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도시 부산, 양식소비가 일식 3배" 카드사는 알고있다
유통 계열사와 정보 공유해 마케팅…현대카드 전담팀만 4개 200명 달해
기사입력 2013.07.28 17: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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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금맥, 빅데이터 / 제2부, 빅데이터 빅뱅 ④ 카드업계 ◆

카드업계가 21세기 금맥인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먹을거리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카드 빅데이터 팀원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패션사업 회의를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현대카드는 지난해 가맹점인 GS25와 손잡고 ’아이스컵’ 마케팅을 펼쳤다. 이들은 ’고객이 점심시간 후 커피를 많이 마신다’는 데이터에 주목했다. 데이터 분석 결과 고객들 커피 소비는 점심식사 후 2시간 이내가 70%에 달했다.

또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커피를 동료와 함께 마신다’는 결과도 얻어냈다. 현대카드는 음료 파우치와 컵을 직접 디자인해 제공하고 GS25를 유통채널로 활용하는 마케팅 전략을 짰다.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라 가격은 1000~1200원 정도로 저가 전략을 취했다. M포인트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해 가격 부담을 거의 없앴다. 점심시간대인 낮 12시~오후 2시에 고객을 대상으로 GS25에서 아이스컵 구매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전개했다. 스마트폰 위치 서비스를 통해 현재 고객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GS25를 안내했다. 이 같은 데이터 마케팅은 적중했다. 아이스컵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급증하는 성공을 거뒀다.

나유진 현대카드 팀장은 "과거에도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마케팅을 해왔지만 휴대폰 문자나 이메일 등과 같이 단방향 정보 제공이 대부분이었다"며 "하지만 모바일 시대로 넘어오면서 900만 고객의 소비 패턴을 쌍방향으로 파악할 수 있어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데이터가 매출과 직결되면서 현대카드는 빅데이터 경쟁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빅데이터 전담팀을 4개 운영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인력만 200명이 넘는다.

나 팀장은 "빅데이터는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 인사이트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러 각도에서 데이터를 파악하기 위해 인문학ㆍ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 전공자들이 매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카드업계가 빅데이터에 주목하고 있다. 소비 최전선에서 이용자 패턴을 파악할 수 있는 카드의 장점을 빅데이터와 접목해 다양한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소비자 성향을 파악해 할인쿠폰을 제공하고, 위치기반 기술을 활용해 주변 가맹점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등에 머물러 있지만 향후 새로운 서비스 파생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카드 데이터를 분석해 얻은 ’부산은 항구 도시지만 일식보다 양식 매출이 3배 이상 높다’와 같은 결과는 지역 소상공인과 예비 창업자에게도 유용한 정보로 활용된다.

롯데카드는 백화점ㆍ마트ㆍ슈퍼ㆍ닷컴 등 계열사와 제휴해 빅데이터 사업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카드사는 유통사와 제휴하지 않으면 구체적인 품목 데이터를 알기 어렵다. 예컨대 오후 1시 대형마트에서 3만원을 결제했다는 정보는 파악할 수 있지만 어떤 상품을 구매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롯데카드는 유통채널인 롯데 계열사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무슨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했는지 알 수 있다.

소비품목 정보를 분석해 타깃 마케팅을 구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지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아동복을 비롯한 육아용품 판매 행사를 진행했는데, 단순히 나이를 기준으로 한 기존 프로모션에 비해 최대 7배의 매출 상승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롯데카드는 가맹점 평가 정보가 담긴 ’스마트 컨슈머’ 애플리케이션(앱)도 선보였다. 롯데카드 회원이 가맹점에서 결제한 다음 앱을 통해 직접 평가를 매기는 방식이다. 다음달 출시되는 업그레이드 버전인 ’스마트 컨슈머 시즌2’는 가맹점 위치를 지도로 알려주고 할인쿠폰 알림 기능까지 갖췄다.

비씨카드는 빅데이터 솔루션으로 회원사 체크카드 관리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체크카드 한도 정책이 바뀌면 승인 거절 건수가 늘어나 은행 등 회원사 손실 비용이 증가한다. 비씨카드는 체크카드 한도 변화 때 발생하는 비용 변화 추이 데이터를 분석해 회원사가 효율적으로 카드 상품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다른 카드사 역시 모바일과 카드를 결합한 빅데이터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신한카드는 2200만 회원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 빈도가 높은 영역에 할인 혜택을 부여하는 금융상품 ’큐브’를 내놓았다.


오는 9월부터는 여신전문금융법 감독규정 개정으로 카드업계 빅데이터 마케팅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감독규정에 빅데이터를 활용한 컨설팅 서비스를 삽입해 정보를 지역ㆍ업종 등으로 가공하는 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일부 카드사는 자체 빅데이터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신규 사업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품목 소비 파악과 같은 직관적 데이터 분석을 통해 다양한 마케팅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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