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플지라도 '나의 길' 간다

머니투데이 | 기사전송 2011/11/29 09:55

[머니투데이 이정흔기자][편집자주] "지금 이 순간 가장 두려운 경쟁 상대는 누굽니까." 기자의 질문에 빌 게이츠가 대답했다. "지금 차고에서 무언가를 개발하고 있을 대학 중퇴생입니다." 생각해 보면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도 시작은 초라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세계 젊은이들의 롤모델이 됐다. 잡스가 떠나고 난 지금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잡스 증후군'에 빠져있다. 답답하고 불안한 현실에 안주하는 대신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선 이들을 만났다. 실패의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잡스 증후군을 앓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창업 현장의 만만찮은 현실도 짚어봤다.

[[머니위크 커버]젊은층 강타한 잡스 증후군/왜 그들은 꿈을 좇는가]

"Stay hungry. Stay Foolish."

(현실에 안주하지 말라. 무모한 도전을 두려워 말라)



스티브 잡스의 마지막 말이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세기의 명 연설로 기록된 지난 2005년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 연설. 잡스의 진심은 많은 젊은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당신의 마음은 당신이 정말 무엇이 되고 싶은지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시간은 제한돼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따라 사는 데, 당신의 인생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지난 10월 잡스의 사망 소식 이후 이 연설이 다시 한번 화제가 됐다. 이름해서 잡스 증후군이다. 비슷비슷한 안정적인 길 대신 내 인생을 찾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온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벤처 창업에 나서는 이들도 있지만 쇼핑몰이나 커피숍처럼 이미 형성된 시장에서 성공을 꿈꾸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만 중요한 것은 모두들 자신의 꿈을 좇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그것이 '어리석고 배고픈' 길일지라도.







◆ '내 꿈을 좇아라' 청년 창업 증가 추세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행복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오랜 시간 통용돼왔던 행복의 공식이 깨지고 있다. 젊은이들은 억지로 조직 생활에 몸을 맞추기를 거부한다. 대신 조금 고생스럽더라도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며 살기를 꿈꾼다.



실제로 중소기업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현재 30세 미만 청년 창업 비중은 전체 창업 신설법인의 5% 수준. 창업 시장 전체로 봐서는 아직 크지 않은 비중이지만, 해마다 30대 미만 신설법인의 수는 29~30%에 가까울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와 같은 분위기 변화는 통계 자료뿐 아니라 청년들의 창업 교육을 진행하는 현장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소호진흥협회 이기현 이사는 "실상 최근의 잡스증후군이 구체적인 창업활동이나 결과로 연결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며 "당장은 창업 교육 수강생의 수가 급증하는 등의 변화가 적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반적으로 관심이 늘어난 것만은 사실이다"고 전했다.



SBA(서울산업통상진흥원) 김재형 매니저는 "특히 직장을 다니는 이들을 중심으로 문의 전화가 부쩍 늘고 있다"며 "당장 창업에 뛰어들기 보다는 차근차근 준비를 한다는 개념으로 움직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 답답한 현실, 불안한 미래…'대안 찾기'



3년차에 34%, 5년 차에 54%, 10년차에 74%. 중소기업청에서 조사한 창업 실패율이다. 말하자면 창업 10년 이후 살아 남는 창업자는 열 명 중 두 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처럼 만만치 않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꿈을 찾아 나서는 청년 창업가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재형 매니저는 "창업을 고민하는 직장인들의 경우 불안한 미래에 대한 얘기를 가장 많이 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아무리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 하더라도 40대나 50대 이후까지 평생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조직 생활에서 살아 남기 위한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현실을 뛰어넘기 위해 새로운 길을 찾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이 같은 젊은이들의 욕망에 잡스의 인생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잡스 증후군의 반향 또한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기현 이사는 "답답한 현실에 대해 젊은이들이 스스로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잡스 증후군은 분명 긍정적인 역할이 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경고도 잊지 않는다. 자칫 현실도피성 잡스 증후군이 늘어날 경우, 오히려 위험성만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의 잡스 증후군을 들여다보면 자신의 능력을 살리고자 하는 기회형 창업 만큼이나, 취직 대신 취업을 선택하는 생계형 창업이 늘고 있다는 데 대한 우려다.



그는 "특히 청년 창업은 변화를 통한 도전과 시행착오를 수용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무작정 새로운 도전만 좇기 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관찰과 철저한 준비가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소호진흥협회에서 지원하는 대학생 창업아이템 페스티벌 '창조캠퍼스' 참가자들이 창업 준비를 위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 많이 실패해봐야 '잡스' 나온다



수도권 어느 대학교의 창업 동아리. 10년 전 창업 동아리를 만들었던 졸업생 중 한 명은 대기업에 취직을 했고, 한 명은 창업에 도전해 꽤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결혼 적령기가 되어 동시에 결혼정보업체를 찾은 이들. 수익으로만 보자면 두 친구의 연봉은 비슷했지만 결혼정보업체의 판단은 전혀 달랐다. 대기업 직장인은 1등급이 나온 반면, 창업을 선택한 친구는 9등급이 나온 것이다. 지금이야 잘 나가는 벤처기업의 대표라 하더라도 언젠간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위험성 때문이었다.



청년창업을 선택하는 이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는 우스갯 소리다. 청년 창업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혹여 창업에 성공하더라도 주변의 시선은 늘 "언젠가는 망할거야"에 머물러 있기 일쑤다. 그러다 사업이 휘청거리기라도 하면 "거봐, 망할 거랬잖아"라는 반응이 튀어나오는 식이다. 그만큼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가 젊은 잡스들에게는 무엇보다 큰 장애물이라는 얘기다.



김재형 매니저는 "실제로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정말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친구가 많다"며 "하지만 지금 창업 시장의 구조는 한번 실패하면 재기가 불가능한 구조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IT관련 대기업에 다니다 직장동료 4명과 함께 모바일 앱 사업을 준비했던 K씨. 아직 사업 초기단계 였던지라 다른 멤버들은 직장생활과 병행을 했지만 리더를 맡은 K씨는 직장까지 그만두고 창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생각만큼 사업이 잘 풀리지 않자 직장이 있는 친구들과 K씨의 처지는 크게 달라졌다. 사업 과정 중 쌓여버린 빚더미도 문제였지만, 당장 그 빚을 해결할 방법조차 없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 한국소호진흥협회에서 지원하는 대학생 창업 아이템 페스티벌 '창조캠퍼스'(사진=류승희 기자)


이는 비단 벤처 창업뿐 아니라 커피점 등 일반 창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비스나 마케팅 하나하나까지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묻어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빠른 시간 안에 승부를 봐야 한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청년 창업가들의 실패를 기다려 줄 여유는 없다.



이기현 이사는 스티브 잡스 또한 처음부터 거창한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고 대규모 펀딩으로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컴퓨터를 좋아하는 마음이 먼저 였고, 이것이 기회의 발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는 얘기다. 그는 "매출과 같은 성과를 강조하기 보다는 청년 창업가들이 자유롭게 히스토리를 쌓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 매니저는 "미국과 같은 나라는 청년 창업가들이 실패를 하더라도 재기 프로그램이 탄탄하게 마련돼 있다"며 "청년 창업가들의 실패는 어떻게 보면 자산이다. 다만 실패를 하더라도 K씨와 같은 인재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재기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의 젊은 '잡스'들 "실패해도 좋다. 젊으니까"





문화벤처기업 서니사이드업(SunnySideUp)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동광 씨



보장된 탄탄대로를 포기하고 험난한 길을 찾아 나선 이들의 사례는 적지 않다. 그러나 아무리 고생을 각오했다고 하지만 어쩌면 현실은 생각보다 더 냉혹할 수 있다. 그럼에도 당당하게 꿈을 좇는 이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실패해도 좋다. 그게 다 인생 공부니까."



서울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박병찬 씨. 마지막 4학년을 앞두고 1년 휴학을 선택한 그가 찾은 곳은 토익 학원이 아닌 청년창업사관학교였다. 대학 1학년 시절부터 여러 창업공모전을 통해 검증 받은 그의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으로 연결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토익 공부를 하고 대기업을 가는 게 더 안정적인 길일 수도 있다는 걸 안다"며 "그러나 지금 나는 토익 학원에서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핀란드 항공사에 근무하던 장재연씨. 항공사 대표에게 실력을 인정 받으며 30대 후반의 나이대가 되면 임원으로 승진까지 보장 받았지만, 그는 안정적인 직장을 뛰쳐나왔다. 오랜 꿈이었던 만화를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서울산업통상진흥원에서 차근차근 꿈을 키워온 현재 그의 명함은 Ari art대표. 만화를 통해 감성 스토리를 풀어내는 전자책 관련 업체다. "내일 죽어도 후회 없는 일을 하고 싶었다"는 장씨는 "당장은 고생스러워도 매일 눈뜨는 게 즐겁다"고 말한다.



단국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문화벤처기업 서니사이드업(SunnySideUp)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박동광 씨도 잡스 증후군을 앓고 있는 젊은이 중 한명이다. 어렸을 적 중국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그는 국내 다문화 가정에 유독 관심이 많았다. 친구들을 모아 난생 처음 자신들만의 잡지를 만들었다.



덕분에 최근에는 한 벤처기업에 취직까지 연결될 수 있었다. 박씨는 "취직이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난 반 창업이나 마찬가지다"며 "월급도 두 달이나 못 받고 있는 상황이다"고 멋쩍은 듯 웃어 보인다.



물론 그 역시 현실에 대한 불안감이 없는 건 아니다. 아무리 꿈을 좇는 일이라고 해도 자원봉사가 아닌 다음에야 수익 창출은 직업으로 삼기 위한 기본 요건이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회사에서도 수익 창출을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있지만, 경험 부족 탓인지 현실의 벽을 뛰어넘기가 만만치 않다고 한숨을 쉰다.



그럼에도 그가 지금의 실험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딱 하나. 실패도 결국은 인생의 한 부분이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찾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확인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는 "나 역시 언젠가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게 무서웠다면 아마 시작도 못했을 것이다"며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젊은이가 많아질수록 그만큼 우리 세상도 더 다양하게 바뀔 수 있지 않겠냐"고 말을 맺었다.

[나도 부자가 될 수 있을까? 긴급 추천 스마트정보!]
고플지라도 '나의 길' 간다

머니투데이 | 기사전송 2011/11/29 09:55

[머니투데이 이정흔기자][편집자주] "지금 이 순간 가장 두려운 경쟁 상대는 누굽니까." 기자의 질문에 빌 게이츠가 대답했다. "지금 차고에서 무언가를 개발하고 있을 대학 중퇴생입니다." 생각해 보면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도 시작은 초라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세계 젊은이들의 롤모델이 됐다. 잡스가 떠나고 난 지금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잡스 증후군'에 빠져있다. 답답하고 불안한 현실에 안주하는 대신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선 이들을 만났다. 실패의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잡스 증후군을 앓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창업 현장의 만만찮은 현실도 짚어봤다.

[[머니위크 커버]젊은층 강타한 잡스 증후군/왜 그들은 꿈을 좇는가]

"Stay hungry. Stay Foolish."

(현실에 안주하지 말라. 무모한 도전을 두려워 말라)



스티브 잡스의 마지막 말이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세기의 명 연설로 기록된 지난 2005년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 연설. 잡스의 진심은 많은 젊은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당신의 마음은 당신이 정말 무엇이 되고 싶은지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시간은 제한돼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따라 사는 데, 당신의 인생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지난 10월 잡스의 사망 소식 이후 이 연설이 다시 한번 화제가 됐다. 이름해서 잡스 증후군이다. 비슷비슷한 안정적인 길 대신 내 인생을 찾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온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벤처 창업에 나서는 이들도 있지만 쇼핑몰이나 커피숍처럼 이미 형성된 시장에서 성공을 꿈꾸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만 중요한 것은 모두들 자신의 꿈을 좇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그것이 '어리석고 배고픈' 길일지라도.







◆ '내 꿈을 좇아라' 청년 창업 증가 추세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행복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오랜 시간 통용돼왔던 행복의 공식이 깨지고 있다. 젊은이들은 억지로 조직 생활에 몸을 맞추기를 거부한다. 대신 조금 고생스럽더라도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며 살기를 꿈꾼다.



실제로 중소기업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현재 30세 미만 청년 창업 비중은 전체 창업 신설법인의 5% 수준. 창업 시장 전체로 봐서는 아직 크지 않은 비중이지만, 해마다 30대 미만 신설법인의 수는 29~30%에 가까울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와 같은 분위기 변화는 통계 자료뿐 아니라 청년들의 창업 교육을 진행하는 현장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소호진흥협회 이기현 이사는 "실상 최근의 잡스증후군이 구체적인 창업활동이나 결과로 연결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며 "당장은 창업 교육 수강생의 수가 급증하는 등의 변화가 적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반적으로 관심이 늘어난 것만은 사실이다"고 전했다.



SBA(서울산업통상진흥원) 김재형 매니저는 "특히 직장을 다니는 이들을 중심으로 문의 전화가 부쩍 늘고 있다"며 "당장 창업에 뛰어들기 보다는 차근차근 준비를 한다는 개념으로 움직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 답답한 현실, 불안한 미래…'대안 찾기'



3년차에 34%, 5년 차에 54%, 10년차에 74%. 중소기업청에서 조사한 창업 실패율이다. 말하자면 창업 10년 이후 살아 남는 창업자는 열 명 중 두 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처럼 만만치 않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꿈을 찾아 나서는 청년 창업가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재형 매니저는 "창업을 고민하는 직장인들의 경우 불안한 미래에 대한 얘기를 가장 많이 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아무리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 하더라도 40대나 50대 이후까지 평생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조직 생활에서 살아 남기 위한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현실을 뛰어넘기 위해 새로운 길을 찾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이 같은 젊은이들의 욕망에 잡스의 인생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잡스 증후군의 반향 또한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기현 이사는 "답답한 현실에 대해 젊은이들이 스스로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잡스 증후군은 분명 긍정적인 역할이 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경고도 잊지 않는다. 자칫 현실도피성 잡스 증후군이 늘어날 경우, 오히려 위험성만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의 잡스 증후군을 들여다보면 자신의 능력을 살리고자 하는 기회형 창업 만큼이나, 취직 대신 취업을 선택하는 생계형 창업이 늘고 있다는 데 대한 우려다.



그는 "특히 청년 창업은 변화를 통한 도전과 시행착오를 수용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무작정 새로운 도전만 좇기 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관찰과 철저한 준비가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소호진흥협회에서 지원하는 대학생 창업아이템 페스티벌 '창조캠퍼스' 참가자들이 창업 준비를 위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 많이 실패해봐야 '잡스' 나온다



수도권 어느 대학교의 창업 동아리. 10년 전 창업 동아리를 만들었던 졸업생 중 한 명은 대기업에 취직을 했고, 한 명은 창업에 도전해 꽤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결혼 적령기가 되어 동시에 결혼정보업체를 찾은 이들. 수익으로만 보자면 두 친구의 연봉은 비슷했지만 결혼정보업체의 판단은 전혀 달랐다. 대기업 직장인은 1등급이 나온 반면, 창업을 선택한 친구는 9등급이 나온 것이다. 지금이야 잘 나가는 벤처기업의 대표라 하더라도 언젠간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위험성 때문이었다.



청년창업을 선택하는 이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는 우스갯 소리다. 청년 창업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혹여 창업에 성공하더라도 주변의 시선은 늘 "언젠가는 망할거야"에 머물러 있기 일쑤다. 그러다 사업이 휘청거리기라도 하면 "거봐, 망할 거랬잖아"라는 반응이 튀어나오는 식이다. 그만큼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가 젊은 잡스들에게는 무엇보다 큰 장애물이라는 얘기다.



김재형 매니저는 "실제로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정말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친구가 많다"며 "하지만 지금 창업 시장의 구조는 한번 실패하면 재기가 불가능한 구조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IT관련 대기업에 다니다 직장동료 4명과 함께 모바일 앱 사업을 준비했던 K씨. 아직 사업 초기단계 였던지라 다른 멤버들은 직장생활과 병행을 했지만 리더를 맡은 K씨는 직장까지 그만두고 창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생각만큼 사업이 잘 풀리지 않자 직장이 있는 친구들과 K씨의 처지는 크게 달라졌다. 사업 과정 중 쌓여버린 빚더미도 문제였지만, 당장 그 빚을 해결할 방법조차 없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 한국소호진흥협회에서 지원하는 대학생 창업 아이템 페스티벌 '창조캠퍼스'(사진=류승희 기자)


이는 비단 벤처 창업뿐 아니라 커피점 등 일반 창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비스나 마케팅 하나하나까지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묻어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빠른 시간 안에 승부를 봐야 한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청년 창업가들의 실패를 기다려 줄 여유는 없다.



이기현 이사는 스티브 잡스 또한 처음부터 거창한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고 대규모 펀딩으로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컴퓨터를 좋아하는 마음이 먼저 였고, 이것이 기회의 발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는 얘기다. 그는 "매출과 같은 성과를 강조하기 보다는 청년 창업가들이 자유롭게 히스토리를 쌓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 매니저는 "미국과 같은 나라는 청년 창업가들이 실패를 하더라도 재기 프로그램이 탄탄하게 마련돼 있다"며 "청년 창업가들의 실패는 어떻게 보면 자산이다. 다만 실패를 하더라도 K씨와 같은 인재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재기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의 젊은 '잡스'들 "실패해도 좋다. 젊으니까"





문화벤처기업 서니사이드업(SunnySideUp)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동광 씨



보장된 탄탄대로를 포기하고 험난한 길을 찾아 나선 이들의 사례는 적지 않다. 그러나 아무리 고생을 각오했다고 하지만 어쩌면 현실은 생각보다 더 냉혹할 수 있다. 그럼에도 당당하게 꿈을 좇는 이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실패해도 좋다. 그게 다 인생 공부니까."



서울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박병찬 씨. 마지막 4학년을 앞두고 1년 휴학을 선택한 그가 찾은 곳은 토익 학원이 아닌 청년창업사관학교였다. 대학 1학년 시절부터 여러 창업공모전을 통해 검증 받은 그의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으로 연결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토익 공부를 하고 대기업을 가는 게 더 안정적인 길일 수도 있다는 걸 안다"며 "그러나 지금 나는 토익 학원에서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핀란드 항공사에 근무하던 장재연씨. 항공사 대표에게 실력을 인정 받으며 30대 후반의 나이대가 되면 임원으로 승진까지 보장 받았지만, 그는 안정적인 직장을 뛰쳐나왔다. 오랜 꿈이었던 만화를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서울산업통상진흥원에서 차근차근 꿈을 키워온 현재 그의 명함은 Ari art대표. 만화를 통해 감성 스토리를 풀어내는 전자책 관련 업체다. "내일 죽어도 후회 없는 일을 하고 싶었다"는 장씨는 "당장은 고생스러워도 매일 눈뜨는 게 즐겁다"고 말한다.



단국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문화벤처기업 서니사이드업(SunnySideUp)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박동광 씨도 잡스 증후군을 앓고 있는 젊은이 중 한명이다. 어렸을 적 중국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그는 국내 다문화 가정에 유독 관심이 많았다. 친구들을 모아 난생 처음 자신들만의 잡지를 만들었다.



덕분에 최근에는 한 벤처기업에 취직까지 연결될 수 있었다. 박씨는 "취직이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난 반 창업이나 마찬가지다"며 "월급도 두 달이나 못 받고 있는 상황이다"고 멋쩍은 듯 웃어 보인다.



물론 그 역시 현실에 대한 불안감이 없는 건 아니다. 아무리 꿈을 좇는 일이라고 해도 자원봉사가 아닌 다음에야 수익 창출은 직업으로 삼기 위한 기본 요건이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회사에서도 수익 창출을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있지만, 경험 부족 탓인지 현실의 벽을 뛰어넘기가 만만치 않다고 한숨을 쉰다.



그럼에도 그가 지금의 실험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딱 하나. 실패도 결국은 인생의 한 부분이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찾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확인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는 "나 역시 언젠가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게 무서웠다면 아마 시작도 못했을 것이다"며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젊은이가 많아질수록 그만큼 우리 세상도 더 다양하게 바뀔 수 있지 않겠냐"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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