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세계 1위, 과잉 검진 탓”

2013-04-15 오후 1:17:03 게재

일차의료연구회 "보건당국 무대응, 책임 크다" … 복지부 "검진 규제장치 없다"

불필요한
건강검진이 많아지면서 갑상선암 발생률이 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갑상선암은 우리나라 암발생률뿐만아니라 OECD국가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차의료연구회는 검강검진의 상업화가 심화됐고 우리나라 검진환경이 매우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수술 환자는 평생 관리치료를 받아야만 한다. 국민의 신체·경제적 고통이 심함에도 보건당국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질환 증상 없는데도 검진하고 수술 = 2010년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2010년 한해 동안 암으로 진단받은 20만2053명 중 3만6021명이 갑상선암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이다.

뿐만아니라 2008년 한국의 갑상선 암 발생률(인구 10만명당)은 남자 10.9명, 여자 59.5명으로 34개 OECD 국가들 중 남녀 모두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갑상선 암 발생률 증가는 세계적인 현상인데, 크기가 작고(1cm 미만) 예후가 양호한
유두암 증가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두고 초음파를 이용한 진단의 증가 탓이며 건강검진의 상업화로 빚어진 결과라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일차의료연구회 이재호(가톨릭의대) 교수는 "
건강보험에서 건강검진 비용을 지원하면서 질환증상이 없음에도 검진해 수술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지난해 갑상선암 검진과 위험인식 정도를 살펴보기 위해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갑상선 초음파 검진을 받은 암 판정자 중 결절이나 종양의 크기가 0.5cm~1cm 미만인 경우 87.5%가 갑상선 제거수술을 받았다. 1cm 이상인 경우는 모두 제거 수술을 받았다. 암판정자 중 92%가 수술을 받은 것이다.

이는 사망률이 10만명당 1명 미만으로 낮은 것을 고려하면, 과잉검진과 수술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수술환자 평생 호르몬 관리 받고 살아야 = 이런 갑상선암 발생률이 높은 이유에는 상업화된 보건의료환경 탓도 있다.

일차의료연구회에 따르면 공공의료 등에서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고 있는 3개국(한국,
미국, 영국)의 갑상선암 발생률을 분석한 결과, 공공의료가 낮고 일차의료가 자리잡지 못한 보건의료환경에서 갑상선암 발생률이 높게 나타났다.

3국의 인구 10만명당 갑상선암 2008년 발생률 추정치는 한국(남 10.9, 여 59.5)-미국(남 4.6, 여 15.1)-영국(남 1.4, 여 4.1)의 순위를 보였다.

한국의 발생률은 세계 평균인 남자 1.5명, 여자 4.7명보다 훨씬 높았다. 1999년부터 2008년 새 갑상선암 발생률 추이를 보면, 영국 남자는 1.3명에서 1.7명으로, 여자는 2.8명에서 4.7명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국 남자는 3.9명에서 6.5명으로, 여자는 10.6명에서 19.4명으로 증가했다.

한국 남자는 2.3명에서 15.3명으로, 여자는 11.9명에서 80.2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가 2개국보다 갑상선암질환의 발생률이 높은 이유는 "90%이상이 민간병원이고 일차의료의사(
소아과, 내과, 가정의)의 안내없이 자유롭게 모든 항목의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 탓"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이 암발생률에
변화가 적은 것은 공공병원이 90% 이상이고, 주치의제가 확립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민간병원이 67% 이상을 차지하지만 일차의료의사에 의해
건강검진 안내를 받기도 하기에 한국보다 발생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과잉검진과 수술받은 환자는 평생 호르몬 관리를 해야하는 고통 속에서 지내야 한다"라며 "보건당국이 불필요한 검진과 수술이 이뤄지지 않게 검진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민간에서 이뤄지는 건강검진과 수술에 대한 규제 장치가 없다"라며 "먼저 학계에서 관련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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