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모 분위기가 불편한가
등록 : 2014.04.28 21:58수정 : 2014.04.2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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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올림픽기념관 체육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임시 분향소’를 찾은 한 수녀가 헌화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 분향소는 28일 밤 12시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는다. 경기도 합동대책본부와 안산시는 29일 오전 10시부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 공식 합동분향소’를 마련해 단원고 학생과 교사뿐 아니라 일반인 희생자의 위패도 함께 모셔 조문을 받는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분향소 설치 제한·축소 의혹
안행부, 시·군·구는 제외시키고
광역시·도 청사 실내로 한정
역 광장 두고 회의실에 만들기도
천안함땐 “왕래 잦은 곳에” 지시
정부가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국민들의 추모 움직임을 애써 축소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3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전국에 합동분향소 설치를 지시했지만 안전행정부는 사흘 동안 꾸물거렸고, 뒤늦게 지방자치단체에 보낸 공문에는 분향소 설치 장소를 ‘실내’로 한정하고 기초자치단체(시·군·구)는 분향소 설치를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4년전 천안함 사고 때 정부는 분향소 설치와 관련해 시민 왕래가 잦은 곳에 설치하고 시·군·구는 자율적으로 설치를 결정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28일 안전행정부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에 보낸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지역단위 합동분향소 설치 협조’ 공문을 보면, 분향소 설치 장소는 ‘시·도 청사 원칙(불가피시 인근 공공기관 활용). 조용한 실내공간에 설치’라고 정해줬다. 설치 지역도 ‘17개 시·도청 소재지별 각 1개소(시·군·구는 제외)’로 제한했다. 이 공문은 지난 26일 시행됐다.
특히 이 공문에는 ‘질서가 유지될 수 있는 실내공간’을 분향소 장소로 언급한 뒤에도 ‘지역 경찰과 긴밀히 협조해 분향소 질서를 유지하라’는 내용을 담아 ‘질서’를 강조했다.
이와 달리 천안함 사고 때인 2010년 4월22일 당시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가 지자체에 보낸 공문을 보면, ‘지역주민 추모 참여 편의를 위해 시민 왕래가 잦은 곳에 지방자치단체 자체 판단해 설치하라’고 밝혀, 분향소 설치 장소를 실내로 한정하지 않았다. 또한 ‘분향소 설치는 광역 시·도 각 1개소씩 하되 시·군·구는 자율적으로 결정하라’고 했다. 시·군·구 34곳이 천안함 장병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운영했다.
이에 경기도는 수원시 팔달구 도청 신관 4층 제1회의실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30분 간격으로 수원역~경기도청 셔틀버스를 운행중이나, 공무원들조차 장소 선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공무원은 “시민들이 여기까지 왜 오겠냐. 보여주기식”이라고 비판했다. 천안함 사고 당시 경기도는 사람들이 붐비는 수원역 광장에 분향소를 차렸다.
또한 천안함 사고 당시 부산역 광장에 분향소를 차렸던 부산시는 청사 1층 국제교류전시관 앞 복도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대구시도 천안함 사고 때는 하루 유동인구가 60만명인 시내 중심부 2·28 기념 중앙공원에 분향소를 차렸으나, 이번에는 남서쪽 변두리인 두류공원(달서구)에 분향소를 만들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세월호 침몰사고 공동대책위원장을 맡은 김영환 의원(안산 상록을)은 “무능한 정부의 늑장 구조로 인한 참사에 대한 국민 분노가 커지자, 정부가 분향소를 축소해 추모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옹졸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안행부 관계자는 “시·도청사는 교통의 요지라는 장점이 있어 실내 설치를 지시한 것이다. 또한 천안함 때는 국방부의 요청을 그대로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안산/김기성 김일우 홍용덕 기자, 음성원 기자 player0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