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을 뒤돌아보면서 토론을 제의합니다 - 황 종 국

■ 지난 2년을 뒤돌아보면서 토론을 제의합니다


"민중의술살리기 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엽시다"

-- 황 종 국--

<Ⅰ>

세상만물이 다 이치대로 삽니다. 나무도 풀도 짐승도 곤충도 자연이 정한 원리대로 살다 갑니다. 그런데 유독 사람만이 그러질 못합니다. 스스로 온갖 고통과 갈등을 만들어내어 그 속에서 허덕이다 한을 남기고 갑니다.
왜 그럴까요?
언필칭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민족의 경전 삼일신고에 보면 하늘이 만물에게 性(성품), 命(목숨), 精(정기)이라는 세 가지 참됨(三眞)을 주었는데, 사람은 이를 온전하게 받았으나 다른 사물들은 치우치게 받았노라(人全之 物偏之) 하였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사람만이 하늘의 성품을 그대로 받았다는 말인데, 하늘은 전지전능 무소불위 하니, 그렇다면 사람의 성품도 그러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람의 본래 성품, 즉 본성입니다. 그러니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이 맞지요.


그런데 바로 이 점, 즉 사람이 본성이 전능하기 때문에, 이치에 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자유의 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자유의 능력을 잘못 쓴 것이 온갖 삿된 욕망이고, 그로 인해 초래된 것이 갈등과 고통입니다. 그러니 모두 스스로 자초한 것이지요.


우리 조상들은 자연이 준 본성대로 살고 이치대로 살았습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도리라고 알았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니 옛날에는 이치와 도리가 살아있었지요. 그 자연이치와 도리 속에서 살아오면서 형성되고 내림되어온 의술이 자연의술, 곧 우리 민족의술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민중의술살리기 운동을 하는 것은 그 조상들이 했고 물려준 대로 되돌려 놓아 달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이것은 본래 무슨 거창하고 이념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대대로 해온 대로 하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 자연스러움을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이 땅을 지배하면서 억압하기 시작했고, 해방 후 서양세력의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그들과 그 앞잡이들이 더욱 멸시하게 되었으며, 5.16 군사쿠데타 이후에는 어쩐 일인지 아예 말살하려고 들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무엇이 어디부터 잘못된 것인지, 우리는 잘 몰랐습니다.
그러기를 근 100년 아닙니까! 그 동안 우리는 우리의 몸과 생명을 다루는데 있어서 자연스러움을 잃었습니다. 이치와 도리도 잃었습니다. 억지와 왜곡과 억압이 우리의 몸과 생명을 지배해왔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이제야 비로소 우리는 이것이 대단히 잘못된 일임을 자각하고, 하늘과 자연과 조상들이 준 그 자연스러운 생명으로 되돌아가자고 일어섰습니다.
그렇게 일어선 것이 공식적으로 1년 9개월 남짓 되었습니다. 그 일어남의 뜻은 크고 밝았습니다. 효과도 상당히 있었습니다. 우선 음지에서 핍박받고 신음하던 민족 민중의술이 당당하게 양지로 나와서 ‘내가 여기 있노라’ 하고 외치게 되었습니다. 대통령과 청와대로부터 가난한 서민에 이르기까지, 병 잘 고치고 돈 안 드는 우리의 민중의술이 있고, 그래서 민중의술을 살리려는 국민운동이 일어났고, 그것이 일리가 있고 좋은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의료제도가 잘못 되어 있고, 뭔가 국민을 위하여 고쳐져야 할 것이라는 공감대도 상당히 형성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거부반응조차 받았던 민중의술이라는 용어도 이제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큰 수확은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민중의술 살리기 운동의 취지를 접하면 누구나 좋아하고 공감합니다. 이 점을 확인해 가면서 우리는 이 운동이 옳은 일임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민중의술은 역시 우리 민족의 핏줄과 유전자 속에 맥맥이 흐르는 우리의 본디 모습임을 감출 수 없다는 점을 거듭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아직 열악한 조건 때문에 운동이 충분히 전개되지 못한 탓으로 백성들에게 덜 알려졌고, 근 100년을 내려오면서 외세에 의하여 억압된 심리를 완전히 풀지 못하고 있을 뿐인데, 이는 우리의 노력으로 운동이 확산되어 가면서 저절로 해소될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가 뿌린 씨앗들이 싹이 터서 자라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고, 희망이 생기고, 더 열심히 잘해야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Ⅱ>

그런데, 이렇게 민중의술의 싹이 여기저기서 자라고 있는 반면에 한쪽에서는 또 시들어가는 싹들도 있습니다.
민중의술연합은 애초에 광역단위의 지역연합으로 각자 출범했습니다. 처음부터 전국단체를 만들 여건이 안 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하나둘 결성된 지역연합의 대표들이 모여서 자연히 전국단체가 되도록 하였습니다. 그 전국단체가 지역연합의 활동을 이끌고 지도하고 격려해서 지역연합의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나아가서는 전국적인 운동의 목표와 방법을 제시해서 거국적인 기운을 앞장서서 결집함으로써 의료제도의 개혁과 민중의술의 보급을 통한 생명과 나라 살리기로 나아가도록 한 것이 당초의 취지입니다.
그런데 지역연합 중 일부는 창립 당시의 정신과 힘을 발전시켜 나가지 못하고 주저앉아버렸습니다. 유명무실해져버렸습니다. 여기에는 민중의술살리기 국민운동을 자기 돈벌이와 선전에 먼저 이용하려고 사심(邪心)을 가지고 접근한 자들의 소행도 큰 작용을 하였습니다. 밥상차려 놓으니 수저도 들기 전에 똥파리들이 먼저 설쳐 밥맛을 잃게 한 꼴입니다.
전국적인 힘을 결집하는 데도 실패하고 있습니다. 지역연합 활동이 쇠퇴하는 가장 큰 이유도 역시 전국적인 지도력의 부재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전국단체가 지역연합을 유기적으로 지도하면서 힘을 불어넣어 발전하도록 이끌어 주는 역할을 전혀 못해주다 보니, 마치 물을 얻어먹지 못한 꽃나무가 시들듯이 지역연합이 시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이참에 전국단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① 운동의 궁극적인 목표와 방향을 분명히 정립하여 회원들에게 제시하는 일.
② 의료제도개혁과 민중의술의 자유를 위하여 정치적, 입법적, 행정적, 사법적,
시 민적, 국제적인 활동을 체계적으로 전개하는 일.
③ 의료개혁 방향을 확정하기 위하여 전 국민적인 토론회를 개최하여 여론을
일으키고 결집하는 일.
④ 지역연합의 활동을 지도.지원하고, 전국적인 유대를 공고히 하여 일사불란
하게활동하도록 조직을 구축하는 일(지역연합 미 창립 지역의 창립 유도
포함).
⑤ 교육, 치료, 운동의 3박자를 통하여 국민적 저변을 확대해 나가는 일.
⑥ 민중의술의 명의를 발굴하여 보호, 지원, 활용함으로써 민중의술의 치료역량
을 극대화해 나가는 일.
⑦ 민중의술 치료사례집을 계속 발간하여 기초자료를 축적해 나가는 일.
⑧ 민중의술 학술토론회를 수시로 개최하여 학문적 체계를 정립해 나가는 일.
⑨ 통합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신문을 발행하는 일.
⑩ 유관 시민단체와의 연대와 협조 체제를 광범위하게 구축하는 일.
⑪ 민중의술의 국제적 활동을 추진하는 일.
⑫ 재정적 기초를 튼튼히 하는 일.

대충 정리해도 이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역할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그러다보니 최근 민중의술살리기운동에 힘을 보탤 수 있는 호재들이 여러 가지 발생했음에도 이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의료법 개정 작업을 둘러싼 논란, 의사협회의 국회의원 금품로비 사건, 102살 명의 장병두 할아버지의 수사와 재판을 둘러싼 생명의술살리기 시민운동 단체의 출범과 활동 및 이에 대한 언론과 인터넷의 큰 호응 등이 그러한 것입니다.
연말의 대통령 선거를 향한 부산한 움직임 속에서 민중의술이 이 기회를 활용해보려고 하는 움직임도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적어도 200만 표 이상의 저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집단치고는 참 이상한 현상입니다.
이대로 갈 것입니까?
그러나 이대로 가면 민중의술살리기운동의 꿈은 이루어질 기약이 없습니다. 우리 백성들은 또다시 우리의 생명을 주체적으로 살리지 못하고 의사와 한의사의 상업주의적 폭력에 내맡기는 예속과 굴종의 의료노예상태로 방치되어야 합니다. 나아가서는 멀지 않은 미래에 외국 의료의 식민지로 전락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대로 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새로운 활력과 전망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다시 열어야 합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여유부릴 상황이 아닙니다. 모두 사심을 버리고 원점으로 돌아가서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모아야 합니다.


<Ⅲ>

한 가지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우선, 위에서 열거한 전국단체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낼 수 있는 실질적인 중심본부가 창설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말로만 하고 실행이 따라주지 못하여 실패하였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실천할 수 있는 힘과 지혜를 가진 조직이 필요합니다. 그 조직이 결성되어 본부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민중의술살리기 운동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면서 다소의 성과라도 낼 수 있었던 것은 서울경기연합에서 해 온,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및 국회를 상대로 해 온 의료제도개혁 노력과, 부산경남연합에서 해 온 홈페이지 운영, 신문발행, 시민강좌, 치료봉사 활동 덕택입니다. 우선 이 기능을 한군데로 통합하여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여기에 사람을 더 추가하고 기능도 더 강화하여, 위에서 본 12가지 기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본부를 만듭니다. 그 본부는 기능별로 조직된 ‘팀’으로 구성됩니다. 그 본부는 의지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뭉쳐서 구성하면 됩니다.


다음으로, 운동본부와 지역활동 간의 관계를 본부와 지부 관계로 설정하자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본부가 지부를 통솔하면서 지도, 지원하고 상명하복하면서 일사불란하게 하나로 운영되는 중앙집권체제로 가자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기존의 지역연합과 전국단체의 구성이 지나치게 민주적 원리에 치중하여 강력한 통합력과 지도력을 발휘하기가 애초부터 어렵게 되어 있었고, 의식과 능력의 부족으로 민주성마저 제대로 살리지도 못했다는 반성이 깔려 있습니다)


다음으로, 지부를 지금의 지역연합처럼 실속 없이 광역단위로만 해 놓지 말고 지역의 크기에 관계없이 시, 구, 군, 면, 동 단위든 단체 단위든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열어두자는 것입니다.
단, 지부를 설립하려면 기본적으로 사무실을 갖추고 교육과 치료봉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구비해야 하는 것으로 최소한의 요건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예컨대, 행정구역에 관계없이 어떤 사람이 사무실을 갖추고 교육과 치료봉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여 지부설립 신청서를 본부에 제출하면 요건을 확인하여 지부로 승인해 주는 방식입니다. 이는 원래 민중의술운동이 마을 마을마다 일어나는 것을 목표로 세웠던 당초의 취지와도 부합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민중의술 운동의 조직을 일신하여 새롭게 출발해 보자고 제의합니다. 물론 이렇게 하는 데도 먼저 충족되어야 할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재정입니다. 그러나 재정은 뭉치면 얼마든지 해결 가능합니다. 그래서 결국 요체는 뭉치느냐(뭉치게 할 수 있는 지도력이 확보되느냐) 못 뭉치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뭉치지 못할 이유가 있습니까? 그것을 해 낼 능력을 가진 사람이 나서지 못하고, 흩어진 구슬이 꿰어지지 못했을 뿐입니다.


<Ⅳ>

저는 새롭게 구성할 운동본부의 명칭을 아예 「민중의술로 생명살리기 세계운동본부」로 정하자고 제의합니다.


한국 민중의술의 목표와 사명은 어차피 전 인류를 살리는데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는 놀랄 정도로 빠르게 하나로 되어 가고 있습니다. 뿐더러 우리 민중의술의 가치에 대한 인식도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 높습니다. 이 썩어빠진 나라의 버릇장머리가 외국에서 인정받는 것이면 무조건 좋아라고 수입하는 것도 우리가 해외로 먼저 눈을 돌리는 전략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


그래서 어차피 하는 김에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를 아우르는 큰 틀과 큰 전망을 가지고 크게 한번 나가보자는 것입니다. 세계화의 시대 흐름이 우리를 손짓하고 있습니다. 못해 낼 이유가 없습니다.

주장을 다시 정리하겠습니다.
① 민중의술을 살리고 의료제도를 바꾸어야 한다는 의지와 능력을 가진 사람들
이 뭉쳐서 「민중의술로 생명살리기 세계운동본부」를 창설합니다.
② 그 본부에는 본부가 해야 할 역할(기능)별로 팀을 만들어 운영합니다.
총괄기획팀, 의료제도개혁팀, 사법대책팀, 여론형성팀, 홈페이지관리팀, 신문제
작팀, 학술팀, 명의보호팀, 자료편찬팀, 치료봉사팀, 교육팀, 대외협력팀, 지부관
리팀, 국제활동팀 등이 구성될 것입니다. 각 팀에는 유능한 인재들을 속속 영입합
니다.
③ 본부 산하에 지역별(지역범위 불문), 단체별로 지부를 둡니다. 본부와 지부는
지도, 지원, 협력 및 상명하복관계로 합니다. 지역 단체들이 뭉쳐서 중간조직으
로 광역단위의 지역연합을 만들어도 무방합니다.

이 개혁안을 기준으로 해서 전국 토론회를 열자고 제의합니다. 물론 이것보다더 좋은 대안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표명되어야 합니다. 토론의 일시와 장소는 아래와 같이 정하겠습니다.

• 일시 :2007년 7월 14일 (토요일) 오후 2시
• 장소 :부산경남연합 회의실 (부산 558-8275, 8270, 8269)

제안 취지에 찬성하고 세계운동본부 운영에 참여할 의지를 가지고 있으면서 당일의 토론회에 참석할 시간이 되지 않는 분은 아래 전화로 동참 의사를 미리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문자 메시지도 좋습니다.
011- 9531- 9009 (황종국)

생명으로 태어나서 그 보람을 발휘하는 일입니다. 생명의 역사를 새로 쓰는 일입니다. 우리의 본디 모습을 되찾는 일입니다. 다 함께 힘을 모아서 새로운 함성으로일어섭시다. 대한민국은 본래 위대한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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