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입니다" 과잉 진단이 과잉 공포 불러
[중앙일보] 입력 2013.08.01 01:12 / 수정 2013.08.01 01:15미국 국립암연구소 보고서
질병 정의 축소하자고 제안
한국선 갑상샘암이 대표적
"갑자기 진행 가능" 반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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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모(29·여)씨는 2년 전 갑상샘 반절제술을 받았다. 좌우 한 쌍으로 이뤄진 갑상샘의 오른쪽 부분을 뗀 것이다. 그는 건강검진을 받던 중 초음파 검사에서 오른쪽 갑상샘에 자라난 0.7㎝ 크기의 종양을 발견했다. 병원에선 종양의 악성 여부를 검사하자고 했다. 결과는 나빴고 박씨는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박씨는 “암이라는 한 글자가 주는 두려움은 무척 컸다”며 “수술은 선택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약 박씨가 일본에서 진단을 받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갑상샘에 생긴 종양이 1㎝가 넘지 않으면 검사나 어떤 처치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우리 기준(0.5㎝)과 차이가 있는 것이다. 수술을 하지 않고 지켜만 봐도 생명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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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 조직 안에서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악성 종양을 일으키는 병. ‘암(cancer)’에 관한 사전적 정의다. 이 정의대로라면 악성 종양을 초래할 잠재성이 있으면 암에 포함된다. 하지만 이 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데다 기준이 모호해 환자에게 불필요한 공포심을 일으키고 의사의 과잉 진단과 과잉 치료를 초래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의 연구팀이 작성한 것이다. NCI는 암 치료와 연구의 표준을 제시하는 권위 있는 기관이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 31일자는 “NCI 연구팀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악성이 되기 전인 전암(前癌) 상태의 병변까지 포괄하는 암의 정의를 바꾸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IHT에 따르면 연구팀은 지금 암으로 분류된 것 중 악성이 되기 전 단계의 것은 21세기 기준에 맞게 ‘상피세포에서 발생한 초기 단계의 느린 병변(Indolent Lesions of Epithelial Origin)’으로 재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유방·전립샘·갑상샘·폐 등에서 발견되는 초기 단계의 병변들이다.
국내에서도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이 갑상샘암이다. 갑상샘암은 생존율(5년 생존율 99.8%)이 높은 데다 대개 자라는 속도도 느리다. 그래서 ‘거북이 암’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이 갑상샘암 환자는 2000년 3288명에서 2010년 3만6021명으로 10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암 환자는 10만1772명에서 20만2053명으로 두 배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갑자기 한국인이 암에 잘 걸리게 된 걸까. 이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윤희숙 연구위원은 “초음파 진단기기가 동네 의원까지 확대되면서 지나친 검사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한국 1차 의료 발전방향의 모색’이란 보고서를 통해서다. 윤 연구위원은 “외국에선 증상이 없을 경우 초음파 검사를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며 한국의 과잉 진료 현실을 꼬집었다.
하지만 반론도 적지 않다. 전암 단계거나 생존율이 높다고 알려진 암일지라도 치명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서울병원 오영륜(병리학) 교수는 “유방상피내암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주변으로 퍼지는 침윤성암으로 바뀔 위험이 8~10배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이진수 국립암센터 원장은 “갑상샘의 경우 사망률이 낮아 문제가 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의사가 놔두자고 해도 환자들은 가만 있지 않고 적극적인 치료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암의 분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김선욱(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현재 과학기술로는 잠재암과 진행암을 구별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암의 분류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보고서의 취지엔 동의한다”고 말했다.
강혜란·장주영 기자
하지만 만약 박씨가 일본에서 진단을 받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갑상샘에 생긴 종양이 1㎝가 넘지 않으면 검사나 어떤 처치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우리 기준(0.5㎝)과 차이가 있는 것이다. 수술을 하지 않고 지켜만 봐도 생명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생체 조직 안에서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악성 종양을 일으키는 병. ‘암(cancer)’에 관한 사전적 정의다. 이 정의대로라면 악성 종양을 초래할 잠재성이 있으면 암에 포함된다. 하지만 이 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데다 기준이 모호해 환자에게 불필요한 공포심을 일으키고 의사의 과잉 진단과 과잉 치료를 초래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의 연구팀이 작성한 것이다. NCI는 암 치료와 연구의 표준을 제시하는 권위 있는 기관이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 31일자는 “NCI 연구팀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악성이 되기 전인 전암(前癌) 상태의 병변까지 포괄하는 암의 정의를 바꾸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IHT에 따르면 연구팀은 지금 암으로 분류된 것 중 악성이 되기 전 단계의 것은 21세기 기준에 맞게 ‘상피세포에서 발생한 초기 단계의 느린 병변(Indolent Lesions of Epithelial Origin)’으로 재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유방·전립샘·갑상샘·폐 등에서 발견되는 초기 단계의 병변들이다.
IHT는 암 분류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 이면에는 연간 수십만 명이 불필요하고 때론 해롭기까지 한 암 진단 및 치료를 받고 있는 현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생체 촬영 및 판독 기술이 발달하면서 놔둬도 암으로 발전하거나 전이를 일으키지 않을 종양까지 제거 및 치료 대상이 되는 게 문제라고 했다. 연구팀의 보고서도 지난 35년간 암 진단 건수가 크게 늘어난 데 비해 말기 암 진단 비율과 암 전이로 인한 사망률이 현격히 줄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암이라고 보기 모호한 초기 단계가 많이 진단됐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도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이 갑상샘암이다. 갑상샘암은 생존율(5년 생존율 99.8%)이 높은 데다 대개 자라는 속도도 느리다. 그래서 ‘거북이 암’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이 갑상샘암 환자는 2000년 3288명에서 2010년 3만6021명으로 10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암 환자는 10만1772명에서 20만2053명으로 두 배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갑자기 한국인이 암에 잘 걸리게 된 걸까. 이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윤희숙 연구위원은 “초음파 진단기기가 동네 의원까지 확대되면서 지나친 검사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한국 1차 의료 발전방향의 모색’이란 보고서를 통해서다. 윤 연구위원은 “외국에선 증상이 없을 경우 초음파 검사를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며 한국의 과잉 진료 현실을 꼬집었다.
하지만 반론도 적지 않다. 전암 단계거나 생존율이 높다고 알려진 암일지라도 치명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서울병원 오영륜(병리학) 교수는 “유방상피내암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주변으로 퍼지는 침윤성암으로 바뀔 위험이 8~10배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이진수 국립암센터 원장은 “갑상샘의 경우 사망률이 낮아 문제가 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의사가 놔두자고 해도 환자들은 가만 있지 않고 적극적인 치료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암의 분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김선욱(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현재 과학기술로는 잠재암과 진행암을 구별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암의 분류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보고서의 취지엔 동의한다”고 말했다.
강혜란·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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