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팀 감독, 왜 최강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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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조광래 감독이 축구국가대표팀 사령탑에서 경질된 이후 2주 가까이 이어졌던 '안개정국'이 걷히고 있다. 안개를 뚫고 뚜벅뚜벅 걸어나오고 있는 인물은 '봉동 이장' 최강희 전북 감독이다. 대한축구협회는 2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술위원회를 열고 차기 대표팀 사령탑 선임건을 논의한다. 기술위에서는 최강희 감독이 단독 후보로 상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최 감독이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유1: 실력으로 검증된 국내파 지도자,이론의 여지가 없다


최 감독은 최근 3년 사이 K리그에서 2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해에도 정규리그 3위였다. 3년동안의 순위가 1위~3위~1위이다. 국내파에게 대권을 맡길 때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당초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도 조 감독 경질 직후 "최 감독이 맡아만 준다면 우리로서는 최선의 카드"라고 말했다. 조 감독의 전격 해임이 몰고온 축구계내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것을 고려하면 축구협회에서도 실력으로 확실히 검증된 카드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최 감독과 함께 유력한 국내파 후보로 거론됐던 홍명보 올림픽팀 감독과 김호곤 울산 감독은 이런 저런 이유로 제외됐다. 홍 감독은 내년 2월과 3월 런던올림픽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을 치르는 일정상 겸직이 어렵고 본인도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김 감독은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이 회장으로 재직할 때 전무이사를 지냈던 것이 오히려 약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자칫하면 지금같은 상황에서 '코드 인사'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축구계 한 인사는 "한동안 김 감독이 진지하게 검토되다가 백지화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유2: 어수선한 대표팀 분위기를 일신시킬 수 있는 카드다


대표팀은 조 감독의 갑작스러운 경질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비록 대표팀이 소집된 상태는 아니지만 심리적인 위기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여러 선수들이 조 감독에게 아쉬움을 담은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축구협회가 조 감독 경질의 한 이유로 들었던 것도 팀워크 붕괴였다. 코칭스태프와 선수 사이,선수와 선수 사이에 균열의 틈이 컸다는 것이 축구협회의 판단이었다. 이런 분위기를 일신시킬 수 있는 카드가 필요했다. 최 감독은 프로 지도자 가운데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리적인 관계를 밀고 당기면서 자기편으로 만드는데 놀라운 재주를 가지고 있다. 이동국이 올해말 해외 클럽에서 더 좋은 조건의 러브콜을 받았음에도 "내가 능력 이상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신 최 감독님과 더 있고 싶다"면서 잔류를 선택한 것이 좋은 예이다. 선수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재활 공장장'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유3: 협회 집행부와 '팬심'을 동시에 사로잡을 수 있다


현대(지금의 울산)에서 프로생활의 대부분을 보낸 최 감독은 광의의 '현대 인맥'으로 분류된다. 그러면서도 '친여 인사'로 통하지는 않았다. 축구계 현안에 대해서 시시비비를 가리면서 평소 직언을 마다하지 않는 스타일 덕분이었다. 하지만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다. 현대 시절 사제지간이었고 수원에서 코치직을 물러난 어려운 시절에도 조 전무(당시)의 주선으로 국가대표팀 코치로 발탁됐다. 이런 이유로 최 감독은 평소 "어려운 때 큰 힘을 줬던 조 회장님이 요청하는 것이라면 구렁텅이라도 들어가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해왔다. 최 감독은 축구협회 수뇌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른바 '팬심'도 사로잡을 수 있는 양수겸장의 카드다. 스폰서와 축구팬의 선호도도 고려해야 하는 축구협회로서는 최적의 카드다.



위원석기자 batma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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