힉스 입자란 무엇인가? Microcosmos
2008/10/0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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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만물을 구성하는 입자는 기본입자 12개와 힘을 전달하는 매개 입자 4개, 기본 입자의 질량을 결정하는 힉스 입자 등 17개다. 힉스 입자는 표준모형의 유일한 스칼라 입자로서 기본입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다른 모든 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신의 입자’ 라고 불린다. 이들 중 다른 모든 소립자들은 입자가속기를 통해 그 존재가 확인됐으나 아직도 신의 입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얼마 전 가동을 시작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강입자가속기(Large Hadron Collider, LHC)에서 힉스 입자를 발견할 수 있을지 과학자들이 목 빠지게 결과를 기다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힉스 입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이 나게되면 현대 물리학의 기본뼈대라고 할 수 있는 표준모형이 전면적으로 수정돼야 할지도 모른다.
표준모형에 따르면, 자연계에는 ‘게이지 대칭성’ 이 있다. 게이지 대칭성은 ‘입자들을 관측하는 틀(게이지)을 바꾸더라도 물리법칙은 변하지 말아야 한다’ 는 원리다. 만약 물리법칙이 실험자의 편의에 따라 마구 바뀐다면 보편 법칙의 의미를 잃어 버릴 것이다. 이 대칭성이 유지되려면 반드시 힘을 매개하는 입자들이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게이지 대칭성이 있으면, 사실 모든 입자는 질량을 가질 수 없다. 소립자들을 서로 구분하는 가장 기본적인 물리량이 바로 질량인데, 게이지 대칭성은 이런 질량의 구분마저 없애 버린다.
그래서 게이지 대칭성을 유지하면서도 대칭성이 적절하게 깨져 소립자들이 질량을 얻게 되는 방법을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도입된 입자가 ‘힉스’ 다. 힉스 입자가 대칭성을 유지하면서 소립자들과 상호작용을 하다가 갑자기 특정한 값을 갖게 되어 대칭성이 깨지면서 소립자들이 질량을 얻는다는 것이다. |
힉스입자란 무엇인가?
표준모형에 따르면 세계는 쿼크(quark)와 경입자(lepton)로 불리는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광자(photon), 글루온(gluon), W, Z 입자를 주고 받음으로써 입자들끼리 상호작용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표준 모형에서는 4가지의 상호작용 중 3가지 힘, 즉 광자(photon)에 의해 매개되는 전자기적 상호작용, 글루온(gluon) 입자로 매개되는 강한 상호작용, W와 Z 입자로 매개되는 약한 상호작용 들을 수학적으로 기술할 수 있으며, 약한 상호작용과 전자기적 상호작용은 그 근원이 같다고 본다.
힉스 입자는 물질을 직접 구성하는 입자도 아니고 4가지 힘을 매개하는 역할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표준 모형에서 이 입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표준 모형은 군론(Group theory)에서 대칭성을 보이는 수학적 구조를 갖고 있는데 현재 우리의 우주에서는 이 대칭성이 보이지 않는다. 대칭성이 존재한다면 W와 Z 입자는 광자와 같이 질량이 0 이어야 하는데 이것은 실험 측정치인 각각 80.4 GeV/c2, 91.2 GeV/c2와 배치된다. 표준 모형의 수학적 구조 내에서는 페르미온들의 질량 역시 0 이어야 하고 이것 역시 사실과는 맞지 않다. 힉스 메커니즘을 통해 W, Z 입자들의 질량이 0 이 아닌 사실을 설명할 수 있고 이는 대칭성이 깨져있는 현재 우리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다. 또한 페르미온 입자들의 질량도 설명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까지 많은 실험들에서 힉스 입자를 발견하고자 했다.
“표준모형의 기본입자들” 힉스 입자는 이들 기본입자가 질량을 갖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림에서 보라색은 쿼크(quark) 녹색은 렙톤(lepton) 파란색은 보존(boson) 이다
☞ 페르미온(fermion)은 페르미-디렉 통계를 따르는 스핀이 정수+1/2, 예를들면 1/2, 3/2, 5/2,... 인 입자를 말하며 표준 모형에서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즉 쿼크(quark)와 렙톤(lepton)은 모두 페르미온(fernion)이다.
☞ 보존(boson)은 기본적인 물리적 힘을 전달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원자구성입자의 한 분류에 속하는 입자군으로 이러한 힘은 이론적으로 전달장(傳達場 carrier field)에 의해 한 입자에서 다른 입자로 전달되는데, 이 전달장은 해당 보존(boson)에 의해 구체화된다.
우리가 아는 전자의 질량은 0.511 MeV/c2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늘 접하는 물체의 질량 중 전자가 차지하는 부분은 매우 작으므로 0이어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자의 질량이 0이라면, 화학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 이유는 원자 주위를 도는 전자 궤도의 반경은 전자 질량에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자 질량이 0이면 전자는 더 이상 원자핵에 의해 속박되지 않는 상태로 떠돌게 되므로 전자의 공유결합 및 이온 결합이 이뤄질 수 없어서 화학은 불가능해진다.
표준 모형의 여러 입자들의 질량의 값이 우리가 알고 있는 값과 다를 경우 우리가 존재할 수 없는 우주가 되는 경우가 많다.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W/Z 입자의 질량과 쿼크의 질량이 0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주 초기에 생성된 원자핵인 수소 핵, 즉 양성자의 질량이 중성자 질량보다 크게 되어 모든 양성자가 중성자로 짧은 시간에 붕괴해 버려 우리가 아는 별은 생성되지 않고 온통 중성자별들만 존재하는 상당히 따분한 우주가 되었을 것이다. 아울러 별의 진화의 부산물인 원자 번호가 큰 원소들의 생성 또한 불가능하다.
이렇듯 소립자의 질량은 우주 진화 및 생명체의 존재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입자들은 어떻게 질량을 얻게 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표준모형은 우주가 완벽한 진공, 즉 텅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힉스라고 불리는 스칼라(scalar)장의 균일한 세기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으며 입자들은 이 힉스 입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질량을 얻게 된다고 설명한다. 즉 힉스 입자는 사라지지 않는 진공기대치(vacuum expectation value, v = 246 GeV)를 갖는다는 것이다.
입자가 상호작용을 통해서 질량을 얻는 현상은 입자 물리학 이외의 다른 분야에서도 볼 수 있고 유효 질량(effective mass)이라 일컫는다. 고체물리학에서 도체 또는 반도체 내에서 운동하는 전자는 양전하를 띤 이온 격자에 의한 periodic potential과 상호 작용하는데 이런 전자는 자유상태의 전자질량과는 다른 유효질량을 지닌 자유전자처럼 행동한다. 이런 맥락에서 힉스장에 의해 입자들이 질량을 얻는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쉽다. 고체물리학에서 다루는 초전도체 현상이 바로 고체물리계에서 힉스 메커니즘이 구현된 것이다. 초전도체에서 깨진 대칭성은 게이지 대칭성이고 따라서 광자가 질량을 얻게 되어 전자기적 상호작용이 매우 짧은 거리에서만 일어난다. 여기서 힉스 입자에 대응되는 것은 스칼라 입자인 쿠퍼 쌍(Cooper pair)이다. 이렇게 보면 우주는 하나의 거대한 초고온 초전도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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