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접착제처럼… 人材경영도 연결할 대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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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23 03:29
접착제 세계 1위… 獨 헨켈의 인재 경영
인재 연결
플라스틱·탄소섬유 접착해 강철보다 강한 소재 만들듯
직원들의 다양성 연결해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최선의 것을 추구해야
다양성과 포용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차이가 다양성
포용이란 레시피 통해 직원들을 하나로 연결
세대간 소통에도 도움
"접착과 인재 경영의 공통점이 뭔지 아십니까? 그건 접착하고자 하는 사물과 사물, 서로 연결하고자 하는 인재들에 대해 아주 깊이 알아야만 접착·연결을 제대로 하고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겁니다."독일 뒤셀도르프 라인 강변의 한 호텔. '헨켈 이노베이션 챌린지'라는 이름의 대학생 공모전에 전 세계에서 모인 대학생들을 상대로 쿠로시 바라미 접착제 부문 총괄 부사장은 이렇게 말을 풀어갔다.
- ▲ 헨켈의 크리스틴 산체스 마르틴(왼쪽) 다양성·포용 담당 부사장이 헨켈의 다양성을 표현한 예술작품을 동료와 함께 들고 있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예술가 귀도 다니엘에게 의뢰해 만들어졌다. 손가락에 헨켈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직원들을 형상화했다. / 헨켈 제공
강연이 끝난 뒤 세계 최대 접착제 사업을 이끌고 있는 그에게 접착과 인재 경영의 공통점에 대해 좀 더 물어봤다. 그는 씩 웃고는 말을 이어갔다.
접착의 기본은 '대상에 대한 이해'
"무엇이든지 '연결'이라는 것을 할 때는 연결할 상대와 상대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한쪽만 이해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처음에는 괜찮아 보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생깁니다. 나중에는 아주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요. 자동차나 비행기 같은 안전과 관련된 제품이라면 생명과 관계되는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성원들을 깊이 이해해야만 합니다. 어떻게 연결할지 연구하지 않으면 당장은 괜찮아 보일지 몰라도 나중에 조직 전체에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접착하는 대상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일까. 그는 "접착이 아주 오래 지속돼야 할 경우나 접착 부위에 상당한 스트레스가 가해지는 경우를 생각해 보라"고 했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최신 자동차는 무게를 줄이면서도 강도와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차체 부위에 따라 다양한 소재를 사용합니다. 구조물의 어떤 부분에는 강철이 사용되지만, 어떤 곳에는 알루미늄, 어떤 곳에는 탄소섬유, 어떤 곳에는 플라스틱이나 유리가 사용되지요. 또 각 소재도 기본적으로는 같은 소재이지만 특성이 조금씩 다릅니다. 접착제는 이런 표면 재질이 다른 이종(異種) 물질을 붙인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일을 합니다. 우선 소재 표면의 특성이 다르겠지요. 소재에 따라, 열의 높고 낮음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정도도 다를 겁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화되는 속도도 제각각입니다."
그는 "알루미늄과 강철을 붙이는 접착제가 따로 있고, 플라스틱과 탄소섬유를 붙이는 게 따로 있는 식으로 붙이려는 소재에 따라 수많은 접착제가 필요하다"면서 "자동차의 형상을 오랫동안 안전하게 유지하도록 구조물을 접착하는 데만도 수많은 이종 물질에 대한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프레젠테이션에서 마법과 같은 기술을 보여줬다. 즉 손으로 휠 수 있을 만큼 강도가 약한 플라스틱 소재 표면에 탄소섬유를 접착해 강철보다 훨씬 가벼우면서 강도는 더 뛰어난 신소재를 보여줬다. 그는 이런 소재 간의 접착 기술을 통해 각각의 소재만으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전혀 다른 수준의 능력을 보여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속 소재를 연결할 때 가장 손쉬운 방법은 용접이다. 그러나 용접이란 열로 금속을 녹인 뒤 압력을 가해 붙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소재에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특히 알루미늄과 강철처럼 서로 특성이 다른 금속을 용접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열과 압력이 발생할 때 알루미늄 쪽이 약하기 때문에 알루미늄에 변형이 갈 수 있다. 또 이렇게 서로 다른 금속을 붙여 놓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부식이 일어난다.
헨켈이 연구하는 건 어떻게 하면 대상에 스트레스를 덜 주면서 최선의 결과물(접착)을 이끌어 낼 것인가 하는 문제다. 그렇게 하기 위해 접착 방법이나 접착제의 성분·특성을 연구하고, 또 수많은 접착제를 섞어서 기존과 다른 특성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인재 연결도 마찬가지다. '다양성과 포용(Diversity & Inclusion) 담당 부사장'이라는 독특한 직함을 갖고 있는 크리스틴 산체스 마르틴씨는 "헨켈의 경영은 직원들의 다양성을 어떻게 연결해 개인이나 조직 양쪽에서 최선을 이끌어낼 것인가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다양성과 포용 담당 부사장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그는 "헨켈에서 매우 중요하며, CEO를 포함해 그 어떤 직원도 조직의 첫째 가치로 삼아야 하는 덕목"이라고 말했다.
"산체스 마르틴이라는 제 성(姓)을 들으면 많은 사람은 흑발의, 그리고 눈동자 색이 어두운 사람을 떠올릴 겁니다. 머릿속에 어떤 고정관념이 있는 거죠. 그러나 저는 100% 독일인으로 멕시코인과 결혼한 여성일 뿐입니다. 우리는 고용이나 승진 등에 대한 결정을 고정관념과 편견에 기초해 내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기업 경영에서 매우 위험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상대의 외양만 보고 그런 결정을 내리면 좋은 자격을 가진 사람을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르틴 부사장은 다양성을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차이"라고 정의했다. 외모나 성별 같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실제적인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생각, 경험, 지식이 다양성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요리의 레시피와 같습니다. 모든 재료가 회사에 모여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이 모든 재료를 활용해 멋진 음식을 만들어야 합니다. 모든 재료를 결합해 한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레시피, 즉 공통 주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것을 우리는 '포용'이라고 합니다. 다양성과 포용 두 가지가 헨켈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데 필요한 핵심 가치입니다."
헨켈 직원의 국적은 120곳에 이른다. 앞서 만났던 바라미 부사장은 이란인이며, 바로 밑 직원은 브라질인이라고 했다. 또 마르틴 부사장을 비롯해 여성들이 관리자급에 대거 진출해 관리자급 가운데 여성 비율이 32%에 이른다.
- ▲ 캐스퍼 로슈타드 회장
헨켈은 1년에 한 번 '다양성 주간'이란 행사를 가진다. 다른 문화, 다른 음식, 다른 나라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이다. 직원들이 경험해 볼 수 있는 300가지 활동이 있다.
올해는 지난 6월 23일부터 27일까지 한 주 동안 시행됐다. 뒤셀도르프 본사에서는 월드컵 시즌과 연계해 손가락 축구 게임(finger football)을 직급·연령·성별에 상관없이 팀을 짜 진행했다. 세제·홈케어 부문 글로벌 마케팅팀은 국적이 다양한 직원들이 국가별 대표 음식을 요리해 회사로 가져와 서로 나눴다.
그녀는 다양성과 포용은 나이 든 세대가 젊은 세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부연했다.
"저는 전화기가 무엇인지 압니다. 하지만 제 딸은 잘 모릅니다. 전화기 대신 아이폰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제 딸에게 전화기란 단순히 집 한구석을 차지하는 물건일 뿐입니다. 또 저는 예전에 사무실에서 텔렉스를 사용했지만, 요즘 세대는 뭔지 모르겠지요. 이처럼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은 세대마다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회사 내에서도 이러한 스타일 차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마르틴 부사장은 "헨켈이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은 글로벌 기업으로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헨켈은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해 더 큰 독일 도시로 이전했고 더 나아가 유럽, 전 세계로 확장해 왔습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오늘 여기서 열린 '헨켈 이노베이션 챌린지' 행사를 보세요. 헨켈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진행한 대학생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뽑힌 20여 팀이 최종 결선에 와 있습니다. 한국도 있고, 중국도 있고, 인도·말레이시아 대학생도 와 있습니다."
이 공모전의 주제는 '2050년 헨켈이 내놓아야 할 제품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각 나라 헨켈 지사 직원이 멘토로 참여해 아이디어를 키우는 과정을 함께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날 행사에 캐스퍼 로슈타드 회장(CEO)이 나와 1시간 동안 대학생들에게 강연하고 질의 응답을 했다. 그는 "혁신이란 장기적 비전을 가져야만 일어날 수 있는데, 그것이 없으면 혁신이 일어나지 않게 되어 오로지 가격 경쟁에 돌입하고 되고, 결국 패배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설 말미에 "다양한 세계를 경험해 보라"고 대학생들에게 조언했다. "여러분이 그 경험을 쌓고 오는 동안 여러분의 나라는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있을 겁니다. 다른 사람들이 왜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앞으로 전 세계를 무대로 일할 때 가장 큰 문제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르게 지닌 가치를 이해하십시오. 그렇게 함으로써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헨켈은 이런 회사
헨켈은 접착제, 세제·홈케어, 뷰티케어 등 3개 사업 축을 갖고 있다. 접착제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이지만 기업 납품이 많다. 세계 125개국에 진출해 있고 직원은 4만7000명. 1876년 설립됐으며, 1980년 헨켈 가문 출신의 마지막 CEO였던 콘라트 헨켈 박사가 CEO 자리를 내놓고 경영감독위원회 의장 겸 주주총회 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는 이 자리를 5세손이 맡고 있다.
캐스퍼 로슈타드 현 CEO는 덴마크인으로, 헨켈 138년 역사상 비(非)독일어권에서 영입된 최초의 CE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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