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완전 해부 5편] 창조와 모방, 그리고 텐센트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한 뒤 텐센트의 성장 엔진 RPM은 더욱 빨라졌다.
상장 이후 주식가치가 100% 가까이 껑충 뛰는 등 중국 IT업계의 기린아로 불리고 있는 텐센트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은 현재 거의 없다. 빠른 성장을 이룬 기업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이에 텐센트의 마화텅 CEO는 자사의 원동력을 감히 ‘모방’이라 단언하고 있다.
텐센트식 모방
텐센트의 모방은 실패에서부터 비롯되었다. OICQ를 발표하기 전, 텐센트는 당시 중국서 큰 인기를 구가하던 메일 비즈니스에 손을 댔다. 기타 인터넷 서비스보다 모방이 손쉬웠던 메일 시스템은 운영 비용 역시 많지 않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업체의 메일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텐센트의 서비스는 특징이 없었고 명확한 수익모델이 없어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내 경쟁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마화텅은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았다. 다른 선발주자의 비즈니스 모델을 모방하되 텐센트만의 특성에 맞게 재창조하자는 텐센트만의 기업이념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텐센트는 맹목적인 재창조가 아닌 이점만을 취해 조합하는 텐센트만의 신 창조론을 가지고 서비스와 제품 개발에 나섰다.
텐센트는 철저하게 자신들만의 신 창조론에 입각해 인스턴트 메신저인 QQ를 탄생시켰고, 이는 텐센트가 빠르게 발전하는데 가장 실질적인 자양분으로 작용했다.
이후 텐센트의 주력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QQ 메신저 서비스를 비롯해 텐센트게임(腾讯游戏)、파이파이왕(拍拍网), 차이푸통(财付通) 등 다수의 텐센트 제품이 바로 이러한 모방을 통해 재창조되었다. 텐센트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이점인 데이터베이스를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 또한 모방에서 나왔다. 수억 명에 달하는 사용자 DB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중국인의 입맛에 가장 적합한 요소들을 버무렸다. 모방에 텐센트만의 ‘+a’를 첨가하면서 텐센트는 시장에 먼저 진출해있는 선점업체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
마화텅의 철저한 성격은 바로 여기서 빛을 발했다. 마화텅은 텐센트가 진출하기로 결정한 분야에 대해 하다못해 아주 작은 수치와 분석들까지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다. 현재까지의 시장상황을 입체적으로 분석한 뒤, 상대방의 단점까지 보완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들이 더 많은 것을 원하고자 하는 적절한 타이밍에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 같은 텐센트의 방법은 Qzone(QQ空间)에서 빛을 발하였다. 한국에서 싸이월드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자 텐센트는 어떻게 하면 싸이월드 모델을 중국 시장에 입힐 수 있을지를 늘 눈 여겨 보고 있었다. 특히 도토리를 이용한 결제 서비스에 푹 빠져있었던 텐센트는 유사 서비스를 바로 출시하지 않았다. 아직 인터넷 사용자들이 유료 서비스에 지갑을 쉬이 열지 않던 2000년대 초, 유사 싸이월드 서비스를 중국에서 출시할 경우 수익을 내기 힘들 것이라 판단해 텐센트는 서비스를 더욱 중국에 맞게 다듬고 다듬었다. 그리고 2005년 텐센트는 Qzone을 출시하며 대박을 쳤다.
중국판 싸이월드 ‘Qzone’
텐센트의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중국을 잠식해가던 2003년, 업계에서는 텐센트와 마화텅을 가리켜 ’공공의적’ 이라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화텅의 입장은 확고했다.
그는 “한 기업이 어떤 제품을 가장 먼저 개발했다고 해서 시장의 1등일수는 없다. 그 제품을 만드는 것이 창조가 아니라,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창조라고 할 수 있다. 텐센트는 한결같이 시장의 니즈(Needs)에 따라 자사의 전략을 결정했고, 우리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창조라고 믿는다”라며 자신과 회사의 소신을 지켰다.
모방이 낳은 텐센트의 성공모델
텐센트가 모방을 통해 만든 제품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제품은 검색 서비스인 소소(搜搜)와 QQlive가 그 예이다. 소소는 중국 최대 검색 엔진인 바이두(百度)를 모방한 서비스이다. 그렇다면 소소가 바이두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두 서비스의 광고수익을 주요 수익원으로 하고 있으며 가격경쟁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 역시 동일하다. 사용자 연령대 역시 유사하며 하물며 서비스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인 페이지 역시 큰 차이점이 없다.
하지만 텐센트가 자사만의 재창조를 통해 바이두와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 냈는데 그것이 바로자사 제품과의 연결이다. 현재 바이두 서비스는 자사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기타 서비스와의 연동에 있어 텐센트보다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워낙 서비스 카테고리가 다양한 텐센트인지라 상대적인 차이일 수도 있지만, 텐센트는 바이두의 유일한 취약점은 서비스와의 연계를 노렸다. 텐센트가 가지고 있는 QQ, QQ게임, QQZone 등 텐센트 산하 모든 플랫폼에 대한 페이지 검색과 직접링크 등이 가능해져 별도로 웹 페이지를 열어 검색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 같은 소소의 서비스 특징은 텐센트의 여러 서비스들과 연계돼 더 많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내고 있다. 여러 전문기관은 소소가 가진 이 같은 특징이 앞으로 바이두의 아성을 넘볼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QQlive는 QQ의 모방 가운데서도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꼽히고 있다. 현재 텐센트의 QQlive와 PPlive는 현재 중국 P2P 스트리밍 TV 1위 자리를 놓고 혈전 중이다. 그 중 PPlive는 시장을 선점하고 막대한 컨텐츠를 바탕으로 중국 P2P TV시장 1위에 올라섰다. 이후 후발주자로 나온 QQlive 는 PPlive가 구축한 서비스의 틀을 뛰어넘기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워낙 공고한 서비스 영역을 구축하고 있던 PPlive이기에 QQlive의 성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좌(左) QQlive, 우(右) PPlive
하지만 텐센트는 기존 PPlive의 P2P 스트리밍 방식을 표방하되 여기에 생방송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승부수를 띄웠다. 이를 통해 QQlive가 빠른 속도로 다른 제품보다 우위에 설 수 있었다. 당시 경쟁사들은 VOD 서비스가 전부였고, 생방송 기능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QQlive는 VOD 서비스에 생방송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타 업체들과의 차별화를 도모했다.
QQlive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가운데 82.6%가 “컴퓨터로 생방송을 직접 볼 수 있어, 굳이 따로 VOD를 보지 않아도 돼 QQlive를 선택했다”라고 답해 텐센트가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하게 캐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텐센트는 QQlive에 자사의 최대 무기인 메신저 기능을 추가하면서 사용자에게 친숙함으로 다가갔다. 인터넷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중국에서 P2P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할 경우, 구동중인 모든 프로그램을 다 종료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는데, 텐센트는 바로 이 부분에 주목했다. QQlive에 QQ 메신저 서비스를 연동시키면서 사용자들이 다른 서비스를 종료해도 메신저 서비스는 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텐센트를 바라보는 시선들
“새로운 서비스를 최고로 여기는 인터넷 분야에서, 텐센트는 전혀 창조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텐센트는 마치 R&D에는 관심조차 없어 보일 수도 있다. 우리는 기존에 있던 사업을 더욱 세분화 하고 각 서비스마다 우리만의 개성을 부여하며, 이를 이익과 결부시키려 노력한다. 텐센트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잘못된 점이 있다. 왜냐하면 다른 어떤 기업도 모방하지 않고 성장한 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방법은 잘못되지 않았다.”- 텐센트 CEO 마화텅
인터넷 업계에서는 텐센트의 모방에 대한 말들이 많다. “마화텅은 인터넷 업계에서 표절 대마왕으로 불린다. 시나닷컴(新浪网)의 CEO 왕즈동(王志东)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텐센트를 철면피에 후안무치(厚颜无耻)라고 대놓고 깎아 내렸다. 한편, 알리바바의 CEO 마윈(马云) 역시 “텐센트의 파이파이왕(拍拍网)은 새로운 것이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이 우리의 서비스나 타사 서비스를 보기 좋게 표절한 것이다.”라고 텐센트의 서비스에 대해 독설을 날렸다.
바이두(百度) 검색창에서 ‘텐센트’와 ‘표절’을 검색하면 약 22만개 가량의 검색결과가 나오고 이 중 대부분은 텐센트의 방식을 비판하는 글이다. 또한 미디어와 여론은 마화텅과 텐센트를 공공의 적으로 몰아가며 텐센트의 표절을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그럼 이와 같은 여론은 절대적으로 옳은 것일까?
외부에서 텐센트의 모방을 2가지 방향에서 바라보고 있다. 이는 크게 옹호론과 비판론으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저마다의 의견은 아래와 같다.
“텐센트가 비록 다른 기업의 제품을 모방하기는 했지만 철저히 고객의 니즈를 위해서 모방하였고, 텐센트의 제품은 기존에 있던 제품보다 기능적으로 뛰어난 점이 많아 단순한 표절이 아닌 모방을 통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인 Microsoft나 Google도 모방을 기초로 성장했다. 텐센트의 경우도 이와 같다” 라는 것이 옹호론적 입장이다.
한편 비판론자들은 “다른 기업이 열심히 준비해서 만든 제품을 그저 보고만 있다가 강탈해가는 텐센트의 표절은 올바르지 않다. 기존에 출시된 텐센트 제품은 그저 많은 사용자 DB를 악용해 성장한 것으로 이는 중국의 기업문화 발전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친다. 텐센트와 같은 대기업이 이 같은 파렴치한 행동을 일삼을 경우, 중소기업들은 기술을 빼앗기고 거리에 내앉게 될 것이다.”라고 소리 높이고 있다.
사실 2가지 입장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현재로써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이분법적 논리로 가늠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텐센트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자신만만해 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자사 서비스에 대한 연구 개발 없이 기존 모델 덧입기 식의 발전은 자칫 기업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 메신저 DB를 기반으로 조금씩 서비스를 추가한 텐센트는 풍부한 자금을 이용 여러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3~5년 뒤 텐센트가 계속해서 이러한 성장을 보일 수 있을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텐센트는 이제 그 발걸음을 세계로 향하고 있다. 이제 페이스북 구글 등의 업체와 직접경쟁을 해야만 하는 실험대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라는 앞마당에서는 승승장구 했지만 글로벌이라는 무대 앞에 텐센트의 모방 모델은 그 앞길이 불투명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텐센트가 걸어온 10년간의 황금기 동안 텐센트의 이론과 모델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앞으로의 10년, 텐센트의 모방 모델이 얼마만큼 유동적으로 작용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저작권자ⓒ두두차이나 DuDuChina.(www.duduchi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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