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5초만에 79도 우회전, 101분만에 침몰… 왜?

입력 : 2017.04.15 03:00 | 수정 : 2017.04.15 07:02

[내일 세월호 3주기]

3주기 앞두고 인양 마무리… 사고 규명할 핵심 포인트는

세월호 참사 3주기(4월16일)를 앞두고 세월호 인양 작업이 마무리됐다. 남은 과제는 미수습자를 찾고, 사고 원인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것이다. 앞서 검찰은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급격한 우회전 ▲무리한 증축으로 인한 무게 증가 ▲부실한 화물 고정 ▲평형수를 빼고 화물을 과적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봤고, 대법원도 인정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세월호가 왜 급격히 우회전했는지, 왜 그렇게 빨리 침몰했는지는 추가로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선박·해양 사고 전문가 6명에게 자문해 선체조사위가 앞으로 집중 조사해야 할 포인트를 살펴봤다.

[왜 급격히 79도로 우회전했나]

"조타기·방향타 연결 밸브에 문제 생겼거나 오른쪽 스크루만 고장나 힘 쏠렸을 가능성"


세월호 사고원인 규명 과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6분, 전남 진도 앞바다를 지나던 세월호 조타실에서 3등 항해사 박모(29)씨가 조타수 조모(59)씨에게 "140도"라고 지시했다. 배가 나아가는 방향은 '침로(針路)'라고 하는데, 북쪽은 0도, 동쪽은 90도, 남쪽은 180도, 서쪽은 270도로 표시한다. 세월호는 당시 136도(남동쪽)로 항해 중이었다. '140도'라는 지시는 배의 방향을 오른쪽으로 4도가량 더 돌리라는 뜻이었다. 2분 뒤, 3등 항해사는 "145도"라고 추가 지시를 내렸다. 추가로 오른쪽으로 5도 더 돌리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돌연 조타수가 "어, 안 돼! 조타기가 안 돼요!"라고 소리쳤다. 세월호 선체도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8시 49분 13초에 150도 방위를 향하던 세월호는 49분 48초엔 229도로 급격하게 오른쪽으로 뱃머리가 돌아갔다. 불과 35초 만에 방향이 오른쪽으로 79도나 바뀐 것이다. 놀란 3등 항해사가 '반대로'라고 외쳤고, 조타수가 조타기를 추가로 조작했지만 상황은 수습되지 않았다.

세월호가 급격히 우회전한 이유는 아직도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고 있다. 우선 조타수 조씨가 처음 조타기를 오른쪽으로 얼마나 돌렸는지부터 불분명하다. 검·경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의 시뮬레이션을 근거로 '조씨가 15도 이상 큰 각도의 타각을 40초 정도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타각'은 배의 방향을 바꾸는 날개판인 '방향타'의 회전 각도를 뜻한다. 타각을 많이 줄수록 배의 방향이 크게 바뀐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조씨가 조타기를 오른쪽으로 너무 많이 돌렸다"고 사고 원인을 추정했다. 그러나 2심과 3심 재판부는 "조씨가 큰 각도로 방향타를 움직였을 특별한 이유가 없다"며 1심을 뒤집었다. 기계적 결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1심은 조타 과정에서 과실을 인정해 3등 항해사와 조타수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2·3심은 선체 고장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본지 자문단은 선체를 인양했기 때문에 급격한 우회전의 원인을 찾기가 한결 쉬워졌다고 말한다. 자문단은 "선체 뒷부분에 있는 스크루 2개 중 오른쪽 스크루가 작동하지 않아 추진력 차이가 생기는 바람에 선체 왼쪽에만 힘이 쏠려 오른쪽으로 급회전했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자문단은 또 조타기와 방향타를 연결하는 유압 장비인 '솔레노이드 밸브'가 고장났을 가능성도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김인현 고려대 교수는 "솔레노이드 밸브에 기름 찌꺼기가 끼여 있으면 조타기를 돌리지 않아도 방향타가 제멋대로 더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방향타는 침몰 당시엔 가운데에서 왼쪽으로 살짝 치우쳐 있었지만, 인양될 때는 오른쪽으로 기운 상태로 올라왔다. 침몰 당시와 인양 후 방향타 방향이 다른 것이다. 자문단은 솔레노이드 밸브 외에도 '조타기-타기실-방향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어딘가 고장이 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왜 101분만에 가라앉았나]

천막 가려진 C데크로 물 62% 들어와… 車 드나드는 램프 열렸을 수도

C데크, 애초 벽 없이 설계된 듯
램프, 사고 때 닫혀 있었어도 틈새로 물 들어왔을 가능성


세월호는 사고 당일 오전 8시 49분부터 선체가 왼편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옆으로 45도로 기울어진 때는 9시 13분이었다. 선내 이동이 어려울 정도로 옆으로 가파르게 넘어지기까지 24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너무 빠른 침몰이 많은 희생자를 낸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본지 자문단은 침몰 원인과 별도로 침몰 속도가 빨랐던 이유도 선체조사위원회가 꼼꼼히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특히 왼쪽 램프와 C데크(2층 화물칸) 등 두 군데를 빠른 침몰 원인을 풀어줄 키포인트로 지목했다.

①왼쪽 램프로 물 대거 유입?

세월호는 차량을 직접 운전해 배에 싣고(roll on), 목적지에 도착하면 다시 운전해서 차량을 내리는(roll off) 로로(ro―ro) 여객선이다. 차가 드나들 때 다리 역할을 하는 출입로가 선체에 붙어 있어서 열고 닫는 구조인데, 이것을 램프(ramp)라고 한다. 세월호의 램프는 선체 뒤편 좌우에 하나씩 달려 있다.

자문단은 선체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왼쪽 램프로 바닷물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김인현 고려대 교수는 "보통 배가 한쪽으로 침몰하면 앞뒤 선체가 균일하게 넘어가는데 세월호는 뒤쪽이 먼저 잠겼다"고 했다. 높이가 11m, 폭이 7.8m로 상당한 크기인 세월호 램프가 열렸다면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빠르게 밀려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램프가 완전히 열리지 않았더라도 완전히 밀폐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배가 기울었을 때 램프와 선체 사이의 틈으로 물이 들어오게 된다. 2014년 10월 재판 과정에서 1등 항해사 강모씨는 "사고 전날 선미 램프 밑 부분으로 빛이 들어온 것을 봤다. 수리를 요청했는데 해주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조금룡 시노코쉽매니지먼트 이사는 "램프는 와이어(쇠줄)로 당겨 닫은 뒤 쇠봉을 꽂아 고정시키는데, 평소 자주 쓰지 않았던 세월호 왼쪽 램프는 제대로 고정돼 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②천막으로 가려진 C데크로 물 집중 유입?

또 다른 빠른 침몰 원인으로 지목되는 지점은 화물칸 중 가장 위층인 C데크다. C데크 선미(船尾) 쪽 외벽이 천막으로 돼 있어 바닷물이 유입되는 통로가 됐다는 것이다. 선미 램프를 통해 D데크로 진입한 뒤 경사로를 타고 한층 더 올라가면 C데크다. 객실은 C데크 위층에 있다. 세월호 조타수 오용석(사망)씨가 옥중(獄中)에서 편지를 보내 "C데크 선미 아래층 오른쪽 외벽 부분이 천막으로 돼 있었다. 배가 어느 정도 기울었을 때 상당한 물이 유입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한 사실이 지난달 한 언론 매체 보도로 부각됐다.

전문가들도 선체조사위원회가 C데크를 정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갑 한국해양대 교수가 세월호 침몰 과정을 시뮬레이션해보니 C데크 선미 외벽 쪽으로 세월호에 유입된 바닷물의 62.1%가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C데크 선미가 철제 벽면이 아닌 것은 일본에서 건조했을 당시부터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

본지 자문단은 세월호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 일본에서 나미노우에호란 이름으로 운항할 당시 사진을 근거로 일본에서 1994년 건조될 때부터 C데크 선미 외벽이 벽으로 막혀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상갑 한국해양대 교수는 "철제 벽면으로 설계된 것을 천막으로 바꾼 게 아니라 원래부터 개방돼 있던 곳에 천막을 씌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당시 밝혔던 침몰 원인]

화물 최대치의 2배 적재… 고정도 제대로 안해

화물 쏠리면서 순식간에 기울어져… 철근 적재량·평형水도 확인해야


세월호의 침몰 원인과 관련해 잠수함 충돌설 같은 의혹이 난무했지만 정부에서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화물 과다 적재'와 '부실한 화물 고정' 그리고 그로 인한 '복원력 상실'이다. 자문단은 세월호를 육지로 건져냈기 때문에 이제 남은 건 정부의 결론이 맞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해 불필요한 오해를 지워 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4일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선체 세척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하염없는 기다림 - 14일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선체 세척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소금기 등을 제거하기 위해 세월호 선체 바깥을 물로 씻어낸 뒤 방역 작업 등을 거쳐 다음 주 초부터 미수습자 수색에 나설 계획이다. /뉴시스
법원 판결문과 해양안전심판원 특별 조사 보고서 등에 따르면 세월호는 국내에 들어온 뒤 개조됐다. 그로 인해 적재할 수 있는 화물의 양은 크게 감소(최대 2437t→987t)했고, 채워야 할 선박 평형수 양은 증가(최소 307t→1703t)했다. 그런데 정작 2014년 4월 15일 세월호가 인천항을 떠날 때 실린 화물의 양은 약 2143t으로 최대치를 두 배 이상 과적했고, 선박 평형수는 기준치의 반도 안 되는 약 761t만 실었다. 과적을 했는지 여부는 선체 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부 화물은 침몰 과정에서 바다로 떨어졌지만 대부분은 아직 남아 있다.

화물의 고정 상태도 알 수 있다. 정부는 조사 결과 발표 때 "세월호는 기준을 어기고 제대로 화물을 고정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화물들이 옆으로 쏠리면서 세월호가 더 기울어졌다는 것이다. 이윤철 한국해양대 교수는 "해저면에 닿을 때 배에 엄청나게 큰 충격이 전해지기 때문에 고정을 했다면 고정 장치가 부서졌을 것"이라면서 "고정 장치가 멀쩡하다면 고정을 안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논란을 일으켰던 제주 해군기지로 가는 철근이 실린 양도 눈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검찰은 수사 결과 발표 때 "제주 해군기지로 가는 철근 286t, H빔 37t이 실려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최소 400t 에서 수천t까지 실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

[세월호 사고 전문가 자문단]

김대래 한리해상손해사정 대표(해양 사고 처리 전문가), 김용준 변호사(선박 안전관리 법률 전문가),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출신 해상법 전문가), 이상갑 한국해양대 교수(해양 사고 시뮬레이션 전문가), 이윤철 한국해양대 교수(선박 운항 전공), 조금룡 시노코쉽매니지먼트 이사(선박 안전관리 전문가)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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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주기를 상기하며 영화계와 가요계 사람들이 함께 만든 헌정 추모곡 입니다

유족 반발에도 '천공' 왜?…세월호 무게를 줄여라

모듈 트랜스포터 최대 1만3000톤까지…460톤 이상 줄여야 '소조기' 거치 가능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이동우 기자 |입력 : 2017.04.0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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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전남 목포신항에서 반잠수선에 실린 세월호의 육상거치를 준비하던 작업자들이 천공작업용 드릴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뉴스1
3일 전남 목포신항에서 반잠수선에 실린 세월호의 육상거치를 준비하던 작업자들이 천공작업용 드릴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세월호 선체에 구멍을 뚫는 천공작업이 시작됐다. 세월호를 뭍으로 올리기 위해 선체의 무게를 최소 460톤(t) 줄여야 하므로 구멍을 뚫어 해수를 빼려는 것이다. 그러나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 등이 선체 훼손에 반발하고 있어,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해양수산부 세월호선체인양추진단은 3일 해수 배수를 위해 세월호 선체 좌현 D데크 21개소에 대한 천공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해수부는 이날 오전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의 입회 아래 구멍 10㎝의 시험천공을 실시해,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이는 세월호 선체의 무게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해수부는 세월호의 무게를 1만3460톤으로 추정하고 있다. 선체 자체의 무게 6800톤에 화물 2100톤, 펄과 바닷물까지 유입돼 1만톤을 훌쩍 넘었다.

문제는 세월호를 육상으로 옮길 장비인 ‘모듈 트랜스포터’(Module Transporter)의 총 적재하중이 1만3000톤에 그친다는 점이다. 금속판 밑에 고무바퀴가 장착된 형태인 모듈 트랜스포터는 세월호를 떠받치고 있는 거치대 사이로 들어가 선체를 들어 올린다.

독일 셸레사(社)에서 만든 이 모듈 트랜스포터는 1대당 최대 35톤의 무게를 견디는 것으로 알려졌다. 1줄에 76대씩 6줄 총 456대가 동원됐으므로 1만5000톤 이상을 감당할 수 있지만 이는 이론상 가능한 최대치다.

해수부 관계자는 “특정 부위에 하중이 쏠리면 무게를 견디지 못할 수도 있어 최대한 선체 무게를 줄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천공 작업이 이뤄지는 세월호 선체 좌현 D데크에는 1400톤 이상의 해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천공을 통해 목표로 삼고 있는 460톤 이상의 배수는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수부는 소조기 내에 육상 거치를 마무리하기 위해서 구멍을 뚫어 해수를 빼내는 것이 필수적이라 여긴다. 세월호의 무게를 줄이는 작업이 지연되면 4일부터 8일까지인 소조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소조기는 보름 이후여서, 3주기 이내에 세월호의 육상 거치를 마무리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다만 세월호 침몰의 한 원인으로 지목받는 평형수에 대한 천공은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 등은 선체 천공작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지나치게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천공으로 인해 선체가 계속해 훼손된다면 세월호 침몰에 대한 진상 규명도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모듈 트랜스포터의 경우 더 많은 중량을 들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탈리아 코멘토사에서 만든 모듈 트랜스포터의 경우 1대당 55톤까지 들 수 있어, 굳이 천공 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철조 세월호선체인양추진단장은 “모듈 트랜스포터는 상하이샐비지에서 안전하고 신속한 육상거치를 위해 목표 기간 내 달성 위한 효율적 장비 조달을 검토해서 선택한 것”이라며 “5~6일쯤 세월호를 부두에 완전히 거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천공도 합리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해수부는 세월호 선체 작업 도중 뼛조각 1점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일 오전 세월호 선미 조타실 부근에서는 뼛조각 9개가 발견됐으나, 검사 결과 돼지 뼈로 확인됐다. 추가로 발견된 1개 뼛조각도 돼지 뼈로 추정된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 사실상 인정…법원 "혐의 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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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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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영장을 발부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을 사실상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 재판 중인 '40년 지기' 최순실(61)씨와의 공모 관계도 사실상 인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박 전 대통령의 영장심사 종료 후 8시간 만에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습니다.

사안의 중대성 등 검찰 주장을 상당수 받아들여 구속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대기업들에서 774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재단 출연금을 강제 모금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같은 행위는 헌법상 보장된 기업의 자율권과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이유를 영장 청구서에 그대로 적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책임이 그만큼 무겁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전략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법원도 이를 무겁게 받아들였다는 해석입니다.

검찰은 특히 이 가운데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등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이재용 삼성 부회장으로부터 뇌물로 받은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삼성이 재단 출연금으로 낸 돈은 강요에 의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동시에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도움을 기대하고 건넨 뇌물 성격도 동시에 있다고 본 것입니다.

법원은 영장 발부 사유에 개별 혐의에 대한 판단을 적시하진 않았지만 "주요 혐의가 소명된다"고 밝힌 만큼, 검찰의 '뇌물' 주장도 사실상 그대로 인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검찰은 최씨나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대통령 지시에 따라 움직인 인사들이 대거 구속된 만큼 박 전 대통령 자신도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논리도 폈습니다.

이런 '형평성 주장'도 구속 판단에 적잖이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입니다.

이미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지긴 했지만 법적 책임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이르기까지 혐의를 줄곧 부인한데다 정치적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해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영장발부 판단 근거가 됐습니다.

강 판사는 영장 발부 사유 중 하나로 "증거 인멸 우려"를 꼽기도 했습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신병 구속을 곧바로 '유죄'로 연결짓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유죄 판결 확정 전에는 무죄로 추정하도록 한 헌법 27조는 박 전 대통령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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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3-10 18:19수정 :2017-03-10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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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고 무도한 대통령은 결국 권좌에서 쫓겨났다. 사필귀정. 국민을 업신여기고 국가권력을 사유화해 나라의 근본을 뒤흔든 죄업에 대한 당연한 인과응보다. 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길목에서, 썩고 병든 가지는 떨어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싹이 돋아나려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파면의 외적 형식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이지만, 실제적 내용은 상식과 순리의 승리다. 이것은 좌우의 문제도, 진보와 보수의 대결도, 이념과 계급의 문제도 아니다. 겨우내 광장에 타오른 촛불은 ‘법치와 민주’를 향한 타는 목마름이었고, 헌재는 ‘전원일치 찬성 파면’으로 이에 응답했다.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는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이며 “대통령 파면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헌재의 결정은 간결하면서 정곡을 찌른다. 촛불이 흘린 눈물은 불의한 권력에 의해 더럽혀진 세상을 정화했고, 불꽃에 깃든 생명력은 나라를 새롭게 탈바꿈시키려 힘차게 꿈틀대고 있다.

법치주의는 통치자의 자의적 지배를 배격하는 데서 시작한다. 헌법의 헌(憲)은 누구도 사회 구성원에게 해로운 일(害)을 하지 못하도록 눈(目)과 마음(心)으로 철저히 감시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대한민국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합리적 법의 지배 대신 권력자의 제멋대로 지배가 횡행했기 때문이다. 헌재는 방약무인한 자의적 통치에 쐐기를 박고 국가에 해악을 끼친 최고권력자를 엄히 징치함으로써 법치주의의 대의를 다시 우뚝 세웠다.

‘법치와 민주’ 가치 확인한 헌재 결정

대통령의 파면은 국민에게 수치이자 자랑이다. 조작된 신화와 허상에 속아 오만무도한 자격미달자를 국가 최고지도자로 뽑은 것은 돌이키기 힘든 실수였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잘못을 스스로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위대한 저력을 발휘했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는 옛 선현의 말을 온몸으로 증명했다. 이를 통해 민주주의를 한 단계 진전시켰다. 2017년 3월10일은 세계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시민혁명의 값진 승리의 날로 역사에 길이 기록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금 ‘실낙원’의 슬픔을 되새기고 있을지 모른다. 지난 4년의 세월 그에게 청와대는 마음껏 활개 치고 즐기는 낙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에게는 지옥이었다. 경제는 바닥으로 주저앉았고, 민생은 파탄 나고, 한국은 국제사회의 동네북 신세가 됐다. 온 나라를 둘러봐도 어디 한군데 온전한 곳이 없다. 무능한 권력자가 쫓겨나며 남긴 갖가지 불행한 유산은 고스란히 국민의 어깨 위에 무거운 짐으로 남았다.

그런데도 박 전 대통령은 끝까지 반성과 참회를 하지 않는다. 헌재의 파면 결정이 나온 뒤에도 아무런 입장 발표도 없이 침묵으로 버티고 있다. 그사이 헌재 앞 거리에서 벌어진 탄핵 반대자들의 집회는 폭력·과격으로 치달았고 두 명이 숨지는 불행한 사태가 빚어졌다. 박 전 대통령이 최소한의 양식이라도 있다면 헌재 결정 직후에 곧바로 겸허히 승복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어야 옳았다. 그래서 공황 상태에 빠진 탄핵 반대자들을 달래고 이들을 진정시키려 노력했어야 옳았다. 하지만 그는 최소한의 의무마저도 끝까지 방기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오히려 탄핵 반대 집회 불상사를 자신의 입지 강화에 활용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권좌에서 쫓겨난 그 앞에는 검찰 수사 등 험난한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 탄핵 반대자들의 극렬시위는 자신을 보호할 좋은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고 여길 법도 하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보인 행보를 보면 나라야 결딴나든 말든 자기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몰염치와 꼼수의 연속이었다. ‘헌재 결정 승복이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라는 명제쯤은 쉽게 걷어찰 수 있는 사람이 박 전 대통령이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꼼수를 쓴다고 법의 엄중한 심판을 피해갈 수는 없다.

헌재 결정에 침묵으로 버티는 의도 뭔가

박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은 이제 광기의 탁류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는 불빛을 향해 부질없이 달려가는 여름 벌레에 불과했음이 헌재 결정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헛된 미망과 맹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계속 태극기를 욕보이는 행위는 나라의 불행이자 본인들의 불행이다.

헌재는 단지 박 대통령의 탄핵 여부만을 결정한 것이 아니다. 나라의 근간을 새롭게 세우고, 지금보다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가 그 안에는 담겨 있다. 헌재 결정은 탄핵 열차의 종착역이자 새로운 도전을 향한 출발역이다. 나라의 근간을 새롭게 세우는 일은 단지 법치주의의 확립, 최고권력자의 절제 등에 그치지 않는다. ‘헬조선’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사회 전반의 부조리와 불평등, 사회 곳곳에서 난무하는 반칙과 특권, 정·관·재계의 강고한 기득권 체계 등 그동안 우리 사회에 켜켜이 쌓인 적폐 청산이 그것이다.

헌재 결정으로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5월 ‘벚꽃 대선’의 역사적 의미 역시 자명하다. 봄의 밝은 기운을 맞아 낡고 병든 가지를 모두 쳐내고 새로운 싹을 움트게 하는 중차대한 과정이다. 그 새로운 싹이 꽃을 피우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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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분 만에 '파면'… '역사적인 심판'의 마침표

이정미 대행 "국론분열 종식" 당부 / 긴박했던 헌재 심판정 /“국민은 헌법 만들어내는 힘의 원천” 굳은 표정 李, 담담히 결정요지 낭독 /
“소추의결 정당” “세월호 판단대상 아냐” 대리인단·국회측 표정 ‘롤러코스터’ / ‘탄핵인용’ 결정에 방청석 ‘환호·탄식’ 국회측 서로 조용한 축하인사 건네

입력 : 2017-03-10 18:31:31      수정 : 2017-03-10 20: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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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10일 오전 11시21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역사적인 심판’의 마침표를 찍었다. 순간 헌재 심판정은 대통령과 국회 측 대리인, 일반 방청객, 취재진 등이 가슴속으로 내뱉는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92일간 온 국민의 이목이 쏠렸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가 나온 데는 18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헌재는 방청객과 취재진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인터넷 추첨으로 운좋게 역사적 현장을 찾게 된 시민 방청객 24명은 선고가 시작되기 30∼40분 전부터 대심판정 앞에서 헌재 직원들의 보안 검색을 받고 출입했다. 


10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주재로 엄숙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방호원들은 방청객들을 상대로 심판정 내 규칙을 설명하면서 “박수나 야유행위 등을 금지한다”고 주의를 줬다. 그동안 탄핵심판 변론기일 때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그만큼 엄중한 날임을 시사했다.

선고 예정 시간인 오전 11시에 맞춰 대심판정에 들어온 이 권한대행 등 재판관 8명 모두 속을 알 수 없을 만큼 굳은 표정이었다. 심판정 내부가 정리된 것을 확인한 이 권한대행은 11시3분 “저희 재판부는 역사의 법정 앞에 서게 된 당사자의 심정으로 이 선고에 임하려 한다”며 선고를 시작했다. 이어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근거이고, 국민은 헌법을 만들어내는 힘의 원천”이라며 “재판부는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이뤄지는 오늘의 선고로 더 이상의 국론분열과 혼란이 종식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주재로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주재로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권한대행이 본격적으로 결정 요지를 꺼내 읽기 시작하면서 들리는 내용에 따라 국회 탄핵소추위원단과 대통령 대리인단, 방청객의 표정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시시각각 변했다. 먼저 박 전 대통령 측의 ‘탄핵 소추 의결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이 권한대행이 “어떠한 흠결도 없다”고 판단하자 그동안 강력하게 하자를 주장했던 헌재 재판관 출신의 이동흡(66) 변호사는 고개를 떨궜다.  

그러나 잠시 후 이 권한대행이 주요 탄핵소추 사유인 ‘공무원 임면권 남용’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언론 자유 침해’ 부분은 탄핵 이유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자세를 고쳐 잡고 경청하는 대통령 대리인단의 얼굴에서 일말의 기대감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반면 국회 소추위원단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권한대행이 이들 탄핵 사유를 열거하면서 “그러나 탄핵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할 때마다 권성동 탄핵소추위원장은 쓰고 있던 안경을 벗고 연신 얼굴을 손으로 훔쳤다. 특히 “세월호 사고는 참혹하나 참사 당일 피청구인(대통령)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 여부는 탄핵 심판 절차의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탄핵소추위원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손을 이마에 짚은 채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어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한 박 전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반을 지적하는 대목에서는 서로의 반응이 다시 180도 바뀌었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수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사건 최종변론기일에서 권성동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왼쪽)이 피청구인측 이중환 변호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방청객들의 반응도 양분됐다. 선고 내내 긴장한 채 앉아있던 30대 남성 두 명은 ‘파면’이라는 단어가 들리자 소리없이 주먹을 불끈 쥐며 환한 미소와 함께 서로를 얼싸안기도 했다. 반면 한 남성 방청객은 고통스러운 듯 머리카락을 쥐거나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이는 등 실망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그러나 우려했던 소란이나 난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방청객들은 “대통령의 행위가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하므로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이 권한대행의 말을 곱씹는 듯 아무 말 없이 천천히 심판정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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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에 출마한 안희정 충남지사가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대선주자초청 ICT인들과의 대화'에 참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에 출마한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 2월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대선주자초청 ICT인들과의 대화'에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지난 2003년 12월 14일.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1주년을 닷새 앞둔 날이었다. 이날 안희정열린우리당 충남도지부 창당준비위 공동위원장(현 충남도지사)이 구속됐다. 안 위원장은 노 대통령의 '정치적 동업자'이자 '동지'였고, '좌희정 우광재'로 불릴 정도로 그의 최측근이었다. 그를 구속시킨 이는 안대희 대검 중앙수사부장이었다. 흥미롭게도 노 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을 구속한 안대희 부장을 2년 7개월 뒤에 대법관에 임명했다(2006년 7월). 

검찰이 안 위원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이었다. 지난 2002년 11월부터 12월까지 총 11억4000만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11억4000만 원에는 노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에게 각각 받은 4억5000만 원과 1억 원, 안 위원장이 자금출처를 밝히지 않았던 5억9000만 원이 포함됐다. "검찰이 현직 대통령의 '대선금고'를 열기 시작했다"(<한겨레>, 2003년 12월 13일자)는 의미심장한 평가가 나왔다. 안 위원장은 구속되는 과정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진흙탕 속에 있다 보니 바짓가랭이에 흙탕물이 좀 튀었을 뿐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으로부터 총 3억9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안 위원장을 불기속기소한 바 있다(2003년 6월). 두 차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였다. 검찰은 나라종금 대주주였던 김 전 회장이 나라종금의 퇴출을 막기 위해 안 위원장 등 정·관계 인사들에게 광범위한 로비를 벌였다고 판단했다('나라종금 로비의혹 사건'). 

안 위원장이 구속되던 날 노 대통령은 "불법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을 경우 대통령직을 걸고 정계를 은퇴하겠다"라며 배수진을 쳤다. 하지만 안 위원장이 받은 불법정치자금 규모는 총 90억 원대(검찰 구형량 기준)로 크게 늘어났다. 검찰이 지난 2003년 12월 26일 안 지사를 기소했을 때 공개한 불법정치자금 액수(11억4000만 원)보다 약 9배나 커진 규모다. "바짓가랭이에 튄 흙탕물" 수준은 아니었던 것이다.

재판을 거치면서 법원이 인정한 불법정치자금 액수(약 74억 원)와 형량(2년 6월)이 각각 약 52억 원과 징역 1년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불법정치자금 중 일부를 아파트 구입자금과 총선 출마를 위한 여론조사 용역비 등으로 쓴 사실이 드러나면서 안 위원장(아래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개혁성과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이렇게 불법정치자금 사건은 그의 '정치적 급소'가 됐다. 스스로도 "평생 안고 가야 할 핸디캡(약점)"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관련기사] 1.2.3심 판결문으로 본 안희정과 정치자금②

[1심 판결문] 오아시스워터 투자금 3.9억은 불법정치자금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불법정치자금 사건(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사건 포함)은 총 5건(2003고합1439, 2004고합79, 2004고합117, 2004고합291, 2004고합608)이었다. 서울중앙지법 제23형사부(재판장 김병운)는 이 5건의 사건을 병합해 심리했다. '제23형사부'는 공무원의 뇌물수수나 정치자금법 위반, 대기업 임원의 횡령·배임 등 중요 범죄를 다루는 '부패사건 전담재판부'다.

당시 검찰수사는 안대희(대검 중수부장)-남기춘(대검 중수1과장)-윤석열-조재연-조은석 검사가 맡았다. 안대희 부장과 남기춘 과장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에 합류해 각각 정치쇄신특위 위원장과 클린정치위원장을 맡은 반면, 윤석열 검사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특검'에 참여해 묘한 대비를 이루었다.

먼저 김효근 (주)닉스 대표와 곽용석 아스텍창업투자 대표에게 받은 총 3억9000만 원이다. 안 지사는 지방자치실무소(1993년 12월 설립, 1991년 1월 사단법인 참여사회자치경영연구원으로 확대 개편)의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999년 7월 생수판매회사인 '오아시스워터'를 설립했다. 오아시스워터는 장수천에서 생산한 '오아시스' 생수를 판매하는 회사였다. 그런데 경영이 여의치 않자 투자자 물색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김효근 대표와 곽용석 대표에게 투자를 권유했고, 각각 2억 원(1999년 7월)과 1억9000만 원(1999년 7월과 11월)을 받았다. 김 대표는 NIX, STORM 등의 청바지 브랜드로 성공한 사업가이자 안 지사의 고려대 1년 선배였고, '나라종금 로비의혹 사건'에 연루된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의 친동생이다. 안 지사는 김 전 회장이 보낸 최아무개씨를 통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노보텔 현관 로비 주차장에서 2억 원을 건네받았다.

곽 대표가 운영하는 아스텍창업투자의 대주주는 노 대통령과 가까운 이상호 우리들병원장이었다. 노 대통령은 우리들병원의 자문변호사였고, 이상호 원장은 그의 척수디스크 수술을 맡은 바 있다. 

문제는 오아시스워터 주식 전량을 생수생산업체인 (주)우보의 박양원 대표에게 팔면서 일어났다. 안 지사는 박 대표에게 4억5000만 원을 받고 오아시스워터 주식 전량을 양도했지만 김 대표와 곽 대표에게 받은 투자금을 반환하지 않았다. 안 지사는 이들에게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운영하는 나의 정치활동을 지원한다는 생각으로 생수회사 투자금을 나에게 지원해 달라"라고 설득해서 승낙을 받았다. 

검찰은 이렇게 제공된 총 3억9000만 원을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않는 방법으로 정치활동을 위하여 제공받은 불법정치자금'으로 판단했다(정치자금법 위반). 반면 안 지사는 "김 대표와 곽 대표가 투자손실본 것을 양해해주어 매각대금 일부를 연구원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했을 뿐 의도적으로 연구원의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회사를 매각한 것이 아니고, 나는 어떠한 정치적 지위를 가지고 있거나 구체적인 정치활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라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총 3억9000만 원을 불법정치자금으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확대·이전하는 위 연구원의 운영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오아시스워터를 매각한 후 위 연구원의 운영 및 정치활동을 하는 데 사용할 정치자금 명목으로 김효근과 곽용석으로부터 위와 같이 각 투자금의 사용을 승낙받았음을 인정할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 순수한 투자금이 아니라 자치경영연구원의 운영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오아시스워터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받은 불법정치자금이라는 취지다. 

삼성·롯데·태광실업·대우건설 등에서 총 65억여 원 수수
토론회 참석한 안희정 충남지사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3일 오후 서울 목동 CBS사옥에서 시사프로그램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에 출연해 합동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토론회 참석한 안희정 충남지사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목동 CBS사옥에서 시사프로그램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에 출연해 합동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두 번째는 안 지사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정무팀장으로 일하면서 썬앤문그룹(1억 원), 롯데그룹(6억 원), 대우건설(1억7500만 원), 삼성그룹(국민주택채권 15억 원와 현금 15억 원), 태광실업(5억 원), 성명불상 지인들(21억9000만 원)로부터 총 65억6500만 원을 받은 사건이다. 

안 지사는 지난 2002년 11월 이광재 현 여시재 부원장(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비서실 기획팀장)이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에게 받은 1억 원(1000만 원권 수표 10장)을 건네받았고, 같은 해 4월부터 12월 하순경까지 롯데그룹 회장 응접실(서울중구 소공동 소재 롯데빌딩 26층)에서 총 4차례에 걸쳐 신동인 롯데쇼핑 대표로부터 총 6억 원을 받았다. 신동인 대표는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5촌조카로 롯데제과·롯데쇼핑 사장, 롯데자이언츠 구단주대행 등을 맡았던 '롯데그룹 실세 중 실세'였다.

안 지사는 지난 2002년 3월부터 11월 중순경까지 재미동포 이청희씨를 통해 대우건설로부터 총 5차례에 걸쳐 총 1억7500만 원을 받았고, 같은 해 6월과 11월 박재중 삼성그룹 기업구조조정본부(구조본) 재무팀 상무로부터 각각 국민주택채권 15억 원(500만 원권 300매)와 현금 15억 원을 받았다.

삼성그룹이 안 지사에게 두 차례 돈을 건넨 장소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소재 맨하탄호텔 노상 주차장이었다. 전달자였던 박재중 상무는 입원중이던 지난 2005년 1월 전무로 승진했지만 같은 해 7월 위암으로 사망했다. 당시 삼성그룹의 대선자금 전달은 이학수(구조본 본부장)-김인주(재무팀장 겸 부사장)-박재중(재무팀 상무) 선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삼성그룹은 안 지사에게 건넨 30억 원의 불법정치자금과는 별도로 10억 원의 공식후원금을 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10억 원의 공식후원금도 안 지사를 경유했다는 점이다.

안 지사는 지난 2002년 12월 김해시 안동 소재 태광실업 회장실에서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자기앞수표 500매(5억 원)를 받았다. 박연차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에 장남 건호씨와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500만 달러, 부인 권양숙씨에게 100만 달러와 스위스산 명품시계('피아제')를 선물한 기업인이다.

대선이 끝난 후에도 4억 수수... '정치적 독립' 위해?

세 번째는 안 지사가 대선이 끝난 이후에 박연차 회장 등으로부터 총 4억 원을 받은 사건이다. 먼저 안 지사는 지난 2003년 3월 서울 중구 장충동 소재 신라호텔 중식당에서 박 회장으로부터 100만 원 자기앞 수표 200매(2억 원)를 받았다. 비슷한 시기 안 지사는 대학친구들로부터 SM520 승용차를 선물받아 타고 다닌 사실이 드러나 반환하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안 지사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년 옥살이를 하고 출소한 직후인 지난 2004년 12월에도 박 회장으로부터 5000만 원어치의 상품권을 받았다. 검찰은 이러한 사실을 지난 2009년 6월 박연차 게이트 수사 때 확인했지만 기소하지 않았다. 상품권을 받았을 당시 안 지사가 피선거권을 상실해 정치활동을 할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박 회장에게서는 현금이 아니라 주로 '수표'나 '상품권'을 받았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안 지사는 지난 2003년 8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소재 일식당에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으로부터 10만 원권 자기앞수표 2000매(2억 원)를 받았다. 당시 안 지사는 '나라종금 로비의혹 사건'으로 불구속기소돼 재판받고 있는 중이었다. 안 지사는 2억 원 중 1억 원은 권 회장에게 돌려줬다. 안 지사는 "나라종금 재판이 진행중이어서 '이런 돈도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해 돌려주려 했으나 권 회장이 (2억 원 중) 1억 원은 받기를 거절해 출마하려던 지역구의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라고 진술했다.

반도건설은 지난 1980년 3월 태림주택으로 출발했다가 지난 1989년 반도종합건설로 상호를 바꾼 종합건설업체다. 권홍사 회장은 원래 경북 의성에서 태어났으나 13살 때 부산으로 이사와 동아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부산지역 건설업체에 입사하면서 부산과 인연을 맺었다. 현재는 반도홀딩스를 지주회사로 반도건설, 반도레저, 반도개발 등 13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앞서 지난 2003년 6월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충주 소재 씨그너스 골프장에서 권 회장을 만나 안 지사를 소개했다. 강 회장은 권 회장에게 "노무현 대통령을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보좌했는데 대선 후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고향인 충청도로 내려가서 꿈을 키우려고 하니 권 회장님이 앞으로 좀 도와주십시오"라며 재정적 후원을 당부했다. 

검찰은 안 지사가 '정치적 독립'을 위해 대선 이후에도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2003년 1월경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면서 정치적 독립을 선언한 후 차제에 피고인의 장래 총선 출마 준비 등 개인적 용도에 사용할 자금을 마련해 마음먹고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교부받았다"라는 것이다.

안 지사는 이광재 부원장이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으로 간 것과 달리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당에 남았다. 지난 2003년 1월 새천년민주당의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을 맡았고, 2004년 충남 논산 총선 출마를 준비했다. 특히 안 지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뒤에도 '옥중출마'까지 검토했을 정도로 정치적 독립에 애착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2014년 2월 지인에게 보낸 옥중편지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겸허히 반성하며 국민 여러분께 용서를 구하고, 잘못된 정치관행과 문화, 불완전하고 모순에 가득찬 현행 정치관련 제도와 법이 고쳐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날 때라고 생각한다."

특히 안 지사는 대선 이후에 받은 4억 원을 "향토장학금"이라고 표현해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안 지사는 지난 2004년 2월 19일 열린 공판에서 "2002년 12월까지 나는 어린아이였지만 이후에는 어머니 품에 안기면 어머니가 쓰러질 만큼 장정이 돼 있었다"라며 "한동안 그 변화를 깨닫지 못한 채 그런 돈을 어린아이에게 주는 '향토장학금' 정도로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정치자금 수수의 대가성을 부인하기 위한 비유였지만, "구악을 뺨치는 신악의 한 단면"(<한국일보>, 2004년 2월 21일 사설중), "벗겨진 그의 실체는 '검은 돈을 먹고 자라는 386의 꿈나무'에 불과했다"(<세계일보>, 2004년 2월 21일 사설 중), "그는 권력의 달콤함에 빠졌던 셈이다"(<경향신문>, 2004년 3월 9일자) 등의 거센 질타에 쏟아졌다.

아파트 구입 2억-총선 출마 여론조사 1.6억... "실망과 허탈감 안겨"

1심 재판부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대기업 등으로부터 받은 65억6500만 원, 대선이 끝난 이후 박연차 회장과 권홍사 회장에게 받은 4억 원 등 총 69억6500만 원을 모두 '불법정치자금'으로 판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재판부는 지난 2004년 6월 안 지사에게 징역 6월에 몰수 1억 원, 추징 12억1000만 원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겠다는 참여정부를 출범시킨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서 이 사건 각 범행으로 인하여 국민에게 꿈과 희망이 아닌 실망과 허탈감을 안겨준 점, 또한 피고인은 이 사건으로 인하여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공동 피고인이던 강금원, 선봉술 등과 말을 맞추어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려고 시도한 바 있는 점을 고려하여 보면, 그 죄질 및 범정이 결코 가볍지 않다 할 것이므로 그에 상응한 실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없다."(1심 판결문, 26쪽)

검찰이 징역 7년에 추징금 91억5500만 원을 최종 구형했다는 점을 헤아리면 1심 재판부가 선고한 형량이 적다는 시각도 있었다. 서정우(징역 4년)·김영일(3년 6월)·최돈웅(징역 3년) 등 한나라당 인사들과 비교했을 때에도 형량이 가볍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제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먼저 적극적으로 기업체 등을 상대로 불법 정치자금을 요구한 것은 아니고, 뒤늦게나마 이 법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은 형을 선고한다"라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특히 추징액 12억1000만 원에는 아파트 구입비(2억 원)와 총선출마를 위한 여론조사 용역비(1억6000만 원) 등 사적으로 사용한 금액이 포함돼 있다. 안 지사가 불법정치자금의 일부를 사적으로 사용한 것을 두고 비판여론이 크게 일었다. 

지난 2004년 3월 8일 안대희 당시 대검 중수부장은 불법대선자금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기자들이 "안희정씨가 아파트를 사면서 유용한 것은 잠시 사용한 것인가?"라고 묻자 "인 마이 포켓(in my pocket,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살던 아파트가 제때 팔리지 않아 새로 산 아파트의 중도금을 낼 수 없자 강금원씨로부터 돈을 빌렸고 아파트가 팔린 뒤 곧바로 갚았을 뿐이다"라는 안 지사쪽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또한 1심 재판부는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것과 관련 이광재 부원장과 공모한 적이 없다는 안 지사의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 정치활동을 해오면서 줄곧 재정업무를 담당해왔기 때문에 이광재 등 동료들은 외부로부터 연구소의 운영자금 등을 조달하는 경우 자연스럽게 재정업무를 담당하던 피고인에게 이를 전달해온 점 ▲ 2002년 대선 당시에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비서실 정무팀장으로 일하면서 대선캠프의 자금을 관리하는 등의 업무를 담당한 사실 ▲ 이광재로부터 1억 원을 전달받으면서 문병욱이 교부한 금원이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문병욱에게 정치자금 영수증을 발급해주지 않았다는 사실 등을 들었다.

안 지사는 지난 2004년 5월 27일 결심공판에서 "삼성 현금 15억 원은 예전에 성명불상자들에게서 받은 21억9000만 원의 일부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돈을 준 사람에 대한 의리를 지키려다 보니..."라며 "말을 바꿔 정말 죄송하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검찰이 삼성그룹으로부터 현금 15억 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추가기소에 나서자 말을 바꾼 것이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액수를 줄이려고 이제 와서 삼성에서 받은 돈을 연결시키는 것 아니냐?"라고 추궁했고, 최종 선고에서도 안 지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에서 조사받을 당시부터 마지막 공판기일 이전까지 불법정치자금을 성명불상의 지인들로부터 교부받았다고 주장하다가 삼성그룹으로부터 교부받은 불법정치자금 15억과 관련된 사건이 병합되자 마지막 공판기일에 이르러 비로소 이에 배치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라고 판결했다.  

장수천 채무변제 관련 용인땅 매매에는 무죄 선고

다만 1심 재판부는 장수천(노무현 전 대통령이 설립한 생수제조업체) 채무변제와 관련된 용인땅 매매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에서 주장한 '가장매매'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정치공세를 받고 있던 노무현 후보를 돕겠다는 생각을 가진 강금원과 이기명 사이에 이루어진 호의적인 거래였다"라고 설명했다.

안 지사는 지난 1996년 이후 노무현 당시 민주당 종로지구당 위원장의 정치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선봉술씨와 함께 장수천을 운영했다. 노 대통령의 중학교 동기인 선씨가 장수천의 대표를 맡았다. 그러던 중 장수천의 생산설비 자동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서울리스로부터 18억5000만 원의 빚을 졌다.

문제는 지난 2002년 4월 노무현 후보가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 일어났다. 한나라당이 장수천의 채권자인 (주)서울리스가 퇴출되고 (주)한국리스여신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상당한 공적자금이 투입되었다고 지적하면서 노무현 후보가 장수천을 운영하다 빚을 져 공적자금을 유발해 국민부담을 초래했다고 정치공세에 나선 것이다.

이에 안 지사와 이기명 노무현 후보 후원회장,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강 회장이 이기명 회장 소유 용인땅을 사서 그 매매대금으로 장수천 빚을 갚기로 했다. "강금원으로 하여금 장수천의 리스 채무를 변제하도록 하려고 했으나 직접적인 채무변재 행위는 불법정치자금 제공 시비가 야기될 수 있어"(1심 판결문 18쪽) 생각해낸 해법이었다.

지난 2002년 8월부터 2003년 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총 19억 원이 이기명 회장에게 건너갔고, 이 회장은 이것으로 장수천의 빚을 변제했다. 검찰은 이것을 안 지사(장수천 운영)가 받은 불법정치자금으로 판단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나중에 불법정치자금 시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강금원과 이기명 사이에 위 매매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그 매매대금으로 장수천의 채무를 변제하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낸 상황에서 다시 강금원과 이기명이 사후에 시비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가장매매를 체결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권홍사 회장으로부터 받은 2억 원의 알선수재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당시 권홍사와 피고인 사이에 권홍사가 경영하는 (주)반도를 비롯한 계열회사와 관련한 어떠한 언급도 없었고, 실제로도 위 회사들과 정부 사이에 어떠한 구체적인 현안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에 관하여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수수한 금원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판결했다.

"승리자라도 법의 정의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편 안 지사는 지난 2004년 5월 5일 결심공판에서 "과거 민주화운동과 야당 생활을 하며 대선에 꼭 이기겠다고 생각했지 출세를 위해 이기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라며 "엄격한 아버지(노무현) 밑에 살라하는 어머지(안희정)가 그러하듯 '타협'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그 '타협'은 낡은 정치와는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범법이긴 마찬가지였다"라며 "(눈물을 쏟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엄하게 꾸짖어 달라, 무슨 벌이든 달게 받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를 무겁게 처벌해 승리자라고 하더라도 법의 정의 앞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게 해달라"는 인상적인 발언으로 최후진술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검찰은 "겉으로는 386세대의 대표자로 자처하면서 속으로는 기업에서 검은 돈을 받아 상당부분을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등 과거 정권 실세들과 다를 바 없는 피고인에게 도덕적 우월감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라며 "강금원씨 등과 적극적으로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자금 제공자 보호라는 미명 아래 제공자들을 밝히지 않는 것은 사법부를 경시하고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이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라고 징역 7년을 구형했다.

1심 판결 전인 지난 2004년 6월 7일 이광재·김현미·서갑원·김부겸·임종석·임종인·백원우·이화영 등 열린우리당 의원 82명이 연대서명한 '안희정 탄원서'가 제출됐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법과 관행이 심각하게 괴리돼 있는 정치현실에서 정치자금을 담당하는 사람은 누구든 희생당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그런 의미에서 안씨도 희생자 중의 하나다"라고 호소했다. 이들이 안 지사를 "개혁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동반자"로 상찬하는 대목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다.

<경향신문>은 '안희정 탄원서 한심스럽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안씨가 지은 죄만큼 감옥생활을 하면서 진정으로 반성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그를 정말 도와주는 것이다"라고 썼다(2004년 6월 9일). <세계일보>도 같은 날 사설에서 "행여라도 개혁세력의 비리는 '희생'이고 보수세력의 비리는 '범죄'라는 인식을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반개혁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라고 질타했다.
 안희정과 정치자금 일지
[대선기획취재팀]
구영식(팀장) 황방열 김시연 이경태(취재) 이종호(데이터 분석) 고정미(아트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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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라 확 바꾸자고 이재명은 말한다

[책에서 만난 대선주자] 이재명이 쓴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

17.03.04 18:10l최종 업데이트 17.03.04 18:10l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차기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유력 대선주자와 관련한 책이 연일 사림들의 입에 오르내립니다. <오마이뉴스>는 특별기획 '책에서 만난 대선주자'를 통해 인물에 대해 깊은 정보 뿐만 아니라 새로운 리더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보려고 합니다. 시민기자로 가입하면 누구나 '책에서 만난 대선주자'를 쓸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대선 후보가 되기 전부터 이재명의 '말'은 다양한 경로로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페친'들의 공유 속에, 포털 사이트의 여기저기에, 그의 말을 담고 있는 영상과 텍스트가 점점 늘어갔다. 이재명의 말은 '사이다'같이 가슴을 뻥 뚫어준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하지만 단지 속이 후련해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들이 그를 지지하는 건 아닐 것이다.

'한 명'의 말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이다'처럼 느껴졌다는 건, 그 '한 명'과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눈으로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는 말일 게다. 지금 우리 눈 앞에 벌어지고 있는 터무니없이 잘못되고, 어긋나고, 엉망진창인 일들. 이 일들에 '수많은 사람들'이 분개할 때 그 '한 명'도 함께 분개한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와 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지도자. 이재명 지지자들은, 이런 지도자라면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그 역시 원할 거라고 생각하는 걸 테다.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
ⓒ 메디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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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에서 이재명의 현실 인식은 분명하다. 지금 이 사회의 병폐들은 친일, 독재, 부패 세력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여기에다 신자유주의 물결을 타고 글로벌 자본까지 손에 쥔 재벌이 이들 위에 서게 되었다는 것. 이들 지배권력은 국민 삶의 질과 행복, 안전에는 큰 관심 없이 사익 추구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 그래서 청년들에게 '살기 싫은 나라'가 된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기말적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사회의 기득권층은 큰 문제의식 없이 뻔지르르한 말로 지금의 상황만 모면하려 든다. 과거를 묻고 현실을 안일하게 해석하고 미래를 부풀린다.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많이 일하는 나라, 2천만 노동자 중에 비정규직이 900만인 나라, 행복하지 않고, 피로하고, 우울한 나라. 그래서 희망 없는 나라. 그런데도 '이 상태에서 약간의 변화'만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재명은 혁명을 제안한다.

"다수 국민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친일, 독재, 부패 세력을 제거하는 일이다. 그런데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극복하고 공정한 나라를 만드는 일은 전혀 단순하지 않다. 엄청난 용기와 결단,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국민적 에너지가 필요하다. 단지 권력 담당자를 교체하는 것만으로 기득권 구조를 깨고 공정한 사회로 새 출발하는 일이 실현되진 않는다. 국민 개개인의 변화를 향한 혁명적 에너지가 한데 모여야 정상적인 권력으로 교체가 가능하다. 그런 혁명적인 에너지가 뒤를 든든히 받쳐줄 때, 비로소 권력은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 행사될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책은 얇고 간략하다. 따라서 모든 공략과 세부 실천 방안이 실리진 않았다. 누군가에겐 부족한 책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돼 줄 수 있을 듯하다. 이재명 본인도 말했듯 이 책은 공략집이라기보다는 그의 '정치적 입장'을 드러낸 책이다. 앞으로 이재명은 이 책에서 한 말들을 더 세밀한 근거와 진정성 있는 의지, 공감 가는 이야기들로 채워 넣어야 할 것이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정치 혁명', 2부 '경제 혁명', 3부 '복지 혁명', 4부 '평화 혁명'. 1부에서 주로 다루는 이야기는 검찰 개혁과 지방 자치의 부활이며, 2부에서는 재벌 개혁과 공정한 노동 시장 재건, 3부에서는 보편적 복지의 필요성, 4부에서는 평화 통일과 자주적 균형 외교를 다룬다. 각 부에서 중요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검찰개혁]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기소하지 않을 권리, 공소유지권, 법 집행권까지 손에 쥐고 있는 검찰은 마땅히 개혁되어야 할 집단이라고 이재명은 말한다. 개혁 방법은 권한 분산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나누고, 독립적 인사체계 갖추기.

해바라기성 인사, 무소신 인사를 철폐하기 위해 그가 제안하는 건 '검사장 직선제'다. 미국과 같이 검사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한다면, 검사장의 부정부패와 전횡을 주민이 직접 관리할 수 있게 되고, 검사장 또한 권력이 아닌 주민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재벌개혁]

이제 우리나라의 경제 목표는 '성장'이 아닌 '공정'이 되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단기적인 성장이 아닌 장기적인 성장을 목표로 재벌 위주 경제 정책을 탈피하고 국민 모두가 '열심히 일하면 돈을 벌 수 있도록' 새로운 경제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은 말한다.

"마치 진공 청소기처럼 우리 사회의 부를 모조리 빨아들이고 있는 재벌의 욕심은 끝이 없다. 청년들에게 '열정 페이'를 강요하고, 회사를 위해 일생을 바친 중년들에게 조기 퇴직과 임금 삭감을 강요한다. 애써 개발한 중소기업의 기술을 약삭빠르게 훔쳐서 성장 기회를 봉쇄하고 있다. 코 묻은 돈 뺏는 격으로 중소기업 납품업체가 어렵사리 생산성 향상을 하면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그 성과를 다 빼앗는다. 서민들의 삶터인 골목상권까지 침투해 중소 자영업자를 무너뜨리고, 인건비 절감으로 더 많은 이윤을 얻겠다고 비정규직을 양산한다. 재벌은 우리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은 주범이다." - 본문 중에서 

그렇다면 어떻게 재벌체제를 해체할 수 있을까. 상속세를 '정확하게' 부과하고, 경영 내부구조를 깨끗하게 조직하도록 법으로 강제한다면 견고한 성 같은 재벌체제도 해체가 가능하다고 이재명은 말한다.

그렇다면 수출 주역인 재벌을 규제하다 경제성장이 후퇴하면 어떻게 될까? 이재명은 이러한 반론에 다시 반론한다. 수출에만 주력하다 우리나라 내수 시장이 이토록 죽어버린 것 아니냐고. 재벌 기업에만 좋은, 지금과 같은 '반쪽 경제'는 국민에겐 하등 좋을 게 없는 거라고.

[보편적 복지]

이재명은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사회 공동 재산을 기득권 층이 아닌, 국민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눠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방안으로 '기본 소득'을 제안한다.

신자유주의 사조 아래에서 점점 더 극심해지는 불평등과 빈곤문제, 또한 인공지능에 의해 촉발될 대량 실업 등을 해결해줄 정책으로 전세계적 검토 대상이 되고 있는 기본 소득은 "국민의 주머니를 채워서 멈춰가는 경제가 선순환으로 흐르게 하"는 데에도 목적이 있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까? 예산을 아껴 쓰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므로 재벌 증세와 초고액 소득자 증세, 그리고 조세 감면 축소로 50조 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이재명 계산법은 이렇다.

"전체 기업 59만여 개의 0.08% 수준인 약 440개 대기업이 연간 영업이익 5백억 원 이상을 버는데, 5백억 원 이상 영업이익에 대해서만 법인세를 현재 22%에서 30%로 8% 인상하면" →약 15조

"과세표준 10억 원 이상 초고액 소득자 6천 명에 대해 10억 원이상 부분만 최고세율인 50%로 올리면"→2조 4천억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해 지나치게 혜택이 많은 현행 조세감면제도를 손보면"→4~5조

"불필요한 SOC(사회간접자본) 축소 등 재정절감"하면→30조

이들을 다 더하면 50조가 조금 넘는다.

[국방개혁]

무조건 '평화 통일'이어야 한다고 외치는 이재명은 남북관계 발전에서 판단 기준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어떤 것이 최선이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안보의 가장 큰 목적도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진짜 안보'를 위한 토대를 구축해야 하고, 잊을 만하면 '방산 비리'로 물의를 일으키는 국방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방 개혁의 핵심은 '병력 감축'과 '장비 무기의 첨단화'다. 현대전은 더 이상 군인의 수로 승패가 갈리지 않으므로 "이제 국방은 무기를 첨단화해야지 대규모 병력을 유지하는 데 예산을 쏟아붓는 건 옳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그렇다면 왜 군대는 병력 감축을 회피하는 걸까. "군 장성들에게 별을 달아주고, 보직을 주고, 부하를 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재명은 이렇게 제안한다.

"병력을... 13만 명 줄여 50만 명으로 하고, 10만 명의 전문 전투병(전투프로)과 고가 고성능 장비 무기 담당 전문 병사를 모병하면, 의무 복무병이 현재 43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줄어들어 복무기간을 현재의 21개월에서 절반인 10개월 정도로 단축할 수 있고 전투력도 강화된다. 모병 10만 병에 연간 3조 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가정해도, 병력 감축에 따른 비용절감분에 적은 예산만 추가 투입하면 된다. 그리고 장기복무 전문 병사에 의해 전투력은 오히려 향상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책에서 이재명은 흐릿하지 않고 분명하다. 확실하게 주장하고 확실하게 원한다. 옳고 그름이 분명하고, 아닌 건 아닌 것이니 두말할 필요 없고, 해야 할 것이 있다면 힘 있게 밀고 나가려고 한다. 그리고 이렇듯 확실한 태도가 그의 강점이자 약점일 것이다.

그와 같은 눈으로 현실을 보는 사람들에게 그의 말은 진실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의 말은 너무 과격하다 느껴질지 모른다. 그의 말을 믿긴 하더라도 부드러운 리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너무 강경해 보일 수도 있고, 지향점이 분명한 리더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믿음직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이재명 포함 모든 후보들도 이제 시작이고, 유권자인 우리도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그들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고, 우리는 더 많은 정보를 얻을 것이다. 그 사람은 어떤 세계관과 가치관을 지녔는지, 과거에는 무얼 했는지, 진정 민주주의자인지,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정확한 현실 인식이 가능한지, 유연한지, 토론이 가능한지, 지적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등등.

이러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우리는 후보들에게 묻고, 따지고, 요구하면서 그들을 지지하고 반대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우리가 원하는 사람을 지지하고 반대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권리를 행사하는 동시에 의무 또한 있다.

좋은 대통령을 뽑을 의무. 그러니 우리는 지금 이 사회보다 더 나은 사회에서 살고 싶은 국민들의 뜻을 가장 잘 이해하고 따를 인물이 누구일지 끝까지 관심 갖고, 공부해야 할 테다. 이런 노력을 기울여야만 지금 버티고 있는 대통령 같은 분을 다시 뽑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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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취임 4주년, 광장서 든 '레드카드'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7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 대통령 즉각탄핵과 특검연장을 촉구하며 레드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박근혜 취임 4주년, 광장서 든 '레드카드'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7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 대통령 즉각탄핵과 특검연장을 촉구하며 레드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 남소연
광화문광장에 펼쳐진 100만 '촛불 파도타기'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17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참석한 수많은 시민들이 박 대통령의 즉각탄핵과 특검연장을 촉구하며 촛불 파도타기를 진행하고 있다.
광화문광장에 펼쳐진 100만 '촛불 파도타기'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17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참석한 수많은 시민들이 박 대통령의 즉각탄핵과 특검연장을 촉구하며 촛불 파도타기를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탄핵인용' 촉구 헌재앞 행진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을 맞은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 2.25 전국집중 17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렸다. 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탄핵인용’을 촉구하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탄핵인용' 촉구 헌재앞 행진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을 맞은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 2.25 전국집중 17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렸다. 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탄핵인용’을 촉구하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권우성
"제가 항상 무대 위에서 박수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무대 뒤에서 저를 도와주는 분들 덕분이죠. 그런데 우리 사회의 권한대행들은 간혹 이런 사실을 잊는 것 같습니다."

기다란 손가락 끝에서 켜진 촛불은 노란 꽃잎으로, 꽃잎에서 노란 나비로 바뀌었다. 나비가 내려 앉은 나무에선 하얀 꽃이 피어났다. 스타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이 세월호 유가족에게 바치는 위로다. 

25일 오후 6시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서 열린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아래 퇴진행동)의 17차 촛불집회에는 이전 집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마술 공연이 등장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를 풍자하는 내용이었다.

짜임새 있는 구성에 집회 주변 질서유지를 맡은 전경들도 고개를 돌리고 입을 벌려가며 15분간 이씨의 무대를 지켜봤다. 행사에 참여한 100만여 명의 시민도 마찬가지였다. 이씨는 "권한을 대행하는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힘이 있는 사람들이 책임감을 갖는 풍조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촛불광장서 노란나비 선사한 이은결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7차 촛불집회 무대에 오른 스타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이 세월호 가족들에게 노란나비를 선사하고 있다.
촛불광장서 노란나비 선사한 이은결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7차 촛불집회 무대에 오른 스타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이 세월호 가족들에게 노란나비를 선사하고 있다. ⓒ 남소연
광장에 선 이은미 "오늘은 자원봉사자"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7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가수 이은미가 자원봉사자로 나서 후원금 모금 활동을 하고 있다.
광장에 선 이은미 "오늘은 자원봉사자"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7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가수 이은미가 자원봉사자로 나서 후원금 모금 활동을 하고 있다.ⓒ 남소연
촛불 무대에 오른 가수 김원중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7차 촛불집회 무대에 오른 가수 김원중이 촛불시민들 앞에서 '직녀에게'를 열창하고 있다.
촛불 무대에 오른 가수 김원중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7차 촛불집회 무대에 오른 가수 김원중이 촛불시민들 앞에서 '직녀에게'를 열창하고 있다. ⓒ 남소연
이날 퇴진행동은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퇴진과 신속탄핵 ▲특검 수사기간 연장 ▲재벌총수와 우병우 전 민정수석 구속 ▲박근혜 정권 정책 폐기 등을 기조로 삼고 집회를 열었다. 본행사에 앞서 중·고생, 대학생, 교사, 농민, 공무원,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33개의 사전대회를 열기도 했다.

기조발언에 나선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근혜 탄핵과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시민의 힘으로 이뤄내자"고 말했다. 그는 "야당은 개협입법 처리를 못하고 있고 특검법 개정안 통과에도 실패하는 무능한 모습 보여주고 있다"면서 "국민의 힘으로 특검 연장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참석자가 늘고 있는 탄핵 반대집회를 의식한 발언도 나왔다. 이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과 비호세력들은 호시탐탐 판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면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3월 1일 삼일절에 다시 한번 광화문에 모여 천만 촛불의 힘을 보여주자"고 제안했다.

삼일절에는 박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시민들도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이날 "삼일절에 500만 애국시민들로 세종로 사거리를 채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연스럽게 양 집회 참가자 간 충돌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을 맞은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 2.25 전국집중 17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리고 있다.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을 맞은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 2.25 전국집중 17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 횃불 행진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을 맞은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 2.25 전국집중 17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렸다. 횃불을 든 시민들이 앞장 선 대규모 행렬이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 횃불 행진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을 맞은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 2.25 전국집중 17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렸다. 횃불을 든 시민들이 앞장 선 대규모 행렬이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 권우성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 백혈병 피해 해결하라"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17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 대통령의 즉각탄핵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 백혈병 피해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 백혈병 피해 해결하라"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17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 대통령의 즉각탄핵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 백혈병 피해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탄핵 반대 시민, 사랑과 포용과 변화에 대한 열망으로 품자"

퇴진행동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두 번째 기조발언에서 이 점을 거론하며 "탄핵 반대 시민들을 사랑과 포용과 변화에 대한 열망으로 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변화를 맞이하고 봄을 부르자"고 덧붙였다.

추운 날씨가 풀리고 탄핵심판 결정의 날이 다가오면서 촛불집회 참여 인원도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난 15차 촛불집회에서부터 이어지는 추세다.

오후 8시를 넘어서면서 세종문화회관 앞 등의 통행인원이 너무 많아 통행 혼잡을 빚었다. 이날 광화문광장을 빽빽이 메운 시민들은 세종로사거리를 지나 청계천 입구까지 줄을 지었다. 세종로 사거리에서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까지, 서대문 방향으로는 포시즌스호텔 앞까지 가득 메웠다.

퇴진행동 측은 본행사를 마친 후 종로구 청운동, 효자동, 삼청동길을 따라 청와대 100미터 앞까지 행진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헌법재판소에 2월 내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의미로 종로길을 따라 헌법재판소 100미터 앞까지 행진했다. 재벌총수 구속을 촉구하는 참가자들은 종로 SK 서린빌딩-롯데백화점-한화빌딩을 돌았다.

퇴진행동 측은 이날 집회 인원이 올해 들어 최대 규모로 오후 9시 기준으로 광화문 일대 참여 인원이 100만 명(전국 107만 명)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로 향하는 횃불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7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횃불을 들고 박 대통령 즉각탄핵과 특검연장을 촉구하며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청와대로 향하는 횃불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7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횃불을 들고 박 대통령 즉각탄핵과 특검연장을 촉구하며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남소연
박근혜 취임 4주년, 광장에 선 촛불시민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7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 즉각탄핵과 특검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박근혜 취임 4주년, 광장에 선 촛불시민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7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 즉각탄핵과 특검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 남소연
'탄핵인용' 촉구 헌재앞 행진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을 맞은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 2.25 전국집중 17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렸다. 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탄핵인용’을 촉구하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탄핵인용' 촉구 헌재앞 행진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을 맞은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 2.25 전국집중 17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렸다. 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탄핵인용’을 촉구하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권우성
'탄핵인용' 촉구 헌재앞 행진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을 맞은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 2.25 전국집중 17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렸다. 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탄핵인용’을 촉구하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탄핵인용' 촉구 헌재앞 행진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을 맞은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 2.25 전국집중 17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렸다. 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탄핵인용’을 촉구하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권우성
"박근혜  4년 너희들의 세상은 끝났다" 광장에 펼쳐진 대형 플래카드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7년도 첫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4년 너희들의 세상은 끝났다'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펼치고 있다.
"박근혜 4년 너희들의 세상은 끝났다" 광장에 펼쳐진 대형 플래카드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7년도 첫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4년 너희들의 세상은 끝났다'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펼치고 있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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