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선거개입, 나라 뒤집어질 일인데 무감각해 화나”
[한겨레] 촛불시위 사흘째 전국서 ‘활활’
대학생 시국선언 수십 곳 번져
17개 동문단체도 불법선거 규탄
종교계, 박근혜 대통령 사죄 요구
23일 저녁 서울 태평로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으로 남녀노소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20대부터 70대까지, 초등학생 자녀 손을 잡고 나온 시민들부터 데이트하러 도심에 나온 연인들까지, 다양한 인파는 700명(경찰 추산 600명)을 넘어섰다. 지난 21일 첫 촛불집회 이후 시민들의 분노는 사흘째 이어지고 있었다.
전국 15개 대학 총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이 개최한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규탄 촛불집회는 애초 21일 하루로 예정됐지만, 예상 밖의 시민 반응에 22·23일에도 계속됐다. 22일에는 봉사모임인 ‘청년이그나이트’가 개최하는 촛불집회도 열렸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과 태화쇼핑 앞,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도 22일 수백명이 참여한 가운데 국정원 사건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촛불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분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태 이후 처음 집회에 나왔다”는 진아무개(70)씨는 “국정원 선거개입은 3·15 부정선거와 다르지 않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나왔다는 엄아무개(28·회사원)씨는 “나라가 뒤집어질 일인데 사람들이 무감각해진 것 같아서 화가 난다”고 털어놨다. 김아무개(39·회사원)씨는 초등학교 6학년 딸의 손을 잡고 있었다. 김씨는 “선거가 잘못된 것이니 얼마나 위기인가. 아이에게 가르쳐주려고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건국대생 신동주(20)씨는 “국정원이 반값 등록금 운동을 하는 대학생들을 종북세력으로 표현해 특히 화가 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에 대한 각계의 규탄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촛불집회가 사흘째 이어졌고, 대학생들의 잇단 시국선언에 선배 세대도 힘을 보태고 종교계도 나섰다.
서울대·이화여대·경희대 총학생회 등이 20일 국정원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에 나선 뒤 대학 수십곳이 뒤따르고 있는 가운데, 17개 대학 동문단체 등으로 구성된 전국대학민주동문협의회 준비위원회가 23일 국정원의 불법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국기를 뒤흔드는 범죄다.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 있는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구속, 황교안 법무부 장관 해임 등을 요구했다.
서울대 동문모임인 ‘자하연’(문과계열), ‘이공회’(이과계열), ‘김상진 기념사업회’(농대·수의대) 등은 서울대 총학생회의 시국선언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내어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인 국정원 사건을 정부·여당이 축소·은폐·왜곡하려 한다. 박종철 열사의 죽음을 축소·은폐·왜곡하려 했던 5공화국의 말로를 되돌아보라”고 경고했다.
개신교·천주교·불교 단체들도 일제히 나섰다. 감리교청년회전국연합회·진보감신 등 11개 개신교 단체는 “청와대가 침묵·방관의 자세로 국민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죄 등을 요구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 9개 천주교 단체도 시국선언을 발표해, 국정원 국정조사 등을 촉구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도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촛불집회가 끝난 직후인 밤 9시20분께 시위 참가자들은 서울시청 방향으로 행진하려 했다. 경찰은 최루액(캡사이신 스프레이)을 쏘며 막아섰고, 시위 참가자들은 9시30분께 자진해산했다. 한대련은 24일 저녁 7시에도 같은 곳에서 촛불집회를 연다.
한편 어버이연합 200여명은 이날 저녁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파이낸스센터 인근 동아일보사 앞에서, 애국주의연대 50여명은 케이티(KT) 본사 앞에서 ‘국정원 촛불 난동 아웃’, ‘종북정치 박살내자’ 등의 구호를 내걸고 촛불집회 반대 시위를 벌였다.
엄지원 정환봉 최유빈 기자 umkija@hani.co.kr
[화보] 국정원 선거개입 대학생들 시국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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