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분간 경비정 1척으로만 구조…선체 진입도 안해
목포 해경 대처 문제점
최초 출동한 경비정 ‘123정’
현장파악 못해 소극적 구조만
상황실은 상황전달·지시 없어
특공대, 40분이나 대기하다 출동
해경이 세월호 침몰 당시 승무원들의 탈출 장면을 담은 10분 분량의 동영상을 28일 공개했다. 영상은 인근 해역에서 경비 업무를 하다 처음으로 현장에 달려온 해경 123정의 승조원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촬영한 것으로, 16일 오전 9시28분58초부터 11시17분59초까지 사이사이 찍은 9분45초 분량의 구조 장면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사고 발생 13일 만에 해경이 뒤늦게 공개한 동영상에는 구조대가 일찌감치 선체 진입을 포기한 채 주변만 맴돌며 소극적인 구조 활동에 그치고 있는 아쉽고 안타까운 장면들이 담겨 있다.
■ 상황 파악 제대로 못한 채 도착 사고 해역에 가장 먼저 도착한 배는 목포해경 소속인 123정(100t급)이다. 16일 오전 8시58분 침몰 신고를 접수한 목포해경은 3분 뒤 목포항공대에 헬기 이륙을 지시하고 완도 인근 해역에서 순찰 중이던 완도해경의 P-57함과 278함의 이동을 명령했다. 목포해경의 123정과 1508함, 3009함은 오전 9시7분 이동을 시작했다. 당시 사고 해역으로부터 18㎞ 거리에서 순찰 중이던 123정이 9시35분께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하지만 123정은 출동 과정에서 세월호와 교신을 하지 못했다.
123정을 지휘한 김경일 정장은 “9시부터 1분간 세월호에 교신을 시도했는데 답이 없어 교신을 못했다”고 밝혔다. 당시 세월호는 초단파무선통신(VHF) 채널 12번을 사용해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신고를 했다. 제주 관제센터는 9시6분께 진도 관제센터에 연결했고, 진도 관제센터는 9시7분에 비상 채널인 16번을 사용해 세월호와 교신했다. 출동 중이던 123정이 첫 교신에 실패했더라도 이후 16번 채널을 사용했다면 세월호와 진도 관제센터가 교신하는 내용을 듣고 미리 현장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123정이 세월호와 직접 교신하지 못했다면 해경 상황실이 일찍 상황을 파악해 123정에 알렸어야 했다. 김 정장은 “상황실에서 승객이 400~500명 정도이고, 선체가 좌측으로 40~50도 정도 기울고 있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이후 김 정장은 “(승선)인원이 많기 때문에 인근 어선을 총동원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선체 내 수색 등 초동 대응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시나 관련 정보는 갖고 있지 못했다. 사고 초기 40여분간 목포해경-진도 관제센터-경비정 123정 사이에 정보 교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 50분 동안 100t급 달랑 하나? 해경 동영상을 보면, 오전 9시34분에 멀리 세월호의 선체가 보인다. 이때 세월호는 이미 왼쪽으로 50~60도 기울어진 상태였다. 세월호 오른편 선미 쪽엔 해경 헬기 B511호가 생존자들을 구출하는 장면이 보인다. ‘객실에서 대기하라’는 선내 방송이 반복된 탓인지 4~5층 갑판은 텅 비어 인적이 없다. 해경 헬기 한 대가 상공을 선회하고 있어 퇴선 명령이 내려졌다면 해상에서 승객들을 충분히 구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선내에선 여전히 ‘선실에 머물라’는 방송이 나왔고 승객들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그대로 대기하고 있었다.
오전 9시35분 세월호에 실린 화물과 승객을 육안으로 알아볼 만한 거리까지 접근한 123정은 9시39분에 구명정을 보내 선미 쪽 3층 좌현 갑판에 있던 기관부 선원 7명을 구조한다. 해경 한 명이 선체에 붙은 구명벌(구명뗏목)을 투하하러 이동하는 모습도 보인다. 7분 뒤인 9시46분 123정은 세월호 선수 쪽 5층 좌현 조타실 갑판에 접안해 속옷 차림으로 허겁지겁 탈출하는 이준석(69·구속) 선장을 태운다. 해경은 구조된 이 선장이 승무원이 아닌 것처럼 행세하며 시치미를 떼는 바람에 선박과 승객에 대한 정보를 전혀 듣지 못하고 만다.
이 과정에서 123정의 이형래 경사가 밧줄을 잡고 조타실에 겨우 진입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상이 끊겨 있어 이 경사가 진입 직후 어떤 일을 했는지, 50~60도의 경사 탓에 바로 빠져나와야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조타실에서 선내 방송을 통해 승객들을 대피시킬 마지막 기회를 놓친 것만은 분명하다.
이어 오전 10시6분 123정 해경들이 선수 쪽 3층 객실의 유리창을 망치와 도끼로 깨고 밧줄을 내려 승객 7명을 끌어올리는 장면이 나온다. 승객 476명 중 상당수가 선체 밖으로 탈출하지 못하고 객실에 갇혀 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다. 이 시간에 배는 이미 거의 90도 각도로 기울어 있었다. 이 일련의 초기 구조작업을 벌이는 동안 세월호 근처의 배는 123정뿐이었다. 상공에는 해경 헬기 B511호 등 2대만 떠 있었다. 해경과 진도 관제센터의 연락을 받은 인근 어선들이 현장에 속속 모여든 시간은 신고 접수 한 시간 뒤인 오전 10시께였다.
■ 선체 내 승객들은 외면? 해경의 지침에는 조난 사고 때는 배 안에 사람이 남아 있다는 것을 전제로 구조 활동을 펴라고 돼 있다. 하지만 해경은 갑판에 있거나 해상에 떠 있는 승객들을 구조하는 수준에 그쳤다. 하다못해 승객들을 상대로 한 퇴선 방송도 원활히 되지 않았다. 123정은 도착 직후인 오전 9시30분에서 35분까지 퇴선 방송을 했지만 세월호와 거리가 떨어진데다 헬기 소리 등이 섞여 선체 내 승객들에게까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좌현 선미 쪽에서 방송을 듣고 배 밖으로 나온 건 기관부 선원들이었다. 먼저 탈출한 승무원들의 안내를 받는 식으로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가 탈출하라고 알렸다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123정 대원들은 배가 너무 기울어 선체 진입은 엄두도 못 낼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일반 경비정 대원들이 아닌 특공대가 더 일찍 투입됐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해경은 당시 출동한 헬기와 함정에 선체 수색을 할 수 있는 인력도 장비도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서해청의 해경특공대 7명은 9시30분부터 목포항에서 대기했지만 10시11분에야 이동을 시작했다. 특공대의 선체 진입은 오전 11시24분에 시도됐지만 강한 조류 때문에 16분 만에 중단됐다. 이후 오후 1시 다시 진입이 시도됐지만 시야가 흐려 30분 만에 철수해야 했다.
목포해경 상황실의 대응도 굼떴다. 목포해경 상황실은 구조 신고가 접수된 오전 8시58분부터 2~3분 간격으로 항공대와 인근 해경, 특공대, 헬기 등에 구조 지시를 내렸다. 여객선의 좌현이 완전히 침수된 9시54분 전까지 상황실이 직접 이동을 지시한 함정 등은 25척이 넘는다. 사고 상황과 탑승자 규모를 고려하면 해경과 민간의 선박들을 신고 접수 즉시 한꺼번에 투입하도록 조처해야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심각성을 더 깨달은 듯 하나둘씩 출동을 지시했다. 결국 세월호 침몰 전 제시간에 사고 해역에 도착해 승객을 구한 건 123정뿐이었다. 헬기로는 6명의 인명을 구했을 뿐이었다.
박기용 이경미 박수지 기자, 목포 진도/안관옥 서영지 기자 xeno@hani.co.kr
세월호 침몰 당시 해경 첫 촬영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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