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변호인’ 1천만 돌파…‘아바타’보다 1주일 빠른 33일 만에
‘동시대 인물’ 주인공인 영화로는 처음…역대 최고도 기대
송강호 3연타석 홈런…‘세편에 3천만 달성’ 여부에 관심
영화 <변호인>이 개봉 33일만인 19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전날까지 995만6776명을 동원했던 <변호인>은 이날 오전 관객 5만여명을 추가해 국내 개봉 영화 사상 10번째 ‘1000만 영화’로 이름을 새겼다. 외화 <아바타>(1362만명)를 빼면 한국영화 가운데 역대 9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개봉 6주차에도 주말 하루 관객이 20만명을 넘는데다, 스크린수도 어지간한 개봉작 수준인 600여개관을 유지하고 있어 조심스레 역대 최고 흥행 기록 경신에 대한 기대도 나오고 있다.
■ ‘1000만 영화’ 대세는 15살 관람가 개봉 전부터 기대 못지 않게 논란도 컸던 <변호인>은 어떻게 1000만 관객을 돌파했을까? 영화는 기존 ‘1000만 관객 영화’들과 상당 부분 닮았다. 40대 남성들을 핵심 공략층으로 설정하고, 이들을 통해서 한번에 3~4명이 가족 관객층을 동원하는 전략이 그렇다. 지난해 <7번방의 선물>을 비롯해, 사극인 <광해, 왕이 된 남자> <왕의 남자>, 이념문제가 부각된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이 모두 40대 관객층을 집중 공략하는 공식을 따랐다. 관람 연령대를 최대화하면서 성인 관객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15살 관람가’로 영화를 제작했다는 점과 진한 여운이나 화끈한 액션으로 중복관람·입소문을 이끌어낸 것도 1000만 돌파의 바탕이 됐다.
하지만 역대 1000만 영화 가운데 실재했던 동시대 인물이 주인공으로 삼은 것은 <변호인>이 처음이다. 앞선 영화들이 절대적 재앙(<해운대>)이라든가 절대 선(<7번방의 선물>), 오락물(<도둑들>), 논란의 여지가 사라진 역사적 인물(<왕의 남자> 등)을 다룬 것과 달리 <변호인>의 주인공은 지금도 정치·사회적으로 첨예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을 소재로 했다. 영화에서 가장 모험적이었던 지점이 ‘1000만 영화’를 만든 원동력이 된 셈이다.
■ 세대를 넘는 동시대성에 ‘공감’ 특히 예상을 뛰어넘는 <변호인>의 성공에는 “보편적 가치를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았던 한 인물에 대해 관객들이 공감했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변호사 송우석’이란 인물을 통해 1980년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지금의 중장년층한테 공감을 얻는 한편, ‘또다른 국밥집 아들·딸’이 나오는 역사를 반복해선 안된다는 메시지가 젊은 세대들한테도 현재성을 획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영화예매 사이트 ‘예스24’ 예매율 통계를 보면, 영화 흥행의 잣대가 돼온 30~40대 관객들의 비중이 51%를 차지하고 있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10~20대 젊은층이 41.7%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사회 전반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이 불었지만,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하던 대중들이 <변호인>에서 질문에 화답하는 듯한 인물을 발견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와 뜨거운 논란이 상승 작용을 벌인 셈이다.
■ 송강호 3연타석 홈런 국내 영화계에 10번 밖에 나오지 않은 1000만 영화답게 각종 기록도 쏟아내고 있다. 배우 송강호는 지난해 8월부터 <설국열차>(934만명), <관상>(913만명)에 이어 이번 <변호인>에서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이들 영화로 무려 2800만 관객을 동원했다. <변호인>의 남은 흥행 성적에 따라 ‘영화 세편에 3000만 관객’이란 전인미답의 고지에 오를 수도 있다. 양우석 감독은 단편영화 한편 만든 적 없는 이력의 신인감독으로 데뷔작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첫 감독으로 남게 됐다. 또 투자·배급사 ‘뉴’ 역시 이번 영화로 지난해 <7번방의 선물>에 이어 2년 연속 1000만 영화를 배출했다. 한국영화계는 2012년 <도둑들>(1298만명)과 <광해, 왕이 된 남자>(1231만명·이상 2012년),지난해 <7번방의 선물>(1281만명)을 비롯해 3년 연속 1000만 이상 관객 영화를 내놓게 됐다.
■ 흥행 기록 어디까지 갈까 <변호인>이 국내 최고 흥행 기록을 가진 <아바타>(2009년·1362만명)보다 일주일 빠른 33일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데다 흥행 기록이 어디까지 갈 지에 대한 관심도 쏠리고 있다. 영화는 지난 16일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 밀려 개봉 한달만에 흥행 선두 자리를 내줬지만, 여전히 10%대 스크린 점유율과 평일 10만명, 주말 하루 20만명 안팎의 관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게다가 다가오는 설 연휴에도 시장이 겹치는 한국영화 가운데 압도적인 흥행성을 갖춘 영화들이 눈에 띄지 않아 당분간 흥행 기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투자·배급사 ‘뉴’ 박준경 박준경 마케팅 총괄 본부장은 “1000만을 넘긴 상황에서도 어지간한 영화의 개봉 시기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뜨거운 입소문도 계속되고 있는 만큼, 지금 흐름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한국영화의 신기록을 기대해볼 만한 시기”라고 기대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관련영상]〈변호인〉, 송강호·노무현의 ‘투톱 멜로’ (잉여싸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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