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는 리더십의 바이블


공자가 가르치던 교과목은 ‘육례(六禮)’라는 6가지 분야의 현실교육이었는데, 윤리와 인간관계론에 관한 예절, 예술과 관련된 음악, 체육과 관련된 활쏘기, 전쟁에 해당하는 말 타기, 언어 및 국어에 해당하는 글쓰기, 수학에 해당하는 셈하기 등 6가지 전문 과목을 분류하여 거의 오늘날 교육과목의 형태를 완성하였다.

그는 자신의 지식을 당시 제자들에게 완전히 개방하였으며, 그의 뒤를 이어 중국 문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제자백가(諸子百家)라는 사상적 개화가 이루어졌다. 그저 교양 정도로 여겨졌던 고대 지식의 상품화에 성공한 공자의 이런 안목과 전략은 가치의 혁신을 통해 당시 틈새시장을 개척한 블루오션 전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고전 중에 리더들에게 가장 많이 읽힌 책을 꼽으라면 단연 <논어>다.

역사 속에서 과거시험의 가장 중요한 과목 중 하나였고, 리더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명구절들의 출처를 파고들면 <논어>에서 나온 것이 의외로 많다. 리더들의 철학과 삶의 방식에 대하여 <논어>는 무한한 콘텐츠를 제공해 준다. 나아가 서구문화 발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책이 <성경>이라면, 동양문화의 배경에는 <논어>가 있다. <논어>는 두 말 할 나위 없이 동양 고전 중에서 단연 베스트셀러다.

동아시아 2500년간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인 공자와 그 제자들이 당시 난세의 생존에 대한 수많은 이슈들을 토론하고 이야기한 대화 모음집이 바로 <논어>다.

동양의 리더들은 <논어>를 읽었고, <논어>에서 지도력을 키웠다. <논어>는 연구실에서 한 사람이 고민하고 쓴 책이 아니다. 다양한 현장에서 공자와 당시 리더들, 그리고 공자의 제자들이 난세의 고민을 풀어낸 불후의 대화 모음집이다.  

 

 

이상적 인간형, 군자


그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내용이 ‘군자(君子)’라는 <논어>에서 제시하는 이상적 인간형이다.

군자는 요즘으로 말하면 조직의 리더요, 경영자다. 공자가 살던 시대의 군자는 글자 그대로 임금(君)의 아들(子) 정도의 의미였다. 세습된 지위를 가지고 권력을 소유한 일부 귀족을 지칭하여 군자라고 불렀다. 그런데 공자는 이 세습된 군자의 모습을 혁신하여 새로운 리더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논어>에서 말하는 공자의 새로운 군자는 열정과 노력에 의해서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위대한 리더의 모습이었다. 공자 스스로가 어려운 출생 환경을 극복하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 나갔듯이, 군자는 이미 만들어져 나온 완성형 인간이 아니라 만들어 나가야 할 진행형 인간이었다. 비록 역사 속에서 군자의 모습이 부정적인 면으로 퇴색하기도 하였지만 공자가 당시 제시한 뉴 리더인 군자의 정의는 오늘날 리더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공자의 출생에 대한 기록 중에 ‘야합이생(野合而生)’이라는 기록이 있다. 글자 그대로 풀면 공자는 들(野)에서 합(合)해서 태어난 인물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공자의 출생은 누구보다도 처절했다.

송나라 출신 퇴역 군인인 숙량흘(叔梁紇)과 안(顔)씨 집안의 셋째 딸인 젊은 무녀 안징재(顔徵在) 사이에 정식 혼인을 거치지 않고 태어난 공자는 엄밀한 의미에서 당시 속칭 집안 좋고 학벌 있는 군자가 아니었다. 공자는 3세 때 아버지를 잃었고 24세에 어머니마저 잃었다. 공자는 젊었을 때 다양한 밑바닥 생활을 경험하였다.

계손(季孫)씨 집안의 하급관리인 위리가 된 적도 있었는데, 오늘날로 말하면 창고 출납을 관리하던 하급직이다. 또한 계씨 집안에 사직리가 되어 근무하기도 하였는데 직책은 가축을 관리하던 하급직이었다.


<논어>에는 공자가 자신의 어린시절을 술회하는 글이 나온다. 누군가 자신을 다능(多能)이라고 평가하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는 어렸을 때 천하게 인생을 살았다. 그래서 비천한 일에 대하여 많은 능력이 생겼다.(吾少也賤, 故多能鄙事!)’

 

공자의 군자는 능력이 많은 사람(多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공자는 천한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의 노력에 의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바꿀 줄 알았던, 요즘으로 말하면 자수성가형 리더였다.

영국에는 신사(gentleman)가 있고, 한국에는 선비가 있듯이 <논어>에는 군자가 있다.

<논어>에서 말하는 뉴 리더, 군자의 모습 속에서 오늘날 리더의 모습을 찾아보자.

 

 

학이시습(學而時習) 학습형 리더


군자는 행복한 사람이다. <논어>의 첫 구절은 공자가 꿈꾸던 군자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평생 학습하는 일이야말로 군자의 가장 기쁜 일이다(學而時習之不亦說乎!).

같은 뜻을 가진 동지(同志)들과 함께 인생을 사는 것이야말로 군자의 가장 행복한 일이다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성내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군자다(人不知而不不亦君子乎!).’

 

<논어>에서 말하는 군자는 행복한 사람이다. 군자의 행복은 부귀와 명예를 얻은 자가 아니다. 늘 새로운 지식으로 나를 혁신하고, 함께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과 교류하고, 누구도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비굴하거나 소침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그런 삶이야말로 군자의 삶이다.


‘군자는 자신의 무능함을 근심한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君子病無能焉, 不病人之不己知也).’

군자여! 학습하라. 동지(朋)와 함께 꿈을 꾸어라. 당신의 평가에 대하여 연연하거나 성내지(不) 말라.

일명 <논어>에서 말하는 ‘군자삼락(君子三樂)’이다.

공부하는 리더는 미래의 환경을 이해하고 생존의 답을 찾아낸다. 학습과 실천이야말로 평생의 프로젝트임을 잊지 않고 사는 사람이 진정한 군자의 삶이다.

붕(朋)과 우(友)는 다르다.

술집에서 만나고 비즈니스로 만나는 친구는 우일 뿐이다. 붕은 삶의 가치가 같은 친구다. 친구를 넘어서 동지라고 해야 한다. 그들을 만나 담론을 즐기며 내 삶의 방식을 긍정하는 힘을 얻는 것은 놓칠 수 없는 인생의 행복이다.  

 

 

주이불비(周而不比) 친화형 리더


군자는 패거리를 짓지 않는 친화형 리더다.

조선의 21대 왕인 영조대왕은 신하들의 당파 싸움을 완화하기 위하여 탕평책을 쓰면서 국립대학인 성균관 정문에 비각을 세워 <논어>의 글귀를 인용해 이렇게 새겨 놓았다.

 

‘남과 두루 친화하고 편당 짓지 않는 것(周而不比)이 군자의 공된 마음이다(乃君子之公心).

남과 편당만 짓고 친화하지 못하는 것(比而不周)은 소인의 사사로운 뜻이다(寔小人之私意).’


학맥과 지역색으로 편당 짓지 않고 보편성을 추구하는 리더의 모습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조직 내에서 끼리끼리 편당을 짓고 상대방을 헐뜯으며 자신들의 사적 이익만 추구하려는 사람들이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군자는 보편성(周)을 추구하지 편당(比)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리더는 꿈을 제시하고 그 꿈을 공유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차별하고 구별하는 리더는 더 이상 조직을 이끌 자격이 없다.

 

‘군자는 공적인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기에 의를 중시한다(君子喩於義). 그러나 소인은 사사로운 이익을 우선으로 여긴다(小人喩於利).’

 

의(義)보다 리(利)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그 이익을 위하여 편당 짓고 끼리끼리 뭉친다. 

 

 

눌언민행(訥言敏行) 실천형 리더


군자는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실천형 인간이다.

‘군자는 말은 어눌하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하려고 하는 사람이다(欲訥於言而敏於行)’.

<논어>에서 말하는 군자의 실천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옛날 사람들은 말이 좀 어눌한 눌변(訥辯)을 군자의 중요한 가치로 여겼다. 군자는 말보다 실천이 앞서야 한다는 의미다.

‘군자는 먼저 그 말을 실천하고 이후에 말을 하는 사람이다(先行其言而後從之).’

조직을 위해서 몸소 실천하지 않고 말만 앞세우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이야기다.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며 말보다 행동을 보여주는 사람이 이 시대의 진정 군자다.

 


‘집에서는 부모에게 효도하라(入則孝). 밖에 나오면 공손하라(出則悌). 모든 일에 부지런하고 한마디라도 실천할 수 있을지를 돌아보라(謹而信). 널리 타인을 사랑하라(汎愛衆). 따뜻한 사람과 함께 하라(而親仁). 그리고 힘이 있으면 그때 형식(文)을 배워라(行有餘力則以學文).’

 

문(文)은 문(紋)이다. 문(紋)은 세련됨이요, 형식이요, 화려함이다. 군자는 신사(紳士)다운 세련됨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외형적인 군자의 모습은 실천을 전제로 한다.

 

부모와 이웃에게 최선을 다하고, 조직의 구성원들을 배려하고 존중할 때 그 군자적 세련됨은 더욱 빛나는 것이다. 군자는 말을 잘하는 자가 아니다. 실천을 통해 군자의 모습이 드러나야 한다.

 

‘군자는 네 가지 실천해야 할 일이 있다(君子之道四焉).

행동은 공손해야 하며(其行己也恭),

윗사람을 모실 때는 공경해야 하며(其事上也敬),

백성을 돌볼 때는 은혜로워야 하며(其養民也惠),

백성들을 부릴 때는 의로워야 한다(其使民也義).

공경혜의(恭·敬·惠·義)를 행하라’.

 

이것이 진정 군자가 가야 할 길이다.

백 마디 말보다 현장에서 고민하고 실천하는 리더가 진정 군자다.

 

 

화이부동(和而不同) 포용형 리더


군자는 화합을 추구하되 다름(不同)을 인정하는 리더다. 일명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는 리더다.

반면 소인은 ‘오로지 같음만 추구하고 화합하지 않는 인간이다(同而不和).’

화(和)는 중요하다.

남의 의견을 경청하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화야말로 군자의 기본 정신이다. 군자는 화를 강조하여 동(同)을 요구하지 않는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사람이 군자다.

일명 ‘따로(不同)’ 또 ‘같이(和)’, 이것이 화이부동의 정신이다.

자신의 정당한 의견을 구부려 남의 옳지 않은 생각에 동화되지 않는 것이 진정 군자의 모습이라면 나와 다른 의견을 낸다고 해서 그 사람을 미워하거나 해하지 않는 것도 군자의 모습이다.

남이 ‘함께’ 하라고 할 때 ‘노’라고 외치며 자신의 생각을 과감하게 외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군자의 모습이다. 나아가 ‘노’라고 외치는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것도 군자의 모습이다. 

 

매출액이 많다고 명문기업이라 하지 않고, 돈이 많다고 명문가라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지위가 높다고 군자라 하지 않는다. 군자는 지위나 학력, 자격증 몇 개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다. 남의 비난과 칭찬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 학습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늘 배우고 실천하는 사람, 동료와 인생의 기쁨과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사람, 말보다 행동을 먼저 보여주는 사람, 편 가르지 않고 남과 화합하여 조직의 인화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 남과 두루 친화하면서도 ‘따로 또 같이’의 철학을 갖고 인생을 사는 사람이라면 진정 21세기의 군자라 할 것이다.

<논어>에서 공자는 자하(自夏)라는 제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너희는 군자다운 리더가 되어야 한다(汝爲君子儒). 소인 같은 리더가 되어서는 안 된다(無爲小人儒)’.

 

자신을 수양하여 남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脩己安人) 21세기형 군자의 모습을 <논어>에서 찾아(探) 얻어(得)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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