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집단휴진 예고] 동네 의원마저 '수익 양극화'.. 불만 커진 젊은 의사들이 파업 주도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입력 2014.03.03 03:02
대한의사협회가 의사들에게 의료 파업 여부를 물은 투표에서 찬성이 다수(77%)로 나옴에 따라, 집단 휴진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복지부와 수차례 협의를 거쳐 지난달 18일 마련한 협의 결과까지 뒤집고 환자를 볼모로 한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파업 분위기를 주도하는 그룹은 동네의원들과 30~40대 젊은 의사들이다. 의료계 밖에서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직업의 대명사이던 의사들이 왜 이러지?"라는 반응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동네의원 경영 환경 악화와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젊은 의사들을 중심으로 현실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원격진료와 의료 영리화 논란에서 시작된 의정(醫政) 갈등이 낮은 의료수가(酬價)에 대한 의사들의 불만 표시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동네의원 양극화 가속
의사 세계에 양극화 현상이 심하다. 하루 환자가 20명이 안 되는 동네의원이 다섯 곳 중 하나꼴이다. 통상 동네의원은 하루 환자 수 40~50명이 손익 분기점이고, 그 이상의 환자를 봐야 수익을 남긴다. 동네의원 호시절이 사라지면서 2012년부터 병원에 취직하는 의사가 개업 의사보다 더 많아졌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작년에 상위 20% 동네의원이 전체 진료비의 절반을 가져갔다. 하위 20%는 고작 4.7%에 그쳤다. 이런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환자 쏠림이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되는 원격진료 정책에 반발하는 의사도 늘었다.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들이 전체 진료 환자의 70%를 차지하는데, 이들 상당수가 원격진료로 넘어가면 수입도 줄고, 동네의원 간 양극화도 더 심해질 것이라는 불안감도 있다.
현재 동네의원 중 가장 많은 형태는 전문 진료 과목을 표방하지 않는 일반과다. 전체 대비 3곳 중 1곳꼴이다. 전문의 자격이 없거나, 산부인과·흉부외과 등의 의사들이 전문의 간판을 포기하고 일반 진료를 보는 것이다. 이 중 하루 환자가 30명이 되지 않는 곳이 약 40%에 달한다. 수입이 적어 전문의 간판을 포기했는데도 여전히 환자가 적어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폐업하는 곳도 한 해 1600곳이 넘어 작년에도 하루 4.5개꼴로 동네의원이 문을 닫았다. 지방은 더 심각하다. 울산·강원·충남·전남은 2012년에 폐업한 동네의원 숫자가 개업의원보다 많아졌다. 인구가 적어지는데도 동네의원은 늘어나고 가벼운 질환자들조차 종합병원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동네의원은 4474개가 늘었지만, 건강보험에서 차지하는 전체 진료비(외래) 비중은 67.8%에서 56.6%로 되레 줄었다. 동네의원들의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지는 셈이다. 한 원로 의사는 "경기가 좋았을 때 의사를 한 우리는 젊은 세대 의사들에게 어떤 충고도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낮은 수가와 "과잉 규제" 불만
의사협회가 지난달 의료발전협의체를 통해 보건복지부에 요구한 항목의 상당수는 낮은 의료수가 개선과 관련한 것들이었다. 건강보험이 책정한 수가가 원가에 미치지 못하고, 매년 인상 폭도 물가인상률을 밑돌았다는 주장이다. '바지 수선 비용은 1만원인데 사람 피부 꿰매는 데는 5000원'이라는 자조적인 말도 나온다.
또 정부가 지나친 건보료 상승을 막으려는 과정에서 의사로서 자존심이 상할 정도로 진료 행위를 규제·감시하고 있다는 불만도 팽배하다. 교과서대로 진료했는데도 '부당 청구'라고 삭감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들의 고압적이고 무분별한 현지 조사도 의사들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가벼운 성범죄에 연루돼도 10년간 의사직을 할 수 없게 한 '성범죄 관련법'도 의사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의견이 있다. 이런 다양한 요인이 쌓여서 의료 파업 깃발 아래 모였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 양극화 문제는 정부가 개입하는 데 한계가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아무리 선의로 정책을 만들어도 악용하는 의사들도 있기 때문에 약자인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의료규제는 불가피하다"며 "의료 양극화 때문에 젊은 의사들은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우리나라 의사들의 소득이 외국 의사들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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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와 수차례 협의를 거쳐 지난달 18일 마련한 협의 결과까지 뒤집고 환자를 볼모로 한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파업 분위기를 주도하는 그룹은 동네의원들과 30~40대 젊은 의사들이다. 의료계 밖에서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직업의 대명사이던 의사들이 왜 이러지?"라는 반응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동네의원 경영 환경 악화와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젊은 의사들을 중심으로 현실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원격진료와 의료 영리화 논란에서 시작된 의정(醫政) 갈등이 낮은 의료수가(酬價)에 대한 의사들의 불만 표시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동네의원 양극화 가속
의사 세계에 양극화 현상이 심하다. 하루 환자가 20명이 안 되는 동네의원이 다섯 곳 중 하나꼴이다. 통상 동네의원은 하루 환자 수 40~50명이 손익 분기점이고, 그 이상의 환자를 봐야 수익을 남긴다. 동네의원 호시절이 사라지면서 2012년부터 병원에 취직하는 의사가 개업 의사보다 더 많아졌다.
현재 동네의원 중 가장 많은 형태는 전문 진료 과목을 표방하지 않는 일반과다. 전체 대비 3곳 중 1곳꼴이다. 전문의 자격이 없거나, 산부인과·흉부외과 등의 의사들이 전문의 간판을 포기하고 일반 진료를 보는 것이다. 이 중 하루 환자가 30명이 되지 않는 곳이 약 40%에 달한다. 수입이 적어 전문의 간판을 포기했는데도 여전히 환자가 적어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폐업하는 곳도 한 해 1600곳이 넘어 작년에도 하루 4.5개꼴로 동네의원이 문을 닫았다. 지방은 더 심각하다. 울산·강원·충남·전남은 2012년에 폐업한 동네의원 숫자가 개업의원보다 많아졌다. 인구가 적어지는데도 동네의원은 늘어나고 가벼운 질환자들조차 종합병원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동네의원은 4474개가 늘었지만, 건강보험에서 차지하는 전체 진료비(외래) 비중은 67.8%에서 56.6%로 되레 줄었다. 동네의원들의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지는 셈이다. 한 원로 의사는 "경기가 좋았을 때 의사를 한 우리는 젊은 세대 의사들에게 어떤 충고도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낮은 수가와 "과잉 규제" 불만
의사협회가 지난달 의료발전협의체를 통해 보건복지부에 요구한 항목의 상당수는 낮은 의료수가 개선과 관련한 것들이었다. 건강보험이 책정한 수가가 원가에 미치지 못하고, 매년 인상 폭도 물가인상률을 밑돌았다는 주장이다. '바지 수선 비용은 1만원인데 사람 피부 꿰매는 데는 5000원'이라는 자조적인 말도 나온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 양극화 문제는 정부가 개입하는 데 한계가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아무리 선의로 정책을 만들어도 악용하는 의사들도 있기 때문에 약자인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의료규제는 불가피하다"며 "의료 양극화 때문에 젊은 의사들은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우리나라 의사들의 소득이 외국 의사들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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