭 필요로 하는 서비스였다. 이후로도 우리는 계속 변화하는 이용자들의 니즈를 고려해 더 많은 신상품을 출시했고, 이는 늘 시장의 니즈와 잘 부합해 이용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사용자의 니즈가 서비스보다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텐센트로 유입할 수 있는 유저 수도 한계에 이르렀다. 이제 더 이상 텐센트 기업만으로는 벅차다.”라고 텐센트가 마주한 한계를 설명했다.

 

새로운 문제와 마주하게 된 텐센트는 이제 혼자의 힘이 아닌 주변의 힘을 빌리기로 한다. 그리고 그 동안 유지해온 ‘모방’이라는 DNA를 대신하여 ‘투자’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장착하게 된다. 2010년, 텐센트는 본격적으로 투자업계에 발을 내밀기 시작했다. 투자대상은 자사와 연관성이 깊은 업체뿐만이 아니었다. 과감하게 영역 파괴에 나서 인터넷 분야라고 하면 전부 텐센트의 손길이 미치기 시작했다. 또한 텐센트는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인터넷 전분야에서 잠재력 있는 기업에 대해 투자를 진행했고, 투자업계에 발을 들인 텐센트의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2010년 텐센트는 총 7차례의 투자를 진행했으며, 투자금액은 3억 5,000만 달러(한화 약 630억 원)에 달했다. 그리고 2011년 언론에 공개된 텐센트 투자 프로젝트는 총 9건, 투자금액은 약 7억 달러를 기록해, 2010보다 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1년 6월 마화텅은 텐센트의 투자전략을 발표했다. 2011년 초 당초 집행하기로 했던 투자자금 50억 위안(한화 약 9,000억 원)에 100억 위안(한화 약 1조 8,000억 원)을 추가로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대외투자에 보다 많은 금액을 투입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리고 2012년 7월 5일, 마화텅은 텐센트의 발전방향을 ‘글로벌’로 설정하고 리스크가 큰 직접진출보다는 해외기업 투자형식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수익성 개선으로 시작된 텐센트의 투자는 동종업계는 물론, VC들까지 얼어붙게 만들었다. VC들은 텐센트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곤두세워야만 했다. 그리고 현재 텐센트는 해외투자를 조금씩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제 텐센트가 미국 거대 게임업체를 인수했다는 뉴스를 접할 날이 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텐센트의 선택을 받은 이들은?

2010년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Comsenz(康盛创想)를 시작으로 기업투자에 대한 열의를 보인 텐센트는 지난해에만 70억 위안을 대외투자에 퍼부었다. 그리고 투자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은 텐센트는 이제 그 투자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아래는 2011년 텐센트의 주요 투자이슈이다.

 

SNS 1위 탈환을 위한 선택, ‘카이신왕’

2011년 텐센트의 기업투자 가운데 단연 화제는 카이신왕(开心网) 투자이다. 현재 정확한 투자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약 1억 위안(한화 약 180억 원)으로 추측되고 있는 카이신왕 투자는 런런왕(人人网)과 시나웨이보(新浪微博)를 견제하기 위한 텐센트의 전략적인 투자이다.

현재 텐센트의 펑요왕(朋友网)과 텐센트 웨이보(腾讯微博)는 중국SNS 시장에서 런런왕과 시나웨이보에 밀려 2인자 자리에 머물고 있다. 또한 런런왕과 시나웨이보의 활약으로 QQ의 활동 유저 수가 계속 감소하여 텐센트는 때아닌 위기를 겪고 있었다. 텐센트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이용자 수 1억 2,000만 명이 넘는 카이신왕 지분 일부를 인수하면서 런런왕과 시나웨이보를 견제하고 나섰다.

 

동영상 판권가격 상승의 해결책 ‘화이브라더스’

텐센트는 중국 최대 엔터테인먼트 ‘화이브라더스(华谊兄弟, Huayi Bros)’에 대한 투자로 일부 영상 저작권에 대한 고민이 절로 해결되었다. 2010~2011년 온라인 동영상이 큰 인기를 끌면서 동영상 판권 가격도 덩달아 폭등했다. 매년 이를 구입하기 위해 투자하는 비용만 최대 1억 위안(한화 약 180억 원)을 넘어서자 텐센트는 비용절약을 위해 머리를 굴렸다. 중국 최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이자 영화제작사인 화이브라더스는 대량의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는데다 국내 중국 영화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어, 텐센트가 화이브라더스와 손을 잡을 수 있다면 큰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뿐더러 영화산업에까지 손을 뻗칠 수 있었다. 이에 텐센트는 4억 5,000만 위안(한화 약 800억 원)을 화이브라더스에 투자했다.

 

비주류 산업 진출에 대한 해결방법 ‘이롱’

텐센트는 돌연 ‘이롱(艺龙, e-Long)’이라는 여행 전문 플랫폼에 투자를 집행했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온라인 여행 산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한 텐센트는 전무한 경험을 메꾸기 위해 업계 1,2위를 다투는 이롱에 5억 4,700만 위안(한화 약 1,000억 원)을 투자하여 ‘QQ여행 플랫폼’ 서비스를 위한 교두로를 마련했다. 현재 QQ여행의 호텔 관련 업무는 이롱이 독점 공급하면서 서비스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2012년, 텐센트의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휴대폰 및 PC 관리프로그램 제작사 모러 소프트웨어(魔乐软件)에 이어 미국의 대형 게임업체인 Epic에 투자를 집행하며 활발한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최근 언론에 텐센트의 블리자드 인수설이 나돌면서 텐센트의 대외투자가 이제 글로벌 수준에 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텐센트는 텐센트 월드 영향력 확대를 위해 글로벌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페이스북 이펙트>의 저자 데이비드 커크패트릭(David Kirkpatrick)는 “텐센트의 글로벌화는 페이스북에 매우 위협적이다.”라고 언급할 정도로 글로벌화에 대한 텐센트의 기세가 전세계 IT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세계 유수의 IT업체들이 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텐센트의 발걸음은 한국을 향하고 있다.

한국게임인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 등을 퍼블리싱하며 쏠쏠한 재미를 본 텐센트는 한국게임업체에 대한 투자에도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10년 텐센트는 한국 벤처캐피탈인 캡스톤파트너스와 함께 500억 원 규모의 캡스톤벤처펀드를 결성하고 한국의 7개 게임개발사에 투자를 실시했다. 이는 규모가 비교적 작은 게임개발사에 대한 투자를 통해 업체의 게임개발과 성장을 돕고 성장한 게임을 다시 중국 시장으로 퍼블리싱 하겠다는 전략으로, 이전 단순히 퍼블리셔의 투자 방식과는 사뭇 다른 행보이다. 또한 텐센트는 국내 대형게임업계와의 게임판권 계약에도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2011년 엔씨소프트, XL게임즈, JCE, 웹젠 등의 대형 게임 판권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텐센트는 ‘크로스파이어’에 이어 ‘블레이드앤소울’까지 한국 게임을 퍼블리싱하기 위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고 있다. 또한 게임 퍼블리싱 뿐만 아니라 한국의 개발업체 인수 기회를 엿보고 있으며, 게임 개발자를 스카우트 하기 위해 매력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2012년 SNS, 게임, 전자상거래, 영화, 여행, 펀드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텐센트는 한국에서도 유망기업에 대한 투자를 놓치지 않고 있다. 모바일 광고 플랫폼인 ‘카울리’를 통해 한국 모바일 광고시장 점유율 1위 자리에 올라있는 FSN(퓨처스트림네트웍스)는 텐센트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총 42억 원을 투자를 받았다. 그리고 텐센트는 2012년 4월 국내 최고 어플리케이션으로 손꼽히는 카카오톡에 약 900억 원을 투자하며 세간의 이목을 한 몸에 집중시켰다. 이와 같이 텐센트는 한국 인터넷 전 영역에서 우수한 인재와 기업을 자기편으로 끌어당기기 위해 한국의 문을 계속 두드리고 있다.

 

그럼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의 자금력에 우수한 기업과 노동력을 하나 둘씩 빼앗기고 있는 대한민국의 IT업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대한민국의 IT업계는 이제 중국을 알아야 한다. 자고로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했다. 우리는 중국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텐센트 역시 마찬가지다. 그저 텐센트를 가짜 서비스의 총집합 정도로만 알고 있다. 이제는 개안해야 할 때다. 텐센트는 이미 우리 기업을 저만치 앞질러 가고 있다. 오히려 우리가 보고 배워야 할 입장이 되어가고 있다.

 

연재 기획을 마치며

1편부터 10편까지 텐센트에 대한 연재 기획을 작성하며 텐센트를 다시 보게 됐다. 작은 기업이 초 거대기업이 되기까지의 순간순간을 목도할 때마다 등줄기에는 식은 땀이 흐르고 소름이 돋았다. 우리가 좌정관천 하는 사이 텐센트란 기업은 어느덧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거듭났다.

“내가 천하를 버릴지언정 천하가 나를 저버리게 하지 않겠다.” 삼국지의 간웅 조조(曹操)가 남긴 말이다. “우리에 모방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방이라는 창조적 활동을 통해 전세계가 우리를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라고 말하는 텐센트의 CEO 마화텅의 모습은 흡사 조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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